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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노인복지법 제5장
<노인복지법>이 어떠한 배경에서 만들어졌으며,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지를 같이 생각해 보자는 것이 이 글의 초점입니다.
노인복지법 제5장 <비용>
“이 사회엔 룰이라는 게 있다. 너희들은 이 룰 위에서 살 수밖에 없다. 이 룰을 누가 만들었겠냐? 똑똑한 놈들이다. 법률, 교육제도, 부동산 제도, 세금, 금융, 급여시스템.... 똑똑한 놈들이 입맛에 맞게 자기들 편한대로 룰을 만든다. 하지만 자기들에게 불리한 것들은 어렵게 배배 꼬아놔서 똑똑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무지 알아채지 못한다. 똑똑한 놈들은 이 룰을 이용해서 평생 잘 먹고 잘산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텔레비젼 드라마 <공부의 신>한 장면이다. 미타 노리후사의 만화 <드래곤 사쿠라>가 원작으로, 파산 직전의 삼류 고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그 학교 꼴지들을 최고 명문대에 합격시키려는 변호사와, 각자의 사정으로 살벌한 입시전쟁에 뛰어드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의 원작과 몇 가지 설정에서 차이가 있지만, 변호사가 꼴찌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퍼붓는 저 신랄한 대사만큼은 거의 똑같다. 많은 시청자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명대사"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시사인>2010.1.16 제122호 77쪽
사회적 효의 시대
오늘날 우리사회가 고령자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현행 <노인복지법>과 최근에 제정된 <효행장려법(2007.7월 제정)>등 이라는 사실은 참 어이없는 일이다. 분명히 고령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이러한 법을 만들었을 텐데, 만들어 놓은 결과를 놓고 보면 법을 제정한 기획의도와는 딴 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적어도 노인 사회에 필요한 것은 효행의 실천이나 이 운동의 확산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 민족이 지켜온 효의 가치를 정부와 지역사회가 승계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지적해 오고 있는 바이다. 오랫동안 우리 가정과 사회의 미풍양속으로 자리 잡아온 효도는 이제 국가와 지역사회가 지키지 않으면 안될 만큼 위기에 처해있다. 개인에게 떠맡기기엔 사회가 너무나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말로 사회가 효도 할 때다. 우리사회에 너무 급작스럽게 닥친 고령자 문제와 미처 준비 안 된 고령자들의 삶을 가정에게만 떠 말길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을 정부와 사회, 지역 공동체의 책임임을 자각해야만 한다. 노인들의 최소한의 기초 생활은 정부가 책임져야 만이 성숙한 사회, 복지국가로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사회자본주의, 사회국가원리는 우리 헌법의 정신이기도 하다.
우리사회 노인문제의 핵심은 ‘자립’이다. 이 ‘자립’은 신체적 자립뿐 아니라 경제적 자립 등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조건들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 노인복지이며, 이는 개인이나 각 가정에서 전담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효행장려법>과 <노인복지법>에서 현실과는 모순된 법조문은 수도 없이 많지만(법조문 자체는 얼마 되지도 않지만 그 대부분이 급변하는 우리 사회의 현상과는 모순되는 법조문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모순인지 찾아보도록 하자.
효행장려법 제12조 (부모 등을 위한 주거시설 공급 )
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자녀와 동일한 주택 또는 주거 단지 안에 거주하는 부모 등을 위하여 이에 적합한 설비와 기능을 갖춘 주거시설의 공급을 장려하여야 한다.
②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주거시설의 공급자에 대하여 지원할 수 있다.
노인복지법 제8조 (노인전용 주거시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의 주거에 적합한 기능 및 설비를 갖춘 주거용 시설의 공급을 조장하여야 하며, 그 주거용 시설의 공급자에 대하여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이 두 법을 얼핏 비교해 보면 거의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노인문제 그 중 주거문제에 있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가와 지자체가 이렇게 하고 있는지와 이렇게 할 수는 있을지는 무척 의문시된다.
우선 기본 방향의 설정부터가 의문이다. <효행장려법>에서는 부모를 직접(동일한 주택내에) 모시든지 아니면 가까운 곳에(동일한 주거단지 내에) 모시는 것을 가정한 법이다. 이에 비해 <노인복지법>의 주거는 노인들만 모여 사는 노인전용주거시설을 말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노인복지법>의 입법취지는 <노인복지법> 1장 제3조에서처럼 미풍양속을 살려 건전한 가족제도의 유지 발전에 있다. 즉, 각 가정에서 모셔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모순은 시작된다. 노인전용주거시설이야말로 우리 실정과 입법취지, 전통과 미풍양속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외국의 법과 제도를 가져올 경우는 우리 현실과 면밀히 비교 검토해서 취사, 선택해야 할 것인데, 노인주거문제에 있어서는 정부의 기본 방향성조차 혼란스러움을 알 수 있다. 같이 모시고 사는 것을 장려하는지 전용시설에 따로 사는 것을 장려하는지 불분명하다. 개인주의가 철두철미한 서양의 전통과 문화라면 가능한 것이 노인전용주거 시설일 것이다. 노인들만 집단으로 모여 사는 폐쇄형 주거단지(미국의 선시티같은 대규모 주거단지)라는 개념이 우리 현실과 맞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초창기 우리나라의 실버타운 사업이 이 개념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 대부분이 실패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노인전용시설, 흔히 실버타운 등으로 불리는 곳에 살던 ‘노인’이 건강이 좋지 않아 수발해야 할 필요가 있어도 현행법으로는 자식이나 친척이 같이 살 수도 없다. 벌금이 천만원 또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과연 이러한 것이 우리 현실에 맞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 노인전용 주거시설(대표적으로 노인복지주택)을 민간에 맡겨 건축 및 분양을 하게 한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입소(?)에 제한이 있고, 입소(?)자격이 없는 자에게 양도, 임대 등 정상적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노인복지주택(법적으로 엄연히 사회복지시설이며, 내용상으로는 자율형사립양로원 성격)을 분양한다는 것은 단군이래 처음 있는 일인데, 그 결과는 너무나 뻔하다. 각종 편법과 사기분양, 부동산 투기 등 예기치 않았던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이는 현실에서 예상했던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는 분양을 전제로 하는 민간기업을 섣불리 지원할 수도 없게 된다. 법대로 했다가는 낭패보는 경우가 많으니, 법대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하면 어떨까? 이 또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 그 구체적 예가 바로 전북 김제의 노인전용임대주택이다. 언론에서는 이 김제 하동 노인전용임대주택을 모범적 사례로 소개한 적도 있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리고 모범적 사례가 맞다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왜 이러한 사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유독 전북 김제에서만 노인문제가 심각하고 다른 지역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말일까?
전북 김제의 노인아파트는 김제종합복지타운의 일부를 구성하며 ‘96년도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시범사업 운영방식은 토지를 지자체가 확보하면 필요한 건설비는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종합복지관, 노인회관, 노인전문요양시설의 건설에는 국고가 지원되는 방식이었는데 문제는 <노인복지법>과 다른 어떤 법으로도 노인복지주택건설에 대해서는 국고가 지원되게 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김제시는 민간자금을 유치하여 노인복지주택을 건설하려고 하였으나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아 민간업체가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어려움에 직면하였다.
노인복지타운의 건설은 김제 시장의 공약사항이었기 때문에 김제시는 인근지역에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모 건설업체에 국민주택기금 융자를 알선하겠다는 단서조항을 달아서 참여를 유도하였으나, 노인복지주택은 주택건설촉진법이 규정하는 주택이 아닌 점에서 국민주택기금 융자 또한 불가능함을 알게 된 후 김제시는 건설되는 건물의 용도를 공공임대아파트로 바꾸어서 사업이 추진되도록 하는 편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여기서 문제는 노인아파트가 건설된 토지의 도시계획상 용도는 노유자시설로 되어 있어, 노인복지시설은 건설될 수 있어도 주택은 건설될 수 없는 상태였으며, 결과적으로 김제시는 도시계획법(현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 법률)을 위반하게 되었고 관련 공무원이 가벼운 징계를 받는 것으로 대충 마무리되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다른 지자체에서 이와 같은 사업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 후 10여년이 흘렀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노인복지주택(혹은 유료양로시설)사업은 흐지부지하게 된 것이다.
전북 김제의 사례는 그 의도는 훌륭했지만 그 과정과 결과에서 법을 잘 알고 엄정히 집행해야 할 공무원들 스스로가 법을 어길 수밖에 없었다는 데 모순이 있다. 그 모순의 핵심은 바로 비용문제였다. <노인복지법>을 따르다 보니 비용 혹은 예산지원문제, 곧 국고지원금이나 국민주택기금 등의 활용이 여의치 않아 편법을 쓸 수밖에 없었고 후일 관련 공무원들은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니 일반인이나 민간업자가 이 사업을 할 때는 어떠하겠는가? 당연히 편법을 쓸 수밖에 없지 않을까? 민간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일 텐데, 공무원들이 직접 해도 편법을 쓰지 않고는 최소한 수익과 비용을 맞추는 것조차 하지 못했는데 현실이 어떠할 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고령자의 자립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 또한 비용 곧 ‘돈’의 문제이다.
그런데 <노인복지법>에서는 그 비용을 부양의무자에게 결과적으로 전가하고 있다.(노인복지법은 결국 부양의무자가 없는 일부 노인들의 경우만 그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겠다는 소극적인 법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회적 효’라는 관점에서 봐도 정부나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몫이 분명 있을진대 법에서는 하게끔 되어 있으나 현실에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사회적 효’의 비용을 부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노인복지법>이다. 현실적으로는 ‘사회적 효’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김제시가 주도한 김제 하동노인복지주택(사실은 노인임대아파트)이다. 지자체가 실시한 노인복지주택 사업이 결과적으로 법위반이 될 정도이니 민간이 주도하는 노인주거복지사업이 적법하게 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노인주거문제에 있어서 ‘사회적 효’가 불가능할 뿐이다. 결국 수익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는 고급 실버타운만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노인복지법>은 노인을 위한 법이 아니라 관료를 위한 법, 자기들 편리한대로 만든 룰임이 증명된다. 그런데 한걸음 더 나아가서 법을 하도 꼬아 놓다보니 관료들 스스로도 지킬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 스스로 쳐놓은 덫에 스스로 걸려든 꼴이다. 급기야 이 덫에 빠진 복지부는 노인복지주택과 노인복지법과 관련해서 자기가 내린 결정을 스스로 번복하는 일까지 벌어진다.(노인복지정책과-2661호 (2004.10.16), 요양보험운영과-486호(2008.04.14), 요양보험운영과-2424호(2008.08.22) - 노인복지법 및 노인복지주택과 관련하여 번복과 재번복이 계속 이어지는 복지부 공문)
<효행장려법> 제 12조와 <노인복지법> 제 8조에 의하면 정부와 지자체는 노인주거복지를 위한 적합한 사업을 직접 하거나 장려할 의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측면에서의 노인복지를 위한, 헌법에서 요구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선언적 규정만 있지 구체적 법규정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니 노인복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제시의 관련 공무원은 사실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추진한 적극적 행정의 사례로 봐야할 것이다. 법위반에 따른 징계만 줄 것이 아니라 적극적 행정으로 <헌법>과<노인복지법>의 정신에 충실했으므로 그에 따른 보상도 아울러 줄 일이다.
또한 <노인복지법>과 <관련법>을 정비해서 비용의 문제를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몫과 국민 개개인이 부담해야 할 몫을 명확히 나누는 일도 필요하다.
개인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사회적 효’가 필요한 시대이다. 그 대표적 예가 바로 노인복지와 관련된 <장기요양보험>제도이다. 시행 초기라 문제점도 있지만 이러한 변화야 말로 ‘사회적 효’로 가는 작지만 큰 발걸음이 될 것이다. 장기요양보험 뿐 아니라 노인복지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나서야 할 것이다.
이제는 지역공동체가 노인복지문제를 안아야 한다. 과거와 같이 노인복지시설이 더 이상 혐오시설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부모를 모시는 문제, 지역사회의 어르신을 모시는 문제에 있어 노유자시설 운운하면서 님비현상을 보인다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개발제한 구역에 노유자시설을 허용한다라는 정책을 이제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오히려 개발제한 구역에는 노유자시설(말 그대로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시설)을 허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노인복지시설 뿐 아니라 사실상 모든 복지시설은 지역공동체가 적극적으로 품어야 할 일이다.
이렇듯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바로 <노인복지>와 <노인복지법>의 문제인 것이다.
노인복지법 제46조(비용의 수납 및 청구)
①제27조 및 제28조의 규정에 의한 복지조치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 복지실시기관은 당해 노인 또는 그 부양의무자로부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부담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납하거나 청구할 수 있다.
②부양의무가 없는 자가 제28조의 규정에 의한 복지조치에 준하는 보호를 행하는 경우 즉시 그 사실을 부양의무자 및 복지실시기관에 알려야 한다.
③제2항의 보호를 행한 자는 부양의무자에게 보호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청구할 수 있다.
④ 제1항 또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부담비용의 청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가족부령으로 정한다.<개정 2008.2.29>
참고)제27조는 건강진단, 제28조는 노인복지시설 입소 조치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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