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난Nan에서”
2020. 05.
Covid-19와 난 교회
강력한 봉쇄조치와 도민의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곳 난 지역은 아직 단 한명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을 우리 힘으로 지켰다고 하는 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지만, 교회는 회중예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교적 규모가 있는 교회에서는 어설프나마 인터넷 방송장비로 온라인예배를 시행하였습니다. 출석 성도가 적거나,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 교회에서는 철저한 방역수칙에 따라 대면예배를 드렸습니다. 한편 주변 이웃들의 눈치와 반대가 심한 작은 교회들은 성도들 중 한 가정을 택해 집에서 예배를 하였습니다.
교회의 예배는 그렇다 하더라도, 성도들은 물론 주민들의 생업에 큰 영향이 미쳤습니다.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고, 농산물의 수송이 원활하지 않고, 학교도 개학이 몇 달째 미뤄졌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은 더욱 가혹합니다. 교회가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나눔의 장(欌)’을 설치하여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구호품을 넣어둡니다. 쌀, 식용유, 달걀, 라면, 과일, 우유, 설탕, 과자, 간장, 비누 그 품목도 다양합니다. 어렵게 사는 이웃들이 자유롭게 와서 한 번에 세 가지씩 가져갑니다. 날마다 오는게 좋습니다. 품목이 날마다 조금씩 바뀌기 때문입니다.
탄프라펀교회에 이어 싸이탄탐교회와 메싸난교회에서도 장례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외부인의 출입이 어려운 동네였으나, 장례는 치를 수 있게 해 주더군요. 때가 때인지라 전체 날수도 줄이고, 예식도 간소화하였습니다. 오는 순서 있어도 가는 순서 없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난에 살았던 지난 6년 동안 거의 백여 번의 장례에 참석한 것 같습니다. 스무살 새파란 청년부터 아흔아홉 최고령의 할머니까지... 집안마다 사연은 어찌나 많던지요.
그래도 노회 목회자들끼리 힘을 합해 마음 힘든 일을 감당합니다. 이젠 서로 눈빛만 쳐다봐도 뭘 어떻게 하라는지 단박에 알아차립니다. 정말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입니다. 오래오래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이름, 목회자
노회 목회자 월례회를 석 달 만에 겨우 가졌습니다. 띄엄띄엄 앉을 수 있는 난에서 가장 큰 쁘라씨티펀교회에 모였습니다. 저희야 노회사무실에 거의 매일 출근을 하고, 어느 한 교회를 담임하는게 아니라 목회자가 없는 교회들을 주로 돌보기 때문에, 다른 목회자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그러나 각 지역교회를 섬기는 12명의 목회자들과 6명의 전도인들은 서로 만날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요. 좋은 소식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삐야챗 전도사님이 본인의 역량과 은사 그리고 교회의 필요에 따라 사역지를 옮겼습니다. 앞으로 섬길 탐마펀교회에서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피라펀 전도사님이 마지막 논문까지 통과되면서 우수한 성적(3.73/4.0)으로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결혼한 지 7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가진 끄라이쏜 전도사님네는 이번 달 말 출산을 앞두고 아기용품 준비하느라 야단입니다. 그런가하면 약혼 때부터 배우자와 협의하여 한 아이를 입양하여 키우던 추티마 전도사님이 임신 8주차 소식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먹고 싶은게 너무 많아 큰 걱정이라는군요.
동역의 마음
5월 22일, 저희 파송예배를 드린 지 15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돌아보면 파송교회를 비롯하여 여러 협력교회들과 후원자 분들의 기도와 관심,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파송교회는 얼마 전 설립 45주년 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멀리 있지만 온라인으로 은혜와 감동, 그리고 희망의 시간을 함께 하였습니다.
친구 목사가 전화를 했습니다. 성능 좋은 마스크 100장을 보낸다며 난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라구요. 샌프란시스코 선배 한 분은 교회에서 보낸 수표가 몇 달째 인출이 안된다며 확인해 보라고 걱정스러워 연락을 주셨구요. 그런가하면 안식년 때 처음 가봤던 달라스 어느 교회에서 난노회 내 보육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헌금을 보내겠답니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이번엔 후배 목사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선교적교회를 개척하고 일년동안 모은 헌금의 일부를 난노회를 위해 사용하고 싶다구요. 애들 새학년을 앞두고 학비 때문에 걱정하는 목회자들이 마음에 쓰였던 차였습니다. 하나님 참 멋지십니다.
2020년 5월 25일 이준호 조선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