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사건으로 온 나라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과 혼란속에서 날이지고 또 날이 새고 있습니다. 잠시 냉정을 되 찾자는 의미에서 탄핵소추와 관련된 내적분열의 여파로 급기야는 나라가 망한 역사적 사례를 문헌에서 찾아 재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에도 탄핵재판제도가 있었습니다.
기원전 5세기 초엽부터 322년 민주정이 폐기되기까지 아테네에서 행해진 탄핵재판 130건과 관련된 피고인들의 신분을 직능별로 분류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개인, 외국인 및 지위 불 명자 60건
장군 34건
장군이외에 공무원 19건
공직에 있지 않은 정치가 17건
자료 출처. A.H.M. Jones Athen Democracy, Oxford 재인용.
위 통계에서 ‘개인, 외국인 및 지위불명자 60건’은 하나의 사건에 연루되어 49명이 재판에 회부된 예외적인 경우가 포함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장군이 피고가 된 경우가 34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한때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하는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힘을 합쳐 전제군주정의 페르시아를 물리친 후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28년간 패권다툼 전쟁을 벌였습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라이벌전쟁은 결국 스파르타의 최종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패권전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두 전투현장에서 조국을 위하여 싸우던 아테네 장군들에게 일어난 탄핵사건을 잠시 살펴보려고 합니다.
아테네는 기원전 415년 스파르타의 동맹국인 시라쿠사를 공격하기로 하고 알키비이데스장군을 지휘관으로 임명했습니다. 알키비이데스장군이 원정을 떠난 사이 아테네에 있는 그의 정적들은 알키비이데스 장군에게 헤르메스신상훼손 협의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아테네 재판소는 신성모독을 이유로 알키비이데스 장군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목숨을 보존하기위해 알키비이데스 장군은 부득이 스파르타로 망명했습니다. 그후 2년 뒤인 기원전 413년 아테네 원정 함대는 스파르타와 시라쿠사 연합군에 의해 괴멸 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기원전 406년 펠로폰네소스 전쟁 말기에 벌어진 아르기누사이 해전에서도 전쟁에 참전한 아테네 장군들이 탄핵 당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해전에서 아테네 장군들은 상대편 함대 70척을 격파하며 전쟁을 승리로 거두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테네 해군도 25척의 함정을 잃었습니다. 전투가 끝난 후 아테네 지휘관들은 침몰한 배의 잔해를 붙잡고 표류하던 아테네 해군을 구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몰아 닥친 폭풍우 때문에 표류하던 1천명의 군인구조와 다수의 시신수습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 소식이 아테네에 전해지자 희생자가족들이 분노하여 들고 일어났습니다. 결국 당시해전에 참전한 8명의 지휘관모두에게 사형이 선고 되였습니다. 당시 도망간 2명을 제외하고 장군 6명에 대해 실제로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 아테네는 전쟁에는 승리했지만 유능한 지휘관 상당수를 탄핵재판으로 잃었습니다.
1년뒤 아이고스포타미 해전에서 아테네 해군은 전멸했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스파르타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아테네는 자신들의 손으로 유능한 장군들을 탄핵하여 결과적으로 스파르타를 돕는 이적행위로 자멸 했습니다.
펠로폰내소스 전쟁 후 아테네의 사회분위기와 참상(이부분은 시오노 나나미 ‘그리스인 이야기’ 중에서 재인용).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배한직후,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를 덮친 혼란과 비참함 속에서 66세를 맞이했다. 소크라테스는 75년의 생애를 통해 민주정치 아테네의 영광과 굴욕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가족보다 소중한 존재였을 제자들은 암살당하거나 전쟁터에서 죽었고, 죽지 않은 젊은 제자들도 아가톤이나 크세노폰처럼 아테네를 버리고 외국으로 떠났다. 아테네는 기원전 399년 마지막 남은 애국자 소크라테스를 사형에 처하면서 지금 이 혼란에서 스스로 탈출할 힘조차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단행한 12.3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나라의 국방장관, 육군참모총장, 수도방위사령관, 특수전사령관, 정보사령관, 방첩부대장 등 쟁쟁한 국방 간성 들이 직위 해제되어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형사재판 피의자로 곧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 군지휘관들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함에 따라 군통수권자가 부여한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한 훌륭한 군인들입니다.
이 번 비상계엄으로 무조건 명령에 복종한 군인들은 최대한 선처하여 불문에 부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직업군인으로 다시 국토방위의 신성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용을 베풀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장을 바꾸어 누구나 국군 통수권자로부터 명령을 받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건지 생각해보면 필자의 주장에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패권 전쟁에서 아테네는 전쟁에는 승리했지만 내부분열로 인한 자해 행위로 유능한 장군들을 모두 처형했기 때문에 나라가 망했음을 상기합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 장관은 이번 비상계엄의 책임은 자신들에게 있으니 자신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장군들과 군 간부들을 선처해달라고 수사당국과 법원에 호소하는 것이 국군 통수권자와 그를 보좌한 국방장관의 올바른 처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과문해서 그런지 윤석열대통령 이나 김용현 국방장관의 그런 모습은 여태껏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막상 지난번 헌법재판소 증인심문에서는 국군통수권자인 윤대통령과 곽종근 특수 전 사령관이 법익 때문에 서로 엇갈린 진술을 하며 상반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가슴이 아팠습니다. 참으로 비정한 현실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이번 비상 계엄은 통치권자의 고유권한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핵심 방어 논리 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기적으로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은 면치 못할 것 같습니다.
비상 계엄을 선포할 당시(2024년 12월 3일) 미국의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이미 차기 미국대통령으로 선출되어 2025년 1월 20일 취임식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동맹국인 미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관계설정을 하고 싶어도 진행중인 한국의 헌법 절차에 따른 대통령 지위에 관한 평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국에 처해 있습니다. 윤석열대통령이 자초한 대한민국 통치권자의 리더십 부재 때문입니다.
그사이 한미일 삼각 연대의 한 축인 일본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워싱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가졌습니다. 두사람은 미일관계의 황금시대를 구축한다는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
우리나라는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 전화 통화도 여태껏 성사시키지 못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주도적인 정상외교가 절실한때에 대한민국대통령 직무정지로 인한 리더십부재가 참으로 크게 느껴 집니다.
2005년 APEC 부산정상회의후 20년 만에 올가을에 열릴 예정인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준비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개최국의 대통령이 위헌적 요소가 있는 비상계엄 선포로 직무가 정지 되여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의개최국 통치권자의 장래가 불투명하니 APEC정상회의에 참석할 외국 원수들의 참석여부도 현재로선 오리무중입니다.
한가정의 가족 행사도 형제와 친지들의 사정을 고려하여 일년전에 확정하는데 개최국의 사정으로 올가을에 있을 APEC정상회의가 공중에 떠 있다니 매우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입니다.
이모두가 윤석열대통령이 일으킨 비상계엄 때문인데 아무 일도 없는데 세상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비유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소는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집중심리의 촉진으로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의 결론을 신속히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
고위공직자수사처가 지난달 17일 서울 서부 지방법원에 접수한 윤석열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을 전형적인 ‘확신범’이라고 지칭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확신범이란 실정법에 위반되는 행위 인줄 알면서도 자기의 윤리적, 종교적, 사상적 또는 정치적 확신에 따라 실행에 옮기는 범죄자를 말합니다. 행위자가 옳다고 믿는 것과 국가 공동체에서 법이 옳다고 지시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범죄입니다.
양심이 법이나 제도와 충돌할 때 양심을 선택함으로서 의도적으로 법과 제도를 거부하는 태도를 시민 불복종이라고 부릅니다. 시민불복종이나 양심적 병역 거부도 확신범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시민불복종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행위자가 처벌을 마다 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여 국가의 법질서에 순응하기를 거절하는 태도 때문에 종종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여론을 우호적으로 들끓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12.3 비상계엄으로 야기된 여러 문제에 대해서 지금까지 어떠한 처벌이라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부족해 보이는 것은 유감입니다. 대통령직의 존엄을 철석같이 믿는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공수처에서 적시한 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의 탁핵심판 과정에서 비록 불리하다고 느끼더라도 당당하게 확신범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확신범은 확신의 내용이나 형태에 따라 형이 가벼워질 수도 있지만 더 무거워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당하게 확신범의 태도를 지켜 나가는 것이 작년 12월 12일 윤대통령이 생중계로 밝힌 특별담화 내용의 정신과도 부합하는 일관되고 올바른 처신이라고 생각 합니다.
Uneasy lies the head that wears a crown. 왕관을 쓴 자는 편히 잠들 수 없으니.
세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 제2부 3막1장”의 대사입니다.
이 대사를 원용하여 만든 것으로 보이는 문장 즉 One who wants to wear the crown, bears crown.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가 더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왕관을 쓴 자는 (남다른) 명예와 권력을 향유하는 만큼 (마땅히)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시무시한 체재 전쟁으로 법치가 무색할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사회적 본분을 다하는 것이 불편하고 손해 인 것 같지만 결국 자신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으로 우리 삶의 터전인 공화국을 굳건히 지켜 나갑시다. 이 일에는 대통령의 직분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