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부모
얼마 전 ‘병원동행매니저’를 위한 강의 요청이 있었다. 강의를 하면서 아~ 우리가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병원에 함께 갈 가족이 없는 시대, 병원동행도 교육받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시간이 가고 우리의 자녀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이 무엇이 있을까? 라는 생각과 내가 나이 들었을 때 나와 함께 한 추억을 기억해 줄 손자들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사랑으로 아픈 부모를 돌보던 엄마 아빠, 그 삶을 보고 자라는 자녀가 대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며 조부모와 부모를 이해하고 사랑을 배우는 그림책을 5월에 소개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이해받기 어려운 ‘라떼는 말이야’ 그림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소개합니다.
*명애와 다래/이형진/느림보
언젠가부터 몸이 아파 누워만 있는 할머니 거동도 못하고 정신도 오락가락한다.
밥도 예전처럼 못 먹지만 엄마가 챙겨주는 홍시만은 잘 드신다.
매일 누워 있는 할머니 돌보느라 다래 생각은 하나도 안 해주는 엄마 아빠. 주말이면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 손 잡고 놀이공원에 가고 싶은 아이 다래와 할머니가 어느 날 손 잡고 놀이공원에 간다. 홍시를 하나 먹을 때마다 할머니는 조금씩 젊어지고, 다래는 그만큼씩 할머니와 가까워진다. 할머니의 홍시는 마술처럼 세대를 넘게 한다.
다래는 할머니와 함께 놀면서 친구가 된다. 그러면서 할머니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할머니와 손녀의 사랑을 판타지로 그려낸 그림책이다.
*오른발 왼발/토미 드 파올라/비룡소
할아버지가 쓰러지셨다. 손자 보비는 너무나 놀라고 슬펐다. 오랫동안 병원에 계시다 돌아오신 할아버지는 마비로 많이 변하셨다. 걷지도 말하지도 스스로 식사를 하지도 못한다.
보비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는 이름을 지어주시고 "오른발, 왼발." 걸음마를 가르쳐 주셨다. 할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쓰러진 지금 이번에는 보비가 "오른발, 왼발." 할아버지의 걸음마를 도와준다. 보비는 할아버지가 예전처럼 다시 혼자서 밥을 먹고 말을 하고 걸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예전에 할아버지가 보비를 가르쳤던 것처럼 말이다. 할아버지와 손자 보비의 자연스러움 가족의 사랑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그림책이다
*우리가족입니다/이혜란/보림
살림방이 딸려 있는 작은 신흥반점에 부부와 아이 둘이 함께 산다. 종일 고단하게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부부의 생활은 그리 넉넉하지 않지만 가족이 함께 있어 행복하다.
어느 날, 이들 앞에 시골에서 떨어져 살던 할머니가 찾아온다.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이미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다. 느닷없이 시골에서 올라온 할머니로 인해 네 가족의 일상은 엉망이 되고, 아이는 그런 할머니가 너무나 밉다. 어린 마음으로 갈등하는 마음이 그림 속에 담겨 있다.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뒷모습의 표현과 할머니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아이의 마음은 왼쪽 페이지에, 할머니를 받아들이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은 오른쪽 페이지에, 점차 적으로 전체 양면에 펼쳐진다. 자신을 한없이 사랑하는 엄마를 떠올리며 아이는 아빠의 엄마인 할머니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그림책이다.
3권의 그림책 속에는 모두 조부모가 건강의 어려움을 겪을 때 가족이 함께 삶으로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자연스럽게 손주들도 알아가는 가족의 사랑이 있고 배움이 있고 전달이 있습니다. 내 부모의 인생을 보게 되었고 부모인 나의 입장과 미래의 자녀 세대도 생각하게 합니다. 삶으로 보여준 나의 부모님 그분들의 삶을 따라가고 삶 속에서 전하고 싶은 오월입니다.
---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함박웃음 7기 시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