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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10
S#1. 은수 원룸 / 이른 아침
은수, 문을 열면 서 있는 재인. 아주 아주 심각한 표정.
은수 (놀라서) 재인아.
재인 ...
은수 무슨 일(이야..)
재인 (심각하게) 나랑 같이 좀 가줘야겠어.
은수 어? (뜸) 어딜?
재인 아무 거도 묻지 말구..
은수 (너무 심각하니까) 알았어. 잠깐, 옷 줌 입구.
재인 아니, 급해. 그냥 가..
은수 (걱정스럽게) ....?
S#2. 원룸 앞 골목 - 도로 - 톨게이트/ 이른 아침.
세워진 재인의 차. (차 뚜껑은 덮은 상태겠지)
재인 타.
은수 (왠지 쫄아서 탄다)
재인 벨트.
은수 (냉큼 벨트 당기며) 응.
달리기 시작하는 재인의 차.
은수 어디 가는데에..
뒷 좌석에 (비행기에서 주는 간이 이불 같은 걸 덮고) 납작하게 누워있던 유희, “앙!!” 하며 벌떡 일어난다.
은수 (심하게 화들짝) 엄마! 아빠! (하고는) 아~, 뭐야~!
유희 (푸하하하 하듯) 쫄기는.
재인 우히히히 속았따! (유희와 같이 파하하하)
은수 아씨. 이것들이, (놀랐잖아).. 세워. 차 세워. (재인 태연하자) 어~어?
안 세워?
유희 온수. (은수가 보면) 사표냈댄다. (손가락으로 재인을 콕콕 가리킨다)
은수 사표?
유희 (입모양으로) 이혼한대. (은수가 맹하게 보면) 이호온.
(다시 재인을 손가락으로 콕콕)
은수 뭐? (입 벌어지는데)
재인 (담담) 쫌 아까 합의 봤어.
은수 진짜아? (다시) 진짜아? (하다가.. 어리버리) 어.. 근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데...?
(경과)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며, 뚜껑을 여는 재인의 차.
(여전히 은수 보조석. 유희, 뒷자리)
열리는 차 뚜껑에 맞춰, 유희와 재인, 신나서 “야아아아~!!!”
소리 절로 나오는데,
은수 (궁시렁~ 궁시렁~ 죽겠다..) 전화기두 놓구 왔는데~... 아~~ 렌즈두
못 꼈는데....
유희 (은수는 아랑곳없이 지들끼리 신났다. 재인에게) 야. 우리 진짜 델마와
루이스 같지않냐? 그치?
재인 (냉큼) 응! 근데, 금, 누가 델마구 누가 루이스야?
유희 (생각한다. ‘보자아...’ 하듯이) 누가 델마구 누가 루이스냐(아~?)
재인 (급했다) 난, 걔! 무조건 걔, 브래드 피트랑 연애하는 애. 게 누구드라?
유희 델마?
재인 어! 금 난 델마 찜! 크흐! 브래드랑 연애두 해야되니깐!
유희 (흔쾌히) 금 난 루이스!
은수 (놀구들 있네 하고 보다가.. 우씨...) 금 나는?
유희 너? (아주 잠깐 생각하는 뜸. 그리고 바로) 와.
은수 (반사적으로) 와?
유희 응. (재인 가리켜) 델마 (은수 찍으며 강조) ‘와’, (자기 가리켜)
루이스... (바로 그) ‘와.’
은수 (보다가, 흐엉..) ..... 절망이야....
유희 (보면)
은수 넘, 어울려.... (자기 가리키며) ‘와’... (절래절래..) 절망이야..
절망이야.....
S#3. 제주로 가는 페리호 / 오전.
세 친구, 재인의 차 안에 앉아있다.
운전석에 재인. 보조석에 유희.
뒷자리, 가운데엔 은수가 돌아앉아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재인 (궁시렁 궁시렁) 저게 무슨 땅끝이야~. 절벽두 없구~. 브래드 피트두
없구우..
유희 있음, 진짜루 델마와 루이스 하게? (손으로 자동차 달려서 절벽으로
추락하는 모양 그리며) 슝~~~
은수 (뒷자리 가운데서 돌아앉은 채) ‘와’는 제발 빼죠... 아씨.. 나, 가야
되는 데.. 결석보단 지각이 난데~...
유희 (짐짓 점잔빼며) 온수.. 창밖을 보아.
은수 (손으로 두 귀 막고, 괴롭다는 듯이) 안 봐, 절대루 안 봐!
유희 (억지로 은수 손 떼어내며) 봐! 봐! (할렐루야 하듯 두 손을 하늘로
들고) 얼마나 좋아! 아~~~~ 바다~~!!! (코난 노래. 애같이 빽빽 부른다!) ♪푸른 바다 저 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린다. (재인도 같이) 하늘 높이 하늘 높이 뭉게구름 피어난다~......(노래 계속)
카메라 빠지면, 푸른 바다와 함께, 이미 페리호에 실려 있는 재인이 차 보인다.
계속되는 노랫소리 위로 “으.......” 은수의 괴로운 신음 소리.
유희 (노랫소리 위로) 온수, 너 내려!
은수 으....
유희 물에다 던져버린다!
재인 이야! 재밌겠따아!!
S#4. 은수 회사 / 같은 시각.
장미경, 전화기를 내려놓으면,
지나가던 황부장 장미경에게,
황부장 뭐래.
장미경 안 받는데요?
황부장 (기가차단 듯) 허. 이젠 아주 대놓구 땡땡이야?
S#5. 제주도 해안도로 / 오후.
차 덮개 열고, 신나게 해안도로를 달리는 세 친구!
바람에 머리칼 마구 나부낀다! 진짜 델마와 루이스 같다.
“아아아아아!!” 신나게 소리치는 세 친구!
은수도 언제 툴툴 댔나 싶게 신났다. /
(경과) 신난 와중에 잠시 딴 생각에 드는 재인의 얼굴에서,
<재인의 인서트 / 재인 신혼집 / 몇시간 전>
심각하게 돌아 앉아 있는 닥터배와 재인
유희의 얼굴에서,
<유희의 인서트 / 전날 >
전화를 걸고 있는 유희.. 전화기 안쪽에서 들리는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
은수의 얼굴 위로,
<은수의 인서트 / 공원 / 9부 39씬>
태오 - 내가 바라는 건요! 내가 바라는 건, 이쁨 받는 게 아니예요! 사랑 받는 거예요, 남자루! 귀여운 어린애가 아니라 남자요! 온전한 남 자요! (절망감..) 남자.....
은수 - ....
태오 - .... 너무 오래 기다렸어.... 너무 오래.. 외로웠어....
(고개를 든다)....헤어져요...
S#6. 제주도 횟집 / 오후.
재인, 왁자하게 떠든다. 유희와 은수, 어정쩡하게 따라 웃으면서도 내심 불안하게 재인을 본다..
재인 (무슨 재밌는 얘기나 하는 것처럼 과장되게 웃으며) 푸하하하, 자기 인생에 이런 미쓰가 생길지는 몰랐대. (웃기지 않냐는 듯) 미쓰. 미쓰으! 그러군, 한참을 (심각하게 앉아있는 흉내) 일케, 일케, 심각하게 있드니, (생각하니 웃겨죽겠다는 듯 다시 마구 웃는다) 푸하하하, (흉내) ‘그래두, 혼인신고 안한 게 어디예요, 나두 재인씨두 법적으론 깨끗한 거예요...’ 그게 글케 위로가 됐나봐. 푸하하하. 아~, 웃겨, 아~ 웃겨. 웃기지? 웃기지? 나 웃겨 죽는지 알았잖아..
유희와 은수, 서로 눈을 맞추는데..
재인 (그런 친구들 보며, 여전히 조증에서 못 벗어난 채) 안 웃겨?
유희/은수 (냉큼 티 다 나는 맞장구) 웃겨,웃겨. / 웃겨, 진짜 웃기다.
재인 그치그치? 웃기지? 아, 웃겨.. (말은 그렇게 하는데, 점점 우울해지며) ...정말... 웃겨.... 나, 결혼 전에두 결혼생각 많이 했잖아. 근데, 지금 생각함, 그게 다, ‘결혼’이 아니구..., 결혼‘식’에 대한 거다? 드레스는 어디 걸로 하까.. 결혼식은 어느 호텔서 하까.. 부케는 누구한테 주까... (‘나 참 웃기지?’ 하듯 웃는다)
은수/유희 .... (조용한 미소로 건배)
재인 잊을 수가 없어.... (뜸) 신혼여행 때... 비행기에서 내가 잠깐 졸았거든..... 그 사람두 자고 있었는데... 나두 모르게 그 사람 어깨에 살짝 기댔나봐... 그랬더니... 이 남자가...
<인서트 / 비행기 안>
재인, 안대를 한 닥터배의 어깨에 자기도 모르게 살짝 기댄다.
닥터배, (안대한 채) 어깨를 뺀다. 툭 떨어지며, 잠에서 깨는 재인.
잠결에 고개 들어, 닥터배를 보면,
닥터배, 다시 자리 잡으며 먼지를 털 듯 자기 어깨를 손으로 한번 턴다.
보고 있는 친구들...
재인 대단하지? (웃는데, 울적함을 감출 수가 없다)
유희/은수 ......
재인 (분위기 바꾸듯) 히~. 인제 나 모 먹구 사나?
유희 (횟집을 두고) 이런 거 어때? 횟집. 우리 다 같이 내려와서, (갑자기 웃는다) 이름하여, 처~녀횟집!
재인 (푸하, 하듯) 처녀어?
은수 (슬쩍 디밀 듯) 양심이 있지이..
유희 (비실비실 새는 웃음을 참으며) 그럼, 이건 어떤가. 처~녀... 였던 횟집? (푸하하하)
은수/재인 (동시에) 푸하하하.
S#7. 우도 바닷가 / 오후.
셋이 한 발자국씩 떨어져 서서, 번갈아 가며 바다를 향해 외친다.
재인 배기후운!! (나머지 호응하듯 으~)
은수 황부자앙! (나머지 - 황부자앙~ / 으~)
유희 강일구욱!! (나머지 유희를 돌아본다)
재인 강일국이가 누구야아~
유희 있어. 최고로 치사한 놈. 옛날에 내 프로젝트 다 훔쳐간 놈.
재인 재미없어어! 아는 거만 해! 주름! (일동 ‘으아아~’ 완전 대공감 무드.
눈 가리키며, ‘특히’) 누운~.
유희 목~
은수 (입)이입~, 팔자아~
일동 싫어~ 젤싫어~.
은수 (생각한다) 난~ 음.... 골르는 거. 젤 싫어, 뭐 먹을지 고르는 거.
유희 생리토옹~
재인 결벽증.
은수 2개월 감봉.
유희 대출이자.
재인 아빠랑 바람핀 년들!
은수 (재인을 본다.)
재인 뭐어~ 다 아는 얘긴데!
은수 (작게 외치는 둥 마는 둥) 김포아줌마.
재인 아씨! 누구야, 또오~, 아는 사람만 하라니깐!
은수 내 맘이야. (더 크게) 김포아줌마아!!
유희 니코치인!
재인 (돌아보고) 뻥아냐? 이거 또 은근 자랑아냐?
유희 진짜네요. (다시 외친다) 니코치인!
재인 (유희 보다가) 남유희.
은수, 쿡 웃고
유희, 재인을 돌아본다.
유희 아~, 나, 이런 식으로 감정을 드러내나?
재인 (놀리듯) 나, 남유희 진짜 싫은데? (유희 보며) 금 남유희부다 더 싫은 거 하까? 세상에서 젤 싫은 거? (두 친구와 눈 맞추고 바다를 향해 힘껏) 하재이인!!
은수와 유희 재인을 돌아본다.
재인 하재인! 이 멍텅구리, 쪼다 병신 팔푼이 돌대가리! 하재이인!! 너, 진짜 (울컥).. 왜 그래애~.. 너 진짜.. 언제 클건데...? ...하재이인! 이.. 하재이인! 하재이인..
유희 (크게) 사랑해! 하재인~! (재인이 보면. 멀쩡하게 다시 앞을 보고) 남유희! 이 무뇌아! 투덜이, 헛똑똑, 잘난 척에 배배꼬인 남유희! 야, 너, 목소리는 또 ?羔? 커!
은수 사랑해애! 남유희!! (크게 부른다) 온수우!! 맹무울!! 이 회색!! 아무 것두 못하는 겁쟁이! 너 ?羔? 꽁하니~! 오은수우!! 너 줌 안 그럼 안 되겠니?!! 너 줌 안 그럼 안 돼애?!! 너 줌 그러지 마아!! 오은수우~!
유희/재인 (최고로 크게) 사랑해!! 온수~!!
서로 짧게 눈 마주치고 다시,
일동 사랑해애!!! 사랑해!!!
시원하게 웃는다.
(경과) 해질녁.
바닷가를 거니는 세 친구.. 각자의 상념을 지고.. 따로따로..
은수, 모래사장에 썼던 글자들 ‘미안해..’를 손으로 지운다..
S#8. 은수 원룸 / 밤.
침대에 걸터 앉아있는 은수..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열면 떠 있는 부재중 전화들.. 회사, 장미경, 오빠... (태오 전화는 없으니까) 핸드폰을 덮는
은수.. /
태오의 전화 번호 위에서 망설이는 은수...
문자를 쓴다...
‘태오야... 태(오야.....)’ /
S#9. 태오 방안 / 밤.
태오, 은수에게서 온 문자 알림이 떠 있는 액정을 보고 있다.
열어보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열어보면,
은수E 태오야... 태오야...
문자를 바라보는 태오의 얼굴.. 점점 뜨거워지는 눈가... 그러다 분노의
표정으로 바뀌어 간다...
그러다 빠르게 문자를 쓰고 전송하는 태오...
S#10. 은수 원룸 / 밤.
문자를 연다.. 들리는 태오의 목소리..
태오E (단호하고 차갑게) 당신은 나를 사랑한 적이 없어요.
은수, 핸드폰을 들고 있다.. 멍하게....
주르륵 흐르는 눈물... 쓸어내도 계속 흐른다.
S#11. 태오의 방 / 같은 시각.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태오의 뒷모습...이 울고 있다..
어깨가 들썩거린다.....
S#12. 은수 원룸 / 밤.
울던 은수, 손으로 눈물을 쓸어내며... 얼굴... 점차.. 체념으로 바뀌며.... 점점 조용해져 간다....
그리고 천천히 전화기를 덮는다.... 그 모습들 위로,
은수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가 정말로, 나를, 떠났다는 것을..... 그에게서 버려졌다는 것을.... 언제든 손 내밀면, 어디선가 나를 향해 달려오리라고 믿었던, 내 어리석은 오만을....
물끄러미 책상에 놓인 연필깎이를 보는 은수..
연필깎이 (부스러기를 받아내는) 밑받이를 꺼낸다.. 들여다보며..
은수 (혼잣말..).. 요만큼이구나... 겨우...
손 위에 연필 깎은 부스러기를 받아서 다시 들여다보며..
은수 겨우 요만큼이 쌓일 동안... 우리는 사랑을 했구나...
(경과)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은수.
은수 다시 태어나고 싶다.... 나, 아닌 오은수로... (뜸) 그러려면,
모니터에 쓰여진 ‘사직서’ 세 글자를 바라본다.
이어, ‘상기 본인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사직코자 하오니 재가하여 주십시오..’ 적어나가며,
은수 ... 먼저 그만둬야 한다.
S#13. 은수 회사 사장실 / 낮.
사장, 은수의 사직서를 보고 있다.
그 앞에 되도록 당당한 자세로 앉아있는 은수.
사장 흠... 그동안 오대리도 힘들었겠지..
은수 .....
사장 하던 일은 마무리 해야지?
은수 담주까지, 인수인계 마치겠습니다.
S#14. 은수 사무실 / 다른 날 오후.
장미경에게 한창 인수인계 중인 은수.
은수 *** (회사이름) 10주년 기념 사보는 교열 끝냈으니까 바루 인쇄 들어감 되구요.. 보람증권 브로슈어 텍스트는 담주 초에 그쪽 유대리한테 받으심 돼요. 주말에 한번 더 확인전화 하는 거 잊지 마시구요. 알죠? 거기 유대리, 오리발 선순 거~.
장미경 (무지 아쉽다는 듯) 자기~, 정말 그만두는구나아...
은수 (바로 새로 나온 프레시 캣 책자(2호) 들며) 프레시 캣은, (막상 들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그러나 기분 털듯 책자 장미경에게 안기며) 이거 모니터부터 시작하심되구.. 근데, 요번 건 거의 퍼펙트니깐~ (하다가 생각난 듯) 아! (책 다시 받아서 펼치며) 요기, 27페이지, 오타하나 만 빼면.(퍼펙트니깐,) 맘 편히 인사 겸 들르심 (돼요..)
장미경 (말 끊으며) 아~ 싫어~. 요번 거까진 자기가 마무리 해~.
은수 .....
장미경 (나름 애교있게) 오타두 있대며~, 나보고 첨부터 깔구 들어가라고?
거까진 자기가 해라? 응?
은수 ..... (곤란하지만.. 그치만 또... 물끄러미 책을 내려다 보는데...)
장미경 송별횐 어서 한 대? (푼수!) 흡! 간만에 고기 좀 굽겠네에~
S#15. 돈까스 집 / 다음날 점심시간 (마지막 출근날이다)
황부장을 비롯한 서너명의 팀원과 하는 조촐한 송별회.
잔뜩 입 나온 채 돈까스를 썰고 있는 장미경...
장미경 이것두 고기야?
황부장 (딴청) 여기 돈까스는 말이야, 옛날 경양식집 맛이나. 응?
데이트 할 때 먹더언~?
장미경 (작게 궁시렁) 무슨 송별회에 사장님도 안 오시구...
(슬쩍 황부장 쳐다보며) 금 누가 쏘나아~?
황부장 (딴청~) 오대리, 갈 덴 정했고?
은수 (애매하게 미소)
황부장 그래그래, 많이 먹어~.
은수, 말없이 돈까스 먹는데, 김명진, 슬쩍 피클 접시를 밀어준다..
고개 들어, 명진을 보는 은수... 은수, 여유있게, 담담히 웃어준다.
S#16. 거리 / 같은 날 오후.
거리를 걷고 있는 말간 얼굴의 은수...
고요하고 또 고요하다...
S#17. 프레시 캣 앞 골목(혹은 도로) / 같은 날 오후.
영수와 홍이사는 차에 타 있고, 밖에 선 순영이 배웅하고 있다.
영수 (창밖으로 순영에게 당부) 고객 게시판, 하루 두 번은 체크하는 거 잊지 말구, 답변 달기 전에, 미리 확인 할 수 있는 건, 확인 먼저 하구요.
순영 네에~, 걱정마세요.
홍이사 좋은 얼굴로, (흉내) 네에~, 걱정마세요, 할 때 갑시다, 사장니임~.
영수 네에~.
홍이사 (순영에게) 간다!
순영 다녀오세요!
영수의 차 출발한다. 영수 차, 대로로 빠져나가자마자,
은수, (반대 방향에서) 골목으로 들어온다.
아직 마당에 있던 순영 은수를 보고,
순영 어. 오대린님. (은수 목례하면, 바로 손가락 들어 차 나간 방향 가리키며) 보셨어요? (다시) 못보셨어요?
은수 (가리킨 방향 반사적으로 돌아보고, 못 봤다고 고개 저으면)
순영 못 보셨구나아.. 사장님.. 금방 가셨는데~. /
S#18. 프레시 캣 내부 / 오후
순영 (몹시 아쉬워하며) 정말루 그만두시는 거예요?
은수 (밝게) 네. (뜸) 그동안, 고마웠어요, 순영씨.
순영 .. 그만두지 마세요오.. (다시) 그만두지 마시지..
은수 (그냥 미소)...
순영 사장님두 아세요?
은수 (미소) 아니, 모르실 걸요?
순영 아~ 금 진짜, 쫌만 빨리 오시지.... (하다가 혹시 아나싶어) 어, 아시 나? 아세요? 사장님 베트남 출장가신 거?
은수 아뇨. 저야.. 모르죠오.. (다시) 아~, 베트남 가셨구나아...
순영 (너무 안타깝다.. ) 아... 금 진짜 빨리 좀 오시지~...
은수 (애매미소)....
순영 (은수 보다가 불쑥) 저기, (해놓고 조심스러운 얼굴)..
S#19. 가로수 길 / 오후.
거리를 걷는 은수 위로,
순영E ... 저기, 제가 아는 척 하긴 그런데요...
<인서트/ 조금 전 프레시 캣>
순영 - .... 우리 사장님이... 오대린님 좋아하시는데...
(조심스럽게) 아세요?
은수 - (애매하게 웃으며 그냥 무마) 모르는데요? (다시) 에이~.. (‘저 좋 아하는 거’) 아니예요...
걷다가 고개를 드는 은수.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멈춰 선다. 휑하게 내버려진 기분..
은수 곁으로 오가는 사람들.. 다정한 연인들..
그렇게 멈춰 서 있던 은수, 불쑥 가만히 눈을 감더니,
눈 감은 채 걷기 시작한다. (약간 사선으로 걷게 된다)
은수 ....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
열 걸음 쯤 걸었을까, 은수, 눈을 뜨면, 코 앞에 보이는 건,
아담한 소품가게의 유리.
유리 안쪽으로 아기자기한 소품들(약간 오래된 느낌을 주는)이 보인다.
그 가운데, 뚜껑 달린 나침반이 눈에 들어온다.
(닫혀 있어서, 그냥 거울 같기도 하고, 분첩 같기도 하다.)
S#20. 고급 레스토랑 / 늦은 오후.
은수, 들어서면
직원 혼자세요?
은수 (당당하게) 네.
직원, 은수를 테이블로 안내하고 의자를 빼준다.
귀족처럼 당당하게 테이블에 앉는 은수. /
메뉴판을 보고 있는 은수,
은수 .... 오랫동안 나는, 온전히 내 힘으로, 나를 먹여 살렸다...
은수 안심스테이크 주세요. (덧붙여) 하우스 와인도 한잔 주시구요.
직원 고기는 어떻게 익혀드릴까요.
은수 미디엄 웰던.
직원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간다)
은수 ...... 나를 위해, 뭔가를 선물해도 좋을 날...
은수의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아까 본, 나침반. 단추를 누르면 톡! 뚜껑이 열리고 바늘이 파르르
움직이다 어느 방향을 가리키며 선다...
낮침반을 내려다 보는 은수.. 전화가 온다. 받으면,
(유준) 오빠다.
은수 어. 유준아.
전화 안쪽에서 새들어 오는 재인의 목소리, “온수~!! 오지마~! 오지마,
온수~!”
은수, 피식 웃음이 난다.
S#21. 유준의 빌라 / 늦저녁
은수 (유준에게 다짜고짜 무지 억울한 목소리로) 왜애?
유준, 유희, 재인 건배를 하다가 일제히 은수를 돌아보면,
은수 (유준에게) 아니, 왜애?
유희 다짜고짜 뭐가 왜애?
은수 (너무 답답하고 안타까워 말도 더듬는다. 유준에게) 긍까, 아니, 왜!
대체 취직을 왜 하냐구우, 왜!
유준 (은수 반응이 아까부터 재밌던 중) 왜, 난 함 안 되냐?
재인 (은수와 아무 상관없이) 유준아~, 일라서 한 바퀴 돌아봐~
유준, 두 말 없이 일어나서 장난스레 한 바퀴 돈다..
완전 정장으로 쫙 빼입었다.
재인 이야~ 멋찌다아~! 진짜 선생님 같다아~
유준 (냉큼) 그치? 직장인 같지?
유희 근데, 왜 하필 학원강사냐?
유준 (장난기. 뻐긴다) 이게 말이야, 보습학원이 이게 만만한 게 아니다? 정확히, 일곱군 데 만에, 출근하세요~, 하는데 진짜 나 눈물 나는지 알았다. (은수보고 다시) 눈물 나는 지 알았다니까안? 그래두 (흉내) ‘왜애?’
은수 축하한다. (뜸) 근데, 너, 이건 알아야 된다. 직장이란 데가 너~, 사람 잡는데다.
유준 (재밌어서, 놀리듯) 그래? 어구 무서~!
은수 (진지하다) 그래애. 너~, 어쩔땐 진짜 사람을 막 짤수기에 돌려~.
유준 뭐어? 하하하. 짤수기?
은수 (자기 얼굴 가리키고) 봐.
유희 (은수 얼굴에 자기 얼굴 디밀고) 아고. 글구보니 방금 돌린 얼굴이네.
은수 (자긴 진지한데, 놀리니까 유희 얼굴 손으로 밀어 돌리며) 우씨.
유준 (은수에게 담담.. 진지) 시간이 넘 안가... 하루 종일, 혼자서, 이리뒹굴, 저리뒹굴.... 그러다 보면, 백살 먹은 기분이 들어... 아냐? 백살 먹은 기분...? 짤수기두 환영이다! 기꺼이, 대환영!
은수 (물끄러미 보다가, 유준을 향해 스윽, 손바닥을 든다. 영문 모른 채 유준이 손바닥 마주치면) 선수교체. (좌중 집중하면) 나, 오늘부로 백수다. 회사 관뒀다.
재인 진짜아?
유희 (예상했던 듯) 결국 저질렀구나.
은수 응. (심드렁히 손가락 V 그리며) 히이~. (기분 확 전환하듯) 어쨌든 오늘은 즐겨야겠지? (유준에게) 백살 먹은 기분! 거, 뭔지 내가 함 보께! (만세!) 이야~! 나, 낼부터 회사 안 간다아!
S#22. 은수네 집/아침. (백수 첫날 몽타쥬)
시계의 초침이, 알람을 울리지 않는 채 6시 40분을 지나간다.
번쩍 눈을 뜨는 은수, 휘적휘적 욕실로 걸어간다, 눈도 못 뜨고 자동으로 걸어놓은 수건 벗겨 머리에 두르고 칫솔물고 좌변기에 앉자마자, 돌연 엥? 하는 표정.
은수 (머리 수건 풀며) 모야아~.. 왜 일어나아~ /
침대에 누워 눈 꼭 감고 있는 은수.
자는 듯싶더니, 다시 눈을 번쩍 뜨고,
은수 자, 자! 왜 안자니. 자, 푹, 자! /
아침 드라마 보며, 아침 대용으로 두부를 먹는 은수...
드라마에 이입한 듯 혀를 끌끌끌 찬다.. /
오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뒹굴 거리는 은수 /
저녁 뉴스를 보는 은수.. /
시그널에 이어, 하루를 마치는 애국가가 나오는 텔레비전 화면..
은수 (허탈.. 혼잣말 궁시렁) 이렇게 하루가 가나? /
다음날 아침. 다시 6시 40분을 지나가는 초침.
눈을 번쩍 뜨는 은수.. 눈 뜨자 마자 벌떡 일어나 앉으며,
“이이이 씨이~”
은수 (이씨..와 겹치며) ..... 백 살 먹은 기분을 아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시체같이 가만히 누워있는 은수....
그러다 태오의 종이 눈에 들어온다..
천천히 일어나 문 앞으로 가서, 종을 보는 은수... 떼어낸다.. /
(경과)
작은 상자에 담기는 태오의 선물들.. 팝업카드, 연필깎이, (그 아래 태오가 흘리고 갔을 법한 물건, 스킨이나 그런 것이 몇 개 더 있음 좋겠고) 그리고 제일 위에 종을 놓고, 상자를 닫는다..
닫힌 상자의 뚜껑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는 은수...
전화가 온다. 액정에 ‘오빠’
S#23. 분당 은수네 집/ 오전.
엄마를 마주하고 오빠와 나란히 앉은 은수.
오빠의 종용하는 얼굴을 묵묵히 받고 있는 엄마의 얼굴..
오빠 이만하면 엄마 힘든 거 알아들었으니까, 고만 합시다.
엄마 눈을 스쳐가는 실망..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
오빠 알아들었다구요... 우리가 잘 하께. 그니까 고만해요. (은수를 툭 치며, 너두 거들라는 종용)
엄마, 오빠의 시선따라 은수에게 시선을 준다.. 은수,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엄마 (그런 은수를 보다가) 회사는, 왜 안갔어.
오빠 아, 월차래~. 딴소리 하지 말구.. 응? 알았으니까 그만 하시라구요..
엄마 (오빠에게 시선을 주며, 담담히) 내가 나 알아달라고 이러는 거 같니?
오빠 그럼 뭔데. 엄마, 지호가 보구, 지호 에미가 봐요..
엄마 니들 나, 안 알아줘도 돼. (일어서며) 고만들 가.. (방으로 들어간다)
오빠, 은수에게 마구 종용하는 얼굴.. 은수,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간다./
안방. 엄마 앞에 앉는 은수.
한참을 말이 없다가,
은수 엄마,
엄마 (보면)
은수 (전혀 찌르는 거 아니다. 진심으로)... 나한테.. 하구 싶은 말.. 없어요?
엄마 (은수를 본다... 가늠하듯.. 그러다 알 수 없는 희미한 미소..)
은수 엄마, 난... 난, 엄마.. (말하기 어렵지만) 엄마가.. (엄마가 보면, 다시)그냥 있었음 좋겠어~.. (침 삼키고..) 아는데.. 다 아는데.. 그래두 엄마가.... 엄마가, 아빠 좀 봐주면 안 될까..?
엄마 (보다가.. 미소.. 쓸쓸한... ).. 그만 ..가아... 오랜만에 휴간데..
가서 놀아..
은수 (엄마를 본다...)
S#24. 거리 / 같은 날 낮. (흐리면 더 좋고)
은수, 거리를 걷는다.. 착잡하다...
어떤 아이의 “엄마” 소리에 고개를 들고 앞을 보는 은수.
꼬마 여자애가 신에 흙이 들어갔는지, 엄마가 쪼그려 앉아 아이의 신을 털어서 다시 신겨주고 있다. 쪼그려 앉은 엄마의 어깨를 짚고 서있던 아이, 엄마가 신겨주는 신을 신고 다시 길을 간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돌아보는 은수 위로..
은수 내가 아니라면,.... 엄마는 누구에게.. 당신의 삶을 이해받을 수 있을까....
S#25. 찻집 / 같은 날 낮. (흐리다가 비)
은수, 테이블 위에 팔을 괴고 앉아있다...
팔 괸 채.. 팔꿈치를 양쪽으로 벌리며, 찍익 팔을 테이블에 붙인다.
접은 팔위에 얼굴을 누인다..
창밖이 보인다..
그렇게 얼굴을 누이고 있는 은수의 눈에서 아무런 찡그림도 없이,
이유도 없이.. 맑게 흘러나온 눈물 한줄기...
창밖으로 비가 오기 시작한다.....
S#26. 프레시 캣 / 같은 시각, 비오기 시작한 오전.
영수, 사무실로 들어서면(베트남에서 돌아온 첫 출근), 책상 위에 놓인 프레시 캣 2호가 보인다. 다가가 가만히 드는데,
순영 (문간으로 오며) 아우~, 비가 오네. (영수에게) 기자들, 2분이면 도착한대요. (하다가 영수 얼굴 보고) 에~, 얼굴, 넘 많이 타셨다~..... 인터뷰 함 사진두 찍으셔야되는데..
영수 (웃으면)
순영 (영수 손에 들린 잡지를 보고) 사장님, (영수가 보면 조심스레) 모르시죠... 오대린님 프렌즈 그만두셨는데.
영수 (조금 놀랐겠지만.. 순영에게 들키진 않는.. 그런 작은 반응)....그래요?
순영 네에.. (밖에서 사람 들어오는 소리 들리자) 어? 왔나부다. (밖으로 나간 순영의 목소리 들린다) 안녕하세요? 이쪽에 계세요...
영수, 물끄러미 잡지 내려다 보다, 곧 문간을 향해 손님 맞을 준비.
곧 기자로 보이는 두 사람 (그 중 하나는 카메라 들었다)이 들어온다.
CEO답게 인사하는 영수.
S#27. 거리 / 같은 날 비오는 오후.
(편의점에서 산) 비닐 우산을 쓰고, 길을 걷는 은수.
마주 오는 커플, 한 우산을 같이 받고 있다..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붉은 색 우산을 남자가 들고..
여자 (우산대 남자 쪽으로 좀 밀며) 에이~.. 자기, 다 젖는다..
커플 지나가면, 가볍게 한번 돌아보게 되는 은수.. (아마 영수 생각이 나겠지?)
S#28. 프레시 캣 / 비오는 오후.
사진 찍는 영수. (영수 뒤로 벽에 붙은 은수 사진이 작게 보여도 좋다.)
어색하지만, 잘 한다... /
입구. 기자들과 악수하는 영수. 기자들 가고.. /
다시 방으로 들어오는 영수..
책상에 앉아, 프레시 캣 잡지를 내려다 본다....
S#29. 채소가게가 있는 길 / 다른 날 오전.
편한 복장으로 장을 보러 나온 은수...
채소가게 앞을 지나는데,
아줌마off 이 우거지 얼마야? (은수, ‘우거지’ 소리에 멈칫)
주인녀 삼천원만 내. 사천원에 팔든 거야.
은수, 소리 난 쪽을 훽 돌아보면,
비닐에 담기는 시커먼 우거지가 보인다..
은수 (멍~ 혼잣말) 우거지.....
주인녀 아가씨두 우거지(줘)?
은수 (반사적으로 정신 차리며)에? 우거지요?
S#30. 찻집 / 오후
안이사와 마주 앉은 은수..
안이사 은수의 눈치를 흘끗.
은수 이사님..
안이사 (왠지 초초한 기색) 그래 오대리..
은수 (좀 미안하지만) 우거지 월드 편집장은....
제가 적임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안아사 (보다가 돌연 얼굴에 화색이 돌며) 그래?! (다시) 그래그래. 그래두 중견 업체에 다니던 오대리가 우리같은 구멍가게루 올 수야 없지.. 이해해, 이해하지, 그럼~. 내가 욕심이 과했던 거야~
은수 (물끄러미 본다.. 갈 마음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나오니 또 참..)
안이사 (찔끔. 다시 왠지 구구하게) 오대리야 오란데 많잖아? 우리 오대리가 얼마나 유능한데! 우거지에서 ??긴 아깝지이! 그럼그럼! (하다가 여전히 물끄러미 보는 은수를 보더니, 하는 수 없다. 솔직해진다) 실은, 오대리~ 내가, 아주 집사람한테 혼쭐이 났어~. 아직 가게 오픈두 안했는데, 무슨 잡지냐구우~.... 저기.. 오대리~, 이해하지?
은수 (보다보니 조금 귀엽다. 흔쾌히) 그럼요. 이해하구말구요.
안이사 아하하하, 오대리가 그렇게 말해주니, 어허허허, 내맘이 편하네~. 오대리! 나중에 시간되면 후리랜서루, 응? 후리랜서루 우거지 월드두 쫌 봐 줘어? 응?
은수 네에.
S#31. 아카데미 건물 밖 구석 / 같은날 오후.
뿌~한 얼굴로 걸터앉은 유희와 찬석.
유희 걱정했다니..... 좀 우습네...
찬석 .... 아무 일 없는 거 알았으니까, 됐어. (뜸) 갈게. (일어선다)
유희 왜. 약이라두 먹었을까봐?
찬석 (조금 강하고 무섭게 돌아본다)
유희 (시선 확실히 받고) 나 제주도에서 돌아와서, 보름이야... 선배, 나 보름 만에 찾아온 거야.
찬석 ....
유희 걱정을 하긴 한 거야? 숨어있었던 거 아니구?
찬석 (같이 강하게 보다가, 돌연 대치를 풀고) .......미안하다.
유희 (빽!) 아! 듣기 싫어! (버럭버럭.. 그러나 마음이 무너진다) 얼마나 더 들어야 돼, 그 말! 도망치구 미안해하구 도망치구 미안해하구... 왜 맨날 나한테 미안해해야 되는 건데!
찬석 .... /
건물 앞에 서 있는 피자가게 스쿠터. 화이바를 쓴 청년이 유희와 찬석 쪽을 보고 있다. 시선둔 채로, 스쿠터 잠그고 내린다.
건물 쪽으로 들어가며, 화이바를 벗어 드는데, 김지욱이다./
유희 (담담하게) .... 그만두자, 우리.
S#32. 재인의 집 / 같은 날 오후
재인, 물건들을 정리하는 중인지 어수선한 거실에 앉아있다.
CD들 잔뜩 쌓아놓고, 들고 있는 씨디 케이스 덮고, 조심조심 비닐을 씌우더니, 손 탁탁 털며,
재인 (혼잣말.. 왠지 신났다..) 다 했다!
꼬소한 얼굴로, 이백장쯤 되는 씨디들 다시 씨디장에 얌전히 넣는데..
벨소리 딩동!
재인 (누군지 아는지) 어! 나가! /
(경과) 재인, 은수 앞에 커피잔 내려 놓고 앉는다.
은수 (어지러운 집안 둘러보며) 정신없구나..
재인 거의 다 했어. 포장이사 불렀으니깐, 이따 악세서리랑 구두랑 뭐 그런 거만 따루 싸면 돼.
은수 으응..(끄덕끄덕)
재인 갖고 온건 다 가져가래... 이젠 중고 다 된 가구들만 이구 나가란 소리야. 패물두 다 놓구가래.. (생각하니 웃긴지) 하. 그러면서, 우리 쪽 예단한 건 말두 안 끄낸다.. (반지 내려다 보고 아쉬운 듯)
얠... 어떻게 보내...
은수 (보다가) 근데에... 그게.. 끼구는 싶어?
재인 (물끄러미.. 못내 섭섭해서..) 사람이 죄지... 반지가 무슨 죄야... 흐엉... (하다가 눈치보듯) 그래두 빼~?
은수 (웃음난다) 해. 해. 그냥 해. (하다가 여전한 재인의 모습이 예뻤던지 진심으로) 재인아.. 나는 이대로의 너가 참 좋으다.
재인 진짜? (감동) ...고마워.. (뜸.. 집 꼴 둘러보며) 히이~....이건 완전, 몸에다 돈 감아서 퀵으로 부쳤다가, 돈만 띠구 몸은 반품된 꼴인데..... 내가 나 스스로를 그렇게 무시했단 생각을 하면, 진짜.. 어처구니가 없다... (은수가 보면) 그치만.. 이젠 나두, 나를 사랑해볼라구.....
은수 (보다가..) 아구우... (토닥토닥 하듯) 이뻐.
재인 (히이~ 웃고는 근처에 있는 앨범 들고) 이건, 버려야겠지?
은수 응? (결혼 앨범 열며) 버려? (들추다 친구들과 같이 단체사진을 본다.)
은수, 눈에 태오와 나란히 선 자기가 보인다..
물끄러미 아주 물끄러미 보다가...
은수 (혼잣말) ... 없는 지 알았는데....
재인 뭐가?
은수 .... 태오랑 찍은 사진... 하나두 없는 지 알았거든..
재인 .... 가질래?
은수 응? ..... (그러다 고개 젓는다)..
재인 그래, 갖지마. 봐라? 이 사진 이상하다?
여기 있는 커풀은 죄다 깨졌다?
은수 (보다가..) ...유희넨 아니지..... (하다가 덧붙인다) 아직..
재인 (‘아직’이라는 말에) 거봐~, 걔네두 다 됐어... 곧이야, 곧.
S#33. 뮤지컬 아카데미 / 같은 시각
유희, 아카데미 복도를 걷는데, 지욱과 마주친다.
유희는 지욱을 보지도 않고 지나가는데,
지욱 아~, 웬만함 남녀사님이 봐주지~, 남자들 원래 그래요~.
유희 (무섭게 쳐다본다. 완전 쌩하게) 까불지마라.
지욱 (무안~)
S#34. 재인의 신혼집 / 같은 날 오후.
은수 (유리로 된 장식품이나 비싼 그릇 같은 걸 비닐 뽁뽁이에 싸다가)
뽁뽁이 모자르다.
재인 (구두들 정리하다) 그래? (일어서 현관으로 가며) 신문지루 하지 뭐.
재인, 한 번도 펴 보지 않은 신문 일주일치를 고대로 들고 온다.
은수 신문이 왜 다 쌔 거야.
재인 어우! 골치 아프게 내가 무슨 신문? 그 사람이 보든 거야. (제일 위에 있던 썬데이 펴서 그릇 싸다가, 패션 정보에 눈이 간다)
오.. 이 옷 이쁘다~, 그치? 요즘 신문은 재밌구나아~?
재인, 일 멈춘 채 다음 페이지 넘기는데,
은수 눈에 확 들어오는 영수의 사진.
은수 (뚝.) 어.
재인 왜? (은수 시선 닿은 데를 보면)
김영수를 인터뷰한 기사다.
‘제9회 서울 환경대상, 유통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프레시 캣 대표이사 김영수.’
재인 (따라읽는다) 김..영수? 프레시..캐 (허걱!) 어! 김영수? 어! 그! 그그그그김영수?
은수 (멍~)
재인 왓!!! 디따게 잘생겼따아! (은수, 철썩 때리고) 와! 씨! 너!
일케 멋진 남자를 차버렸단 말야?
은수 차..버리긴..
재인 (호들갑스럽게 계속) 와! 인게 무슨 아저씨야! 우와! 진짜, 서른 여덟으루 안보인다~ 와~ 진짜, 멋찌다! 와! 와! (그러다 물끄러미 김영수 사진을 보는 은수를 보다) 야! 씨! 다시 잡어어!
은수 잡기느은..
재인 우씨! 인제 꼬맹이두 없구만.. (하다가) 왜 인제 너가 별루래?
은수 ....(애매하게..)
재인 설마 너가 맘 없는 거야? 왜. 그르케 스테레오야?
은수 ..... (고개 젓는다)...아니이..
재인 그럼.
은수 나 집에 갈래... (일어서면)
재인 너, 맘 있다! 그치? (가방 드는 은수를 당겨 주저앉히며) 앉어~,
어딜 도망가아~!
은수, 재인을 비 맞은 강아지같은 얼굴로 본다.... /
S#35. 프레시 캣 / 같은 오후
영수, 장미경과 다음 호, 기획안을 상의하고 있다.
장미경 뭐니 뭐니해두, 특집은 다이어트루 가야돼요, 왜냐! 여름은 노출의
계절! 모든 여자들의 화두가 다이어트 거든요....
영수, 장미경의 열띤 프리젠테이션을 들으며.. 은수 생각이 나겠지?
S#36. 재인의 신혼집 / 같은 오후.
은수, 문자판을 연채 핸드폰을 들고 있다.
재인, 단단히 종용하는 얼굴로 버티고 앉아있다.
은수 못 하겠어.... (폴더 덮는다)
재인 (달려들 듯) 못하긴, 열어!
은수 ....맞아? ... (다시, 열긴 했으나... ) 뭐라그러라구...
재인 (보다가 속터지는 지) 어우.. 이..!
하다가, 돌연 전화기 뺏어, 문자를 자기가 찍는다.
은수, 놀라서 “하지마, 안돼! 안돼! 이리 줘!” 하는데, 재인, 요리조리 피해, 이미 전송하고, 폴더 탁 덮고는.. 돌려준다.
은수 (허겁지겁 핸드폰 받으며) 아... 씨! 내가 미쳐어!
재인 (큰소리 빵빵 장담! ‘연락’) 와! 와! 기다려봐!
은수 오긴!(걱정.. 핸드폰 열며) 대체 뭐라 그런 거야아..!
S#37. 프레시 캣 / 같은 오후.
장미경, 인사하고 나가고,
영수, 전화기를 연다. 문자를 보낸 사람 이름.. ‘오은수’가 떠 있는 액정.
천천히 열면,
은수E (대뜸) 함 보구 싶어요.
영수, 얼굴 좀 의아해진다... 영수의 시선 따라 글자들 따라 가면,
‘함 보구 싶어요.... (뒤에 붙은 이모티콘) *♥^^♥*
S#38. 재인의 신혼집 / 같은 오후.
(보낸 문자함에서) 같은 문자를 보고 있는 은수. 죽고 싶다, 정말.
은수 (분통! 으아아아!!!) 보구싶긴! 아... 진짜... 하트는 또 뭐야, 하트느은!! 이런 걸 막 느면 어뜩해애!!
재인 (쑥 들어가서).... 습관이 돼서.. 나두 모르게..... 미야안...
은수 (정말 미치겠다.. ) 으아아......
재인 (쑥 들어가서) 근데, 답..이.. 없네... 넌테... 진짜.. 맘이 없나보네.. (은수가 너무 어쩔 줄 몰라하니까) 줘! 줘! 다시 함 되잖아!
은수 뭐라구.
재인 은수 친구 미친년이었다구..
재인, 진짜 핸드폰 뺏어 찍으려하고, 은수는 됐다고 도로 뺐으려하고..
잠깐 실랑이... 그때 울리는 전화벨!
액정에 찍힌, 김영수!
은수, 하악!! 화들짝!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그런 느낌....
재인, ‘받어받어’ 그런 느낌... 은수, 그러다 눈 질끈 감고...
은수 여보..세요..?
(영수) 네, 저예요. 잘 지냈어요?
은수 ... (쑥 기어들어가서)... 네에..
(영수) 내일, 시간 어떠세요?
은수 네? (다시) 네... 괜찮아요..
(영수) 그럼 모퉁이에서 만날까요?
은수 네? 모퉁이요?
S#39. 까페 ‘모퉁이’. (부암동 분위기면 좋겠다) / 오후.
간판 ‘까페 모퉁이’...를 올려다 보고 있는 은수.
조금 긴장돼 보인다.. 입구에서 옷 가지런히 하고 안으로 들어선다.
S#40. 까페 모퉁이 / 오후.
은수, 들어서면, 멀리 뒷모습으로 앉아있는 영수가 보인다.
은수, 생각보다 더 가슴이 철렁하다...
그 뒷모습에 반응하는 은수... 그렇게 선채로 보고만 있다....
텔레파시일까.. 돌아보는 영수... 은수를 보고 천천히 일어선다... .
은수 안녕하셨어요.
영수 네. 오랜만이예요.
은수 네.. /
(경과) 테이블에 놓인 커피잔.
은수 진짜, 모퉁이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영수 ....(미소) 네.. 저두, 얼마 전에 알았어요.
잠시 뜸... 어색..
은수 놀라셨죠.. (영수가 보면) 불쑥.. (그래서..)
영수 (특유의 애매하고 작은 끄덕임...) ...그보단, 회사 그만두셨대서.. 좀, 놀랐어요... (뜸) 아닌 줄은 알면서두.. 혹시라두.. 제가 불편하게 해드려서.. 그런가... 잠깐.. 그런 생각두 들구..
은수 (화들짝) 아. 아니예요~, 그런 거. (다시) 그냥, 그렇게 된 거예요.. 여러가지루..
영수 (은수의 화들짝에 작은 미소) 네~.. 알아요.. 그냥 잠깐이요, 잠깐, 그런 생각이 든 거예요.. 잠깐.
또 잠시 뜸... 어색..
은수 베트남은 잘 다녀오셨어요?
영수 네....
또 뜸.. 어색..
영수 ... 어쨌든.. 반갑네요... 다시, 뵈서...
은수 네... 저두요...
뜸 또 어색.. 그러다,
영수 저기,
은수 (보면)
영수 (생각하니 재밌기도 한데, 또 조심스러우니까) 그, 문자요..
은수씨가 보낸 거 맞아요?
은수 (긴장. 반사적으로) 네?
영수 ... 아, 아니예요. 그냥.. (미소) 누가 장난친 건가 했어요...
은수씨 같지 않아서..
은수 ...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대다가 그냥)... 맞아요... (다시) 맞긴 맞아요... 제가 보낸 거....... (하다가 조금 돌발적으로) 궁금한 게 있어요. (뜸) 그래서.. 잊으셨어요?
영수 ....?
은수 그러셨잖아요... 저 문을 나서는 순간, 고마운 마음까지 다 잊겠다구.. 그러니까 미안한 마음두 다 잊으라구... 근데요, 뭔가를 잊는다는 게.. 원하든 원하지 않든.. 뭔가를 잊는다는 게... 그게.....
영수 되냐구요?
은수 네.
영수 (은수를 본다.)..... 때가 있는 거 같아요... 그럴 수두 있구.. 아닐 수두 있지만.. 그래질 수 있는 때를 기다리는 거 같아요... 맘을 괴롭게 하는 것이든.. 아프게 하는 것이든... 화가 나는 것이든... 그리운 것이든...... (뜸) 그러다 보면, 어떤 날엔... 잊으면 안 되는 것까지두 잊은 듯이 살게 되는... 그런 때요...
영수와 은수, 서로를 본다..
S#41. 까페 ‘모퉁이’ 앞 & 영수의 차안. / 오후.
까페 앞. 은수와 영수 인사하고, 영수는 차에 오른다..
영수의 차 천천히 출발한다..
그 모습을 잠시 보고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는 은수..
열 걸음 쯤 걸었을까.. 돌아보는 은수.. 멀어지는 영수의 차가 보인다..
그 위로,
은수 알고 있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고독 또한 함께 시작된다는 것을.... 그.. 한없이 달콤하고도 쓰디쓴 맛을... 장밋빛 열기 속에 가려진... 검은 구멍을.........., (전화를 드는 은수.. 3초쯤 망설이다가) 그치만... (건다.. 빠르게..)/
차 안.
영수, 전화를 받는다.
영수 여보세요?
은수 영수씨.
은수 ... 우리는 또다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
영수 ........? (길가에 차를 세운다...)
은수 (겨우 겨우) 만약에... 만약에..., 영수씨를 만나는 게.., 더 이상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면...., 그렇담....
영수 ......?
은수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영수 (모든 표정 사라진다....)....
은수 .......(입이 바싹바싹 마르는 느낌....)
영수 (모든 게 그쳤던 얼굴에 가만히 작은 설레임 일며)....네..
서서히 긴장이 풀리며, 마치 자기 앞에 선 영수를 바라보는 듯한 은수의 얼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