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바보 엄마
“홀로 있고자 하는 욕구는 자신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는 건강한 사람의 능력이다.” 라고 말한 심리학자 매슬로의 말처럼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고독을 가져야 합니다. 고독의 시간은 나를 마주할 수 있는 힘을 키웁니다.
그다지 부산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적적하지도 않게 설을 맞고 보냈습니다. 어른이 안 계신 자리에서는 쓸쓸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제는 성인이 된 아들 둘과 남편과 차례를 지냈습니다. 한해 무탈하게 보내고 한 자리에 모여서 얼굴을 마주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조금은 쑥스럽지만, 아들의 세배를 받고 덕담과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이 대견하고 든든했습니다. 본인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가면서 즐겁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큰아들이 다시 올라갑니다, 며칠 집에서 있었지만, 오랜만에 고향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다시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이해되었습니다. 그때 우리도 그랬으니까요. 어쩌면 지금이 좋을 때라는 생각을 합니다. 결혼하고 나면 지금처럼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 다 때가 있고 지금은 친구가 좋을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술에 절어서 수면 부족으로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한 아들을 보면서 조금은 서운함도 들지만, 어서 올라가서 편안히 쉬라고 했습니다. 이제 아들은 여기가 아니고 하남이 자기 집입니다.
캐리어를 끌고 동대구역으로 걸어가는 아들이 이제 다 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부부만 남은 한가로운 시간입니다. 역 앞에는 설을 보내고 올라가는 사람들도 북적거렸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설 풍경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풍경이요. 잘 가라고 손을 흔들고 어서 들어가라고 인사하는 풍경이 참으로 따스합니다. 설에는 부모님 뵙고 아쉬움과 짠한 마음을 안고 돌아오곤 했는데 지금 우리는 검정 코트를 입고 머리는 연예인처럼 멋지게 한 잘생긴 아들을 배웅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들이 제일 잘생겼다’ 아들 바보 엄마는 아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 엄마가 그랬듯이.
- 2024년2월1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