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제 블로그에 한번 언급했었던 것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인 감상이 위의 것과는 조금 달라서 다시 한번 정리해봅니다.
아, 그리고 이 글은 단순 광고성 멘트가 아니라 정말 소감에 가깝고.. 네타바레도 섞일듯 하니
하울을 보신 후에 읽으실 것을 권하고 싶네요 ^^;;
개인적으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과 이번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대한 감상은 참 애매하다고 밖에 할말이 없는데..
굳이 말하자면 "와- 음악은 좋네-" 라는 정도.
사실 그 두 애니메이션을 그냥 봤을때는 S급이라고 하긴 좀 애매하지만
A급이라고 하기엔 그닥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각본이 조금 우주스럽지만 =_=;; )
하지만 그 두 작품이 오히려 더욱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미야자키 하야오' 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미야자키 씨 작품의 큰 특징들이라면 무엇을 꼽을까요.
안티 디즈니.
동화적인 영상과 내용.
동양적인 판타지.
미야카지 씨 특유의 메시지.
개인적으론 이러한 것들이 아닐까 싶네요.
미야자키 씨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보여주는 동화적인 영상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겠고
그런 영상을 더욱 뒷받침 해주었던 것은 작품 전반에 깔린 그 분만의 사상적인 부분이라고 하겠는데..
바로 반전과 환경 친화적인 메시지이지 않을까 싶네요.
(자본의 논리, 그리고 오리지널리티가 없는 디즈니에 반대했던 것도 나름대로의 사상적인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만 'ㅅ' )
그럼 조금 다른 얘기로 넘어가서, 90년대 말.
스튜디오 지브리는 반 디즈니의 일환인지 아시다시피 애니메이션 회사치고는 꽤나 소규모인 편이며, 오로지 극장판만을 제작한다고 스스로 말하는 곳입니다.
또한 감독층도 꽤나 얇은 편으로, 미야자키 씨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죠.
하지만 미야자키 씨도 나이는 어떻게 해볼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귀를 기울이면'을 제작한 콘도 요시후미라는 장래성있는 감독이 나타났던 고로 그에게 후사를 맡기고 은퇴를 결심합니다.
그리고 내놓은 작품이 '원령공주' 인데..
여기서부터 미야자키 씨의 메시지에 조금 변화가 생깁니다.
굉장히 이례적으로 '환경과 과학문명의 조화와 타협' 을 얘기하기 시작하죠.
종전까지의 작품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나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과학문명을 꽤나 부정해왔던 분께서 은퇴에 이르러 갑작스레 말하는 타협은 조금 뜬금없다, 라는 느낌이었고,
영상적인 부분에서도 수작업을 고집해오다가 갑작스레 디지털의 비율을 급격히 올리고, 프레임을 늘려 마치 '디즈니 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것 또한 '타협' 의 느낌을 지울수 없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뭐, 그래도 은퇴작, 이라는 이유로 마지막에 힘을 좀 넣었던게 아닐까, 라는 정도로 납득해볼 정도의 수준이라고 봅니다만..
그 이후 지브리에는 큰 사건이 발생하죠.
콘도 요시후미의 돌연사.
아까 말했듯 지브리는 오로지 극장판만을 제작하기 때문에 부담이 매우 큽니다.
한 작품이라도 흥행에 실패해서는 회사가 유지될수가 없는 구조죠.
그래서 '미야자키' 라는 타이틀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구요.
때문에 후사를 맡긴 콘도 씨의 사망은 지브리 전체의 위기로 닥쳐올수 밖에 없는 상황.
미야자키 씨는 결국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복귀를 하게 됩니다.
(물론 이전부터 원로원으로 들어가 작품 활동은 해나갈 것이라고 하긴 했습니다만, 체력적인 문제로 이전같은 작품 활동은 무리, 라고 했기에 이 '센과 치히로'가 나오게 되는 것에는 콘도 씨의 죽음이 직결되었다고 볼수 밖에 없죠.)
그리고 여기서부터 미야자키 씨의 작품에 극렬한 변화가 와버렸습니다.
이 부분은 '하울'을 이야기하면서 같이 언급해보죠 ^^;;
...개인적으론 딱 이랬고, 이런 소감이 나오게 된 것은 '하울'이 '센과 치히로'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럼 왜 '하울'의 소감은 이렇게 되었느냐.
바로 '각본'의 문제가 매우 큽니다.
다들 보면서 생각하셨겠습니다만, 하울의 각본은 개연성따윈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날려버렸다고 밖에 볼수가 없죠.
가볍게 언급을 해보자면,
- 하울은 왜 소피에게 반했는가.
- 허수아비가 갑작스레 소피의 키스를 받고 이웃나라 왕자로 변하는 건 개그!?
- 하울의 스승이 전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울이 보통 인간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소피를 만나고 하울이 심장을 되찾는 건 모두 그녀의 치밀한 계획??
...라는 정도일까요.
뭐, 가장 크게 보이는 대표적인 세가지 입니다만. 그 외에도 어색한 부분은 많이 있겠죠.
또한 각본 상에서 커다란 의문점의 하나는..
"...이 작품의 주제는 뭐지?"
라는 겁니다.
사실 이부분이 그닥 중요하지 않을수도 있겠죠.
나베신은 아니메는 아니메로 봐! 라고 외치며 엑셀 사가를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하울'을 제작한 사람은 '미야자키' 씨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작품은 B급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던 미야자키 씨만의 메시지, 사상. 어느 것도 들어가지 않아버렸죠.
특히,
"나는 여태껏 도망가기만 했어. 하지만.. 이젠 지킬 것이 생겼으니까 싸워야해."
...라는 미칠듯한 대사가 나와버리는 것은 미야자키 씨의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오히려 상반되어 버립니다.
(영화관에서 이 장면을 보던 커플들은 꽤나 좋아했더라는 후문도 있습니다만;; )
그럼 왜 이렇게 미야자키 씨의 작품들이 변질되었을까, 라는 부분은 고민의 여지가 많습니다.
(사실 본인이 뭐라고 언급하지 않은 이상은 뭐라고 단정지을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ㅅ=;; )
하지만 이것은 한번 생각되어야 할듯 싶네요.
바로 '지브리의 위기'입니다.
콘도 요시후미의 사망
미야자키 씨의 노쇠화(!?)
물론 '고양이의 보은'을 만든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긴 했습니다만, 아직 인정을 받기엔 무리가 있는 듯하고..
(아직 고양이의 보은을 안봐서 뭐라 말하기 힘들긴 합니다만.)
지브리의 미래는 사실 밝다고 보기 힘들죠.
그런 상황에서 미야자키 씨는 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때문에 '수작업'을 엄청나게 고집하시던 미야자키 옹께서 '센과 치히로'에 이르러선 3D까지 사용하시고.. 갈수록 디지털의 비중을 높여나가십니다.
스케일도 커지고, 담으려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늘어납니다.
때문에 작품에 들어가는 자본도 커지죠.
('센과 치히로'의 배급은 무려 '디즈니'가 맡았습니다.)
시나리오 적인 완성도는 떨어지고, 영상적인 완성도는 비약적으로 올라갑니다.
...이건 미야자키 옹께서 과거 항상 비판하시던 그 '디즈니'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도 보입니다만.
단순한 오버적인 해석일까요?
단적으로 '센과 치히로'와 '하울'은 아무런 '미야자키 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보고나서 고민의 여지조차 던져주지 않죠.
그건 더이상 '미야자키 적인 색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의 작품의 매력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센과 치히로'에서 느꼈던 실망이 '하울'에서 절망으로 완성되는 구도- 랄까.
흥행성을 쫓아가는 느낌이 너무 심하게 나는 복귀 이후의 미야자키 씨의 작품은 여전히 좋게 봐지진 않네요.
앞으로의 지브리가 얼마만큼 지브리다움을 유지할수 있을지 조금 많은 의문을 들게 하는 작품이 이번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라고 봅니다.
....라는 것이 개인적인 소감이었습니다만,
뭐, 사실 메시지 적인 부분에 그닥 집중하지는 않는 스타일이라면 크게 신경쓸 이유는 없을 듯 하네요.
각본보다는 영상적인 부분을 많이 보는 분이라면 꽤나 만족할수도 있다고 보구요.
어떤 의미에선 훨씬 대중성을 띄고있다고도 할수 있겠습니다만.
'하울'에서 좋았던 부분은 소녀들의 성장, 이랄까요.
미야자키 씨는 아마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싶네요. 대부분의 이런 류의 작품들이 소년 위주의 남성주의적인 코드를 내제하고 있는 반면, 미야자키 씨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에서도 그렇고 '원령공주'에서도 그렇고 여성의 성장과 활약을 많이 그려옵니다.
'하울' 에서도 마법사는 하울이지만 정작 성장을 하고 변화의 계기가 되고 더 강해지는 존재는 주인공인 소피죠.
첫댓글 오옷. 정말로 간만에 덧글이군요.. 허나. 아직 하울을 안 봤으므로 읽지는. ㅠ_ㅠ;;
저는 커플이아닌 남자 둘이었으므로 그 미칠듯한 대사에 정말 돌아버렸지요;; 처음보고 한번 더봤을때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