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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격주로 〈정치왜그래?〉에 출연합니다(코너명 ‘박지원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 박 전 원장은 4선 국회의원,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등 정치의 자리를 두루 경험한 한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입니다. 박 전 원장과 함께 정치 현안을 두루, 또 깊이 톺아봅니다. 해당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을 확인하기 원하시는 분들은 방송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시사IN 유튜브 〈정치왜그래?〉(매주 화요일 저녁 7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장일호 기자
■ 대담 : 박지원 전 국정원장
3월21일 〈시사IN〉 유튜브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오른쪽).ⓒ정치왜그래
“한일관계 방치하면 대통령 책무 저버리는 것? 국민과 자존심과 역사를 저버린 회담”
“윤석열 대통령 역사관 식민사관 아닌지 의심스러워”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나갈 때마다 갈등의 불씨를 만들어 와”
“김대중-오부치‘ 선언 승계가 아니라 파기한 것... 입에 담지 말았으면”
“독도 영유권, ‘위안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등 청구서 계속 도착할 것”
“회담 내용이 군사 기밀인가? 무조건 믿으라고 하지 말고 당시 상황과 사실 밝혀야”
“김대중정치학교 수강 신청한 노태우 아들과 비교되는 전두환 일가... 오직 ‘돈’밖에 몰라”
■ 진행자 / 오늘 기분 좋은 일이 있으셨다고요.
■ 박지원 / 전직 국회의원 단체인 대한민국헌정회 신임회장에 정대철 전 국회의원이 선출됐어요. 처음으로 민주당계 인사가 회장이 된 거예요. 이번에 선거 보면서 제가 느낀 게 있어요. 선거는 우선 후보가 좋아야 한다, 또 단합해야 한다. 민주당도 지금 단결할 때에요. 윤석열 대통령이 저런 굴욕외교를 하고, 김기현 대표도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비명’이니 ‘친명’이니 하며 싸울, 그럴 때가 아니죠. 내가 해봐서 아는데(웃음).
■ 진행자 / 정대철 전 의원이 또 윤석열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다고 들었어요.
■ 박지원 / 많이 친하죠. 100번은 술을 같이 마셨을 거예요. 술 하니까, 일본 언론에 오늘 그 얘기가 나왔잖아요.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이 건배를 하면서 술을 다 마셔 깜짝 놀랐다”고. 제가 깜짝 놀랐어요, 정말. 이게 정상 간 외교를 한 건지, 그냥 갖다 바친 건지. 술을 얼마나 마셨으면...
■ 진행자 / 3월21일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국무회의의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생중계했어요. 한일정상회담 비판 여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걸로 풀이되는데요.
■ 박지원 /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를 방치하면 대통령 책무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잖아요. 방치도 나쁘지만 이렇게 굴욕외교를 하면,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자존심을, 역사를 버리는 것이에요. 버렸어요. 보세요. 사방에서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게, 특히 해외 순방 나갈 때마다 갈등의 불씨를 자꾸 집어넣고 있어요.
■ 진행자 / 제가 이번 한일정상회담 한 줄로 평가해달라고 부탁드렸었는데...
■ 박지원 / 평가 할 게 뭐 있어요.
■ 진행자 / 평가할 가치도 없다?
■ 박지원 / 저도 일본 정치인들 만나면 폭탄주 많이 해요. 일본 정치인들은 한국에서 폭탄주 대접을 받지 않으면 진정한 친구가 아닌 것으로 알더라고요. 대통령이 거기 가서 얼마나 마셨으면 일본 총리가 깜짝 놀랐다고 해요. 깜놀 정상회담이에요. 씁쓸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월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연합뉴스
■ 진행자 / 방일 기간은 1박2일인데, 굉장히 여러 청구서들이 도착하고 있어요.
■ 박지원 / 왜 자꾸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승계하겠다고 하냐고요. 이건 승계가 아니라 파기에요. 제발, 플리즈, (언급) 하지 마세요. 오부치 총리는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한다,’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도 미래로 가자고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기시다 총리는 ‘김대중-오부치’ 자체를 언급조차 안했어요. 이걸 어째서 우리한테 유리하게 해석을 하냐고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더니, 그 대통령에 그 대통령실이에요. 누가 이정도로 해가지고 올 걸로 알았겠어요. 벌써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하라고 오잖아요.
■ 진행자 / 일본 언론에서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위안부’ 합의 문제도 이야기 나눴다고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잖아요.
■ 박지원 / 윤석열 대통령은 ‘독도는 우리 땅’ 노래도 모르는 모양이에요. 가장 중요한 화이트리스트도 해결 안 됐어요.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일단 다 주고 빈손으로 온거죠.
■ 진행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3월21일 국회에 출석해서 이렇게 말했어요. “일본 말을 믿냐, 한국 정부 말을 믿냐.”
■ 박지원 / 우리 정부를, 언론을 믿어야죠. 그런데 일본이 계속 청구서를 날릴 거에요, 보세요.
■ 진행자 / 그 생각도 나더라고요. 기억하시겠지만 2008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총리 만난 자리에서 “일본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명기하겠다”라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 기다려달라”라고 한 것이 일본에 보도됐을 때 정부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결국 사실로 밝혀졌잖아요. 박진 장관 말을 듣는 데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 박지원 /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확 올라가고, 우리 대통령은 딱 떨어졌어요. 일본이 녹록한 나라가 아닙니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아무소리 안 한 걸 가지고 일본이 인정한 거 아니냐고 나올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 정부 안 믿는다고 하면 또 고발하거나...
■ 진행자 / 압수수색 할 수 있어요(웃음).
■ 박지원 / 아, 글쎄. 그러면 내가 불쌍해질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 진행자 /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YTN 인터뷰도 좀 주의 깊게 봐야 할 거 같은데요. “일본과 비공개로 협의하면서 우리 결정을 알렸더니 사실 일본이 깜짝 놀랐다. 한국 국내 정치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일본은 학수고대하던 해법이다”라고 반응했다는 걸 직접 이야기했잖아요.
■ 박지원 / 정말 깜놀 정상회담이라니까요. G7 초청 받으려고 강제동원 문제 과감하게 던져버릴 거 같다고는 했지만, 자기 걸 던지던지. 이건 나라와 민족을 던지는 거예요.
■ 진행자 / 김대중 대통령이 생전 이런 말씀 하셨어요. “국내정치는 실수하면 고치면 되는데 외교 실패는 돌이킬 수가 없다.”
■ 박지원 / 이번에 게이오대학에서 연설하면서 식민 지배에 적극 찬동했던 오카쿠라 덴신의 ‘용기는 생명의 열쇠’를 인용했다는 거 아니에요? 왜 꼭 저런 사람만 인용을 하고 얘기를 하냐는 거죠.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관이 굉장히 의심스러워요. 식민사관이죠. 보통 문제가 아니에요.
윤석열 대통령이 3월17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 진행자 / 외교 문제가 또 결국 경제 문제와도 다 연결이 돼 있는 거잖아요.
■ 박지원 / 경제를, 외교를, 남북관계를, 민주주의를 잘 풀어나가기 위해서라도 정치를 잘해야 하는 거예요. 제가 수차례 이야기 했습니다만, 김대중 대통령은 오부치 총리랑 회담 전에 국회의원들 중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일본통’이라는 사람들 다 모시고 가서 함께 얘기 했어요.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 어땠어요? 야당에 설명 한 번 했습니까? 이재명 대표 만나기 싫다고 하면 박홍근 원내대표라도 만나서 설명을 했어야죠. 회담 끝나고라도 여야 대표들 불러서 설명해야 하는데, 그냥 아무 얘기를 안 해버리죠.
■ 진행자 / 여당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제발 좀 식민지 콤플렉스 벗어나자” 이런 말씀을 하시잖아요.
■ 박지원 / 앞으로 한 번 보세요. NHK가 허튼 걸 보도하는 언론사가 아닙니다. 저는 지켜보고 있어요. 일본은 독도 문제든 ‘위안부’ 문제든 우리가 침묵했기 때문에 인정한거라고 나올 수 있어요. 그걸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분명히 회담 당시 상황과 사실을 밝혀줘야 해요.
■ 진행자 / 대통령실에서 “근거 없는 일본 측 보도에 유감을 표시했다”라고 말하긴 했어요. 그럼에도 회담에서 오간 정상 간 대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 박지원 / 무슨 군사 기밀입니까. 아니 독도 문제하고 ‘위안부’ 문제를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못할 이유가 뭐 있어요. 강제동원 문제처럼 그냥 깜짝 놀라게 양보했던지 무슨 사단이 있었으니까 그렇지. 그냥 무조건 믿으라고 하면 돼요?
■ 진행자 / 두 번째 주제는 ‘전두환 손자의 폭로가 드러낸 것’인데요. 손자 전우원씨가 SNS와 언론을 통해 계속 폭로를 이어갔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 박지원 / 우리 불행한 역사가 아직도 청산되지 못해서, 전두환씨가 고인이 됐는데도 또 밝혀지는구나. 그것도 자기 손자에 의해서 밝혀지는구나. 그 손자가 현재 처한 여러 상황을 보니까 참 애석하더라고요. 돈을 아무리 많이 남기면 뭐해요. 저렇게 죄를 남겼는데.
■ 진행자 / 전우원씨 주장에 따르면 사저에 근무하는 가정부, 경호원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서 비자금 통로로 활용했다는 건데. 현재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이 한 922억 원 정도 된다고 해요. 현행법상으로는 당사자가 죽었기 때문에 환수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망 후에도 몰수하고 추징할 수 있는 법이 현재 국회 법사위에 3년 째 계류 중이라고 해요. 애초에 왜 절반 정도 밖에 환수하지 못했는지 좀 답답하긴 해요.
■ 박지원 / 노태우씨는 거의 다 하셨어요. 전두환씨는 기술이 참 좋았던가 봐요. 은닉을 굉장히 철저하게 했는데. 제가 전우원씨 아빠, 전재용씨를 잘 알아요. 저하고 같이 감옥에 있었어요.
■ 진행자 / 여러모로 전두환 일가와 인연이 깊으시네요.
■ 박지원 / 그러니까. 아주 키도 크고, 건장하고, 감옥에서 아주 성실하게 살더라고요. 운동을 열심히 했어. 내가 불러서 “너 좀 잘해라” 그랬죠. 감옥 사는 처지끼리 서로 격려하는 거죠.
■ 진행자 / 정치를 전두환씨 동생 전경환씨 통해서 시작하셨어요.
■ 박지원 /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 뉴욕한인회장, 미주 지역 총연합회장을 할 때였는데. 전경환씨하고 저하고 나이가 같아요. 그때 아마 경호실에 있었던가 그랬어요. 전두환씨가 당시 미국 방문했을 때 제가 환영위원장 같은 것도 하고 그랬어요. 1983년에 워싱턴 망명 중이던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고 완전 바뀌었죠.
■ 진행자 / 1998년에 김대중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 원장님이 전두환씨 의전 담당이었다면서요?
■ 박지원 / 전두환씨도 이순자씨도 저한테 늘 그랬어요. 김대중 대통령 집권 5년간 당신들이 편했다고.
■ 진행자 / 2009년에 전두환씨가 김대중 대통령 병문안 와서도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김대중 대통령이 현직에 계실 때 전직들이 행복했다.”
■ 박지원 / 당시에 김대중 대통령은 중환자실에 별도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누가 면회를 오면 직접 못 만나고 저나 이희호 여사가 만났어요. 전직들이 오면 제가 비서실장이니까 배웅을 해야 하는데 다 사진이 찍혀가지고 나오니까 곤란했죠. ‘전두환 따라다니면서 저러고 있다’는 소리도 듣고. 김영삼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뵙지도 못했는데 내려와서 기자들한테 “나하고 김대중하고 화해했다” 이렇게 얘기해버려요. 그런데 제가 옆에서 “화해 안 했습니다” 할 수가 없잖아요(웃음). 김영삼 대통령은 그러지, 전두환씨는 웃고 나가면서 “김대중 때가 제일 좋았다”이러지... 김대중 대통령이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해서, 저는 그 뜻에 따르려고 애썼어요.
2002년 10월7일 청와대에서 만난 전두환씨(맨 왼쪽), 김대중 당시 대통령, 노태우씨.ⓒ청와대사진기자단
■ 진행자 / 그럼에도 전두환씨는 끝내 아무것도 사과하지 않았어요.
■ 박지원 / 그래서 노태우와 전두환 사후 평가가 다른 거예요. 노태우 대통령 아들 노재현 변호사는 5.18 관련해서 거듭 애도를 표하고 사과했잖아요. 국립묘지도 참배하고요. 이번에 ‘김대중정치학교’가 4기 수강생을 모집해요. 김대중정치학교는 김대중 정신, 철학, 정책을 계승하기 위해 공부하는 모임이거든요? 노재현 변호사가 거기도 등록을 했다고 해요. 그런 것만 봐도 전두환씨 제자분들이랑 비교가 되죠. 전두환 일가는 온리 ‘돈’밖에 모르는 거 아니에요?
■ 진행자 / 김대중 대통령은 전두환씨를 사면하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국 이뤄지지 않았어요.
■ 박지원 / 노태우, 전두환씨 측에서는 단순히 사면 만이 아니라 복권을 계속 요구했어요.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고 싶다는 거죠. 그것만큼은 단호하게 하지 않았어요.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이는 있을 수 없다고 했고, 끝내 안했죠.
■ 진행자 / 결국은 역사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왜곡과 선동도 계속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는 걸 반대한다고 하면서 “표 얻으려면 조상묘도 파는 게 정치인이다”라고 했고요.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북한개입설을 아직도 주장해요.
■ 박지원 / 지금 한일관계를 보더라도 양국의 극우 정치인들은 역사왜곡으로 말썽을 일으켜서 표를 얻어요. 그런 전략일 수도 있지만, 말이 안 되는 거죠.
■ 진행자 / 마지막으로 인사해주세요.
■ 박지원 / 제가 국정원장에서 짤렸을 때 주위 사람만이 아니라 상당한 사람들이 민주당에 복당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면 기소 당하지 않는다고. 또 방송에 나가지 말라는 조언도 했어요. 그냥 조용히 살라는 거죠. 그래서 제가 그랬죠. 김대중 대통령이 “담벼락을 보고 욕이라도 해라 이것이 행동하는 양심이다” 하셨는데 나는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답게 살겠다고요.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국민을, 민족을 버리는 일이에요. 우리가 저항해서 이걸 고쳐나가도록 눈 크게 뜨고 지켜보자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