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100개 사라진 일본(1990년대) 뒤따라갈 우려
자산 불리기보다는 지키는데 관심
여의도 증권가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한화.동양.KTB,SK증권 등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면서 증권사 전체 임직원수는 4만2802명에서 4만243명으로 2600명 넘게 줄었다.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직원 100여 명을 다른 계열사로 보냈던 삼성증권은 올해 추가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전국 19개 지점을 이달까지 5개로 통폐합할 계획이다.
투자자 이탈에 주식 거래량이 급격히 줄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전체 순이익은 2011년 2조2126억원에서 2012년 1조2408억원, 지난해 -1098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진폐업을 하는 증권사(애플투자증권)도 등장했다. 10여 개 증권사가 매물로 나와 있지만 구체적인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동양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정도다. 업계에선 "이대로 가다간 19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KDB 투자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는 걱정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은 부동산과 주식 시장 거품이 동시에 붕괴되면서 100여 개 증권사가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으로 사라졌다.
투자자의 급속한 노령화와 보수화도 일본을 꼭 빼닮았다. 한국거래소가 조사한 2012년 주식투자 인구 현황을 보면 20대는 평균 1730만원, 30대는 2870만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에 60대 이상은 1억80만원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줄어든다.. 은퇴를 앞두고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자산을 공격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증권이 자사 고객 392명에게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싶은지를 물었더니 94%가 원금보장형 상품이나 주가연계증권(ELS)같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프라이빗뱅킹 업계에선 이미 고수익보다는 '절세'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되면서 자산을 불리기 보다는 있는 돈을 지키는게 목표가 됐다. 월 지급식 ELS나 물가채의 인기가 올라가는 건 이런 맥락이다. 국내에선 수익을 얻기 힘들어지자 해외자산을 찾아나서는 한국판 '와타나베 부인(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인을 일컫는 말)'을 위한 상품도 늘고 있다. 브라질 국채와 위안화 예금이 대표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최순영 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 둔화와 저금리.고령화로 자본시장이 '일본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