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오랜 기다림 끝에 감격적인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기존의 거론되던 많은 우리나라와 세계 거장들을 제치고 참신하고 예측못한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 작가 한강(韓江)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2024. 10. 10 (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수상자 선정 소식을 알리고 한강 작가와 통화한 영상을 공개했다. 한림원과의 통화에서 한강 작가는 "다른 이가 소식을 전해줘서 수상 소식을 알았다"며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노벨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21명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아시아 작가는 단 5명이고 아시아 여성 작가의 수상은 한강 작가가 최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문학상 수상은 우리 한국문학의 큰 성과이다, 아무리 정치권력이 작가를 탄압하고, 사상검증으로 압박해도 인간의 근본적 아름다움과 진리를 추구하는 예술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경우로 기억될 것이다. 한강 작가는 인간의 가장 값지고 보편적인 가치인 전쟁이 아닌 평화, 폭력과 억압에서 해방된 자유,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생명, 그리고 모든 것을 근원적으로 치유하고 온존케하는 인류애와 사랑을 강조한다.
우리는 민족의 쾌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의 의미를 다음 같이 나름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강의 주요 작품들은 동시대 사람들의 삶의 역사를 주제로 한다. 주요 외신이 한국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작품 세계의 배경이 된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현대사도 조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강과 2016년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가 어린 시절 광주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을 보며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관점을 형성했고, 작품에도 반영됐다고 전했다. "한강은 2014년 작품 '소년이 온다'(영어판 제목: Human Acts)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급습하는 장면을 그렸고, 사람들이 부상당한 시위대에게 헌혈하려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을 기억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역사의 현장에 등장하는 인간의 잔인함과 그 힘에 눌려 보이진 않는듯하나 면면히 흐르는 엄숙함과 숭고한 인간 정신을 강조한다.
둘째, 한강 작품의 주제는 늘 생명의 존중과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피어난 인간 존엄과 구체성을 조용한 언어로 낮고 잔잔하나 치열하게 묘사하고 끝까지 주제를 놓지 않는 단단함이 있다. 한강 작가의 소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 존엄과 예술의 가치를 새롭게 한다.
셋째, 작품은 늘 가장 고통 받고 서러운 사람들의 서사를 모티브로 진행된다. 주인공들은 극한의 고독과 외로움과 함께하며 묵묵히 삶의 길을 걸어간다. 그 길은 실로 슬프고 고되고 고단한 날들이다.
넷째, 주인공들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인간의 본연의 자유를 향해 한 걸음씩 걸어 나간다. 거기 난관과 어려움과 심지어 죽음이 있을지라도 자유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 주인공이 육식을 거부하는 깊은 심연에는 폭력과 파괴의 기제들을 거부하며 온전한 내면의 자유를 추구하며, 더 나아가 어쩌면 여성의 자유, 소수의 자유, 인간의 근원적 자유를 옹골차게 자기 방식으로 추구하고 있다.
다섯째, 작가는 궁극적으로 사랑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어쩌면 지난한 몸짓으로 사랑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다. 그 사랑은 연애하는 남녀의 사랑같이 달콤하고 보다 순간적이기 보다 질기고 기다리며 견디어 내는 혼곤한 호흡이며 혼란한 꿈자리며 잊지 못하는 오브리비언(oblivion)의 상실이다. 사랑의 마지막 표지는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며, 내 마음에 붙들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강의 탁월한 작품과 노벨상 수상의 역사적 큰 의미에도 불구하고 근래 우리사회에서 비정상적인 진영화로 정치, 경제는 물론 역사, 문화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문학사에서 그리고 우리 정신사에서 역사적인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하여 소아적 진영논리와 파당적, 지역적 극우 논리로 수상을 폄훼하는 주장과 이를 일부 매체들이 양산하는 모양은 아름답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4.3을 폄훼하는 글들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한강 작가의 주요 작품인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한강 작가에 노벨문학상을 수상 이유를 평가한 바 있다.
인간의 생명과 자유 그리고 부당함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고통과 아픔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개인의 사건에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와 인류애를 진솔하고 감동의 한국어로 표현한 세기적 작품들을 폄훼하는 사람들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인류 보편의 양심과 인류애에 감동을 새롭게 한 작품들에 블랙리스트로, 유해 금지 도서로 묶는 우리의 정치여건의 협량함에 슬픔과 아직 선진화 되지 못한 우리의 민낯을 보게 되어 아쉽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반대를 위한 역 로비를 한 세계노벨상 역사에 없는 부끄러운 단면을 다시 보는듯한 동시대인으로서 부끄러움을 갖게 된다는 주변 이야기도 귀담아 볼 일이다.
한강의 작품을 번역 출간한 영국 출판사의 사이먼 프로서 출판디렉터는 "한강은 탁월한 아름다움과 명확성으로 쓴 글을 통해 잔인한 행위와 사랑의 행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종(species)인 인간이란 존재가 과연 어떤 의미인가라는 고통스러운 질문에 흔들리지 않고 맞선다"라고 소개했다. 우리 시대가 세계경제, 세계문화에 쌓아 올린 장대한 노력과 탁월한 성과로 그리고 탁월한 작가의 고통과 오랜 기다림의 열매로 이룬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고, 우리 모두의 자랑과 기쁨으로, 크고 열린 마음으로 더 높이 더 멀리 나르는 새로운 출발로 삼을 때가 아닌가? 우리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고 본연의 가치인 평화와 인류애는 지역, 이념, 시대를 뛰어 넘어 인간을 고양시키고 역사를 견인하는 힘이 된다.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자유, 생명, 평화 그리고 근원적 가치인 사랑의 실현은 우리 오랜 분단의 한반도에 새로운 빛을 발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