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가볍다
(막10;52)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두 교회가 축구를 했습니다. 아무 것도 걸지 않아 이겨도 그만 저도 그만인, 말 그대로의 친선경기였습니다. 한데 두 팀의 옷차림이 사뭇 달랐습니다. 한 팀은 대충대충 긴 바지에 제멋대로 신발을 신고 어슬렁거렸습니다. 그러나 다른 팀은 하나같이 프로축구선수 못지않은 정규운동복에 축구화 차림입니다. 누가 이겼을까요? 볼 것도 없이 운동할 옷차림을 한 팀입니다. 믿음의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도 놓지 못하고 저것도 버리지 못해 거추장스러워지면 이길 수가 없습니다. 둘러싼 거추장스러운 모든 것을 버려야 합니다. 세상과 나를 버리고, 심지어 예수를 잘 믿는 체 하는 경건의 흉내나 신령한 체 하는 쭉정이 신앙을 버려야 합니다. 십자가는 우리에게 자꾸만 버리라고 요청합니다. 그래야 가벼워진다고 합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아무리 해도 할 수 없는 게 세상에는 적지 않습니다. 이럴 때, 지레 질겁하는 것, 쉽게 포기하는 것은 바보스런 행동입니다. 도리어 살려달라고 기를 쓰며 매달려야 합니다. 터널의 끝을 열어주실 주님이 곁에서 거들어 주실 테니 말입니다.
십자가의 주님. 저희로 거추장스러운 것을 벗게 하소서. 홀가분하게 하소서. 자신을 줄임으로 터널을 가볍게 통과하는 법을 체험으로 알게 하소서. 주님이 거들어주시는 은혜를 힘입게 하소서. 아멘.
[출처] 사순절묵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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