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장순례] 〈62〉진리 바로 알고 믿는 것이 가장 중요
청빈낙도(淸貧樂道) 권장한 ‘대장엄론’
法 모르는 보시는 때로 해악
교훈 내용 담담·소박하게 서술
“신심(信心)이 있으면 악업을 짓지 않게 된다. 모든 공덕은 신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신심은 우리의 마음을 착한 일로 달려가게 한다. 금은보화는 죽을 때 가지고 갈 수 없지만 신심이란 보배는 죽어도 버려지지 않아 영원히 기쁨과 행복을 샘솟게 하는 것이다.”
<대장엄론>에 설해져 있는 이 말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신심이라는 것을 밝혀 놓은 말이다.
<대장엄론>은 <대장엄경론> 혹은 <대장언론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명(馬鳴)이 지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구마라습이 번역하였다. 이 책은 부처님의 전생담과 재세시의 행적, 그리고 선악에 관한 여러 가지 설화가 설해져 있다. 모두 90장으로 되어 있으며 매장마다 내가 ‘옛적에 일찍이 들었다’(我昔曾聞)라는 말로 시작하면서 교훈적인 이야기가 나열된다. 다만 80장 이후부터는 교리적인 설명이 나와 앞의 내용과 그 성격이 다르게 되어 있다. 때문에 이 부분을 후대에 와서 첨가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제10장에는 안빈낙도를 즐기는 거사가 등장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족할 줄 알면 가난하여도 부유한 사람이다. 만족할 줄 모르면 아무리 부자라도 가난한 것이다. 성인의 지혜를 갖춘 사람이야말로 크게 부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또 청빈하게 살 것을 권장하면서 게송을 읊는다. “병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이며, 만족할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이다. 좋은 친구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며, 열반 그것이 가장 즐거운 것이다.”
그는 자신을 가난하다고 비웃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신심으로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도 부럽지 않는 큰 부자라고 말한다.
이 논의 특징은 삼보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면서 재가불자의 생활 규범을 서술하고 건전한 생활을 하여야 한다고 일러준 점이다. 특히 물욕 때문에 부처님 법을 등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였다.
“아무리 많은 재물을 소유하고 의복과 음식이 풍족하더라도 삼보를 믿지 않으면 그런 사람은 가장 가난하고 구차한 사람이다. 부귀한 자들의 창고와 장롱에 아무리 많은 금은보화가 있어도 불과 물과 도적이 그것을 빼앗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만약에 그것을 잃어버렸다고 한다면 명의(名醫)나 양약으로도 고치지 못할 중병을 앓듯이 고뇌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삼보를 믿는 마음을 제일가는 재산으로 삼는다. 이 재산을 빼앗아 가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항상 기쁘고 근심과 걱정, 고통이 없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간명한 말을 한 거사의 입을 통해 말하면서 건전한 신행이야말로 인생의 제일가는 재산이라고 하였다.
이 논은 마명의 또 다른 저서 <불소행찬>과 같이 문학적 가치가 높은 저술로 평가 받는다. 서술방식이 <불소행찬>과 비슷하면서 아름다운 비유와 온갖 인연을 소개, 교훈적인 내용이 담담하고 소박하게 서술되고 있다. 특히 보시를 권장하고 법에 대한 지식이 많아야 한다는 다문행(多聞行)을 강조하며 또 염불의 공덕을 칭찬하고 있다. 아울러 “사람의 마음이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지는 경우는 신심이 가득할 때라 하면서 보시를 할 때도 신심을 가지고 보시를 하라”고 하였다.
그렇게 하면 보시한 사람의 재물이 더 늘어난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부처님의 법을 믿는 마음에서 보시를 하는 것이 믿는 마음 없이 보시하는 것보다 그 결과가 훨씬 낫다는 것이다. 법을 모르고 하는 보시는 때로는 해악이 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법 곧, 진리를 바로 알고 바로 믿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한 것이다.

지안스님/ 조계종 고시위원장
[출처 : 불교신문]
☞'삼장순례' 목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