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정치적인 이유로 계획되고 실행된
의학전문대학원 체제가 결국엔 모두 무너졌다.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를
유지하던 우리대학도 의예과 학생을 선발중이다.
그에 따라 교육과정, 행정조직 뿐만 아니라
많은 변화를 준비하여야 하고 그 중심에 나도 있다.
우리나라 현실에 의전원은 적절치 않았다.
국방의 의무가 있는 나라이고,
교육열이 입시지옥으로 연결되는 나라이고,
빈부격차에 의한 교육불평등이 심한 나라이다.
의전원 체제가 되면서 기형적인 현상들도 나타났다.
일반대학내 의전원 입학이 목표인 학과가 신설되었다.
의전원 입시 전문학원들이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다.
학과와 무관하게 우수한 학생들은 의전원 입시에 매달렸다.
이와같은 정책을 입안한 이들은 모두 그자리에 없었고,
그 자리를 이어받은 이들은 의전원 체제에 대해 몰랐다.
그저 의전원으로 전환하면 얼마를 줄 건지 돈만 헤아렸다.
다시금, 의예과+의학과 6년제로 돌아왔다.
그러나 1986년 내가 다녔던 때의 천국같은 의예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자연대학이나 이과대학 소속이었던 의예과가
이제는 모두 의과대학 소속이 되었다.
이는,
의학과의 과목들 중 일부가 의예과로 내려오는
정당한 이유가 되었고, 유급제도까지 보급되고 있다.
이제는 의예과도 더이상 천국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의과대학 오려고 세상 등지고 살았던 상위 0.1%들에게
바늘구멍만한 의과대학 합격의 기쁨은 잠시이고,
기대하고 기대했던 대학의 낭만이나 자기계발보다는
또다시 의예과에서부터 찬바람부는 '의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밖에 없다.
아무쪼록,
코로나로 인해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버린 현실에서
이를 마주하게 될 새내기들이 의예과에서도
현명하게 생존하는 법을 빨리 익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