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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군(梁山郡) ‘황산강(黃山江)‘ 한문학 1.> 총7편 中
양산군은 경상남도 동남부에 있다. 부산광역시의 북쪽에 위치하며, 시의 동북쪽으로 울산광역시와 남동쪽으로 김해시와 접한다. 산이 많고 경지가 적어 주로 과수재배가 이루어진다. 경부고속도로가 양산천을 따라 남북으로 통과하여 시외지역과의 교통은 원활한 편이다. 취서산 기슭의 통도사는 한국 3보사찰 중의 하나로 유명하다. 인근의 노송 숲길 또한 아름다운 경관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면적 485.434㎢, 인구 301,291명(2015년)이다. 황산강(黃山江)은 김해시∙양산시를 흐르는 낙동강의 옛 명칭이다.
(1) 황산강[黃山江] / 동문선 김극기(金克己 1148~1209)
起餐傳舍曉度江 여관에서 새벽 밥 먹고 강을 건너니
江水渺漫天蒼茫 강물은 아득히 멀고 하늘은 검푸르다
黑風四起立白浪 검은 바람은 사방에서 일어 흰 물결 일으키니
舟與黃山爭低昴 배는 황산과 서로 다투어 낮고 높네.
津人似我履平地 나루터 사람도 나와 같이 평지를 밟는데
一棹漁歌聲短長 외로운 고기잡이 배 노래는 짧았다 길었다 한다
十生九死到前岸 아홉 번 죽었다 열 번 살아나 언덕에 이르니
槐柳陰中村徑荒 느티나무와 버드나무 그늘 속에 촌길이 거치네.
(2) 황산가[黃山歌] / 동문선 정포(鄭誧 1309∼1345)
過雨霏霏濕江樹 지나는 비 부슬부슬 강 나무 젖고
薄雲洩洩凝晴光 얇은 구름 띄엄띄엄 햇빛 머금네
黃山江深不可渡 황산강이 깊으니 건널 수 없어
回望百里雲茫茫 돌아보니 백 리에 구름만 아득하다
江頭兒女美無度 강 머리에 고운 여자
臨流欲濟行彷徨 이 물 건너려고 두리번거리네
鳴鳩乳燕春日暮 우는 비둘기, 새끼 가진 제비, 봄날은 저물고
落花飛絮春風香 낙화와 휘날리는 버들가지 봄바람에 향기롭다
招招舟子來何所 뱃사공 불러보니 어디서 오느냐고
掛帆却下魚山莊 돛 달고 곧 어산장 내려오네.
問之與我同去路 물으니 그 여자 갈 길이 나와 같기에
遂與共坐船中央 드디어 배 복판에 나란히 앉다
也知羅敷自有夫 나부는 스스로 남편 있을 줄 아는데
怪厎笑語何輕狂 웃는 모습, 말씨 왜 그리 가볍고 방정맞은고.
藐然不願黃金贈 황금으로 선물 줄 생각 없고
目送江岸雙鴛鴦 강 언덕에 한 쌍 원앙새를 눈여겨본다.
君乎艤舟我豈留 그대여 배 대어라, 내 어찌 머무르랴
我友政得黃芧岡 내 친구는 진정 황모강에서 기다리니
(3) 황산강 임경대[黃山江臨鏡臺] / 최치원(崔致遠 857~ ?)
煙巒簇簇水溶溶 연무 낀 봉우리 옹긋쫑긋 강물은 넘실넘실
鏡裏人家對碧峯 인가가 산을 마주하고 거울 속에 잠겼어라
何處孤帆飽風去 바람 잔뜩 외로운 돛배 어드메로 가시는고
瞥然飛鳥杳無蹤 새 날아가듯 순식간에 자취 없이 사라졌네.
[주] 임경대(臨鏡臺)는 황산역(현재의 양산시 물금에 위치) 서쪽 절벽 위 낙동강이 가장 잘 조망되는 곳에 있었다.
(4) 양산 관어[梁山觀魚] / 이정(李楨 1512∼1571)
臺上觀魚却兩忘 돈대 위에서 물고기를 구경하니 도리어 나와 물고기 둘 다 잊어버렸는데
綠波深處自洋洋 푸른 파도 깊은 곳이 자연스레 넓고도 넓구나.
昭昭可見流行妙 흘러가는 묘한 이치 뚜렷이 볼 수 있어
潑潑心頭肯助長 마음속이 팔딱팔딱하니 더욱 조장하며 즐겼다.
[주] 관어(觀魚) : 고기 잡는 것을 구경하거나 물고기를 보고 즐기는 일. 주로 대臺에 붙이는 이름이다.
[주2] 발발(潑潑) : 물고기가 물에서 기세 좋게 펄펄 뛰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이다.
(5) 배로 황산강을 거슬러 오르며[舟行 黃山江] / 허적(許? 1563~1641)
秋風江水闊(추풍강수활) 가을바람에 강물은 넓고
落日片帆輕(낙일편범경) 지는 해에 조각배는 가벼운데,
松壑蒼煙密(송학창연밀) 소나무 골짜기에 푸른 연기 짙고
蘆洲白雪明(노주백설명) 갈대 우거진 섬에 흰 눈이 밝구나.
悠悠與誰晤(유유여수오) 하염없이 누구와 인사를 하리
渺渺此孤征(묘묘차고정) 아득한 곳 이렇게 홀로 가노라.
半世五湖願(반세오호원) 반평생 오호에 노닐려던 뜻,
滄波空復情(창파공복정) 창파에 괜스레 다시 정이 겨웁네.
(6) 황산강[黃山江] 梁山地 / 정사룡(鄭士龍 1491∼1570)
曾讀金詩識此江 일찍이 김시습의 시를 읽고 이 강을 아는데
顚風船石日舂撞 광풍에 배 바위가 날로 요동치네.
我今歷險如齋閣 나는 이제 재실에서 빌만큼 위험을 겪으니
八九心胸未肯降 십중팔구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구나.
枌楡餘故社 느릅나무 사이에 옛 사직단의 흔적 있어
來往道爲便 오고가는 길이 편안하다.
沙鳥歡迎客 모래섬의 환영객을 태우려고
村童解刺船 시골아이가 손수 배를 띄워 노를 젓는다.
盡窮山控峽 다만 궁한 산의 골짜기가 높이 솟아있는데
行近海浮天 하늘에 떠있는 가까운 바다로 향한다.
笑傲風濤裏 바람과 큰 물결 속에서 거만하게 웃다가
書生亦太顚 서생(書生)들이 크게 엎드러졌다네.
(7) 임경대[臨鏡臺] 양산지(梁山地) 최치원 선생이 노닐던 곳(崔致遠所遊處) / 정사룡(鄭士龍 1491∼1570)
強討儒仙逝水痕 유선(儒仙)을 찾으려니 흘러가는 강물의 자취만 남았는데
杳然笙鶴已高騫 학이 신선을 태우고 묘연히 높이 솟아올랐다지.
飽風帆去空傳詠 돛단배 바람 가득 안고 가니 허공에 시가(詩歌)가 흩날린다.
誰識衰翁舊案翻 늙은이의 오래된 뜻이 나부낌을 누가 알리오.
[주] 유선(儒仙) : 후일 가야산으로 들어가 신발만 남긴 채 신선이 되었다고 전해서 후인들에게 ‘유선(儒仙)’으로 불린다. 유학에 근거를 두면서도 풍류와 여유를 즐기며 신선의 삶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8) 황산가[黃山歌] 정중부(鄭仲孚)가 울주(蔚州)에서 지은 시에 차운하다./ 이곡(李穀 1298~1351)
憶昔舟過黃山東 옛날에 배 타고 황산 동쪽 지날 적에
朔風吹日寒無光 삭풍에 태양도 빛을 잃고 썰렁했었지
黃山西望三十里 황산 서쪽으로 삼십 리쯤 바라다보면
漁舟出沒江蒼茫 창망한 강 빛 속에 고깃배 출몰하였어라
我行不時行又急 내가 불시에 떠난 데다 또 급히 가다 보니
目斷勝境空彷徨 승경을 아득히 바라보며 공연히 방황했었다오.
聞君出守向江海 듣건대 그대 원님 되어 강해로 향했다고
想像畫戟凝淸香 상상컨대 화극에다 맑은 향기 어렸으리.
送客頻過江上路 손님 보내며 강변길도 자주 지나다니고
尋僧屢到山中莊 스님 찾아 산속 절간도 누차 출입했으리.
黃山之遊最可樂 하지만 황산만큼 즐거운 놀이가 또 있을까
紅粧畫舸江中央 미인 실은 화려한 배 강 복판에 띄우겠지
使君一曲黃山歌 사군이 부른 황산가 한 곡조 들어 보니
使君豪氣仍淸狂 사군의 호탕한 기상 여전히 청광하군그래
人生聚散足哀樂 만났다가 헤어지는 인생은 족히 슬퍼할 일
芙蓉低泣愁鴛鴦 부용 아래 눈물짓는 수심 어린 원앙이여
何當重唱使君曲 하필 호탕한 사군의 노래 거듭 불러서
檀板拍碎黃山岡 단판 소리에 황산 언덕 떠나가게 해서야
[주1] 황산가(黃山歌) : 황산은 경상도 양산군(梁山郡)의 황산강(黃山江)을 가리킨다.
[주2] 정중부(鄭仲孚) : 중부는 정포(鄭誧 : 1309〜1345)의 자이다. 충혜왕(忠惠王) 때에 좌간의대부(左諫議大夫)의 신분으로 내정(內政)을 개혁하려는 상소를 올렸다가 파면을 당하였다. 이때 원나라로 망명하려 한다는 참소를 받고 울주(蔚州)에 유배되었는데, 그곳에서도 장부의 기개를 굽히지 않고서 태연히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주3] 상상컨대……어렸으리 : 고을 수령의 생활을 비유한 표현이다. 화극(畫戟)은 화려하게 색칠한 목창(木槍)으로, 관부(官府)의 문을 지킬 때 병졸들이 쥐고 호위하는 것이다. 중당(中唐)의 시인인 위응물(韋應物)이 군재(郡齋)에서 문사(文士)들과 잔치를 벌이면서 지은 〈군재우중여제문사연집(郡齋雨中與諸文士燕集)〉시에 나오는 “호위하는 병사들의 화려한 창 삼엄도 하고, 편히 쉬는 방에 어렸나니 맑은 그 향기.〔兵衛森畫戟 宴寢凝淸香〕”라는 명구가 회자된다.
[주4] 단판(檀板) : 널빤지를 두드려서 박자를 맞추는 악기 이름이다.
(9) 기 양산수 허겸[寄梁山守許謙] / 이인형(李仁亨 1436~1497)
嶺南窮處是梁山 영남의 궁벽한 곳이 바로 이 양산이라
蕭洒人煙十室殘 쓸쓸한 인가의 연기 열 집이 쇠잔하다
始訝望之三輔去 처음에는 망지가 삼보로 가는가 의심했더니
俄聞宓子一琴閑 조금 뒤에는 복자의 한 거문고가 한가하다 들었다
庾樓明月供寺興 유루의 밝은 달은 시의 흥을 이바지하고
陶徑淸風拂醉顔 도경의 맑은 바람은 취한 얼굴에 떨치리라
一片停雲長在眼 한 조각 머물러 있는 구름이 언제나 눈에 있어
詠歸亭上獨盤桓 읊으면서 정자 위에 돌아와 혼자 서성거리노라
[주1] 망지(望之) : 한 나라 사람 소망지(蕭望之)인데 선제(宣帝) 때에 중앙 정부에 삼보(三輔)의 지방관으로 나갔다.
[주2] 복자(宓子) : 공자의 제자 복자천(宓子賤)이란 사람인데, 선보(單父)라는 지방의 현령으로서 거문고를 타서 백성의 인심을 화평하게 만들었다.
[주3] 유루(庾樓) : 진(晉) 나라의 유량(庾亮)이란 사람인데, 그는 무창(武昌)의 총독으로 있으면서 달밤이면 남루(南樓)에 올라 시를 지었다 한다.
[주4] 도경(陶經) : 도연명(陶淵明)이 자기 집에다 세 길[三逕]을 내고 여름이면 북쪽 창에서 들어오는 맑은 바람에 누워 있노라는 시가 있다.
[주5] 머물러 있는 구름[停雲] : 정운(停雲)이라 함은 벗을 사모하는 정을 이른다.
(10) 양산에서 정보(鄭誧)의 황산가에 차운하다[梁山次韻鄭誧黃山歌] / 남구만(南九萬 1629~1711)
臨鏡臺前桃李樹 임경대 앞의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
點點飛花映波光 점점이 꽃이 날려 물결 빛에 비치누나
佳人拾翠古津渡 옛 나루터에 가인은 푸르름을 줍는데
獨行無伴愁茫茫 짝 없이 외로이 걸어가니 이내 시름 끝이 없네.
南商北旅此中度 남쪽의 상인과 북쪽의 나그네 이 가운데 왕래하니
見此何人不彷徨 이것을 보면 그 누군들 방황하지 않을까
灼灼明粧春未暮 곱디고운 단장은 봄이 아직 저물지 않았고
飄飄羅袂玉生香 휘날리는 비단 소매는 옥에 향기가 생기는 듯
自言奴家第幾所 스스로 말하기를 저의 집은 아무 곳에 있으니
君今欲往何人莊 그대 지금 누구의 장원(莊園)에 가시려 합니까
含辭不盡且將去 말을 머금고 다하지 않은 채 떠나려 하니
氣若幽蘭情未央 향기가 그윽한 난초와 같아 정이 무궁하여라
爾好妖豔誤丈夫 네 요염함을 좋아하면 장부를 그르치니
國風有刺狂童狂 국풍에 광동(狂童)의 미친 짓 풍자한 시 있다오
我探囊中無可贈 내 주머니 속을 더듬었으나 줄 만한 물건 없으니
不學江波野鴛鴦 강 물결에 노니는 원앙새를 배우지 않으리라
臨岐何用惜去留 기로(岐路)에서 어찌 떠나가고 머무름 아까워하랴
催鞭忽過前山岡 채찍을 재촉하며 급히 앞산 등성이를 지나가네.
[주1] 곱디 …… 듯 : 곱게 단장한 여인의 모습이 화사한 봄과 같고, 휘날리는 소매에서는 향기가 피어남을 말한 것이다.
[주2] 국풍(國風)에 …… 있다오 : 국풍은 《시경》의 열국풍(列國風)을 이르며, 광동(狂童)은 미친 짓 하는 아이를 이른다. 《시경》 정풍(鄭風) 건상(褰裳)에, “그대가 진정 나를 그리워할진댄, 치마를 걷어 올리고 진수(溱水)를 건너가겠지만, 그대가 나를 그리워하지 않을진댄, 어찌 다른 남자가 없을쏘냐, 미친 아이가 미쳤구나.〔子惠思我 褰裳涉溱 子不我思 豈無他人 狂童之狂也且〕” 한 내용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주3] 강 물결에 …… 않으리라 : 가인(佳人)을 멀리하여, 암수가 다정하게 노니는 원앙새처럼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 양산군(梁山郡) ‘쌍벽루(雙碧樓)’ 한문학 2.> 총7편 中
경상남도 양산시 북부동에 있는 조선시대의 목조 누각. 옛날에 누 아래에 시내가 흐르고 넓은 면적의 푸른 대나무가 있어 서로 마주하여 푸른빛을 비추고 있어 쌍벽루(雙碧樓)라고 이름하였다 한다. 양산읍성(중앙동) 서문 북편에 위치, 現 양산시법원 서편이다.
쌍벽루는 처음에 벽계(碧溪)로 명명되었다. 고려시대 1381년에 왜구(倭寇)의 침입으로 소실되었으며, 군수 전평원(田平遠)이 중건하여 쌍벽(雙碧)으로 이름을 바꿨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다시 소실되어 홍세충(洪世忠)이 1628년에 옛터 북편에 중건했으나 옛날의 모습과는 달랐다. 1656년에 군수 김왕(金迬)이 중건하고 김시용(金時用)이 기문(記文)하였다. 군수 유정휘(柳挺輝)가 1689년에 중건하였으며, 1792년 윤4월에 군수 창녕 성종인(成種仁)이 기문하였다. 1814년에 군수 신성진(愼性眞)이 기문하였으며, 1845년 2월 군수 한긍인(韓兢人)이 중건 상량문을 남겼다. 쌍벽루는 주변의 산세와 경치가 좋아 이선(李宣)·권근(權近)·김극기(金克己)·김종직(金宗直)·홍귀달(洪貴達)·주세붕(周世鵬)·조식(曺植) 등 많은 학자와 문신들이 방문하여 시를 남긴 곳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권근·김종직·주세붕·조식의 시가가 전한다.
(1) 양산의 쌍벽루에서 차운하다[梁山雙碧樓次韻] / 김종직(金宗直 1431~1492)
波光竹影曲欄邊 물결 빛 대 그림자 굽은 난간 가에 앉아
樽酒留連樂聖賢 술동이 두고 오래 노닐며 성현을 즐기노니
攬景不堪傷往事 좋은 경치 만나매 지난 일 슬퍼할 것 없고
憑危更欲喚飛仙 높은 데 앉으매 다시 신선을 부르고 싶네.
江山許我非生客 강산은 내가 낯선 손이 아님을 허여하는데
軒冕無心有老天 고관들은 저문 해에 관심이 전혀 없구려
向夜月明仍倚柱 달 밝은 밤까지 그대로 기둥 기대 있자니
如轟鐵笛過瑤田 시끄러운 철적 소리가 요전을 지나가누나.
[주] 성현(聖賢) : 청주(淸酒)와 탁주(濁酒)를 이르는 말, 이백(李白)의 독작시(獨酌詩)에 “천지가 이미 술을 좋아하니 술 좋아한 것 하늘에 부끄럽지 않아라 듣건대 청주는 성인에 비유하였고 또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하였네[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 한 데서 온 말이다.
(2) 쌍벽헌즉사[雙碧軒卽事] (在梁山) / 허적(許? 1563~1641)
曉雨未晴雲四垂 새벽녘 비온 후의 흐린 날, 사방의 경계에 구름 드리웠으나
雨晴雲散衆峯奇 비가 개이자 구름 흩어지니 뭇봉우리 기이하다.
風吹溪水倒流去 바람 부니 시냇물이 역류하여 흐르는데
脩竹緣溪碧玉披 시냇가 수죽(脩竹)이 푸른빛 옥(玉)을 걸쳤네.
(3) 양산 쌍벽루[梁山雙碧樓] / 김정국(金正國 1485∼1541)
晴川環遶此君流 맑은 강이 휘돌다 대나무로 번져오니
爽氣常留酷暑秋 상쾌한 기분 항상 머무는 폭서의 가을이네.
行客幾人來翫賞 여행객의 몇 사람이나 완상 하려 왔을까?
題詩摠道解繁愁 모두가 번거로운 근심 벗어 놓고 시를 짓는구나.
歲月如川衮衮流 세월은 강과 같이 끊임없이 흐르고
霜莖種種鬢毛秋 서리 맞은 줄기가 종종 가을의 귀밑머리 흰 터럭같네.
縱然逢着佳山水 설령 아름다운 산수(山水)를 만나더라도
秪覺添愁不減愁 다만 시름이 더할 뿐, 줄어들지는 않는구나.
(4) 차운 양산 쌍벽루[次梁山雙碧樓韻] / 조식(曺植 1501~1572)
綠水靑簹銀箭流(녹수청당은전류) 푸른 물 푸른 대 은살이 되어 흐르고
落來寒葉桂殘秋(낙내한엽계잔추) 나뒹구는 찬 계수나무 잎에 가을이 저문다.
無人醬去良州干(무인장거량주간) 옛 양산군에 술잔 기울이는 이 없으니
滿目歸雲不滿愁(만목귀운불만수) 눈에 가득 돌아가는 구름이야 시름차지도 않네.
[주1] 은전금호(銀箭金壺) : 고대에 시간을 알리는 계기, 금호는 구리로 만드는데 병처럼 생긴 壺속에는 물을 저장하고 있고, 호의 바닥에는 물을 저장하고 있다. 호의 바닥에는 작은 구멍이 있어 물이 똑똑 떨어지게 되어 있다.
[주2] 양주간(良州干) : 양산군(梁山郡)을 일컬음. 신라 때는 삽량주, 고려시대에서는 양주(梁州)라 했다가 밀양(密陽)에 합친 뒤 다시 의춘(宜春)·순정(順正)이라 명명. 조선시대에는 양산군으로 개칭, 선조(宣租) 때에 동래(東萊)에 합쳤다가 다시 나누어 양산군으로 바꾸고 경주진(慶州鎭)에 예속.
(5) 양산 쌍벽헌에서 유숙하며[宿梁山雙碧軒] / 조형도(趙亨道 1567~1637)
碧川一帶孤城下 푸른 시내 일대의 외딴 성 아래,
翠竹千竿小島中 작은 섬 속에는 천 그루 푸른 대나무가 있고
兩色回涵凝欲滴 두 가지 색깔의 물빛이 엉겨 붙으니 빗방울 떨어질 듯,
玉琴淸響入東風 아름다운 거문고의 맑은 소리가 동풍타고 들어오네.
(6) 양산 쌍벽루 차운[次梁山雙碧樓韻[ / 성현(成俔 1439~1504)
朱欄隱映碧溪邊 붉은 난간 은은하게 비추는 푸른 시냇가
粉壁題詩儘世賢 흰 난간에서 시를 짓는데 모두가 세상의 현인이라,
萬里長風資院嘯 만리장풍이 원적(院籍)의 휘파람소리 같아 취하는데
一瓢春酒屬蘇仙 한 바가지 봄 술에 때마침 소동파(蘇東坡)가 되살아난 듯.
波紋晴蹙東西岸 잔물결이 동서 언덕을 따라 반짝반짝 일렁이고
竹影輕搖上下天 대 그림자는 하늘 아래 위로 살랑살랑 흔들린다.
夜久襟期多爽氣 밤이 깊으니 가슴에 품은 회포가 상쾌한 기운과 겹치는데
坐看明月滿瑤田 앉아 바라 본 밝은 달은 고운 동산에 가득 찼네.
[주] 원소(院嘯) : 원적(院籍.210~263)의 휘파람. 원적은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 ‘진서 완적전(阮籍傳)’에 보면 완적은 ‘술을 잘 마시고 휘파람도 길게 불면서 거문고를 잘 탔고 기쁠 때는 그 형체마저도 잊을 정도였다’(嗜酒能嘯善彈琴 當其得意 忽忘形骸. 기주능소선탄금 당기득의 홀망형해) 고 한다.
(7) 조남명(조식)과 더불어 쌍벽루에서 이야기 나누다가 새벽 동틀 무렵에 느끼는 바가 있어 짓는다[期與曹南冥作話雙碧樓 曉征有感] 쌍벽루는 양산에 있다.(樓在梁山) / 이정(李楨 1512~1571)
曉頭山路熹微 이른 새벽 산길이 어둑한데
草際繁霜點衣 풀 섶의 무성한 이슬이 옷을 적시네.
一帶村煙橫抹 일대의 마을 연기는 비껴 덮었고
數聲獨雁南飛 외로운 기러기는 몇 소리 내며 남쪽으로 날아간다.
(8) 양산 쌍벽루[梁山雙碧樓] 二首 / 강혼(姜渾 1464∼1519)
張帆昨日過黃山 어제 돛을 펴고 황산을 지나가는데
遙望危樓紫翠間 멀리 높은 곳에 붉고 푸른 누각이 보인다.
薄暮登臨看絶景 황혼녘에 절경을 보면서 올라가니
一江煙雨暗蒼灣 온 강에는 안개비가 물굽이에 어둑하네.
漁師朝入白蘋洲 어부는 아침에 백빈주(白頻洲)로 들어왔는데
波冷紅鱗懶上鉤 찬 물이라 붉은 물고기 뜨문뜨문 낚인다.
魚少魚多渠不管 물고기 적고 많음을 어찌 상관없다 하리오.
紫薇花下繫扁舟 자미화(紫薇花) 아래 조각배를 밧줄로 매네.
[주1] 백빈주(白頻洲) : ‘흰 마름꽃이 가득 핀 모래섬’을 뜻한다.
[주2] 자미화(紫薇花) : 부처꽃과에 속한 낙엽 소교목, 배롱나무의 꽃. 자주색 꽃이 핀다 하여 '자미화(紫薇花)', 온 집안이 붉은 빛으로 가득하다고 '만당홍(滿堂紅)', 나무줄기를 살살 긁어주면 잎이 파르르 떨린다고 '간지름나무', ‘표피가 미끄럽다고'원숭이 미끄러지는 나무'등 그 화려함만큼이나 이름도 다양하다.
(9) 양산 쌍벽루[梁山雙碧樓] 누각 앞에 배꽃이 피었다(樓前梨花開) / 김극성(金克成 1474~1540).
此君宜着澗溪邊 대나무가 마침 골짜기 시냇가에서 드러났는데
識得襟期有幾賢 가슴 속 회포를 아는 이, 몇 분이나 남았는가?
愧我素非林下相 나는 본디 수풀 아래 정승이 아님이 부끄러워
知渠宿契酒中仙 술의 신선이 되자던 예전 그 약속 이제야 알겠구나.
三吳蓴菜無歸棹 삼오(三吳)의 순채 생각나도 배 타고 돌아갈 수가 없으니
七月梨花問老天 7월 배꽃 보면서 하늘에게 묻는다.
紅蓼白鷗雙釣艇 붉은 여뀌 꽃밭에 갈매기와 낚싯배 한두 척,
種瓜何地不宜田 어느 땅인들 오이를 심지 못하랴.
[주1] 주중선(酒中仙) : 술로 세상일을 잊고 사는 사람. 이백(李白)은 술 한 말에 백 편의 시를 쏟아내고 장안 저자거리 술집에서 잠들기 일쑤며 천자가 불러도 술에 취해 배에 오르지 못하고 스스로 일컫기를 술의 신선(酒中仙)이라 했다.
[주2] 삼오(三吳) : 양자강 하구의 퇴적평야지대를 삼오(三吳)라고 부른다.
(10) 양산 쌍벽정[梁山雙碧亭] 이청(李淸 1483∼1549, 자는 계아(季雅), 경상감사) 차운함[次李相季雅韻] / 황준량(黃俊良 1517∼1563)
桃花飄泊逐春流 복숭아꽃이 나부껴 봄 강물을 쫓아가는데
翠竹猶含萬古秋 푸른 대나무가 오히려 만고의 가을을 품었네.
驅使湖山吟欲老 말을 타고 호수의 산에서 늙어가며 읊으려니
傍人看作范公愁 곁의 사람이 바라보며 나의 수심으로 간주하는구나.
東風吹破晩陰昏 동풍이 불어와 저물녘 어스름 일깨우고
隔水淸林翠羽喧 강물 사이 맑은 숲에 파랑새 지저귄다.
一半光陰行裏盡 세월의 절반을 여행 속에서 보냈는데
歸心還逐嶺雲奔 다시 돌아가고픈 마음에 산마루 구름을 향한다.
(11) 양산 쌍벽루에 올라[登梁山雙碧樓] 김사백 차운(次金斯百韻) / 임상원(任相元 1638~1697 ).
曲島秋聲聚 굽은 섬에 가을바람 소리 모여
長川練影還 끊임없이 익히 그림자 돌며 흐른다.
登臨同紫綬 자수(紫綬) 차고 높은 곳에 올라
坐臥盡靑山 앉았다 누워도 모두가 청산이로세.
雁鶩庭常寂 기러기와 오리는 언제나 뜰에서 조용하고
鷗魚境自閑 갈매기와 물고기는 경계에서 절로 한가로운데
雕欄笑相對 난간의 독수리 웃으며 마주보니
疑在畫圖間 그림 속에 있는 듯하구나.
[주1] 등림(登臨) : 높은 곳에 오르다. 산을 오르고 강을 찾다. 명산대천의 명승지를 유람하다.
[주2] 자수(紫綬) : 조선 시대, 정삼품(正三品) 당상관(堂上官) 이상의 관원이 차던 호패(號牌)에 다는 자줏빛 술. 고관의 별칭. 붉은 색의 인끈.
(12) 양산 쌍벽헌[梁山雙碧軒] 조비중(조익) 차운[次趙棐仲(翊)韻] / 백광훈(玉峯 白光勳 1537~1582). 조익(趙翊 1556~1613 可畦).
一帶長江咽不流 긴 강 일대는 목이 매여 흐르질 않는데
萬竿脩竹又含秋 수많은 수죽 또한 가을을 품었네.
悲吟不耐畦翁句 휴옹(趙翊)의 글귀에 견디지 못해 슬피 읊조린다.
物色看來箇箇愁 물색을 보아하니 모두가 시름이로세.
(13) 양산 쌍벽루[梁山雙碧樓] 현판 시운에 차운(次板上韻) / 황재영(黃在英 1835~1898), 대계유고(大溪遺稿).
海門遙望望無邊 멀리 바라본 해문(海門)은 가없이 망망하고
南國樓臺問孰賢 남쪽 지방 누대(樓臺)는 누가 더 나은지 묻는다.
萬里秋風來作客 만 리 가을바람에 손님이 찾아와
三杯官酒換飛仙 관가의 술 석 잔이 날아다니는 신선으로 변하네.
快哉今日憑欄地 쾌재라~ 오늘 난간에 기댄 곳,
笑殺平生坐井天 우습도다~ 평생 우물 속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았네.
此去蓬萊知不遠 여기에서 봉래산이 멀지 않음은 알겠으나
乘桴直欲訪瑶田 뗏목 타고 곧바로 아름다운 옥토(沃土) 찾아 떠나고 싶어라.
[주] 좌정관천(坐井觀天) : 우물 속에 앉아 하늘을 쳐다본다는 뜻으로, 견문(見聞)이 매우 좁음을 말함. 세상 물정(物情)을 너무 모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