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서 속초로 이동했습니다. 속초는 오랜만이라 무척 설레더군요. 사실 이곳에 대해 아는 거라곤 설악산과 속초해수욕장뿐이라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지 무척 기대가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북쪽에 있는 ‘동명항’이었어요. 설악대교와 금강대교, 수산시장들이 밀집된 지역과 큰 배들이 드나드는 속초항 국제여객터미널을 차례로 지나 동명항에 도착했습니다. 아름다운 해변을 곁에 둔 바다는 많이 봐 왔지만, 항구의 풍경은 여전히 낯설었습니다. 어민들의 삶과 열정이 담긴 장소여서일까요? 특유의 큰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영금정
■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영금정로 43
'영금정'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당연하게도 이곳 꼭대기에 있던 '정자'를 생각했어요. 그러나 정자의 이름이 아닌 이곳 동명동 바닷가에 흩어져 있는 암반지역을 '영금정'이라 합니다. 파도가 석벽에 부딪힐 때 거문고를 타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요. 김정호의 <대동지지>를 비롯한 조선시대 문헌에서는 이곳 일대를 '비선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선녀들이 밤이면 남몰래 하강하여 목욕도 하고, 신비한 음곡조를 읊으며 즐기는 곳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그만큼 이 일대의 경치가 신비한 아름다움을 가졌음을 뜻합니다. [참고 : 속초관광 공식사이트, 영금정 안내문]
'영금정'이란 이름의 유래처럼 이 일대가 거대한 돌산이었는데요. 일제시대 말기에 속초항의 개발로 인해 파괴되어 현재의 모습처럼 넓은 암반으로만 남아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금정 꼭대기의 정자 아래에 또 하나의 정자가 있는데 '영금정 해돋이 정자'라고 합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암반 위에 안정적으로 놓인 정자의 모습이 놀라웠어요. 어떻게 이곳에 정자를 설치할 생각을 했을까요? 이 정자는 동명동 주민들의 기금으로 조성되었으며, 정자를 연결하는 보도교인 '동명해교'는 1998년에 속초시에서 건립하여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으나 시설물의 노후로 인해 철거 후,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축되었다고 합니다. 자연 위에 세워진 인공 건축물이 모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더군요. 덕분에 이곳이 더욱 특별하게 보입니다.
바다 위로 돌출되어 있어 시원한 바람과 파도 소리를 한층 가까이서 느낄 수가 있습니다. 해 뜰 시각엔 이곳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요?
동명항
■ 주소 :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
하얀 속초 등대 전망대와 영금정 아래에는 '동명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배들이 정박하고 있으며 인근에 '속초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있어 큰 배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곳도 영금정 해돋이 정자처럼 일출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뉘엿뉘엿 지고 있는 석양 또한 무척 아름다웠는데요. 따사로운 오후의 빛이 항구를 감싸 안으며 마치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수협동명활어센터
■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영금정로 50
동명항 앞에는 크루즈를 연상시키는 건물, 수협동명활어센터가 있습니다. 속초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활어와 해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1층에 있는 가게에서 원하는 해산물과 회 등을 구입 후, 2층에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수협동명활어센터 1층에는 이렇게 다양한 가게들이 활어와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회는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가락시장 등에서 사 먹은적 밖에 없어서 이곳의 방식이 조금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가게마다 가격이 상이하지만, 대부분 아래의 가게처럼 주인장 추천메뉴로 모듬회 小(2~3인용)는 30,000원, 모듬회 中(3~4인용)은 50,000원, 모듬회 大(4~5인용)는 70,000원, 스페셜 회는 시가(市價)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3~4인이 먹을 수 있는 '모듬회 中(50,000원)'을 선택했습니다. 바구니에 여러 종류의 횟감을 골고루 담아주시는데 우럭과 방어, 또 다른 종류의 생선과 한치, 멍게를 골라 주셨습니다. 이 횟감 바구니와 회를 담을 용기를 주시며 가게 안쪽으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안쪽에는 회를 손질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가락시장에서 회를 구입하면 그 자리에서 회를 뜬 뒤, 초고추장, 각종 야채, 매운탕 재료 등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이 모든 것이 회 구입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10,000원당 1,000원의 활복 비용이 들며, 예를 들어 제가 5만원 어치를 구입했다면 5,000원을 현금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또한 초고초장, 간장, 와사비 등을 별도로 판매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더하니 다소 비싸게 느껴졌어요. 매운탕을 원하면 1인분에 4,000원 지불 후 2층에서 드시면 됩니다.
어머니들은 굉장히 빠르고 터프하게 손질해 주시더군요. 한치회와 멍게는 비닐에 따로 담아 주셨습니다. 대기줄이 길어 긴 기다림 끝에 받은 회는 4인 가족이 충분히 배불리 먹을만큼의 양이었어요.
회도 싱싱했고, 무엇보다 여러 종류를 골고루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바닷바람에 한치 등을 말리고 있는 풍경이 어쩐지 정겨웠습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항구도시의 풍경에 비로소 여행온 것을 실감했어요.
문득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이 아쉽더군요. 하루 동안 고성과 속초를 모두 둘러보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곳을 더 들른 후 숙소로 가기로 했습니다. 다음 장소도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