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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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역 5호선 노선도를 보다 우연히 역 이름이 눈이 꽂혔습니다.
발산, 개화산, 우장산, 까치산, , ,
그것말고도 검두산, 봉재산, 차현산, 탑산, 궁산, 증산, 용왕산, 신정산, 매봉산, 수명산, 안산, 중산 등도 있습니다.
서울 남서부 강서구와 김포시 접경지역은 지대가 낮고 넓은 평야지대인데 말입니다.
문제는 이들 모두 해발 100m 이내의 얕은 산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낮은 산이 오래된 산이요, 조용한 산이 높은 산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오게끔 낮고 조용한 산은 자기를 낮추며 살기에 사람이 찾는 산이 됩니다. 그런 산엔 언덕의 갈참나무나 자귀나무도 마음이 연해 청설모나 족제비를 불러들여 종갓집을 이룹니다.
‘따뜻한 바람을 모아 군불 지피는 / 끝내 고향이 되어버린 아우 같은 산’
산은 정말 이래야 산입니다. 오솔길이 발장난 치고 묵은 꽃향기 수북이 손등처럼 쌓여있는 그런 정겨운 산,
그런 산이기에 낮지만 높고, 조용하지만 우렁찹니다.
이제 우리는 압니다. 진짜 높은 산은 ‘해발 고도가 높은 산’이 아니라
‘높은 덕을 지닌 산'임을.
‘오늘 먹을 걱정에 터벅거리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을 ‘작은 구릉으로 어깨를 굽히고 앉아’ 말없이 품어주는 무려 해발 128m 개화산 같은 산은 그래서 참으로 높은 산입니다.
24.8.26.월.
개화산에서/박철
히말라야를 다녀왔다는 한 사내가
껌을 밟고 섰듯 우렁차게 먼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낮은 산이 더 오래된 산이다
조용한 산이 높은 산이다
눈보라에 이것저것 다 내주고
작은 구릉으로 어깨를 굽히고 앉았으나
부러울 것 없네
손자 손녀도 우습게 매달리고
때론 사이클 탄 이가 우주로 떠오를 듯 달려나가기도 하니
언덕에 섰는 갈참나무나 자귀나무도 마음이 연해
별다른 벌레들 기어들지 않고
청설모며 족제비가 종갓집을 이루는 터
내가 오늘 먹을 걱정에 터벅거리며 산을 내려오자
산은 슬며시 나의 옷깃을 잡으며
곧 볍씨 뿌리는 들판이 될 것이라 귀띔을 한다
따뜻한 바람을 모아 군불 지피는
끝내 고향이 되어버린 아우 같은 산
머리 긁적이며 돌아보니 오솔길은 발장난을 치고
묵은 꽃향기 수북이 손등처럼 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