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심혈관 질환·호흡기 질환·당뇨병 등 다양한 질환의 사망위험을 25%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이정은 교수팀(제1저자 조현정)은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한국인 유전체 역학조사에 참여한 19만2222명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와 각종 질병 사망률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이 커피를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이 교수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3만7281명)를 평균 7.7년, 유전체 역학조사 참여자(15만4941명)를 평균 9.7년간 추적했다.
이 기간 중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 1473명, 유전체 역학조사 참여자 4584명 등 모두 6057명이 숨졌다. 이 교수팀은 이들의 사망과 커피 섭취량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커피 섭취는 심장병·호흡기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커피를 하루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다양한 질환의 사망률이 25% 낮아졌다. 커피를 하루 1∼3잔을 마시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호흡기 질환·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각각 20%, 32%, 47% 감소했다.
이 교수팀은 “커피가 왜 사망률을 낮추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커피에 들어있는 클로로젠산·카페인·트리고넬린·멜라노이딘 등 생리활성물질이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를 내고, 혈당 수치를 개선하는 것이 사망률 감소의 비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양학 분야 국제 학술지 ‘인터내셔날 저널 오브 푸드 사이언시스 앤 뉴트리션(International Journal of Food Sciences and Nutrition)’ 최근호에 실렸다.
✺ 고혈압 심하면 하루 커피 두 잔은 금물… 사망률 높아진다
커피에는 다양한 항산화 물질이 있어서 하루 한두 잔 꾸준히 마시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준을 낮추고, 혈관 내 염증을 줄임으로써 심혈관 기능에 유익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올리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에게서는 원하지 않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다양한 항산화 물질을 갖고 있는 커피/Pixabay
최근 미국심장협회지에 커피가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계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는 40~79세 일본인 1만8609명을 대상으로 했다. 대상자들의 혈압을 측정하고, 커피나 녹차를 하루에 몇 잔씩 마시는지 조사했다. 이후 19년에 걸쳐 추적 관찰하면서 심혈관계 질환에 따른 사망률을 조사했다. 연구 기간 중 총 842명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했다.
혈압이 수축기 160, 이완기 100(mmHg) 이내인 사람은 커피가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수축기 혈압이 160, 이완기가 100 이상인 사람들은 하루에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시는 경우 사망률이 2.05배 높았다. 녹차는 혈압이 160/100 이상인 환자도 사망률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혈압이 아주 높은 경우에는 카페인에 의한 일시적 혈압 상승 효과가 커피 내 항산화 물질의 유익한 효과를 능가함에 따라 사망률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녹차는 카테킨이란 성분이 혈압 강하 효과를 일으켜서 사망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일 커피 한두 잔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혈압이 아주 높다면 커피보다는 녹차를 더 추천한다. 그래도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하루 한 잔 이내를 권한다.
✺ 고종황제가 마시던 ‘가배차(茶)’,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애호가...
커피는 도시의 상징이며, 세련된 현대인의 상징과도 같다. 어느덧 우리네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커피문화, 그 시작은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애호가 고종이었다.
당시에는 가배차라고 불렸던 커피를 접할 수 없는 곳이 거의 없었는데, 정동에 자리한 손탁호텔 1층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공사들, 조선의 개화파 인사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의 커피 역사는 18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말 고종황제가 즐겨 마셨다던 ‘가배차(茶)’가 바로 커피이다. 가배는 커피의 발음을 한자로 음차한 이름인데 일반 사람들은 커피의 쓴맛 때문에 서양에서 온 탕국이라고 해서 ‘양탕국’이라고도 불렀다.
고종이 커피를 처음 만난 시기는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해 있을 당시로 전해진다. 그때 커피 맛에 반한 고종은 1897년 경운궁으로 돌아온 뒤에도 커피를 즐겨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고종에게 커피를 자주 대접한 사람은 바로 앙투아네트 손탁 여사이다. 1885년 주한 러시아공사를 따라 내한해 한국에서 생활한 손탁 여사는 프랑스 출신의 독일인이다. 손탁 여사는 러시아를 통해 커피를 들여 왔는데, 이후 ‘한러밀약’의 중심인물로 활약하는 등 조선독립운동을 전개한 공로가 인정돼 고종황제로부터 한옥을 헐고 지은 양관(서양식 건축물)을 하사받는다.
손탁 여사는 새롭게 지은 양관의 실내장식을 서구풍으로 꾸며 손탁빈관 경영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손탁호텔의 전신이다. 이후 서양식 호텔의 필요성을 느낀 고종황제는 손탁빈관을 헐고 그 자리에 2층 규모의 양옥을 지어 본격적인 서구식 호텔인 손탁호텔을 세워 손탁 여사에게 경영을 맡겼다.
손탁호텔은 지금의 정동에 위치해 왕의 거처였던 덕수궁과 가까웠고 주한 외교관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러시아풍으로 지어진 손탁호텔에는 30개 정도의 객실이 있었는데 2층은 국빈용 객실로 운영됐다. 이후 손탁호텔은 1917년 이화학당에서 사들여 기숙사로 사용했는데, 현재는 그 자리에 ‘이화 100주년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출처: 조선일보 2022년 12월 30일(금) 김소정 기자/ 조선일보 2023년 01월 04일 문화·라이프·건강Culture·Life[Dr. 이은봉의 의학 연구 다이제스트(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글: 문화재청 문화재사랑 편집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손탁호텔』(이순우, 하늘재, 2012)]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