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내 차의 글로브 박스를 뒤져서 전표를 찾았다.
재작년에 미국의 둘째에게 돈을 보냈던 전표.
아이에게 어쩌다 송금을 하려면 영문으로 기록해야 하는 사항이 제법 많다.
그걸 송금할 때마다 새로 쓰려면 나도 창구 직원도 상당히 번거로운데, 전에 송금했던 전표가 있으면 일이 수월하다.
그래서 재작년에 돈을 부치고 그 전표를 잘 둔다고 차의 글로브 박스에 깊이 넣어뒀던 것이다.
나는 워낙 정신머리가 없어서 물건 둔 곳을 몰라 헤매기 일쑤인데,
그 전표는 2년 전에 글로브 박스에 넣어둔 것이 용케 생각이 났고, 오늘 찾아보니 과연 거기 있더라.
게다가 덤으로 우리 카페 명찰도 하나 안쪽에서 나오더라.
카페 모임 나간 횟수는 얼마 안 되면서 명찰은 대여섯 번은 샀던 잃어버리기 선수가 나인데,
명찰 하나 찾아냈으니 도랑 치다가 가재도 확실히 잡았다. ^^
아이에게 정기적으로 송금을 했었다면 SOL통장 등의 우대 통장을 진작에 개설했겠지만,
영국 석사 유학 2년 반, 미국 박사 유학 4년 반 동안 돈을 보낸 일이 다섯 손가락으로 꼽아도 남기에
어쩌다 돈 보낼 일이 있으면 그냥 은행 가서 송금한다.
영국에서 하고 온 석사는 우리 정부에서 선발하는 국비 유학생으로 뽑혀서 학비 전액과 생활비와 항공권까지 받았기에,
졸업 앞두고 발트 3국 여행 가고 싶대서 한국 돈 400만원을 한 번 송금했던 것이 다였다.
지금 하고 있는 미국 박사 과정도 학비 전액 면제에 조교 월급으로 생활비까지 받아 썼으므로 돈 보낼 일이 없었다.
여름에 집에 왔다 가는 항공권도 생활비 절약한 돈으로 자기가 끊어서 온다.
이렇게 제 힘으로만 살다가 어쩌다 쓸 돈이 정 모자랄 때만 SOS를 친다.
가장 최근에 보낸 것이 재작년에 한 번 부친 3천불(현재 환율로 약 438만원)이다.
지난 4년 반 동안 이런 식으로 가끔 미국으로 보낸 총액이 다해봐야 천오백만 원도 안 된다.
진짜 그 비싼 미국 유학을 이렇게 부모 돈 안 쓰고 하고 있으니 고맙기 짝이 없다.
내 친구 중엔 미국에서 자식 공부시키느라 수 억 쓴 친구가 둘이나 있는데..
아이는 이번엔 950불을 보내 달라더니, 다시 계산해보니 1,100불이 필요하단다. ^^
부모 돈을 안 쓰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서, 진짜 진짜 필요한 액수만 어렵사리 부탁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내달라는 액수보다 더 부치면 그것도 싫어하는데..
그래도 1,100불은 아니지.
내일 은행 가서 2,000불 보낼 거다.
2,000불, 한국 돈 300만원 가량이다.
아이는 지금 유학 생활 중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10학기 중에서 9학기가 끝났다.
졸업논문은 완성 단계이고, 논문 쓰는 한편으로 각 대학의 교수 채용 공고를 살피며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 아이 전공은 교수 자리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졸업과 동시에 교수가 되기는 힘들어서 포스트 닥터(박사 후 연구원)으로 가서 1,2년을 더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졸업과 함께 교수로 바로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열심히 노력 중이다.
그래, 너는 글씨를 써라.
부모는 떡을 썰 테니..
새벽마다 남편과 나는 예배당으로 간다.
자식을 위한 기도를 쉴 수가 없다.
하나님께서 아이에게 좋은 길을 열어주실 것을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내가 작년에 아프기 전까지는 새벽예배를 거의 나 혼자 다녔었다.
그런데 홀아비가 될 위기를 겪은 후 남편이 대오각성을 하여,
이젠 하루도 새벽 예배를 거르지 않는 기도의 용사가 됐다.
내가 못가는 날에도 그는 어김 없이 간다.
감사한 일이다. 기도할 힘이 난다!
지금까지 아이의 손을 붙잡고 여기까지 오신 주께서 앞으로의 길도 열어주시고 이끄실 것을 확신하며 더 힘차게 기도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해서 공부는 물론 다방면에 뛰어났던 우리 둘째,
그러나 20대 초반의 성장통이 너무도 극심했고 우울증도 앓았던 내 딸..
먼 길 돌아서 늦다면 늦은 나이에 어려운 공부 하느라 오늘도 고생이지만,
학자와 교수의 길이 적성에 맞는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내 새끼 힘내!
5월에 만나!
네 당부 네 잔소리대로 엄마는 건강 관리에 힘쓸게!
파이팅! 빅토리! 아자! 아자! ^^
따님
학자 교수의 길 응원합니다
따님의
당부대로 올해도 최우선으로
건강 잘 챙기시고요~
작년에 저 아플 때 아이가 이틀간 아무 것도 못 먹고 울며 기도하느라고 살이 2킬로나 빠졌답니다.
엄마가 아프면 자기는 아무 것도 못한다니 저는 건강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뭇별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늘 성실하시고 따뜻하시고 신앙 생활에도 열심이시니 본받고 싶답니다. ^^
모처럼 글을 읽으며
달항아리님 댁이 더 단단해져 가는 과정을 엿봅니다.
그렇습니다.
아픈후로 더 건강해지는 경우 꽤 있고
비온 후가 더 단단해진다는 말도 있고
특히 대기만성의 경우는 그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꾸준히..건강하게..그래서 더 행복한 가정으로 우뚝 서시고
하늘나라로 오르는 영광도 누리시기 바랍니다.
남들 다 있는 사위도 외손도 아직 하나도 없음에 문득 문득 처량해질 때가 있습니다.
남 보라고 사는 것 아니지만 부끄러워질 때도 있고요.
그래도 딸 셋이 몸 건강하고 각자 자기 일 열심히 하니 그것으로 감사하며 삽니다. ^^
가을님의 위로와 격려에 힘을 얻습니다.
올해의 가을이 오면, 우리 애들이 선 자리가 더욱 탄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가을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