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는 아파트의 벽을 허물고
이웃간의 격이 없는 소통의 장소다!
한강변에 물결치는 흰모자, 빨강 셔츠, 하얀바지의 물결...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공자, 논어-
오늘은 남양주파크골프협회 다산1클럽 월례회 날이다. 아침 8시 30분, 한강변 미음구장에 도착하니 흰 모자에 빨강 티셔츠, 하얀 바지를 입은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강변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연습 라운딩하는 동호인들의 움직임이 한강을 가로지르는 사장교와 입체감을 이루며 리듬을 타듯 경쾌하게 다가왔다.
플루리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까운 이웃들이어서 그런지 더욱 정감이 갔다. 남녀 반반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라운딩을 하는 모습이 싱그럽게만 보였다.
클럽장과 총무가 준비한 이름표를 달고, 한근택 프로님을 따라 준비운동을 한 뒤 남자 두 명, 여자 두 명이 한 조를 이루어 라운딩이 시작되었다. 지름 60mm의 공에 집중하며 샷을 하는 동호인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홀인원의 환성과 공이 홀컵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아쉬움의 탄성이 교차하며 플레이를 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은 모르겠다. 어느덧 27홀 경기를 다 돌고 한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성적 발표를 했다.
80 노익장 우승, 경품도 푸짐하게...
남자 1위는 82타를 친 강근석 고문이다. 팔십을 넘은 나이답지 않게 노익장을 과시하며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동안(童顏)으로 변해가는 강 고문이야말로 파크골프 애호가다. 무언가 한곳에 집중하고 삼매경에 젖어 들어간다는 것은 도(道)를 닦는 것과 같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에는 파크골프를 치고 점심 후에는 헬스클럽에 가서 체력을 단련한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를 지나면 밥맛은 꿀맛이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단다. 그는 나이 들어서 파크골프를 만난 것은 인생의 최대의 행운이라고 했다.
파크골프는 60을 전후한 실버세대가 주로 하는 운동이지만, 요즈음은 나이대가 점점 더 젊어져 가고 있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실버 세대는 나이를 잊어버리것처럼 젊게만 보인다. 누가 저 모습을 80 노인이라고 하겠는가? 그만큼 파크골프는 실버세대에게 아주 딱 맛는 운동이다.
여성 1위는 83타를 친 조정호 회원. 의외의 다크호스였다. 1~3위까지 남녀 성적이 거의 비슷했다. 성적을 발표할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우승컵과 메달도 만들어 입상자에게 전달하였는데, 클럽장이 회수하여 다시 써먹는 우승컵과 메달 덕분에 다들 폭소를 터트렸다.
푸짐한 경품도 추천하여 시상하는 이벤트도 있었는데, 필자도 당첨되어 장갑을 선물 받은 행운을 맞이하였다. 회원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찬조하여 경품 이벤트로 선물을 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남에게 베푸는 마음과 작은 선물이라도 한 점 받는 기쁨이야말로 이웃 간에 나누는 참 행복이다.
행사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한 뒤 인근에 소플러스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들며 담소를 나누다 보니 대부분 플루리움 아파트 지척에 살고 있는 이웃들이다. 파크골프를 치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이다. 이렇게 이웃끼리 형님, 동생, 언니를 부르며 화기애애하게 덕담과 대화를 즐겁게 나누는 모습이 너무나 고무적이다. 이게 다 파크골프 덕분이다.
아파트의 벽을 허물어뜨린, 파크골프 월례회, 화기애애힌 소통의 장소
도시인들은 아파트의 벽 하나 사이를 두고 각자 고독한 섬처럼 살아간다. 몇십 년을 살아도 거의 의사소통 한번 없이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겨우 눈인사 정도가 전부인 이웃이 많다.
필자가 플루리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동안 바로 앞집에 네 번이나 이사를 들고 나갔지만 인사 한마디 없이 떠나갔다. 여기에는 물론 나의 책임도 크다. 먼저 손을 내밀고 집으로 초청해서 차라도 한 잔 마시며 다담을 나무거나 밥을 한번 먹었더라면 이렇게 인사 한마디 없이 떠나지는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도시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대부분 사람들은 각자 고독한 섬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플루리움 아파트(옛 부영아파트)는 약 7천 세대가 모여 사는 대단지 아파트다. 시루 속에 들어있는 콩나물처럼 빼꼭하게 밀착하여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서로 모른 채 낯선 이방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시골은 다르다. 나는 연천군에 텃밭을 가꾸며 지낼 수 있는 작은 농막이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대부분 이곳에서 생활한다. 주말에만 오가는 이웃집도 있지만 서너 집은 상주를 하고 있다. 몇 가구 안 되지만 가끔 집에 초청하여 식사도 하고 외식을 하기도 한다. 작업을 하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전화하여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이웃들은 기꺼이 서로 돕고 산다.
우리 집에는 길고양이가 새끼를 4마리나 낳아서 살고 있다. 벌써 10여 년째 거두어 주고 있다. 내가 여행을 가거나 집을 한동안 비울 때는 위 아랫집에서 나 대신 밥을 주러 온다. 이렇게 어려울 때 이웃끼리 서로 사소란 일을 돕고 사는 것이야말로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살맛나는 세상이다.
12년 전 나는 아내와 함께 부탄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부탄은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사람들은 여유가 있고 얼굴에 항상 웃음이 넘쳤으며, 만나는 사람들은 상냥하고 친절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인구 70만 명이 살고 있는 부탄의 1인당 GDP는 3,560달러로 세계 123위(2021년 기준)의 가난한 나라이지만, 사람들은 검소하고 얼굴에 항상 웃음을 지으며 행복하게 살아고 있다. 왕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기도 한다. 가난한 나라이지만 전국민 교육비(대학까지)와 의료비가 무료다.
부탄의 행복 지수가 높은 것은 교육비와 의료비가 무료여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웃끼리 항상 의사소통하고 서로 돕고 사는 사회에서 비롯되고 있다. 실례를 하나 들어보기로 한다. 부탄 여행을 하던 중 아내가 푼촐링의 사원 앞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발목을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었다.
아내가 비명을 지르며 아픈 발목을 움켜쥐고 있는데 주변에 있는 부탄인들이 모두 아내 앞에 모여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걱정했다. 어떤 노인은 아내의 발목을 잡고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그중에 젊은 여성 한 분이 병원까지 바래다주겠다며 차에 태워 앞장을 섰다. 우리가 그 자리를 뜰 때까지 부탄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걱정을 하며 괜찮을 거라고 하며 위로를 해주었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해 보았지만, 여행 중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가슴찡한 따뜻한 시선이었다. 나는 그들의 정답고 맑은 눈동자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병원에 도착하여 치료받게 되었는데, 응급 담당 의사가 엑스레이를 찍는 직원이 퇴근했다고 하며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곧 엑스레이 기사가 도착한다고 하며 아내의 발목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곧 엑스레이 기사가 도착해서 촬영 결과 다행히 발목이 부러지지는 않았다고 하며 깁스를 해주고 처방을 해주었다. 내가 병원비를 내려고 하자, 무료라고 하며 받지 않았다. 여행자에게도 의료비가 무료라니! 아내는 여행사에서 빌려준 휠체어를 타고 무사히 부탄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부탄은 그런 나라이다. 그들은 이웃이 곤경에 처했을 때 서로 적극적으로 돕는다. 그리고 반대로 도움을 받은 이웃은 다른 이웃이 곤경에 처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도움을 준다. 부탄의 수도 팀푸에는 신호등이 없다. 신호등이 없지만, 사람들은 서로 배려하고 질서를 잘 지키며 살아간다.
세계 경제 대국 10위권에 진입한 한국은 1인당 GDP 33,000로 세계 13위의 부국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살 1위의 불행 나라이다. 아무리 부자나라라고 해서 결코 행복이 높은 것은 아니다. 현대인의 가장 큰 병은 외로움이다. 외로움과 고독은 은퇴자의 공적 1호다. 늙어 갈수록 노인에게 외로움은 가장 큰 병이다. 그런 의미에서 파크골프는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 주는 가장 큰 명약이 아닐까?
파크골프는 아파트의 벽을 허물어뜨리는 소통이 장을 열어준다. 승부를 떠나서 이웃끼리 화기애애하게 지낼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그래서 나는 그 어떤 대회보다도 다산1클럽 월례회가 좋다. 이웃끼리 소통하며 부담 없이 오붓하게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국대회 규모에 출전하여 실력을 겨루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어쩐지 부담이 간다. 모르는 사람들과 살벌한 분위기에서 너무 스코어에 집착하다보면 긴장이 되어 즐거운 라운딩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성적이 부진하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월례회는 늘 만나는 이웃사람끼리 웃고 떠들며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라운딩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어떤 일이든지 노력하고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파크골프는 우선 즐겨야 한다. 즐기다 보면 실력이 향상되고 대회에서 우승도 할 수 있다.
벌써 다음 월례회 라운딩이 기다려진다.
파크골프 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자.
건행!
첫댓글 red & white의 유니폼이 산뜻합니다. 자연과 함께하며 활기찬 사회적 활동을 하시는 찰라선생님
모습이 귀감이 됩니다
ㅎㅎ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전에는 골프를 했는데
요즘은 파크골프에 푹 빠져 이습니다. 시간, 돈, 접근, 워킹. 손쉬움, 심플(골프채 하나, 공하나) 모든면에서 시니어에게 아주 적합한 운동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