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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려타곤(懶驢 坤) 31-4 "이 정도면 마교는 다시 부활할 수 없겠지?" 마교의 발원지인 흑목애가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그 안에 머물러 있던 자들 또한 지금의 일격으로 단 하나도 살아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직후였다. 소구의 시선은 다시 중원 쪽으로 돌려졌다. 탈출하기 위해 발악을 했던 그곳, 다시는 찾지 않으리라 다짐한 그곳으로 이렇게 스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소구였다. "하는 수 없지. 이대로 있다간 내가 무슨 짓을 하게 될지 알 수가 없어. 이성이 살아 있을 때 그 안으로 들어가야 돼." 하늘 위에서 중얼거리는 소구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소구의 몸은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다시 소구의 몸이 나타난 곳은 숭산이 내려다보이는 하늘 위였다. 시간이 흘러 다시 밤이 되어 있었고, 지상은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예전에 소화촌이라 불렸던 마을이 있던 장소도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고, 그 한 가운데 지하로 뚫린 구멍이 있는 자리에 서서 소구는 우울한 얼굴로 밑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비참하게 죽지 않을 수 있었는데---." 친절하고 순박했던 소화촌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소구는 지하로 뛰어내렸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온 소구의 등에는 커다란 자루가 매달려 있었다. 소구가 혼천지계를 악을 쓰고 최대한 빨리 탈출하려고 한 이유는 굶어죽기 싫어서였고, 지금 그 안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소구는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식량을 준비해야 했다. 방수련이 갇혀 있던 소화촌의 지하에 벽곡단이 쌓여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던 소구는, 닫혀진 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그곳에 들려 식량을 꺼내들고 자신이 갇혀 지내야 했던 장소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만상(萬象)을 가둔다는 혼천문 최악의 진법 만상금쇄진 앞에 선 소구는 길게 심호흡을 하고 앞을 바라보았다. 고생고생해서 간신히 탈출한 진을 다시 통과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소구는 발을 내밀기 전에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밤이었지만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는 은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이제 이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언젠가 다시 나올 수 있는 날이 올까?"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서 중얼거리던 방소구는 진 안쪽으로 발을 내밀었다. 나올 때도 어려웠지만 들어갈 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만상금쇄진이라는 혼천문 최악의 진법을 통과하는 일은 현재의 소구의 능력으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전보다 실력이 높아진 탓에 마지막 한 걸음을 띠기 전에 기절하는 일도 없었고, 식량이 없어서 굶어 죽는 일을 걱정할 이유도 없었다. 혼천지계라 명명된 닫혀진 공간 안으로 발을 내밀은 소구는 지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자신이 떠날 때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검은 호수와 작은 오두막 그리고 벼랑에 난 세 개의 동굴 그리고 늘 사부가 앉아 있던 작은 바위 하나---. 소구는 사부가 앉아 있던 작은 바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두 눈을 깜박이며 그 장소를 바라보던 소구는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그곳을 바라보았다. 우화등선해서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고 생각한 사부 구정문의 모습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고 있었다. "사부님!" 소구가 놀라 소리치고, 구정문의 몸은 바위 위에 분명하게 드러났다. 바위 위에 앉아서 구정문은 어색한 미소를 흘리다, 밖에 나갔다 돌아온 제자를 바라보며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왔냐?" 사부의 그 한 마디에 소구의 머리 속에서는 무엇인가가 뚝 끊어지는 소리가 나고, 소구는 사부를 향해 살기를 뿜어내며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부의 손에 이곳에 끌려오고 그 뒤에 겪게 된 온갖 일들이 하나씩하나씩 머리에 떠오르면서 소구의 살기는 점점 짙어져 갔다. 바위에 앉아 있는 구정문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런 제자의 모습을 바라보다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이놈이 미쳤나?! 감히 사부한테 눈을 부라려?!" 외침이 끝나기가 무서웠다. 천하에서 가장 강하다고 소문나고 실제로 일수(一手)에 산을 사라지게 할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오른 소구였지만 사부 구정문의 주먹을 피할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부에게 주먹 한번 휘두르지 못한 채 소구는 정신없이 얻어터져야 했다. '퍽! 퍽! 퍽!' 요란한 가죽 북 터지는 소리가 터지고, 소구는 이곳에 끌려 왔을 때처럼 내리 반나절을 얻어터지고 땅바닥에 축 늘어져 뻗어버렸다. 손을 탁탁 털며 구정문은 다시 바위 위에 앉아서 기절한 제자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소구는 다시 정신을 차렸고, 이번에는 땅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놈아, 아까는 화를 내더니 이번엔 왜 울어?" 대답 대신에 소구는 쉴새 없이 굵은 눈물을 흘려대고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사부--왜죠? 왜 죽지도 않았으면서 날 그렇게 내버려 둔 거죠?" 소구의 몸에서는 살기가 사라져 있었지만 얼굴 위에는 아직도 억울하다는 빛이 가득했다. 구정문은 못마땅한 표정을 하고 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같이 게으른 놈이 스스로 배우고 터득하게 하려면 그 수밖에 더 있냐?" "식량만이라도 좀 더 넉넉하게 준비해 주면 좋았잖아요?! 정말로 굶어 죽을 뻔했다구요!" 말을 하는 사이 열이 뻗친 소구는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상체를 일으켜 세우더니, 삿대질까지 하면서 소리쳤다. "이놈이 밖에 나갔다 오더니 완전히 겁을 상실했네?! 사부에게 삿대질까지?!" 노성을 터트리면서 구정문의 늙은 몸은 다시 한번 바위에서 일어섰고, 잠시 뒤 공지 안은 가죽 북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터지기 시작했다. 하루가 지났고 소구는 잔뜩 심통 난 얼굴로 바위에 앉아 있는 사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혼천일원공의 경지가 삼성이 넘어가면서 누군가에게 맞는 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소구는 이 안으로 괜히 들어왔다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이틀 내내 사부에게 얻어터진 직후였다. "밖에 나가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자세히 말해 보거라." 소구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구정문의 입에서 한 마디가 흘러나오고, 소구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모두 하나씩 말하기 시작했다. "흠---, 네 가족을 노리고 있는 칠호라는 놈을 찾아서 내가 해결해 달란 말이냐?" "예, 사부님."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고 사부를 향해 칠호를 해결해달라는 소구의 말에 구정문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 놈이 환혼경이라는 마교의 물건을 얻었다고 했느냐?" "예." 소구는 짧게 대답했다. "그럼 걱정할 필요없다. 환혼경의 힘을 얻으려면 적어도 백년은 꼼짝을 못할 게야, 그놈은---." "사부님의 능력이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놈을 찾을 수 있지 않나요?" 소구는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부가 가진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느낄 수 있기에 말은 질문이었지만 어조는 확신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만---. 그건 네 일이야." "----." 사부의 말에 소구는 맛이 간 얼굴로 대답도 못하고 사부를 바라보았다. "소구야, 너도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으니 세상의 이치를 깨닫지 않았느냐?" "그게 무슨 상관이라구요?" "이놈아! 하늘은 반드시 천적이라는 것을 만들어 세상의 균형을 이룬다는 것을 모르느냐?!" 구정문은 역정을 내며 소리치고, 소구는 볼 맨 소리로 대답했다. "제자 우둔해서 아직 하늘의 이치를 모르겠습니다." 잔뜩 심통이 나서 말하는 제자의 모습을 보면서 사부인 구정문은 안쓰러움을 느끼긴 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제자의 인과(因果)에 끼어 들 수는 없었다. "칠호라는 그놈은 너와 천적인 모양이다. 네가 강해지면 그자도 그만큼 강해질 것이다." 소구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사부와 같은 인물이 이 세상에 또 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천적에 대해 말하면서 제자가 부탁하는 일을 하려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여전히 심통 난 목소리로 물었다. "사부님의 천적도 있나요?" 구정문은 제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나라고 천적이 없겠느냐? 난 이곳에 있고 내 천적은 북해의 얼음 속에 있지. 우리 둘 다 세상의 이치를 터득한 터라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있지만 서로 만나기를 원하지 않지. 만나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 할 테니--. 그리고 우리는 아무런 은원(恩怨)이 없다." 사부의 말에 약이 바짝 올라서 소구가 입을 열었다. "전 아니에요. 제 부모님이 그놈으로 인해 죽었고, 누나는 자살하고---." "그만 하거라! 인연이란 것이 소중한 것이기는 하다마는 네가 세상 모든 것과 하나가 되면 은원이 부질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사부의 말에 소구의 무릎 위에 올려진 두 주먹이 피가 나도록 굳게 움켜쥐어졌다. 사부를 만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지만, 비록 실컷 얻어터지기는 했지만 사부를 보고 원망(怨望)보다는 희망(希望)이 큰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이 걱정하고 있던 모든 일을 사부라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말은---. "잊어야 한다는 것입니까?" "은(恩)도 원(怨)도 다 잊거라. 슬퍼하고 기뻐하는 모든 일이 모두 한 순간의 꿈이니--. 모든 인연의 사슬을 끓고 혼천의 경지에 올라가면 네가 바라는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말을 하는 사이 구정문의 몸은 투명해지기 시작하더니,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몸은 완전히 사라졌다. 사부가 다시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소구는 일어서면서 소리쳤다. "사부님! 또 어디 가는 거예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사부의 목소리가 허공 중에 울려 퍼졌다. "네가 혼천경에 들어서면 알게 된다!" 맥이 탁 풀리는 것을 느끼면서 소구는 조금 전까지 사부가 앉아 있던 바위에 걸터앉아, 조금의 움직임도 없는 검은 호수를 바라보았다. "혼천경--? 내가 무슨 수로 그 경지에 오르라는 것이지? 가르쳐 줘야 하는 사부는 모습을 감추고, 난 혼자서 배우고 터득하는 것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는데----?"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소구는 사부가 말한 혼천경이라는 경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앉은 자세로 꼼짝을 안하고 있는 소구의 두 눈은 감겨져 있지만 그는 너무나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게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추적하는 가운데 북으로 떠나는 형제들과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았고, 전쟁터를 누비고 있는 조카 현엽의 모습도 보였다. 사람들이 얽혀서 태어나고 죽는 모습과 슬퍼하고 기뻐하는 모습들----.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소구는 단지 지켜보기만 할 뿐, 그들의 삶에 개입할 수가 없었다. 상념 속의 시간은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다 과거로 이동하고, 소구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소구는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전생의 모습이라는 것을---. 그렇게 전생을 지켜보다 어느 순간 소구는 자신이 바람이 되고 땅이 되고 수목이 되는 것을 느끼면서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갔다.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방소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소구의 몸은 너무나 늙어 있었다.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 검은머리는 하얗게 변해서 치렁치렁 늘어져서 땅까지 뻗어 있었다. 호수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고 있는 노인은 탄식을 토해내며 입을 열었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가 없구나."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깨어나 보니 얼굴과 손에는 주름살이 가득하고 머리는 백발로 변해 있었다. 입고 있던 옷조차도 삭아서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부스러지고----. "내가 본 것들이---. 그게 나의 전생의 모습이었을까? 내가 태어난 이유를---." 물이 검게 보이는 호수 앞에 서 있는 노인은 오랜 시간의 명상에 잠겨 있던 소구였다. 중얼거리면서 소구의 발이 움직이자 주위의 풍경이 아주 빠른 속도로 변하기 시작하고, 다시 발이 땅에 닿았을 때에는 혼천지계라 불리는 닫혀진 공간이 아니었다. 긴 세월의 명상을 통해 소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혼천독보라 불리는 혼천문의 보법을 터득한 것이다. 마음이 끌리는 장소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딛어 몸을 이동한 소구는 그곳에 서 있는 한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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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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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갑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