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이용 시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톨게이트에 정차해 직접 결제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요즘엔 하이패스(주행 중인 차 안에서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선 통신으로 지불 가능하게 하는 전자요금 징수 시스템)만 있으면 정차없이 고속도로 요금소를 말 그대로 '패스'해버릴 수 있습니다.
이 편리함에 숨어 고속도로 통행료를 상습적으로 납부하지 않는 차량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이패스 통행료 미납 건수는 2018년 1816만건, 2019년 1929만건, 2020년 1994만건에서 지난해 2194만건으로 늘었습니다.
연 20회 이상 통행료를 내지 않는 상습 먹튀 차량도 적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하이패스 통행료 상습 미납 차량은 전국 70만대에 이릅니다. 상습 미납 차량의 미납 건수는 2018년 509만건, 2019년 588만건, 2020년 590만건을 기록한 데에 이어 지난해에는 713만건이었습니다.
이 중에는 통행료를 한푼도 내지 않고 1376차례나 무단으로 요금소를 통과한 악질 상습 미납자도 있습니다. 이를 포함한 상습 미납자 상위 10명의 통행료 미납 건수는 총 647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5년간 통행료 미납 건수는 총 9315만건, 누적 미납액은 총 2433억원에 달합니다. 통행료 미납 건수가 증가하는 반면 수납률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수납률은 2018년 94.6%, 2019년 92.5%, 2020년 91.5%, 2021년 88.6%까지 줄었습니다. 누적 미납액 중 267억원은 여전히 미납 상태입니다.
고의로 하이패스를 무단통과하는 행위를 반복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고의‧상습적인 하이패스 무단 통과는 형법상 편의시설 부정이용죄에 해당하는데요. (형법 제348조의2) 부정한 방법으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편의시설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성립하는 범죄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실수로 통행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것처럼 고의성과 상습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은 어렵습니다. 선불 하이패스의 잔액이 부족하거나 단말기가 고장난 경우가 대표적인데요. 이런 상황이라도 고속도로 하이패스 차선 이용 중에는 정차가 불가능합니다. 운전자는 통행료를 미납하고 그냥 지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금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하이패스 차로로 잘못 진입한 때에도 급하게 차선을 바꿀 수 없기에 일단 통과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렇듯 실수로 통행료를 못 냈다면 한국도로공사 콜센터를 통해 추후 반드시 납부를 완료해야 합니다. ‘통행료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앱) 또는 정부24 홈페이지 및 앱에서 계좌이체나 카드결제로 미납요금을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납 통행료를 납부하지 않은 상태로 오랜 시간이 흐르거나 톨게이트 무단 통과가 자주 발생한다면 부가통행료가 발생합니다.
부가통행료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통행료를 내지 않거나 감면받았을 때 해당 미납·감면 통행료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예컨대 통행료가 1000원인 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통행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면 미납 통행료 1000원에 부가통행료 1만원을 더한 1만1000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통행권이나 통행료 납부수단으로 이용되는 카드 또는 기계장치를 위조 또는 변조하는 행위 △자신의 통행권을 타인의 통행권과 교환하는 행위 △통행료 감면 대상자임을 증명하는 증표를 위조 또는 변조하는 행위 △타인 소유의 통행료 감면 대상자임을 증명하는 증표를 행사하는 행위를 통해 통행료를 면탈 또는 할인받거나 △그 밖에 통행료를 납부하지 않고 유료도로를 통행한 경우 발생합니다. (유료도로법 시행령 제14조)
하이패스 무단 통과는 위 부가통행료 부가 사유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행위인데요. △톨게이트 일반 차로를 무단통과하거나 △단말기를 부착하지 않거나 사용 정지된 단말기로 통과하는 행위 △전자카드를 단말기에 삽입하지 않고 통과하거나 △잔액이 없는 선불카드 또는 거래정지된 카드로 차로를 통과하는 등의 상황에서 부가통행료가 발생합니다. 운행 차량의 차종과 단말기 등록 차종이 다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부가통행료는 미납통행료가 발생한 날부터 6개월이 지나서 압류통지서가 고지된 다음에야 비로소 부과됩니다. 유료도로관리청이나 유료도로관리권자는 부가통행료를 부과‧수납하려면 먼저 미납 또는 감면된 통행료를 납부할 것을 촉구해야 합니다. 이후에도 미납자가 납부기간 내에 미납 통행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유료도로관리청 등은 부가통행료가 부가될 수 있다는 뜻을 알리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다시금 납부기간 내 통행료가 미납되면 유료도로관리청 등은 부가통행료 납부를 고지하게 됩니다.
통행료 및 부가통행료 납부에 대한 안내문이나 고지서 등을 수 차례 보내는데도 미납자가 계속 통행료를 내지 않는다면 유료도로관리청 등은 납부고지를 반복해야 합니다. 이러한 비효율적 절차를 방지하고자 지난해 6월 부가통행료 즉시부과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최근 1년 이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통행료를 납부하지 않거나 감면받고 유료도로를 통행한 사실이 있는 상습 미납자에게 미납 통행료 납부의 고지를 하지 않고 즉시 부가통행료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유료도로법 시행규칙 제8조의2 제5조) 이때 미납통행료 발생 1건당 1회로 산정하며 20회 미납통행료 발생 시부터 부가통행료를 곧바로 내야 합니다.
일부 악질 미납자는 부가통행료 고지를 받아도 "배 째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이를 무시하곤 합니다. 이런 경우 유료도로관리청 중 하나인 한국도로공사는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 채권확보를 위한 강제징수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차량 및 차량 소유주의 예금이 압류될 수 있는 거죠. (유료도로법 제21조 제4항)
민자도로 관리센터 또한 통행료 및 부가통행료의 수납 위탁을 받았다면 국토부 장관의 승인 하에 강제징수가 가능합니다. 차량이 압류됐음에도 미납자가 통행료 납부를 거부한다면 압류 차량은 국세 체납 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 인도 후 공매 처리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강제징수 처분이 있음에도 수납률은 절반 수준을 밑돈다는 점에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압류된 차량은 156만대에 이르는데요. 압류차량의 부가통행료 포함 미납액 1028억원 중 수납된 금액은 512억원입니다. 수납률로 보면 49.8%에 불과합니다.
차량 압류 뒤에도 통행료를 내지 않아 압류 차량 중 공매 처리된 차량은 352대인데요. 공매 처리까지 이어진 사례의 미납금은 25억원인데요. 공매 후 수납액은 1억400만원에 그칩니다. 다시 말해 차량 압류 후 공매까지 이어진 경우에도 수납률은 고작 4%뿐입니다. 공매 시 통행료 채권은 최하 순위로 배분되기 때문에 수납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박상혁 의원은 "매년 통행료 미납차량이 늘어나면서 도로공사가 미납 통행료 고지서 발송비용에만 상당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며 "하이패스 통행료 미납과 상습미납자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조치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병욱 의원은 또 "나 몰라라 하고 계속 통행료를 체납하는 차량 때문에 선의의 시민들이 피해 입지 않도록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실수로 미납이 발생한 경우 납부 기한을 놓쳐 10배의 부가통행료가 부과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며 국민 인식 제고를 위한 정부의 예방적 차원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