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 많이 먹어라."
기아 신동수 코치(38)는 평소 외아들 희섭(14)이와 야구 이야기를 거의 나누지 못한다. 아버지로서 또는 야구선배로서 많은 조언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하지만 서로 바빠서 만날 기회가 드물기도 하고, 학교에서 충분히 배웠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신코치는 집에서 희섭이를 만나면 언제나 우유를 많이 먹으라고 권한다. 올해 동성중 2학년에 올라가는 희섭이는 150㎝·46㎏으로 또래들에 비해 왜소한 체격.
앳돼 보이는 희섭이가 덩치 큰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뛰어다니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며 하루빨리 희섭이가 쑥쑥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피는 못 속여
신코치는 희섭이가 야구를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가업'을 잇기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키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광주 대성초등학교 3학년이던 어느날, 희섭이는 부모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야구부에 입부원서를 냈다. 아버지가 야구선수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는 야구선수들이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밖에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말에 신코치는 걱정이 앞섰지만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TV로 야구경기를 보며 투수 흉내를 내더니 결국 야구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더군요. '힘들면 곧 그만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훈련을 하는 것이 대견합니다."
▲아빠는 '한국시리즈 스타'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희섭이에게 신코치는 그렇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아니었다. 해태팬인 희섭이가 스타들이 줄줄이 넘쳐나는 해태에서 아버지의 위치를 찾기란 힘들었다.
하지만 희섭이는 지난해 케이블TV에서 방영한 한 프로그램을 야구부원들과 함께 본 뒤 아버지의 팬이 됐다. 그 프로그램은 89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신코치가 선발로 나와 역투하며 해태의 우승을 확정짓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때부터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친구들과 함께 봐서 그런지 더 기분이 우쭐했나 봐요."
희섭이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신코치의 아내 정인영씨(37)의 말이다.
▲이승엽처럼 되고 싶어요
희섭이는 아직 야구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이미 매스컴에 여러차례 소개된 '스타'다. 지난해 기아 홈경기에서 배트보이로 활약한 덕분이었다. 2학년이 되면서 배트보이를 그만뒀지만 광주구장에서 보낸 1년은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진 경험이었다.
"TV에서만 보던 프로야구 스타들과 한 그라운드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됐나 봐요. 단순히 취미생활로 야구를 했던 희섭이가 이제는 '이승엽 같은 홈런타자'가 되겠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으니까요."
아버지를 닮아 왼손잡이인 희섭이는 올해 외야수에서 투수로 전업할 예정이다. 신코치의 눈에는 마운드에서 강속구를 뿌리는 희섭이의 모습이 선하다.
◆신동수 코치 신상명세
▲생년월일〓1966년 10월1일
▲고향〓광주
▲출신교〓광주 학강초등교→무등중→광주상고
▲투타〓좌투좌타
▲포지션〓투수
▲가족관계〓아내 정인영씨(37)와 아들 희섭(14)
▲경력〓해태(86∼93년), LG(94∼97년), OB(98년), 기아 코치(2001년∼)
카페 게시글
News in Tigers
굿데이
[프로야구부자열전] 신동수 코치 '피는 못속여'
슬러거
추천 0
조회 655
04.01.12 11:41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