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이하 ‘개늑시’)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기존에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장르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안고 시작한 ‘개늑시’는 시청률은 기대 이하였을지 몰라도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평가만은 칭찬일색이다. 드라마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오랜만에 보는 ‘웰메이드 드라마’라며 수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과연 ‘개늑시’의 무엇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을 이토록 열광케 하였을까?
전형적인 것의 미학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소설과 영화와 드라마들이 존재하며 따라서 새롭게 나오는 이야기들도 고전적인 틀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물론 굉장히 창조적인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작품도 존재한다. 하지만 고전적인 틀을 벗어날 수 없다면 기존의 틀을 어떻게 꾸미고 포장하느냐가 중요하다. 그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나 재미를 천차만별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 다.
‘개늑시’ 역시 기존의 이야기 틀을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사실 ‘기억상실’, ‘언더커버’, ‘원수의 딸과의 사랑’과 같은 소재들은 그동안의 작품들에서 수도 없이 보아온 것들이다. 이러한 전형적인 소재가 가지는 진부함을 탈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늑시’가 돌파구로 마련한 것은 ‘빠른 전개’이다. ‘개늑시’는 그야말로 1회부터 16회까지 한숨도 쉬지 않고 거침없이 달린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기억상실장면이나 잠입요원이 되는 장면은 마치 여태까지 많이 보아온 내용일테니 질질 끌지 않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빠른 전개는 극 전체의 긴장감을 높이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전형적인 소재들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한다.
입체적인 캐릭터의 힘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친구(개)인지 적(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대’를 뜻하는 ‘개와 늑대의 시간’. 드라마의 제목처럼 ‘개늑시’의 많은 등장인물들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주인공인 이수현(이준기)을 비롯하여 마오(최재성), 정부장(김갑수)과 같은 많은 등장인물들이 누가 선이고 악이며 누가 동지이고 적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캐릭터의 성격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는 일 또한 어렵다. 이러한 점은 결과적으로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까지 극적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주, 조연들의 열연
먼저 이준기 칭찬부터 해야겠다. 이준기는 사실상의 1인 2역(1인 3역이라고도 볼 수 있다.)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솔직하게 얘기해서 ‘개늑시’는 표면상 3톱체제의 드라마이지만 거의 원톱드라마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모든 이야기는 철저하게 수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이준기가 드라마에서의 주연이 거의 처음이라고 봤을 때(드라마 ‘마이걸’에서의 비중은 그닥 높지 않았다.) 한 드라마를 너무나 훌륭하게 이끌어 갔다. 앞에서 칭찬한 이준기 이외의 주연인 정경호, 남상미 역시 이번 드라마를 통해 한층 발전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열연은 처음 출연진을 보았을 때 ‘느와르치고는 주연급의 무게감이 가벼운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나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조연급은 드림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멤버구성이다. 최재성의 카리스마는 여전했으며, 속을 알 수 없는 정부장 역할의 김갑수는 더 이상의 캐스팅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성지루, 이태성 등 드라마에 등장한 모든 배우들이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드라마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주었다.
장르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
지금까지 말한 많은 장점들은 ‘개늑시’라는 한 드라마 안에서 서로 어우러지면서 멋진 드라마 한편을 완성시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개늑시’는 그냥 잘 만든 드라마 한 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장르라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우스갯소리로 의학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고 형사드라마는 경찰서에서 연애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장르드라마는 부재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러한 우리나라 드라마의 풍토에 경종을 울린 드라마로는 올 상반기에 방영되었던 ‘하얀거탑’을 꼽을 수 있다. 그 이후 ‘개늑시’는 느와르 액션이라는 영화에서만 보여져왔던 장르를 안방으로 끌어오면서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들이 시도되어 한국의 드라마에 다양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댓글 솔직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내용구성면도 그렇고.....무엇보다 배우들 연기와 대박인 반전이 장난이 아니었던것 같아서
'미사'에서 어리광 부리던 정경호는 온데간데 없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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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가 정말 멋졌음 ㅋ 미사에 그 애가 맞나 싶었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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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MBC죠
내심 시즌2 바라고 싶네요.
무단전제아니고 제가쓴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