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보던 마교인들은 갑자기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마교인 개개인의 무공도 상당히 뛰어난 듯 그들의 신법은 상당히 안정돼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야!!"
악승호는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져 화려한 초식으로 마교인들을 밀어부쳤다. 손비웅도 쇄혼지로 연속해서 마교인들을 공격해갔다. 이천운과 송영수도 신법을 써서 마교인들속으로 파고들어갔다.
그러나 수적이 차이가 워낙 컸고 그들의 몸도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밀렸다. 산개해서 각자 적을 공격하던 넷은 이각정도가 지나자 어느새 서로 등을 맞대고 포위당해 있었다.
"헉...... 헉...... 이제 어떻게 하죠?"
등을 맞대고 잠시 숨을 고르던 이천운이 물었다. 마교인들도 지쳤는지 포위망을 구축하고 잠시 숨을 가다듬고 있었다. 마교인들도 이십여명 정도가 바닥에 쓰러져있었으나, 그들을 포위하는 마교인들은 오히려 늘어나 백여명 가까이 되었다.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하냐? 몸도 안좋고, 상대가 너무 많구나......"
손비웅이 말했다. 쾌활한 어조로 말하려 했으나, 그의 말에는 절망감이 섞여 있었다.
"젠장할 놈들! 그냥 모른 척 보내주면 어디가 덧나나?"
이천운은 나직히 욕을 해대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천운의 우측에서 십여장쯤 떨어진 곳에서 마화교인들이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화교도들을 보던 이천운의 눈이 순간 반짝했다.
"영수야! 태신단 하나 남은 거 있지?"
이천운이 전음으로 물었다.
"네. 하나 남았어요."
"잘됐다. 내가 신호하면 태신단을 내 우측으로 던져라."
"그건 숨을 멈추면 소용없는데요. 연기가 심해 쉽게 알아챌 꺼에요."
"내가 노리는 건 그 연기야. 회랑의 입구는 완전히 막혔으니 마화교쪽으로 간다. 그러면 마교들도 포위망을 구축하기 힘들꺼야."
곧이어 이천운은 나머지 둘에게도 그의 계획을 설명했다. 손비웅은 약간 미심쩍은 마음이 들었으나 달리 방법이 없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찬성했다.
"잠깐! 할말이 있다!"
이천운은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 이천운의 외침에 모두 주의를 기울여 그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지?"
관운장수염의 노인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거 아냐?"
"그거? 그게 뭐지?"
"흑마의 행방이다."
"흑마!?"
이천운의 말에 관운장수염은 물론, 뒤쪽에 있던 무표정한 청년까지 이채의 빛을 띠었다.
"그가 어디에 있다는 거지?"
관운장수염이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나타나 있었다.
"그건 쉽게 말할 수 없지~!"
이천운은 검지를 흔들며 여유롭게 말했다. 사실 이천운이 흑마의 행방
을 알리는 없었다. 마교인들의 주의를 끌기위해 아무렇게나 지어낸 말이었다. 자신이 아무렇게나 한 말에 마교인들이 반응하자 이천운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손맛을 봐야 말하겠다는 거냐?"
옆에 있던 대머리 노인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좋습니다. 그럼 말하죠."
이천운은 최대한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가 겁에 질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이천운은 뜸을 들이며 말하다가 말끝을 고의로 흐렸다. 그러자 성격이 급한 대머리노인이 이천운을 재촉했다.
"그가 어디에 있다는 거냐? 빨리 말해라."
"그는...... 영수야!!"
이천운은 말하려다가 갑자기 영수를 불렀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영수
는 품속에 있던 바닥에 태신단을 던졌다.
"뭐지? 모두 호흡을 멈춰라!"
검은색 안개가 퍼져나오자 관운장수염의 노인이 외쳤다. 그 말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호흡을 멈췄다. 호흡을 일찍 멈추지 못한 몇 명의 마교도가 쓰러졌으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한편 이천운을 비롯한 넷은 검을 휘두르며 마화교도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넷은 송영수가 태신단을 던지기 전에 숨을 깊게 들이마셨으므로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었다. 중간에 몇 명의 마교도들이 저항했으나 그들은 숨을 길게 들이쉬지 않았으므로 넷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넷은 안개가 걷힐 즈음에 무사히 마화교도들의 틈에 끼어들 수 있었다.
"하하하~! 다시 포위망을 구축해 보시지 그래?"
이천운은 허리에 두팔을 올리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곳으로 도망가서 뭘 어떻게 하려는 거지? 어차피 너희는 모두 몰살될 건데...... 일찍 죽느냐 늦게 죽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너희는 모두 몰살이다."
관운장수염의 노인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야! 무슨 대책이라도 있냐?"
악승호가 이천운을 도아보며 물었다.
"당연히 있을 리가 없죠."
이천운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뭐? 그러면 왜 우리를 여기로 데려온 거야?"
손비웅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때는 달리 방법이 없었잖아요. 일단 우리측 수가 많으면 저들도 쉽게 포위망을 구축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다가 두 세력이 다시 싸움이 붙으면 장내가 혼란스러워질 꺼에요. 그러면 우리가 틈을 봐서 달아나기 쉽겠죠."
이천운이 손비웅에게 전음으로 대꾸했다. 큰소리로 말하면 마화교측에서 자신의 계획을 눈치챌 수 있었으므로, 겉으로는 아무 생각없이 도망온 것처럼 행동했다. 이천운은 곧 자신의 계획을 나머지 셋에게 전음으로 설명했다.
"짜~식~! 역시 대단한 잔머리구나."
악승호가 감탄하며 전음으로 말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여전히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꺼죠?"
송영수가 의아해 물었다.
"이제 마화교와 마교를 싸움붙여야지. 우리가 소동을 일으켜 시간을 벌었으므로 마화교도 쉬면서 다시 힘을 모았을 꺼야. 마교도 이들을 쉽게 정리할 수는 없겠지."
여기까지 말한 이천운은 대머리 노인을 향해 활기찬(?) 어조로 말했다.
"어이~! 그렇게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고있지만 말고 덤벼봐~!"
"저 애숭이가 감히...... 뭣들 하나? 어서 공격해라!"
대머리 노인은 성격이 급해 금새 얼굴이 붉어지며 흥분했다.
"잠깐만 기다리게......"
관운장수염의 노인이 손을 들어 대머리노인을 제지하며 말했다.
"저놈이 우릴 도발하는 건 뭔가 이유가 있을 꺼야. 자신이 없다면 우릴 향해 덤벼들지 않고 도망쳤겠지. 보아하니 저놈도 마화교인 것 같은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거지?"
"그러고보니 그렇군. 저놈도 같은 편이면서 왜 늦게 나타난 거지? 게다가 이미 이 주변은 우리가 완변하게 포위했는데......"
대머리노인은 관운장수염의 노인의 제지에 이성을 찾고 의아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저놈들이 뭔가 함정을 설치한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혹시 어딘가에 기관을 설치해 둔 건 아닐까?"
"함정을 설치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럴 수도 있군. 아니면 독탄을 숨겨놨을 수도 있고......"
"독탄을 숨겨놨다면 어디에 숨겨놓은 거지?"
두 노인은 잠시 머리를 맞대고 이천운의 의도를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천운의 속을 짐작할 수 없었다. 이천운은 단지 도망치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으나, 그들은 괜히 어렵게 생각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한편 마화교도들도 이천운을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면사여인은 그들을 감금하고 자신의 직속 시녀들에게만 그 사실을 알렸을 뿐, 아직 아무 보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화교도들의 대부분은 이천운일행을 본 적이 없었으므로, 이천운일행을 교주가 숨겨놓은 비밀병기 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오직 면사여인만이 그들의 정체를 알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이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놈들 왜 저러는 거지? 그냥 덤비면 될 것을 가지고......"
도발을 했으나 괜히 자신들끼리 이상하게 생각하고 상황을 어지럽게 만들어, 아무 호응이 없자 이천운은 황당했다.
"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악승호도 황당해 이천운에게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요. 저놈들은 바보인가? 그래도 다음 작전이 있죠."
악승호에게 전음으로 대답한 이천운은 갑자기 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마화교도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동지들~! 오늘 저놈들에게 우리의 동지가 죽었습니다. 우리와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지가 죽었단 말입니다! 우리가 이 사태를 그냥 지켜보기만 해야겠습니까?"
이천운은 마치 대협처럼 늠름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 이천운의 모습은 평소 바람둥이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복수에 불타는 정의의 협객같았다. 이천운의 말에 마화교도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아무리 힘이 없다해도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이곳에서 뼈를 묻는 한이 있더라도 저들에게 우리의 저력을 보여줍시다!"
"와~!"
"그래! 오늘 여기서 같이 죽자!"
"저놈들을 죽이자!"
이천운이 일장연설을 하자 마화교도들은 큰소리로 호응하며 다시 무기를 들었다. 일부는 눈물까지 흘리며 이천운의 연설에 호응했다.
"모두 돌격! 저놈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이천운은 검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그러자 그걸 신호로 마화교도들은 일제히 마교도들을 향해 달려갔다. 마화교도들이 돌격하자 장내는 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숫자는 마교도들이 다섯배이상 많았지만, 마화교도들은 기세를 높이고 목숨을 돌보지않고 공격해댔으므로, 두 세력은 어느 한쪽이 쉽게 우세를 점할 수 없었다.
"이제 우리도 행동을 해야죠."
이천운은 셋을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셋은 두려움에 가득 찬 눈길로 이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서운 놈...... 저놈을 적으로 돌리면 안되겠군.'
악승호는 그런 이천운의 미소를 보고 전율을 느꼈다.
"왜 그런 표정이죠?"
이천운이 의아해 물었다.
"원래 세상은 얍삽하게 살아야 되는 거에요. 이런 말도 있잖아요. 조금만 얍삽하면 세상이 즐겁다!"
셋의 생각을 눈치챈 이천운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이천운의 행동은 조금만 얍삽해 보이지 않았다. 과하게 얍삽해서 얍삽의 표준을 보여주는 듯 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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