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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고 어두운 줄무늬가 일정한 주기와 방향성을 갖고 반복되는 가버 패치. 주로 시력 강화 훈련에 쓰인다. 시각중추의 신경세포가 가버 패치의 무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PEBL Blog 제공
시력 강화 운동을 하면 실제로 시력이 좋아질까. 과학적인 실험으로 '좋아진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동안 실험실 차원에서 시력 향상을 보고한 경우는 있었으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일상 생활에서까지 시력 향상의 효과가 입증됐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 심리학과 아론 세이츠(Seitz) 교수 연구진은 같은 대학 야구선수 19명을 대상으로 시력 강화 훈련을 했다. 선수들은 한 번에 25분씩 아이패드 화면에서 '가버 패치(Gabor patch)'라는 격자무늬를 보면서 원하는 모양과 각도를 찾는 훈련을 했다.
가버 패치는 어둡고 밝은 줄무늬가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형태로, 방향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강원대 감기택 교수는 "뇌 시각중추의 신경세포들은 가버 패치와 같은 형태의 자극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시각의 민감도를 높이는 데 주로 이용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두 달간 이런 훈련을 30회 반복했다.
훈련이 끝나고 시력 검사표로 측정했더니 선수들의 시력이 평균 31%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수들은 "이전보다 공이 더 잘 보인다. 눈이 덜 피로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7명은 시력이 3.0에 가까워졌다. 시력 1.0인 사람보다 3배 먼 거리에서 시력표를 보고 같은 시력을 보인 셈. 훈련을 받지 않은 선수 18명에서는 시력의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시력 향상의 효과가 실생활에서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야구선수의 기록을 분석했다. 시력 강화 훈련을 받은 선수 19명 중 11명은 2012년과 2013년 두 시즌을 모두 뛰었다. 이들은 2012년에 스트라이크 아웃 비율이 22.1%였으나, 시력 강화 훈련을 받고 난 뒤인 2013년에는 17.7%로 4.4%포인트가 줄었다. 다른 선수들은 평균 0.4%포인트 줄었다.
세이츠 교수는 "시력 강화 훈련이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많았지만, 실험실이 아닌 현실에서 훈련의 효과가 입증된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 대학 야구팀은 시력 강화 훈련으로 2013년 시즌에 네댓 게임은 더 이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17일자에 실렸다.
이영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