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글, 장경혜 그림
196쪽|153☓215mm|값 13,000원
2017년 2월 10일 국민서관 펴냄
ISBN 978-89-11-12569-2 73810
• 키워드: 치매, 가족, 이해, 영웅, 존경, 할아버지
• 분류 : 초등 고학년 창작동화
경우 할아버지는 용감한 소방관이었다. 친구 형대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영웅이라며 치켜세우지만 경우는 마음이 편치 않다.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으면서 점점 망가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방 안에 똥칠을 하고 그릇을 던지는 등 막무가내인 할아버지, 재산을 탐내는 친척들을 보며 경우는 모든 것이 싫어진다. 급기야는 할아버지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못 본 척 내버려두는데.......
치매... 우리 가족, 그리고 내 이웃의 일일지도 모를 이야기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이제 치매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현재 노인 인구의 10%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2025년에는 치매 노인이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치매는 우리 가족, 혹은 주변 사람들이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를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치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의 삶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의 영웅》은 치매 환자 가족이 마주하게 되는 현실을 고스란히 녹여낸 책이다. 책 속에는 용감한 소방관이었던 할아버지가 치매로 인해 망가지는 모습, 가족 간의 갈등, 이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치매를 인식하고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과 의미, 가족이 지닌 힘을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할아버지의 기억도, 가족들의 기억도 모두 지워버린 병
경우 할아버지는 용감한 소방관이었다. 친구 형대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영웅이라고도 했다. 경우네 가족과 친척들도 할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누구보다 멋지고 용감한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
할아버지는 경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이놈아.” 하고 부르기도 하고, 밥을 먹고도 배고프다며 화를 내기도 한다. 방에 똥칠을 하고, 그릇을 던지고, 엄마를 때리기까지 한다. 점점 막무가내로 구는 할아버지를 보며 친척들도 변해 간다. 할아버지 앞에서 꼼짝도 못하던 친척들은 이제 대놓고 흉을 본다. 다른 사람을 돕느라고 가족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이다. 게다가 할아버지를 걱정하기보다 어떡하면 숨겨둔 재산을 찾을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할아버지가 망가져 갈수록 가족들의 생활도 함께 망가져 간다. 엄마는 할아버지에게 매달려 있느라 자신의 삶을 잃어버렸고, 가족들은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대충 때워야 했다. 이런 날이 계속되자 경우는 예전의 평범했던 날들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없다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무서운 생각마저 하게 된다. 경우가 나쁜 아이라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치매는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도 슬픈 병이다. 몇십 년 동안 살아온 자신의 역사를 놓게 만드니 말이다. 더군다나 치매라는 병마는 환자만이 아닌 가족의 기억마저 갉아먹는다. 함께했던 즐거운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지금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만 남는 것이다.
가족의 힘이 필요해!
경우는 형에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하는 생각 해 본 적 없느냐고 묻는다. 그 말에 형은 망설이지 않고 없다고 대답한다. 형은 매일같이 이어폰을 꽂고 다니며 집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귀를 막으면 기억 속 멋진 할아버지의 모습을 잊지 않을 수 있다. 또 마음도 편해진다. 이처럼 많은 치매 가족들이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끌려가거나, 현실에서 눈을 돌려버린다. 치매 환자 가족들에겐 현실을 이겨나갈 힘이 필요하다.
할아버지가 행방불명이 되고 그 와중에 할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개 순심이가 죽는다. 경우는 순심이가 할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 생각하고 그 슬픔을 참지 못해 아파하다 죽었을 거라 생각한다. 순심이가 죽은 후 형도 달라진다. 방관만 하던 형은 이어폰을 빼고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보고 듣는다. 그리고 여전히 재산 타령을 하던 친척들에게 폭탄선언을 한다. 바로 할아버지가 빈털터리라는 것. 경우는 친척들이 할아버지를 아예 찾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하지만 가족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친척들을 한데 모았던 것은 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에 가려 미처 자신들의 진심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할아버지가 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친척들은 더 끈끈해진다. 할아버지가 불쌍해서 참을 수가 없고, 매일같이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그리워한다. 달라진 친척들의 모습을 보며 경우의 생각도 점점 굳건해진다.
경우는 친구 형대가 할아버지의 병을 알고 실망할까 봐 비밀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치매에 걸렸어도 할아버지가 훌륭한 소방관이고 소중한 가족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형대가 실망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니까 말이다.
앞으로 할아버지의 병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가족의 힘이 있다면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가족은 언제 어디서나 늘 내 편이 되어 응원해 주고, 또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되어 주니까 말이다.
<미리 보기>
<작가 소개>
글 박현숙
어릴 때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백일장에 나갈 때마다 상을 받으면서 작가가 되는 게 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제1회 살림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동화를 쓰고 있으며 지금까지 쓴 책으로는 《어느 날 목욕탕에서》, 《아미동 아이들》, 《너랑 짝꿍 하기 싫어!》, 《국경을 넘는 아이들》, 《수상한 아파트》, 《수상한 친구 집》, 《닭 다섯 마리가 필요한 가족》, 《몸짱이 뭐라고》, 《마트로 가는 아이들》, 《아디닭스 치킨집》, 《끝까지 초대할 거야》 등 100여 권의 동화책과 청소년 소설《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Mr. 박을 찾아주세요》, 《금연학교》가 있습니다.
그림 장경혜
서울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겨례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했습니다. 2008년 제9회 서울동화 일러스트레이션상에 당선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쉬지 않고 세상과 마주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나만의 영웅을 만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매일 조금씩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린 그림으로는 《둥근 해가 떴습니다》, 《욕 시험》, 《똥배 보배》, 《우리 동네 미자 씨》,《박각시와 주락시》 등이 있습니다.
첫댓글 역시... 가족이죠.. 가족..
에구~ 살짝 맛배기만 읽었는데도... 눈물..찔끔..
엄마의 바위같은 커다란 짐을 볼 줄 아는 아이의 눈이... 대견하네요
대단하신 박현숙선생님 새 동화책 ~~ 쌤의 치매를 다룬 동화책 오늘날 문제점을 잘 찍으셨네요. 널리 강추하도록 할께요.
축하합니다. 가족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앗, 박현숙 선생님
출간을 축하 축하드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