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새카만 색깔과 거친 울음소리, 동물 사체 주변을 날아다니는 모습이 죽음을 떠오르게 하는 새입니다. 하지만 두 발 달린 까마귀에 발이 하나 더 돋으면 전혀 다른 동물이 됩니다. 옛사람들은 발이 셋 달린 까마귀 삼족오(三足烏)를 신성한 태양의 새로 여겼어요. 삼족오는 천상과 인간 세계를 연결하며 하늘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해요. 날개를 활짝 펴고 둥근 태양 안에 당당히 선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완전한 숫자 3
환상 동물은 ‘3’과 관련 있는 동물이 많아요. 눈이 셋 달린 개 ‘삼목구’를 기억하죠? 〈어린이조선일보 2020년 4월 6일자 참조〉 동양에서는 숫자 1을 태양과 빛을 의미하는 양(陽)의 숫자로, 숫자 2를 땅과 그림자를 뜻하는 음(陰)의 숫자로 여겼어요. 1과 2가 합쳐진 3은 조화롭고 완전한 수라고 생각했답니다.
까마귀는 왜 불길할까?
왜 사람들은 까마귀를 불길하게 여길까요? 제주도 신화 ‘차사본풀이’에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저승사자 강림은 모든 사람의 정해진 수명이 담긴 ‘적패지’를 까마귀에게 맡겼어요. 하지만 적패지를 잃어버린 까마귀는 수명을 마음대로 떠들고 다녔습니다. 그 바람에 죽음의 순서가 없어져 어린이가 노인보다 먼저 죽는 일이 생겼죠.
까마귀와 ‘연오랑과 세오녀’
불길한 동물이지만 까마귀는 옛날부터 태양을 의미하는 새였어요. ‘삼국유사’에 기록된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에도 나타나죠. 신라의 연오와 세오 부부는 움직이는 바위에 실려 섬나라 일본에 도착했어요. 사람들은 부부를 왕과 왕비로 모셨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떠난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죠. 신라 왕이 보낸 사신이 세오의 비단을 받아오고 나서야 해와 달의 빛이 돌아왔어요. 연오와 세오 이름의 ‘오(烏)’는 까마귀를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