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쿠데타’-[김순덕 칼럼]
새로 온 공장장이 “공장을 민주주의와 인권의 장(場)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고 가정해보자. 공장 사람들은 환호할지 모른다. 당장 제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또 공장장이 “우리 공장을 통해 학벌사회 노동사회의 문제를 바로잡자” “친환경 무상 구내식사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고 농정혁명을 이룩하자”고 외친다고 상상해보라. 그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잘 팔릴 수 있을까. 그 공장장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공장을 맡은 것일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8월 31일 관훈토론회에서 “학교를 민주주의와 인권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입시경쟁과 학교 서열화를 막아 학벌사회 노동사회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고 농정혁명을 이룰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말도 그가 그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이런 것이 진보라면 나는 진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곽노현을 보며 나는 쿠데타에 성공한 변방의 장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무력 아닌 선거를 통해 뽑힌 교육감을 쿠데타 주도자에 비유하는 건 무엄한 일이다. 그러나 5·16쿠데타도 한때 군사혁명이라고 미화됐듯, 곽노현 쿠데타는 전교조군(軍)이 기획 제작한 교육혁명처럼 착착 진행 중이다.
민중혁명세력 키우기가 지향점?
취임하자마자 학업성취도 평가 결석자 문제를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마찰을 빚은 곽노현이 체벌 전면금지, 교장 권한 축소, 무상급식비 예산편성, 수능 개편안 반대 등 정부와 맞선 정책은 일일이 열거하기 숨찰 정도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65%의 마음도 헤아리겠다”더니 노무현 전 대통령같이 주변을 코드인사, 더 정확히는 전교조 출신으로 채운 건 물론이다.
결과는 당장 교권붕괴 교실파괴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전교조 홈페이지엔 “교사에게 반말을 하거나 욕을 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한 학생은 여자 선생님의 배를 발로 차고 도망가면서 ‘때리려면 때려 봐. 신고할 테니까’라고 큰소리로 외쳤다”는 한 중학교 교사의 글이 올라왔다. 체벌금지를 선포한 서울시교육청 관할이 아니라 해도 영향력은 가히 전국적이다.
곽노현에게는 이런 패륜적 인성파괴적 교육현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장으로 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비칠지 모른다. 하지만 민주교육의 이상으로 평가받는 소크라테스의 문답교육에서도 교사와 학생은 동등하지 않았다. 교권 붕괴의 주원인을 한국교총은 체벌 금지로 인한 교사의 통제력 상실 때문으로 보는 반면, 전교조는 잘못된 입시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반항으로 친다. 곽노현이 “우리 교육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파행의 근본원인은 모든 학생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이끄는 현행 입시제도”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교조와 전교조에 업혀 당선된 곽노현의 궁극적 목표는 현행 교육제도의 전복(顚覆)이라 할 수 있다. 전복하려는 이유가 아이들을 학습부담에서 풀어주기 위해서라거나, 백번 양보해 민주주의와 인권의식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고맙겠다.
1980년대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과 민중교육지 사건 등을 수사했던 ‘공안검사’ 출신 고영주 변호사는 “전교조 핵심부의 목표는 학생들을 사회 민중민주주의 혁명세력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80년대부터 운동권을 추적한 그에 따르면, 전교조의 ‘참교육’이란 일본 좌파 교원단체인 일교조가 강조했던 ‘공산주의 혁명을 위한 진교육(眞敎育)’의 직역이다.
전교조의 눈에는 30년간 교단에서 의식화 세례를 했는데도 아직까지 민중민주주의 혁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이상하고 불만스러울 수 있다. 고 변호사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밖으로 튀어나오려다가도 대학입시 때문에 움츠러들어 혁명이 안 된다는 것이 전교조가 내린 결론”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전교조와 좌파 교육감들이 학력평가를 반대하고 학생인권조례를 서두르는 것도 학생들을 입시에서 풀어줌으로써 거리의 혁명세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지적이다. 그러니 서울시교육감에 ‘불과한’ 곽노현이 민주주의와 인권, 학벌과 노동사회, 농정혁명 등 사회변혁까지 언급하는 것도 당연할 수 있다.
‘反안보 교육현장’ 대통령은 알까
우리나라는 연방제 국가 아닌 단일국가이고 단일국가의 정부는 하나뿐이다. 교육정책을 포함한 정책 결정권은 정부가 독점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감은 정부가 정한 교육정책의 범위 내에서 법령이 허용한 집행권만을 갖는다.
서울시교육청이 독립정부라도 된 양 중앙정부의 교육정책을 뒤집는데도 교육부는 엄포만 놓고 있다. 고 변호사가 전교조를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고발장을 2년 전 검찰에 냈지만 검찰도 아무 움직임이 없다. 지난주 대통령은 안보와 관련해 “당면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근본해결은 교육을 통해 해야 한다”며 교사들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곽노현식 쿠데타의 현장과 실상을 다 알고 있을까.
<출처: 동아일보>
첫댓글 서울 사람들 특히 학생가진 사람들 고생 많이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어도 다음 교육감 선거일에 아무나 찍을 것입니다. 보수층의 그 잘난 후보들 개나소나 본인이 최고인양 출마하다 죽쑤서 개 준 꼴입니다 이제 젊은 층에 따끔한 충고를 해서 다시는 이런넘들을 선택해서는 안됩니다. 기성세대들의 책임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