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 사격' 5가지 의문]
1. 민항기 수시로 오갔다는데…
13㎞ 떨어진 비행기에 사격? "해병들 착시현상 종종 있어"
2. 비행위치, 초소 남쪽이었는데…
"北 비행기가 남쪽서 비행?" "병사 입장선 오른쪽서 왼쪽"
3. 비행기에 소총이 경고가 되나…
"규정따라 예광탄 등 쐈을 뿐" 1㎞ 고도에선 예광탄 안보여
4. 서방사 창설 이틀만에… 軍, 本紙 보도 후에야 공개
5. 민항기 아닌 다른 물체? "정황상 추정… 단정 못해"
지난 17일 새벽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에서 발생한 해병대 초병들의 민항기 오인 경고사격 사건은 민항기의 항로이탈이 아니라 초병들의 착시(錯視) 또는 판단착오에 의한 '해프닝'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그러나 군의 조치나 해명 등과 관련해 몇 가지 의문사항이 제기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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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①왜 17일 새벽 4시에만 민항기가 이상하게 보였나
당시 아시아나 항공기가 비행한 항로는 경고사격 20분 전에도 같은 항로로 다른 항공기가 별 탈 없이 비행하는 등 하루에도 수많은 항공기가 이용하는 곳이다. 그런데 유독 17일 오전 4시에 13㎞나 떨어진 곳에서 비행한 민항기를 초병들이 '특이한 비행체'로 보고 경고사격을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해병대 관계자는 "백령도 등 서북 도서지역에선 착시 현상에 의해 초병들이 경고사격을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며 "특히 최근 북한의 위협 등으로 초병들이 긴장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②왜 초소보다 남쪽에서 비행하는 물체를 북한기로 오인했나
당시 해병대 초병들의 초소는 교동도 남쪽에 있었고 아시아나 여객기는 이보다 남쪽을 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 공군기로 오인해 사격했다는 군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군 소식통은 초소가 정남향(正南向)이 아니라 교동도 남서쪽 모서리에 있어 오른쪽으로는 북한 연백평야를, 왼쪽으로는 우리 볼음도 등을 볼 수 있는 위치여서 중국 쪽에서 접근하는 민항기를 북한기가 남하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민항기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정면을 보고 있는 병사 입장에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동도에서 북한 황해남도까지의 거리는 4㎞에 불과하다.
③항공기에 소총으로 경고사격이 가능한가
해당 초소는 대공 감시초소로, 쌍안경 등으로 하늘을 감시하다가 사전에 통보되지 않은 비행물체가 나타나면 경고사격을 하는 것이 임무다. 여기에선 소총이 주무기로 항공기 앞쪽 7~8㎞ 상공으로 오성(五星) 신호탄, 조명탄, 예광탄을 쏴 경고사격을 한다. 밤에는 어둡기 때문에 예광탄을 쓰며 실제로 지난 17일 발사된 99발 중 절반가량이 예광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K-2 등 소총으로 빠르게 높이 날아가는 항공기가 알아챌 수 있도록 실효성 있게 경고사격을 할 수 있는가이다. K-2 소총의 최대 사거리는 2600~3300m이지만 유효 사거리는 500~600m에 불과하기 때문에 고도 1~1.5㎞ 이상에서 높이 나는 비행기는 신호탄이든 예광탄이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예민한 인천공항 인근 도서에 근무하는 부대의 즉각적인 실탄사격은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는 만큼 기존 '선조치, 후보고' 규정을 수정·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④왜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 이틀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군은 숨겼나
국방부는 지난 15일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도서 방어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해병대사령부를 모체(母體)로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했다. 사실상 해병대사령부를 확대 개편한 부대다. 그런데 불과 이틀 만에 해병대 부대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 더구나 국방부나 합참, 해병대사령부는 이 같은 사실을 18일 아침 본지(本紙)에서 첫 보도를 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이에 대해 "사건 후 조사 결과 초병의 착각에 의한 해프닝으로 결론지어져 발표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⑤민항기 외에 다른 물체일 가능성은 없나
군 일각에선 초병들의 착각을 초래한 미확인 비행체가 아시아나 항공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건발생 후 군 당국에서 초병들이 어떤 비행체를 잘못 보고 사격을 했을까에 대해 역추적을 하다 보니 여러 정황상 아시아나 항공기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지 직접 확인된 것은 아니어서 문제의 비행체 불빛이 계속 미스터리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