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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루미늄 압연제품 글로벌1위 스티브 피셔 노벨리스 CEO
인류가 지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금속은 무엇일까? 바로 철이다.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금속은? 알루미늄이다. 철과 알루미늄은 금속계의 최대 라이벌이다. 대부분의 전쟁터에서는 철이 승리했지만 음료 캔에서는 알루미늄이 승리했다. 전 세계에서 매년 3700억개의 금속캔이 생산되는데 이 중 75%가 알루미늄캔이고 나머지가 철캔이다. 최근에는 자동차용 금속 시장에서 알루미늄이 철에 도전하고 있다. 자동차 휠 등 일부에서만 사용되던 알루미늄은 자동차의 몸체에 해당하는 보디에 점차 많이 사용되고 있다. 어째서일까. 조금이라도 가벼운 차를 만들기 위해서다. 가벼운 차를 만들어야만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차량에 대한 요구로 인해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로 변화하고 있듯이 자동차 소재 부문도 철에서 알루미늄으로의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압연 제품 생산기업인 노벨리스는 알루미늄 캔이 주력 사업이자 캐시카우인 회사였다. 하지만 이 같은 거대한 트렌드를 타고 자동차용 알루미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노벨리스는 자동차 차체용 알루미늄 생산업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면서 이 분야에서 세계 최대 업체로 도약했다. 현재 180개 모델의 자동차에 알루미늄을 공급하고 있다.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는 최근 제17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스티브 피셔 노벨리스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시장 변화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들었다. 또한 노벨리스가 어떻게 변화를 준비했고 완성차 회사들과 어떤 협력을 하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피셔 CEO는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에 대한 움직임이 커지면서 자동차에서 알루미늄이 사용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1%에 불과했던 알루미늄 차체 차량의 비중은 2025년에는 2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그는 "차량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폐 알루미늄은 재활용을 통해서 다시 차량 생산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알루미늄의 높은 지속 가능성이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할 것으로 기대했다. 피셔 CEO는 "자동차 산업에서 다양한 방면의 파괴적 혁신(disruption)이 찾아올 것"이라면서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기민(nimbleness)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벨리스가 이런 기민함을 통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과감하게 투자했고 이를 통해 업계의 리더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알루미늄이 자동차에 점점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보나.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알루미늄은 고가의 자동차 차체에만 사용됐다. 2001년 MIT 교수들은 알루미늄이 자동차 차체에 적합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을 보면 노벨리스의 자동차용 알루미늄 제품 생산능력은 30만t에서 80만t으로 거의 3배 늘어났다. 이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움직임이 커졌고 고객들도 친환경적인 투자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알루미늄으로 바꾼다고 연비가 크게 개선되는 것인가.
▷자동차의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가 약 5~7% 개선된다. 그래서 완성차 회사들은 알루미늄뿐 아니라 가벼운 탄소섬유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차도 경량화는 중요하다. 현재 전기차의 가장 큰 장벽은 배터리 사용시간이다. 무게가 줄어들면 배터리의 수명과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알루미늄은 제대로만 생산된다면 가벼움 외에도 장점이 많다. 자동차 충돌 시에 더 많은 보호를 제공할 수 있어서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 또한 차량의 무게가 가벼워지면 운전이 훨씬 쉬워진다는 장점도 있다.
―친환경 차량에 대한 정부 규제가 그렇게 심한가.
▷2025년이 되면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갤런당 평균 54.5마일(리터당 23㎞)까지 연비를 달성해야 한다. 이는 현재 규제 수준인 갤런당 35.5마일(리터당 15㎞)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규제다. 소비자들도 환경친화적이고 자원을 보존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5년에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25%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중국은 2020년까지 500만대의 친환경 차량을 만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노벨리스는 주력 사업과 캐시카우가 음료용 알루미늄 캔이었다. 왜 자동차용 알루미늄에 눈을 돌렸고 어떻게 이를 준비했나.
▷자동차 산업에서 알루미늄을 통해 파괴적 혁신(disruption)이 찾아 올 것이라는 사실이 명확했다. 2012년에 나온 전망에 따르면 당시 차량 보디에 알루미늄이 사용되는 비중은 1%, 철이 99%(고장력강판 포함)였다. 이 비중이 2015년에는 각각 6%와 94% 로 늘어나고 2025년에는 26%와 74%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용 알루미늄 시트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공장을 짓고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고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포드와 협업해 픽업트럭인 F―150을 풀알루미늄 보디로 만들었다.
▷포드가 F―150을 철강보다 더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만들겠다며 우리를 찾아왔다. 우리는 입찰했고 이를 따냈다. 이때 맺은 계약은 자동차업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알루미늄 공급 계약이었다. F―150은 미국에서 35년간 가장 인기 있는 차량이다. 연간 매출이 200억달러고 전체 이익의 40%가 이 차에서 나왔다. 포드와 우리의 이미지가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었다. 새로 만들어진 차량이 내구성이나 강성에서 기존 철강으로 만든 차량보다 떨어진다면 판매에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지난 50년간 철강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19개월 만에 알루미늄용으로 완전히 바꿔야만 했다. 알루미늄 캔을 만드는 것과 자동차용 강판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아마도 노벨리스 역사상 가장 어려운 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리스크를 감수했다. 공장 전체를 개조했고, 새로운 직원을 고용했고 새로운 기술을 가르쳐야 했다. 포드를 위해 초고강도 알루미늄 합금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무게를 320㎏ 줄였고 연비도 15% 개선했다. 무게는 줄어들었지만 미국 정부의 충돌테스트에서 최고점을 받았고 철강으로 만든 모델보다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15년 북미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올해의 차량으로까지 선정됐다.
―그 어느 기업보다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 특히 자원 재활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노벨리스는 새로운 산업생산 모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는 알루미늄 음료 캔을 직접 재활용한다. 그래서 버려진 알루미늄 캔이 60일 후에는 다시 매장에서 새로운 캔이 되어 판매된다. 이런 재활용을 자동차에 적용하고 있다. 포드가 부품을 만들기 위해 알루미늄을 프레스로 찍을 때 남은 스크랩을 노벨리스로 보내면 우리는 이것을 다시 새 제품으로 만들어 포드에 공급한다. 알루미늄과 다른 소재의 차이점은 제품 특성의 변화 없이 영원히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소재는 재활용을 할 경우 질이 떨어져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반면 알루미늄은 이론적으로는 무한정 재사용이 가능하다. 우리는 이를 무한순환형 재활용(closed―loop recycling)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선형 경제 모델이 순환 경제 모델로 바뀌는 것이다.
―노벨리스의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봤는데 상당히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사용한 모든 에너지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썼는지 아닌지를 세세하게 나누고 있다.
▷지속 가능성과 경제성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에 좋은 것이 고객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알루미늄 재활용 시설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계속 목표를 높이고 있다.
―재활용과 관련해 재규어랜드로버와도 협업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일찍부터 100% 알루미늄 보디 차량을 만들어왔다. 우리는 재규어랜드로버에서 쓰는 알루미늄을 공급하고 있다(포드는 알코아와 함께 공급 중). 우리는 재규어랜드로버와 리얼카(REAL CAR)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리얼이라는 단어는 REcycled ALuminium에서 따온 말이다. 우리는 알루미늄을 차체에 쓸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과 에너지를 줄이려고 했다. 광산에서 채굴되어 만들어진 소위 버진 알루미늄을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된 알루미늄으로 차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자동차의 경우 평균적으로 25%를 재활용 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재활용 알루미늄을 만들 경우 버진 알루미늄을 만들 때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95%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재규어랜드로버와 함께 진행한 리얼카 프로젝트를 통해 레인지로버 TDV6는 차량 수명 동안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14%가량 줄일 수 있었다.
―지속 가능성에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루미늄은 여전히 철보다 약 4배 비싸다.
▷단순히 원자재 가격으로만 비교할 수는 없고 경량화 차량에 사용하는 고강도 철강과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 알루미늄과 고강도 철의 가격 차이는 그 정도는 아니다.
―알루미늄의 사용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 이후 어떤 투자를 했나.
▷자동차용 강판을 만들려면 우리가 CASH(Continuous Annealing Solution Heat treat·연속열강화처리공정)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알루미늄의 강성을 강화하고 성형을 돕기 위해서다. 중국에는 창저우, 미국에는 4개 라인, 유럽에는 독일과 스위스에 투자했다. 최근 5년간 생산능력을 3배로 늘린 것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모든 고객들에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어떤 차량들이 알루미늄을 보디에 사용하고 있나.
▷재규어 XE 같은 차량은 알루미늄을 보디 전체에 쓰고 있다. 벤츠 S클래스, BMW 7, 아우디 A8, 재규어 XJ 같은 차량들에도 다량 사용하고 있다. 포드 F―150처럼 SUV에도 사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S 또한 알루미늄 보디다. GM의 전기차 볼트도 마찬가지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알루미늄 보디 도입에 소극적인 것 같다. 이는 포스코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제철 때문은 아닌가.
▷도요타와 같은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알루미늄 도입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현대제철 때문에 알루미늄 보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니로나 아이오닉 같은 차량에 사용하고 있다. 만약 알루미늄을 사용한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알루미늄이 제일 적합한 금속소재라고 판단해서 그럴 것이다.
―궁극적으로 알루미늄이 차량용 철강을 전부 대체할 수도 있는 것인가.
▷우리는 완성차 업체들과 수십 년간 협업을 해왔다. 그런 경험을 보면 완성차 업체들은 지금 자동차의 많은 부분에서 철강을 사용하고 있고 이는 5~10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규어랜드로버 같은 일부 회사는 예외다. 다만 앞으로는 탄소섬유나 고강도 철강의 사용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기업들은 급속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노벨리스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기민함(nimbleness)이 필요하다. 고객의 요구에 맞추려면 유연하고 변화에 기민해야 한다. 새로운 인재를 고용하고 새로운 업무방식을 선택하고 더 신속한 타임테이블을 운영해야 한다.
지금 완성차 업계에는 완전히 새로운 기업들이 들어오고 있다. 구글, 우버,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다. 노벨리스가 겪은 파괴적 경험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모빌리티 자체에 파괴적 혁신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젊은이들이 '차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자동차와 스마트폰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대부분 스마트폰을 선택할 것이다. 젊은이들은 차량을 소유하기보다는 공유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심지어 난 커피 한 잔을 위해 5달러나 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매일 그 돈을 주고 커피를 사서 마시고 있다(웃음).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유가 늘어난다면 차량의 내구성은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할 것이다.
―노벨리스 문화의 장점이 있다면.
▷우리 직원들이 바로 우리 회사의 강점이다. 우리 직원들은 알루미늄 산업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 또한 투명성과 개방성을 추구하고 있다. 누구든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고 리더가 그 얘기를 듣는 문화다.
■ He is…
스티브 피셔 노벨리스 최고경영자(CEO)는 1993년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금융 및 회계 학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공인회계사다. 2015년 CEO로 임명됐으며 2006년 노벨리스에 합류한 이후 CFO, 전략 기획 담당 부사장 등으로 일했다. 노벨리스에 합류하기 전에는 TXU 에너지에서 부사장 겸 회계 책임자로 일했다.
■ 노벨리스는 어떤 회사
알루미늄 압연 시장 세계 1위…한국에 아시아 본부
노벨리스는 캐나다 광산 및 알루미늄 제조사였던 알칸에서 지난 2005년 분사된 기업이다. 2007년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아디트야 비를라 그룹의 일원인 힌달코에 인수됐다. 현재 본사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다.
알루미늄 압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4%를 차지하고 있어 전 세계 1위다. 전 세계 직원은 약 1만2000명이며 2016회계연도에 매출 100억달러(약 11조원), EBITDA(세금·이자 지급 전 이익) 9억6300만달러(약 1조1000억원)를 기록했다. 한국에 노벨리스의 아시아 본부가 있다.
노벨리스 한국법인은 1999년 대한전선과 합작해 설립한 '알칸대한'으로 출발했다. 2011년 대한전선이 지분 전량을 노벨리스 본사에 매각하면서 합작관계가 청산됐다. 영주와 울산에 생산공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