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주택의 건축주는 단독주택 마니아(?)다. 30대 초반 콘크리트주택을 시작으로 업무차 오스트리아에 거주할 때 지은 주택, 그리고 현재 사는 주택까지 3채를 지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건축주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여생을 보낼 주택을 세종시에 앉혔다.
HOUSE NOTE
DATA
위치 세종시 금남면 도남리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자연취락지구,
가축사육제한구역
건축구조 1층 - 철근콘크리트조
2층 - 경량 목구조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797.00㎡(241.09평)
건축면적 143.23㎡(43.32평)
건폐율 17.97%(법정 60% 이하)
연면적 199.81㎡(60.44평)
1층 80.41㎡(24.32평)
2층 119.40㎡(36.11평)
용적률 25.07%(법정 100% 이하)
최고높이 9.11m
주차대수 2대
설계·시공 관리 풍산우드홈 02-3414-8868
www.woodhomes.co.kr
시공 건축주 직영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란 말 그대로 ‘수동적인 집’이란 뜻으로, 태양열이나 지열 등의 에너지를 능동적으로 끌어다 쓰는 액티브하우스Active house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패시브하우스란 일반적으로 별도의 난방 설비 없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건축물을 말한다. 독일 패시브하우스 협회 기준은 면적당 연간 난방 에너지 요구량이 15㎾h(약 1.5ℓ)이하여야 하며, 이는 고단열과 고기밀을 바탕으로 열회수 환기장치를 이용해 환기로 인해 버려지는 열을 철저하게 회수함으로써 가능하다(한국형 패시브하우스는 독일 패시브하우스 기준을 적용할 경우, 바닥 난방으로 인해 오버히팅이 발생하므로 5ℓ까지(정부 8ℓ) 간주하는 추세다).
세종 주택의 건축주 부부는 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유럽에서 근무한 덕분에 패시브하우스에 준하는 저에너지주택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던 집도 단독주택이었는데 당시 법에 따라 저에너지주택으로 집을 지어야만 했다. 그 주택에서 작년에 은퇴할 때까지 20여 년간 살아본 건축주는 불편함 없이 살아온 것이 귀국해서 패시브하우스를 짓는 데 가장 큰 몫을 했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에서 집을 지을 때 벽, 지붕, 창호 등 단열과 기밀에 세세하게 신경을 쓰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실제 살면서도 불편함이 없었죠. 제가 30대 초반에 처음 지은 철근콘크리트 집과는 완전히 달랐으니까요. 은퇴 후 짓는 집이니 당연히 그보다 더 나은 패시브하우스를 선택했죠.”
단지 내 도로에서 바라본 세종 주택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아스팔트 이중슁글
벽 - 스타코, 적삼목
데크 - 방킬라이
내부마감
천장 - 광폭합지벽지
벽 - 광폭합지벽지
바닥 - 강화마루
계단실
디딤판 - 애쉬
난간 - 단조 난간
단열재
지붕 - T285 글라스울 24K 나등급
외벽 - T140 글라스울 24K 나등급,
T38 글라스울 32K 나등급
창호 케멀링88 시스템창호(엔썸)
현관문 단열 현관문
조명 LED
주방가구(싱크대) 한샘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기름보일러
흰 바탕에 무채색 계열로 심플하게 연출한 현관. 중문을 열면 정면에 지하로 향하는 계단실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좌측엔 공용 공간, 우측엔 사적 공간이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생
건축주는 1999년 드라이브하던 중 우연히 북쪽에서 서쪽으로 금강이 지나고 남쪽에서 동쪽으로 청벽산줄기가 뻗은 배산임수형 전원주택단지를 알게 됐다. 남서쪽을 향해 동고서저 계단식으로 조성한 단지에서 최상단에 위치한 필지가 마음에 와닿았다. 금강 너머로 장군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도로가 지나는 서측을 제외한 삼면이 숲에 둘러싸여 안온했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은퇴 후 이곳에 주택을 짓고 살기로 하고 출국 전 대지를 구입했다. 그 후 세월이 지나 은퇴를 1년 앞두고 목구조 패시브하우스 경험이 많은 업체를 찾던 중 풍산우드홈을 알게 됐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 살던 저에너지하우스를 비롯해 살고 싶은 주택에 대한 내용을 전달했다.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자연 그대로의 지형·지세를 살리고 가능한 나무를 보전하면서 집을 앉혔어요. 집이 앉혀진 부분에 어쩔 수 없이 자른 나무로는 대문과 난간을 만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나무가 터를 먼저 잡은 원주민(?)이잖아요.”
거실과 식당, 식당과 주방을 대면형으로 만들어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인다. 건축주가 맘에 들어하는 서측 금강과 장군산 풍광을 바라보도록 창호를 크게 냈다. 편백 루버, 강화마루, 원목장 등 우드 베이스에 톤만 달리한 인테리어 요소는 오래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더불어 루버 방향에 맞춰 LED 매립등을 설치해 깔끔해 보인다. 오스트리아에서부터 사용해온 샹들리에 조명이 이곳의 포인트다.
주방의 상부장 일부분을 없애고 바로 뒤에 다용도실을 배치해 건축주의 아내 또한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집안일을 돌보도록 설계했다.
패시브하우스와 비非패시브하우스 공존
세종 주택은 절토와 성토 없이 대지의 경사면을 살려 지인들이 가끔 머물다가는 게스트하우스인 1층을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땅속에 일부분이 묻히게 만들고, 그 위에 건축주 부부가 주로 생활하는 2층을 목구조 패시브하우스로 앉혔다.
대문에서 계단을 오르면 대지의 북동측에 붙여 역기역자 모양으로 매스를 배치해 남쪽과 서쪽에 마당과 풍광을 확보한 주택이 보인다. 1층은 화이트 톤의 스타코로 2층은 적삼목 사이딩으로 마감하고, 처마를 길게 뺀 박공지붕을 올린 모던과 컨트리풍을 믹스 매치한 주택이다.
우측 중앙에 있는 계단으로 오르면 2층 현관으로, 이곳을 기준으로 전면에 주방과 다용도실, 식당, 거실 등 공용 공간이, 후면에 작은 방과 욕실, 안방(드레스룸과 욕실 부속) 등 사적 공간이 있다. 계단실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가면 간이 주방과 작은 거실, 현관이 ‘一’자로 배치돼 있다. 현관은 방문한 지인이 편하게 드나들도록 한 배려다. 그리고 거실을 중심으로 전면에 방 2개, 후면에 욕실과 창고를 뒀다. 1층은 사용빈도가 낮아 2층과 보일러를 분리했다. 같은 주택임에도 2층의 기밀성이 높아 층별 온도 유지 시간이 다르다.
드레스룸과 전용 욕실이 딸린 안방. 건축주는 특히 욕실의 경우 설계할 때부터 습식 공간과 건식 공간을 나눠달라고 요청했다. 시공을 관리한 풍산우드홈은 “마감재와 위생기구 배치 등 인터리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공간”이라며, “샤워 공간을 제외하고 편백 루버를 가슴 높이부터 마감해 편백 고유의 산뜻한 향기가 디퓨져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세종 주택은 단열 현관문을 비롯해 단열성과 기밀성을 높이고자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특히 계단실 중문을 포함해 집 안의 창호는 모두 3중 로이 유리 시스템창호로 열관류율 0.68W/㎡K를 자랑한다. 9월 개정된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의 ‘창 및 문’ 기준인 1.5W/㎡K를 훨씬 뛰어넘는다. 2층 목구조 패시브하우스의 경우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의 테스트 결과가 난방 성능 4.9ℓ로 연간 난방비용은 583,300원, 연간 총 에너지비용은 1,458,000원 정도다.
1층 창고 한 구석에 열회수 환기장치를 설치했다. 건축주는 좌측 상단에 프리필터박스를 추가로 설치해 실내 공기질 개선에 신경을 많이 썼다.
Zoom In 세종 주택의 열회수 환기장치
SHERPA Aircle-R350V
기밀성이 높을수록 실내 공기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보온병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기밀성이 높은 패시브하우스엔 신선한 공기를 실내에 공급하면서도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제품인 열회수 환기장치가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세종 주택에 설치한 열회수 환기장치는 셀파의 Aircle-R350V 모델로 난방 효율 79%, 냉방 효율 60%인 제품이다.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의 검사 결과 열효율 76%, 냉방 효율 48%, 습도 회수율 60%의 성능을 나타냈다. 성능 값은 설치 환경이나 시공방법에 따라 값과 차이가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고효율 제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셀파 이승엽 팀장은 “셀파의 전제품은 0.5㎛의 초미세먼지 99% 걸러주는 세미 헤파 필터(E12)를 기본으로 적용했다”며, “미세먼지는 물론 실내에서 배출되는 라돈을 내보내 실내에 쾌적한 공기를 만든다”고 전했다.
2층 계단실 문은 시스템창호로 패시브하우스인 2층의 기밀성을 높였다. 애쉬 디딤판에 디자인 단조 난간을 설치하고 샹들리에로 운치를 더했다.
패시브하우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건축주는 “단열과 기밀이 좋다 보니 보일러 온도를 높이지 않고도 겨울을 따듯하게 나고 있어요. 실내 공기질을 염려했는데 열회수 환기장치가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고요. 우리 집은 1층과 2층이 구조와 성능이 다른데, 1층에 있다 2층에 올라오면 쾌적하다는 것을 몸이 먼저 느낍니다.”라고 말한다.
1층엔 방 2개를 계획해 지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었다. 큰 창호를 통해 데크로 언제든 오갈 수 있으며, 2층과 동일한 3중유리 시스템창호를 설치했다.
지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인 만큼 전용 현관과 간단히 조리할 수 있도록 간이 주방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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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둘러싸인 세종 주택에서 차로 10, 20분이면 각종 시설이 밀집한 도심으로, 또 공주와 대전으로 오갈 수 있는 거리다. 도심 속 전원주택인 셈이다. 부부는 “경관 좋은 곳에 잘 지은 집에서 힐링하는 기분으로 지낸다”면서, “살면서 아쉬움이 없을 수 없지만, 그것마저 채워 가면 그만”이라고 한다. 인터뷰 내내 긍정 에너지가 넘쳤던 건축주 부부. 앞으로도 즐거움이 가득 채워지길 바란다.
마당에서 본 1층 데크
2층 발코니에서 바라본 마당. 건축주는 주택 짓기 전 마당에 평상을 먼저 만들었다. 세종 주택은 평상에 앉아 어떤 집을 지을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구상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2층 발코니 전경
주택 외관
글 이상현 기자 | 사진 백홍기 기자
출처 : 전원주택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