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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아영의 주력을 담당하던 흑염이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흑염의 공백을 채우기 위하여 서브타잎인 '달'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만 했다.
그리고, 흑염과 검법을 섞어 쓰던 지금까지의 패턴은 봉인하고, 검술로만 상대를 쓰러뜨리는 연습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흑염이 없는 그녀로서는 연습이 무척 힘들었다.
그녀의 동료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다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생각만으로는 모든 것이 잘 되지만, 때때로 생각만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는 법이다.
그녀의 대련상대가 되어주는 사람은, -의외로-리얼그랜드크로스의 임문희였다.
아영은 문희의 전투장면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문희와의 대련을 앞두고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흑염이 있을때는 도도하고 강력한 공주님이었던 그녀가, '기댈 만한 기둥' 인 흑염이 사라지자,
이제는 약하고 가녀린 공주님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후는 흑염이 사라지면서 전력이 대폭 약해져버린 아영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수가 없었다.
모든 동료들이 도와주고는 있지만, 그녀 자신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련장소인 체육관. 문희와 아영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열심히 활 수련중인
강혜성을 뺀 버밀리온 수뇌부들이 모두 참석하였다. 그들은 모두 아영의 주력인 '흑염' 이 사라졌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는듯한 눈빛이었다.
문희는 시작 직후부터 몸을 풀고 있었다. 학교 치어리더의 복장을 하고 있는 그녀는, 겉보기에는 매일마다 웃으면서 다녀도,
그 속에는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포스가 탑재되어 있었다.
전투 시작 전에, 성후와 채림은 아영을 불러서 귀띔을 해주었다.
"문희누나의 전투방법은 두가지로 나뉘어. 첫번쨰는 댄스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속공. 두번째는 음악으로 상대의 능력치를 깎거나
음파로 적을 공격하는 방법. 하지만 문희 누나의 악기공격은 이번에 봉인되어 버렸어. 그러므로 문희 누나는 춤으로 승부를 걸게 뻔해.
주력타잎이 음악...이니까. 아마도 서브타잎은 전기일거야. 문희누나는 춤을 추면서 전기공격을 하거든. 아무쪼록 조심해."
아영은 그들의 충고를 마음 깊이 새기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문희는 어느새 몸을 다 풀어 놓은 상태였다.
아영은 모두를 한번 돌아보고, 뒤이어 자신을 한번 거울로 보았다. 그녀는 숨을 한번 몰아 쉬더니,
그녀의 무기 중, 유일한 원거리 견제무기인 대구경 권총, '스커드 소울'을 꺼내었다.
그녀의 주력무기인 광선검 아나키스트는 우소현과의 전투당시 내구도가 바닥나버린 까닭에, 쓸 수가 없었다.
그 내구도 때문에 그녀의 마음은 보통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권총을 소환한 후, 그녀는 홍련검도 소환하였다. 칼날길이만 1m인 길다란 홍련검이었기에, 허리에 차는것은 무리였고,
등 뒤에 장착해 두는 것이 옳았다.
그들의 전투를 앞서서, 채림은 아사기에게 물었다.
"아사기. 저 둘이 싸우면 누가 더 우세한거 같아?"
아사기는 말이 없었다. 아영에게 닥친 일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일까. 그녀의 눈빛은 그 날 이후로 좀처럼
풀리지를 않았다. 계속 무언가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듯 하였다.
아영을 지키는 임무가 있는 아사기로서는, 아영이 불의에 당한 기습조차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마땅했다.
채림 역시 그 기분을 잘 알수 있었다. 그녀 역시 전직이 가드였기 떄문이다.
아사기는 그제서야 채림을 바라보았다.
"우선 흑염을 봉인당한 아영쨩. 그리고 음악을 봉인당한 문희선배. 하지만 아영쨩의 리스크가 더 큽니다."
"에에...그래? 무슨 이유로?...봉인당한건 둘다 마찬가진데...아..문희언니는 속성을 봉인당한건 아니었지!"
"그리고도 아영쨩의 공격에는 , 특히 검술은 흑염과 섞어서 쓰면서 판정범위를 넓혀 왔습니다.
지금 와서는 그 판정범위가 삭제된거나 다름이 없지요. 판정이 줄어들고, 흑염이라는 최대무기가 사라졌습니다.
그에 비해 문희선배는 공격법은 얼마든지 있으며, 무슨 상황이 오던지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능력과 관록이
있는 분입니다. 이 전투는 선배에게 유리합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아사기의 통찰력이 뛰어난 것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이렇게까지 상황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는줄은
채림 역시 몰랐었다. 그녀는 아사기에게 '대단한 여자'라는 인상이 또다시 심어졌다. 하긴 전투도 두뇌도 어디서든 딸리지를 않지만.
아영과 채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아영은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달의 커튼'을 시전하였다. 이제 이 체육관 내에서 달 계열 스킬의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영이 달의 커튼을 시전하자마자 문희는 그녀의 품안으로 깊숙히 들어온 상태였다.
"우선 한방 맞고 시작하는군요.."
아사기는 모든것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말투였다.
『슈팅댄서 쓰러스트!(Shutting Dancer Trust)』
전방으로 정권을 한방, 추격타로 어꺠치기를 넣는 문희의 기본압박스킬이었다.
문희의 공격루트는 버밀리온 내에서도 정말 복잡한 편에 속하였다., 아니 제일 복잡하였다.
그녀의 스킬들은 하나하나가 현란하고 재빨랐으며, 스킬 하나하나의 위력이 약한 대신에,
여러가지 스킬을 이어가면서 체인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역시나, 슈팅댄서 쓰러스트의 공격이 통하자마자,
문희는 아영의 뒤로 고속이동을 하여 아영보다 더 빨리 도착하여 아영의 뒤를 잡았다.아영이 당황하여
총대로 그녀를 후려치자, 그녀는 또다시 아영의 반대쪽으로 이동하였다. 실로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순식간에 아영은 뒤에서 붙잡히고 말았다.
『슈팅썬더 다이나믹!』
아영을 잡은 상태로 전기공격을 강렬하게 하였다. 아영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영은 중간에 문희의 팔을 뿌리치고 탈출할 수 있었다.
"호오..저건 달 계열 패시브스킬인 문스텝. 대단하군요 역시. 거리가 순식간에 벌어졌는걸요."
지원이 아영의 몸놀림을 칭찬하였다. 그녀는 전기공격을 받으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중간을 뚫고나와 문스텝으로 뒤로 확실히 빠졌기 떄문이다.
"하지만 문희라면, 거리좁히기는 말도 아니야. 순식간에 가능해."
"예?"
혁의 말 그대로였다. 혁은 혜성, 문희와 친구이기 떄문에 당연히 문희의 전투방식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의 고속이동기인 『스크램블대쉬』는 전방으로도, 후방으로도 사용이 가능해. 또한, 그녀의 스텝스킬인
'다이나믹스텝' 은 상대의 허접을 노리는 한편, 자신의 동작딜레이를 크게 줄여준다. 한마디로 상대를
쉴새없이 몰아붙이는게 가능하다 이거지."
지원은 혁의 말을 들으면서 지금까지 문희에 대해 만만하게(?)생각해왔던 것을 시정해야만 했다.
저렇게까지 능수능란한줄은 몰랐기 떄문이다. 음악이 봉인되지 않았으면 아영은 지금쯤 더 밀리고 있었을거란 생각이 들고 있었다.
"받아라! 크리티컬 샷!"
아영의 총알이 발사되자, 문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좌우로 현란하게 이동하면서 그녀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리고 사라졌다.
아영은 그녀가 사라지자 다시 복잡해졌다.
'뒤? 앞? 측면? 어디지?'
참으로 심란한 다지선다였다. 하지만 다지선다의 전법은, 거는 쪽이 10퍼센트 유리하다. 그녀가 어느 한 곳을 골랐는데,
운좋게 문희가 맞지 않는 이상 그녀가 무조건 지게 되어있다. 하지만 이때, 공격을 하지 않고 이쪽도 역이동을 한다면?
문희의 뒤를 잡을수 있지 않을까? 하고 아영은 생각해냈다.
아영 역시 역이동을 행하였다.그녀의 이동보법인 '문스텝' 을 사용하여 저 멀리 뒤로 백스텝을 두번 하였다.
그러자, 방금전까지 아영이 있던 위치에서 곧바로 문희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다시 사라졌다.
"아영이도 대단한걸? 그 순간에 다지선다를 회피하다니 말야. 칭찬할 만 해. 하지만 문희의 공격패턴을 읽으려면
아직이다."
"예?"
"말 그대로다. 문희의 공격패턴은 한마디로,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쓰는 문희도 모르는 패턴이다. 그저 다지선다 중 하나야.
상대를 엄청나게 말아버릴 수 있는 고급의 패턴이다. 마인드스캔(마음읽기)을 사용해도 모르는 방법이지. 왜냐면 쓰는 자신도
모르거든."
쓰는 자신도 모르는 다지선다...하지만 대충의 공격패턴과 공격범위는 정해져 있으므로, 이 심리전은 역시 문희쪽이 유리하였다.
문희가 다시 사라졌다. 아영 역시 앞으로 이동을 하였다.
'윽..정말 까다롭군...지금까지의 상대들과는 전혀 다른 변칙이야!!!'
그리고 어떻게 반격을 할까 망설이면서 그녀는 총알을 장전하였다. 이번에도 무슨 공격이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자신은 뒤를 아직 내어주지 않았으며, 문희의 이동을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공격이 들어오는 부분은 앞면이다.
'잠깐. 하지만 문희의 심리전은 전방공격정도는 예측하고 있지 않을까?....그렇다면 이쪽에서도 심리전이 있다.'
아영은 자신의 도박이 맞아 떨어지기를 기도하였다.
『확장산탄! 파이어!』
아영의 스커드 소울이 불을 뿜었다. 그러자 전방으로 넓은 범위에 산탄이 뿌려졌다. 하지만 문희의 반응은 없었다.
아영은 자신의 도박이 반은 성공했다고 확신하였다.
'좋아. 다음 공격이다!'
아영은 총을 홀더에 집어넣고, 홍련검을 재빨리 뽑아들었다. 새빨간 검날만 1m가 되는 홍련검이 길다랗게 그 자태를 드러내었다.
아사기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언가의 말로 형언할수 없는 기운이 나기 때문이다.
'서...설마! 그 공격패턴을 읽은건가요 아영쨩?!!!'
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 짧은 전투기간에 그것을 알아챘다 이건가?....하긴...자신의 피해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쪽이 훨씬 유리하긴 하지.'
성후 역시 상황을 읽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같이맞기...로구나.'
하지만 체력이 약한 아영에게 불상사가 없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아영의 체력상황은 그날의 기습 이후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못미덥긴 하였지만 그는 내심 속으로는 아영이 이기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영은 검을 꺼내었다. 그리고, 지체없이 앞으로 휘두른다. 빨간 검의 검날에, 월광이 스며들어 푸른색으로 빛난다.
그리고 푸른 월광의 잔상은 새카만 달의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달이 구름 사이로 사라지듯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아영의 도박이
배팅을 시작하였다. 그녀는 힘차게 외친다.
『진혼 월광참!!(眞魂 月光斬)』
하지만 월광참은 허공을 가른다. 그 즉시 아영의 후방에서 문희의 잔상이 눈에 들어온다.
"아....문희선배는 역시 저걸 흘렸어!!!!아영이 잘못 잡은건가?!"
라고 외치는 것은 길원 뿐이었다.
그 외의 나머지는 아무 말 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지원은 길원을 다시 자리에 앉히고 말을 이어갔다.
"낚시 성공이군. 역시 아영은 전투감각이 뛰어나다."
"뭐???"
지원이 말한 그대로였다. 아영은 어느새 월광참을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뉴트럴동작(기본동작)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새 뒤를 향하여, 월광이 깃든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 앞에는 문희가 이동하고 있었다.
"이것이 진짜다!『아인슈테른!!!(Einstern)』"
문희는 아인슈테른을 미처 회피하지 못하고 칼날에 당한 채 저 멀리로 날아가고 말았다.
아영의 공격이 아주 제대로 먹힌 것이다. 기회를 잡은 아영은 여기서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몸 주변에서,
달빛을 상징하는 백청색 오우라가 갑자기 힘차게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그 오우라는 그녀의 칼 끝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자아! 루나카이져 캐논!』
커타란 청백색 의 빔이 날아가는 문희를 뒤따라 맞추었다. 거대한 에너지의 파장이 문희를 가차없이 덮친다.
이같은 가차없는 확인사살에 모두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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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오 아영씨가 이기는 건가요? 이기길 바래요~ 혹시 반전이 될지도..!?
계속 보다보면 나와요 ㅎㅎ 고마워요
속성이 하나가 금지 당했는데... 시합에서 패널티를 적게 받나요???
월계열은 패널티가 아무래도 적을수밖에 없죠(속성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