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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려타곤(懶驢 坤) 32-3
"하---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두 팔을 벌리며 기지개를 켜던 한 포졸은 허망한 얼굴로 흰 구름이 둥실 떠가는 푸른 가을 하늘을 쳐다보았다. 현재 그가 속해 있는 관아는 하남성의 등봉현이라고 하는 곳이었지만, 현재 그가 있는 곳은 관아가 아니라 관도 옆에 있는 한 고목나무의 밑이었다. 그곳에 그와 마찬가지로 포졸의 차림을 하고 지친 얼굴로 아무렇게나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포졸들이 모여 있었다.
"도대체 이놈의 꼬마가 어디 있는 줄 알고 찾아내라는 거야?"
며칠 전 부임한 신임 현령 방종대의 무서운 얼굴을 떠올리며 한숨을 푹푹 내쉬며 중얼거리는 포졸의 어깨는 축 처질 수밖에 없었다.
신임 현령의 가족과 짐들이 등봉현에 도착한 그날, 신임현령 방종대의 막내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리 사흘을 걸어서 등봉현에서 현령의 집이 있던 개봉까지 밤을 세워 달려가야 했던 포졸들은 그곳에서도 현령의 막내아들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개봉 땅까지 밤을 세워 갔다가 터덜거리며 등봉현으로 돌아가는 길의 병졸 이휘와 그 일행들의 얼굴은 세상 다 산 사람처럼 힘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왜?
등봉현의 가장 윗자리에 있는 현감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으니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이 일자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제 그만 쉬고 가세."
포졸 들 중에거 가장 고참인 이휘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우며 입을 열고, 고목 나무의 그늘 아래서 쉬고 있던 포졸들 모두 몸을 일으켜 세웠다. 힘없는 걸음으로 터덜터덜 등봉현의 관아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포졸 이휘의 머리 속에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앞으로 굶어가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너무나 울적해진 이휘처럼 다른 포졸들도 불안한 얼굴을 감추지 않고 걸어가면서 입을 열었다.
"에구, 도대체 그 소구라는 도령이 어디에 있는 거지?"
"개봉까지 밤을 세워 갔다 왔지만 그곳에서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도대체 어디로 숨은 걸까?"
나란히 걸어가면서 포졸들 사이에 그런 대화가 오고 갔다.
"혹시 모르지 않나? 이미 다른 곳에서 찾았을 수도----."
"아무튼 어서 가 보세. 현령이 아무리 무식하기로서니---, 설마 우리를 죽이기야 하겠나?"
"일단 돌아가야지."
그런 대화가 오고 가고 포졸들은 먼지를 흠뻑 뒤집은 쓰고 있는 피곤한 몸을 하고 계속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참이 흘러서 그들의 눈에 등봉현의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피곤하고 불안하기는 했지만 이제 물집이 잡히고 부어오른 다리를 쉴 수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포졸들 사이에 퍼졌다.
터덜터덜 먼지를 뒤집어쓰고 관아의 정문으로 걸어오는 열명의 포졸들을 발견한, 문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다른 포졸의 얼굴에 동정의 빛이 어렸다.
"이제 오는 겐가?"
한 손으로 창을 쥐고 있는 그 문지기 포졸이 물었다.
말할 기운도 없이 지쳐버린 포졸들이었지만 그래도 물어볼 말이 있었다. 그들의 밥줄이 걸린 일이라 이것만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확인해야만 했다. 구척 장신에 턱에는 검은 턱 수염이 가득한 보초 서던 포졸은, 완전히 맛이 가서 해롱해롱 하는 열명의 포졸을 바라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저 일행에 끼여 있다면 저들과 똑 같은 몰골이 되었을 것이다. 그 보초를 서는 포졸을 멍하니 바라보던 맛 간 포졸 중의 하나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현령님의 아들은 찾았나?"
"응, 자네들이 떠나고 나서 이불보따리 속에서 자고 있는 게 세시진 뒤에 발견되었지."
다음 순간, 열 명의 단지 발이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밤새 개봉 땅까지 갔다 와야했던 포졸들은 우르르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긴장이 풀리면서 그들의 몸에는 서 있을 힘도 안 남았던 것이다.
그런 포졸들 속에 한 사람, 왕종은 시큰거리는 발을 주무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해, 언젠가 이런 일을 겪었던 것도 같은데----. 나만 그런가?'
그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와 마찬가지로 땅바닥에 주저앉은 다른 포졸들이 왕종을 바라보았다.
"왕 포졸, 왜 그래? 현령의 아들이 무사하니 우리한테 피해가 올 일은 없을 테니 다 된 게 아닌가?"
이휘가 말하고 왕종은 계면쩍은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전에 이런 일을 겪었었던 것 같아서----."
"뭐?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자네도 그런가?"
둘의 대화에 다른 포졸들도 놀라서 물었다.
"나도 그런데!"
"나도!"
"나도야!"
그렇게 소리치던 포졸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한 얼굴이 되어 서로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려버렸다.
"이보게들, 고생했을 테니 일단 그늘로 들어가서 쉬지 그러나? 언제까지 관아의 문 앞에 주저앉아 있을 생각인가?"
문을 지키고 있는 포졸의 말에 정신을 차린 포졸들은 우르르 관아의 안으로 사라지고---.
소년 방소구는 관아의 담장 위에 앉아서 그런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꿈인지---, 분명히 나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기억이 있는데---.'
꿈이라 생각하는 일들이 너무나 생생해서 쉽게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꿈속에서 보면 내가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그랬는데, 될까?'
생각이 떠오르기가 무섭게 소구는 담장에서 하늘을 향해 펄쩍 뛰어올랐다. 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소구의 몸은 허공에 떠 있는 상태가 되었지만----.
"아이쿠! 아야!"
쿵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처박힌 소구는 울상을 지으면서 다리를 바라보았다.
"으----앙!"
요란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다음 순간 관아를 뒤흔들고, 느긋하게 한잔의 차를 마시면서 쉬고 있던 아이의 어머니 장봉화는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아이가 울고 있는 담장 아래에 도착한 장봉화는 다리가 퉁퉁 부어 있는 막내 아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의원이 달려오고 아이의 발에는 부목을 댄 채 붕대가 감겨졌다.
뒤늦게 업무를 보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방종대는 방 밖으로 나오는 의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이가 워낙 튼튼하니 금방 부러진 뼈는 붙을 테니까요."
"오 의원, 정말 아무 일 없겠는가?"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중에 뼈가 다시 붙으면 전보다 훨씬 튼튼해질 겁니다."
마누라와 의원의 대화를 마당에서 듣게 된 방종대는 천천히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오 의원이라 불리는 염소 수염을 한 늙은 의원은 현령의 복장을 하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방종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했다.
"나으리."
"내 아들이 어떻게 되었다고?"
"어떻게 되긴 어떻게 되어요? 담벼락 위에 올라가 장난치다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졌죠."
의원 대신 아내인 장봉화가 대답했다.
"치료는 끝난 것인가?"
"예, 나으리. 지금은 지쳐서 자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방종대가 말했다.
"수고했네. 자네는 이제 그만 가 보게나."
현령의 말에 깊숙이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하고, 오 의원이라 불리는 노인은 황급히 관아의 뒤쪽에 있는 현령의 사택을 벗어났다.
한달 전에 이곳에 부임한 등봉현의 신임 현령은 오래 같이 있을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같은 성격에, 변덕이 죽 끓듯 변하는 인물이었다. 거기다 부임한지 한달도 안되어 그의 손에 죽어나간 사람만 벌써 열이 넘어간 상태였다. 그래서 등봉현에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현령을 무서워하고 있었고, 오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침상에 누워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막내아들을 바라보며 방종대는 한숨을 내쉬었다.
"누굴 닮아서 이 모양이니? 네가 새냐? 하늘을 날아오르겠다고---?"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는 방종대를 향해 아내인 장봉화가 쏘아붙였다.
"누굴 닮긴 누굴 닮아요!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고 하잖아요!"
문가에서 서서 신경질을 부리는 아내를 향해 고개를 돌린 방종대가 말했다.
"어허! 조용하시구려, 얘가 깨겠소."
자고 있는 막내의 얼굴에는 아직도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방종대는 아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제 그만 나갑시다."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고 방종대는 그 방을 나오고, 잠시 뒤 그 방의 문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닫혔다.
비어 있는 공간 속에서 방소구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는 존재하는가?"
사람은 보이지 않고 그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만이 이 빈 공간에 있었다.
"너는 어디에 있는가?"
"너는 무엇이냐?"
정신을 차릴 수 없이 같은 질문이 계속해서 소구에게 들려오고 있었지만, 방소구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입이 없었다. 아니 눈도 없고 손도 발도 없었다. 자신이 이 비어 있는 공간에 있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을 뿐, 몸이 없으니 대답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답을 할 수는 없었지만 생각은 할 수 있었다.
'나는 누구이지? 여기는 어디일까? 내가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을 거듭하는 사이 소구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의 이름이 방소구라는 것을---. 존재로서의 자각을 하면서 육신이 없던 소구의 몸이 생겨나고, 그래서 소구는 목소리에 대답할 수 있었다.
"내 이름은 방소구, 나이는 여섯 살. 아버지의 이름은 방종대, 어머니의 이름은 장봉화. 위로 한명의 형과 두명의 누나가 있고, 내가 있는 곳은 등봉현에 있는 내방, 나는 잠을 자는 중."
소구의 대답에 목소리는 다시 물었다.
"너는 정말로 존재하는가?"
이번의 질문에 소구는 팔짱을 끼고 주저앉아서 깊이 생각했다.
'나는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가? 이곳에 있는 것은 오직 나 하나뿐인데---. 나 홀로 존재하는 일이 가능한 것일까?'
여섯 살 꼬마가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었지만, 소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만이 홀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기에 소구는 생각하고 생각했다.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생각에 잠겨 있던 소구가 다시 눈을 떴을 때에, 주위의 풍경은 변해 있었다.
산이 있고 강이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머리를 흩날리고 풀과 나무 사이를 새와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고 짐승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존재로서의 자각을 하면서 소구는 아주 오랜 세월 홀로 수련하던 시절의 일을 떠올리고 대자연과 하나가 되었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야."
중얼거리면서 소구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감았던 눈을 떴을 때, 소구는 자신의 방, 침상 위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소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상 위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소구는 자신의 조그마한 손을 바라보았다. 여섯 살 꼬마의 손이 보이고, 어두컴컴한 방안의 모습이 보였다. 침상에서 일어난 꼬마 방소구는 부러진 왼쪽 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아파 오는 것을 느꼈지만, 창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닫혀진 창문이 활짝 열리면서 환한 달빛이 소구의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마음에 안 드는 미래였어. 만약 정말로 그대로의 일이 벌어진다면 바꿔버리겠어."
창가에 턱을 괴고 달을 바라보면서 소년은 그렇게 자신을 향해 다짐했다. 하루만 지나면 기억할 수 없었던 꿈들이 이번만은 계속 기억에 남아 있었기에, 그것이 자신에게 닥쳐올 미래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 소년은 달을 바라보며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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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즐감하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