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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즌 FA컵 우승은 K리그 진출 이후 첫 타이틀이라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에드밀손, 마그노와 활약하던 당시에 보여준 파괴력은 굉장했는데.
한국의 FA컵은 K리그 시즌이 끝난 뒤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팀만 아니라 다른 팀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우리들도 처음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그냥 큰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한 경기, 두 경기 이기다보니까 선수들이 모두 우승할 기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결국 우승컵까지 거머쥐었고, 그 영향으로 올해 3월의 수퍼컵과 K리그 전기 리그에서도 경기를 잘 한 것 같다. AFC 챔피언스리그도 FA컵 우승으로 출전티켓을 얻은 것이기에 올해 FA컵 역시 우리에게는 중요한 대회다. 올해도 우승해서 2연패를 달성하고 싶다.
마그노, 에드밀손과 호흡이 잘 맞았던 것은 서로 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마그노나 에드밀손 모두 테크닉이 좋고,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한 번 볼을 치고 가더라도 항상 골문을 향해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득점력도 좋았다.
주변의 얘기도 그렇고 내 생각에도 마그노, 에드밀손이랑 뛸 때가 선수 생활 중에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에드밀손과 정말 호흡이 좋았고, 배운 것도 많았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K리그 팀에게도 이러한 공격이 필요한데 지금은 없으니까 아쉽다.
- 전북으로 올때 브라질 대표였던 레오마르와 쿠키도 함께 왔었지만 별 활약 없이 떠나고 말았다. 그때는 본인도 꽤 힘들었을 텐데.
세 명이 같이 왔는데, 두 명이 먼저 가버려 아쉬웠다. 쿠키는 현재 브라질 2부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고 있으며 득점왕도 차지할 정도로 브라질에서 잘 뛰고 있다. 한국에 와서는 축구뿐만 아니라 문화, 음식 같은 면에 있어서 잘 적응해야만 한다. 또 한국에는 브라질에는 없는 매서운 추위가 있다.
한국 축구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음식과 추위를 견뎌내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런 것에 익숙하지 못하면 그 선수들처럼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나도 초반에 어려웠지만 지금은 완전히 적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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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호흡을 보였던 에드밀손(아래)과 보띠 /전북 구단 제공
| - K리그를 통해서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한국에 와서 내가 좋아진 점은 역시 스피드다. 한국은 스피드 축구다. 한국에서는 일단 볼을 잡으면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다. 상대로부터 바로 태클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된다. 또 적극적으로 몸싸움하는 것이나 체력도 좋아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가장 많이 발전한 것이라면 역시 스피드다.
- 최근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전북이지만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주춤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AFC 챔피언스리그 예선전을 치르던 초반에는 우리 선수들이 예선을 통과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뛰는 것 같았다. 같은 조에 주빌로 이와타와 같은 J리그의 강팀도 있었다. 하지만 예선 경기를 거듭하면서 선수들 간에 서로 도와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팀 전체가 일체감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조1위로 예선을 통과하게 되니까 그때부터 선수들이 스스로를 믿고 팀을 믿으면서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이후부터 더 많이 노력했고 결국 준결승까지 올라오게 됐다.
마무리가 좋지 못한 점에서는 정말 아쉽다. 하지만 팀에 뭐가 필요한지 답을 찾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챔피언스 리그도 잘 해오다가 준결승에서 떨어졌는데, 그 경기도 전체적으로 보면 선수들이 다 잘했다. 그러다가 두 경기 모두 끝에 가서 실수로 한 골을 허용하고 떨어지게 됐다. 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굳이 꼽자면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지금 우리 전북 팀은 올바른 길로 가고 있으며 결국에는 그 길의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 K리그도 아직 우승에 대한 희망이 있다.
- 한국 선수들 중에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수비수가 있다면?
특정한 선수를 머릿속에 기억 하고 있지는 않다. 제일 어렵다기보다는 상대 수비의 전반적인 마크 면에서 제일 게임이 안 풀리는 팀이 대구다. 대구의 수비는 항상 1 : 1로 붙어서 거의 그림자 수준으로 따라다니기 때문에 대구와 경기를 할 때면 다소 거슬리는 느낌이 있다.(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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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표정으로 드리블 하고 있는 보띠 /전북 구단 제공
| - 한국 선수들 중 가장 인상 깊은 선수는 누구인가?
한국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PSV)가 가장 인상적이다. 한 위치에서만 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같다. 경기를 볼 때마다 눈에 띄는 선수다.
- K리그에서 가장 인상적인 축구를 하고 있는 팀이 있다면?
농담이라든가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우리 전북이 가장 뛰어난 팀이라고 본다. 다른 팀들과 비교해서 모든 면에서 비교를 해도 어느 한 부분도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충분히 우승할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 선수 생활의 목표로 삼고 있는 선수가 있다면?
같이 플레이했던 주닝요 파울리스타(현 스코틀랜드 셀틱 소속)이다. 나와 신체조건, 체격도 비슷하다. 주닝요 파울리스타 선수는 힘이 넘치는 선수고, 테크닉도 뛰어나고, 빠르고 패스도 잘한다. 게다가 지금 제일 어려운 유럽에서 뛰고 있는 것도 존경스럽다. 여러가지 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
- 확실한 플레이 메이커가 없는 한국 대표팀의 상황으로 인해 많은 팬들이 당신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팬들이 당신을 주목하고 있는 것도 귀화해서 2006 월드컵의 한국 대표로 활약해 주길 바라는 소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국 귀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 역시 귀화에 대한 생각은 갖고 있다. 지금은 전북 팀만을 위해서 축구를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목표중의 하나가 귀화를 하는 것이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 대표팀에서 뛰는 것이다. 한국 대표팀에 선발되어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그것은 나에겐 큰 영광이다.
- 한국에서의 여가는 어떻게 보내고 있나.
시간 나면 가족들과 함께 드라이브를 즐긴다. 전북에 있는 브라질 선수들은 모두 기독교 신자여서 식구들과 함께 모여 예배하는 모임을 가질 때가 많다.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브라질 선수들, 그 가족들과 모여서 시간을 가진다.
전북 팀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의 브라질 선수들과도 다들 친하게 지내고 있다. 시간이 나면 전화통화도 자주 한다. 직접 만나는 경우는 2~3일씩 되는 휴가가 있을 경우인데, 거의 서울에서 만난다. 만나 같이 식사도 하고 교류하고 있다.
전북 팀의 한국 선수들과는 거의 다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남궁도와 이야기도 많이 하고 친하게 지낸다.
- 이미 아내와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가족들은 한국 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우선 나는 벌써 한국에 적응했기 때문에 너무 좋다. 아들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무 것도 모른다.(웃음) 아내도 적응한 상태다. 한국의 아저씨, 아줌마들도 많이 알게 됐고, 한국인 친구도 있다. 어려울 때 도움도 많이 받는다. 다들 좋은 분들이어서 잘 지내고 있다.
- 한국에서 가장 즐거웠던 추억이 있다면?
나의 아들이 한국에서 태어나던 날이 최고였다.(웃음)
- 외국인 선수들은 가끔 향수병에 걸리면 지독하다던데. 슬럼프에도 빠지거나 도망가기도 한 적은 없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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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희망 라파엘 보띠/전북구단 제공
|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초반에는 나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것이 향수병 같은 고생이 아니라 추위나 언어나 문화적인 면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다른 쪽에서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
-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브라질 선수 가운데 브라질 현지에서도 이슈가 되었던 선수가 있는지?
지금 전북에서 함께 뛰고 있는 힝키라든지 성남의 마르셀로, 포항의 호제리오 핑예이로(산토스), 도도 등은 정말 브라질에서도 이름 있는 선수들이다. 더 많이 있는데 스쳐갔던 선수들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전남의 이따마르, 모따 선수도 브라질에서 알아주는 선수들이다.
- 축구 선수라면 모두가 유럽 진출을 꿈꾸고 있는데.
유럽 진출에 대해서 에이전트 쪽에서 접촉이 와서 대화를 해본 적은 있다. 2-3번 정도 얘기가 오간 적이 있지만, 계약서를 가져와서 공식적으로 입단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 그냥 유럽의 어느 팀에서 뛸 생각이 있느냐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 뛰고 있고, 목표가 한국에 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 앞으로의 개인적인 목표와 각오를 밝힌다면?
처음이나 지금이나 다른 점은 없다. 팀에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도 쭉 그렇게 할 생각이다. 기회를 포착해서 골을 만드는 축구를 계속 잘 하고 싶다.
- 바쁜 와중에도 긴 인터뷰 감사드린다. 한국에서의 꿈이 꼭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
* 라파엘 보띠 프로필
본명 : Raphael Jose Botti Zacarias Sena 출생 : 1981년 2월 23일, 브라질 신체조건 : 174cm / 68 kg 전 소속팀 : 바스코 다 가마(브라질) K리그 입단 : 2002년 K리그 통산 기록 : 66경기 출전, 8득점, 3도움(2004년 11월 5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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