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피는 계절이다.
아직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입추'를 지내고부터는아침 저녁으로 선들선들한 기운이 완연하다.
초가을 저녁 달빛을 흠뻑 머금은 흐드러진 메밀꽃을 감상할 수 있는
제3회 효석문화제가 흙내음 가득한 강원도 봉평에서 열린다.
우리나라 단편소설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됐던 봉평.
40년대 이효석이 살던 때 만큼 메밀밭이 많지는 않다.
한 동안 수입 메밀이 밀물처럼 들어오면서 봉평의 메밀밭은 거의
사라질뻔 했다.
하지만 요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다시 메밀밭이 늘어나면서
봉평들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메밀밭은 10만여평에 달한다.
메일은 무더위가 한창인 7월 초순에 심어 8월 하순쯤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9월 초에는 봉평 대가 온통 하얀 메밀꽃으로
뒤덮인다.
이효석이 그의 소설에서 표현한 대로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하다.
봉평에는 소설의 무대가 됐던 방앗간이 옛 모습 그대로 복원돼 있고
효석의 생가도 남아 있다.
가산공원을 지나 방앗간 앞에 서면 절로 탄성이 터져나온다.
오른쪽 7만평이 모두 메밀밭.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메밀꽃이 눈부시다.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사랑을 나누던 방앗간에는 손으로 돌리던
재래식 탈곡기와 먼지가 내려앉은 방아가 여행객을 맞는다.
어린아이들은 신기한 물레방아에 환호성을 지르고 여인네들은
'안개꽃보다 더 예쁜 메밀꽃'을 보며 얼굴빛이 발그레하게 물든다.
물레방앗간에서 효석 생가까지는 1.5㎞ 정도.
가는 길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옥수수 밭이 길다랗게 펼쳐져 있다.
효석 생가의 옛 모습은 희미하다.
답사객들이 몰려들면서 마당에 있던 외양간을 헐고 지붕도
양철판으로바꾸었다.
창고 옆에 걸린 디딜방아나 떡메에서나 '그 시절 그 모습'을
떠올릴 수있을 뿐.
생가에는 현재 홍종률씨 (54)가 살고 있다. 홍씨의 증조부가 효석의
부친으로부터 집을 사들였다고 한다. 한 귀퉁이에
'이효석 생가터'라는 자그마한 비석이 서있다.
주말에 이곳을 찾는 사람은200~300명 정도.
요즘은 관광객들에게 메밀 수제비와 메밀전, 막걸리를 파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메밀의 고장 봉평에서는 온갖 메밀요리를 다 먹어볼 수 있다.
찰기가 없어 뚝뚝 끊어지는 순메밀막국수와 메밀전, 메밀칼국수 등
메밀요리가 지천이다.
오는 31일부터 9월3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에서
제 3회 효석 문화제가 열린다.
이번 효석문화제는 이효석이 봉평에 살던 1920년대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봉평만의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최측인효석문화워원회의 다짐.
따라서 화려한 조명이나 유명 연예인들의 공연 등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강원도만의 것들로 가득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80년 전 '메밀꽃 필 무렵'의 그 때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토속적인 음식과 문화 행사들로만 축제를 꾸몄다.
31일에는 22년 전통의 효석백일장, 사진촬영대회, 향토음식 경연대회,
어린이 뮤지컬(짱구는 못말려), 문학 심포지움,'메밀꽃 필 무렵'영화
상영이 예정돼 있다.
9월1일에는 전국사진 촬영대회,가족사진 촬영대회, 가장행렬,
제2회 이효석 문학상 시상식,이효석 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의 밤이 메밀꽃밭 속에서 열린다.
보름달이 뜰무렵에는 보름달 맞이 행사가 이어지는데
한모음 실내악단의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한다.
9월2일 축제 셋째 날에는 축제의 자랑거리이자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되었던 봉평 장날이다.
1930년대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였던 봉평 장터가 재현돼 사라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장날의 풍성함과 함께 메밀음식 개발시연, 전통민속놀이,
허생원 목침뺏기 등의 행사가 진행되며 세계22개국이 모여
국제 메밀 생태 관광세미나와 저녁시간에는 4만평의 메밀밭 위에서
국제 메밀 가족 음악회가 열린다.
축제 마지막 날인 9월 3일에는 사물놀이와 거리 콘서트 영화 상영 등이
있고 축제 기간에는 각종 전시회(메밀의 고향 어제와 오늘,시화전,
야생화,산채 등) 가 연이어 열린다.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물가마당(도리깨 마당, 메밀국수 만들기,
판화 찍기 등)을 비롯해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마당이
마련된다.가산문학선양회 (033)335-2323.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에서 여주 원주 지나 장평IC로 빠져
봉평방면으로 7㎞만 가면 봉평 읍내다.
봉평 읍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휘닉스파크(02-508-3400)는
26일부터 이효석 축제기간 동안 호텔 스탠다드룸(또는 콘도 20평형)과
아침식사, 강원도 특산품 (찰옥수수.감자) 및 각종 부대업장
할인 혜택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
가격은 4인기준 11만2000원,2인기준 9만8000원이다.
고산자답사회에서는 26일 당일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하는 봉평메밀밭
당일 여행을 간다.
봉평 메밀밭과 가산비,물레방앗간,허브농장,구룡사를 도는 답사여행이
왕복교통비와 입장료 중식 여행자보험을 합쳐
어른 1인당 3만9000원(어린이 2만9000원)이다.(02)774-5092.
초가을 저녁 들판에서 어릴 적 향수에 흠뻑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족나들이 장소는 25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무주 반딧불이
축제'다.
무주 한풍루 공설운동장과 남대천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반딧불과
반딧불의 먹이인 다슬기의 서식지를 돌아보면서 아이들에게
환경 보존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유용할 듯 하다.
지난 해 개통된 대전-무주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서 무주까지
2시간 30분 이면 충분하다.
무주군청 문화관광과 (063)320-2544.
25일부터 28일까지 전남 무안군 일로면에서 열리는
'무안연꽃대축제'도놓치기 아깝다.
8월말부터 서서히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일로면의 회산 방죽은
동양최대의 백련 군락지로 9월초가 되면 하얀 연꽃 천지로 변한다.
10만평에 달하는 드넓은 방죽을 꽉 채운 연잎들 위로 연꽃 중에서도
가장 귀하고 꽃송이도 큰 백련이 활짝 피어나 자태를 뽐낸다.
연꽃만 봐도 충분한데 법요식,김덕수사물놀이패 공연,연꽃 사생대회,
수박먹기 대회,새끼꼬기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준비돼 있어
1박 2일 일정으로는 다소 벅찰 듯. 무안군청 문화관광과 (061)450-5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