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기독교가 아닌 한국교회에 그다지 좋지 않는 생각과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유시민 예비후보의 논지에 심정적으로는 100% 공감합니다. 그래도 정치라는게 그렇게 자기 소신을 가지고 꿋꿋하게 버티기만 할 수는 없는거여서 그런지, 이 인터뷰 2년뒤 이 내용이 문제가 되자,이런 내용의 글을 올려 해명했습니다.
유시민 내정자의 2004년 당시 해명문
제 지난날의 독선과 교만을 회개합니다
저는 유시민입니다. 지난주부터 제 홈페이지에는 한국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제 발언을 비판하는 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그 발언이 나온 경위를 밝히고 이 문제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인 2002년 8월, 기독교 월간지 <복음과 상황> 기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당시의 정치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기자가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한국 기독교와 교회에 대해 ‘쓴 소리’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저는 기독교인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문제의 발언을 했습니다. 잡지에 실린 기사는 제 말의 취지를 그대로 정리한 것으로 어떤 왜곡도 없었습니다. 잡지가 나온 후 1년 반이 넘었지만 아무런 뒷말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그런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살았습니다. 문제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제가 책임져야 마땅하며 인터뷰한 기자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오늘 그 인터뷰를 다시 읽으면서, 저는 실로 교만하기 짝이 없었던 2년 전 저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깊이 반성하며 제 잘못을 회개합니다. 이제 제가 무엇이 잘못이었다고 반성하는지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통성기도와 교회의 자선사업, 성전을 크게 짓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하나님을 믿지도 않으면서, 감옥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번 읽어 본 성서의 글귀들을 근거로 삼아 성서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저 성서의 글귀를 읽었을 뿐, 교회와 목회자들이 하시는 많은 일들이 어떠한 신학적 토대 위에 서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비판을 직업으로 삼는 저널리스트인 만큼 종교에 대해서도 제가 아는 지식에 비추어 마음 내키는 대로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저의 교만이 부끄럽습니다.
저는 또한 종교기관을 가리켜 정신적 안정을 제공하는 대가로 헌금을 받는 서비스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얼마나 크게 일그러진 편견인지, 이런 말이 교회를 소중히 여기는 기독교 신자들과 목사님들께 얼마나 큰 상처와 분노를 안겨드릴지는 생각하지 않은 저의 독선이 실로 부끄럽습니다.
저는 더 나아가 도시의 밤을 밝히는 수많은 교회의 네온사인이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네온사인을 밝힌 그 교회 안에서 밤새워 기도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그리고 그분들이 단지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웃과 우리가 함께 지켜나가는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제가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하기 이전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동안 여러 가지 사회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글을 쓰고 말을 하였습니다.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글보다는 어느 누군가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 날카로운 글이 훨씬 많았습니다. 남의 마음을 찌른 말과 글이 때로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제 자신을 향해 날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삶을 깊고 넓게 이해하지 않은 채 논리의 실타래만 붙들고 살아온 것입니다. 저는 오늘 자신이 인격적으로 얼마나 미숙한 존재였는지를 아프게 확인하면서, 그것을 모르고 살았던 제 자신을 말할 수 없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는 해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터뷰에서 조용기 목사님을 거론하긴 했지만 그분의 설교를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1930년대 세계대공황 당시 미국이 어떻게 그 심각한 불황을 극복했는가를 설명하신 내용과 관련하여, 그것이 경제학도로서 제가 공부한 것과 크게 다르기에 그 점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경제문제에 대한 생각이 나와는 다르더라고 말하면 될 것을 과격한 언어로 비판하는 바람에, 마치 제가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비난한 것처럼 오해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조용기 목사님께 누를 끼치게 된 것을 깊이 사과드리며 너그러운 용서를 청하고자 합니다.
정치에 뛰어든 후 1년 반 동안 저는 정치 이외의 문제에는 발언을 삼갔고 글도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어떤 종교도 갖지 않은 채 살고 있지만, 제가 만나는 모든 종교인들과 그분들의 신앙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미성숙한 인격체이지만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새롭게 경험하고 배웠습니다. 제 주변에는 제가 신앙을 가지도록 이끌고 보살펴주신 많은 목사님들이 계십니다. 저는 여태 그분들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분들은 문제의 인터뷰 때문에 비난이 돌팔매처럼 사방에서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제 손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제가 아무것도 해드린 것 없는데도, 변함없이 저를 지켜주고 돌봐주십니다. 표현할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합니다. 기독교는 물론 종교 자체에 대한 저의 오래된 편견을 무너뜨린 것도 바로 그분들이십니다.
다시 한 번 저의 교만과 독선을 회개하면서, 저의 말로 인해 상처 입고 분노를 느끼신 모든 기독교인과 목사님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저를 깨닫게 하고 회개할 용기를 주신 귀한 분들께 다함없는 감사를 바칩니다.
2004년 4월 8일
유 시 민 드림
또, 총선 즈음하여 교회에 나가기 시작해서 구설수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치권에 계신 분이 아니고 그냥 유시민 의원 지역구에 사시는 제 직장상사에게서요.
정치라는 게 참 드러운 짓이라, 정치를 하기 전에 가졌던 신념과 소신을 그대로 지켜내기란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사족으로 최근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야말로 신랄하게 종교(단지 기독교가 아닌)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논리로만 보자면 종교를 비판하는데 이것보다 더한 논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구요.
리차드 도킨스의 대표적인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 같은 책을 보면 '인간이란게 과연 이정도로 해석 가능한 별 거 아닌 존재인가'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라 추천해드려요.
사족 하나 더. 글을 올려놓고 보니, 행여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시는 분들께 의도치 않은 반감을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제가 비스게 울렁증이 좀 있거든요.
첫댓글 힘에 대한 굴복..? 정치인으로서의 처세술..? 아니면 정말 진심 100프로의 반성일까요.. 전 비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오히려 정당하고 거침없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이 내용만 예전부터 알고 있어서 이번에 좀 더 검색해봤더니, 엠파스 인물 정보란에 유시민 후보의 종교가 기독교로 게재되어 있는 캡쳐 파일이 있더군요. 글쓰면서 확인해보니 현재 엠파스에는 그런 내용이 없어서 행혀 조작의 가능성이 있을까봐 퍼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박세일씨 글 이후로 정리해서 올려주신다는 글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요즘 많이 바쁘신가봐요. (저 회복했으니, 천호쯤에서 한잔 사주셔도 됩니다. 흐흐)
천호동 멀어..ㅠㅠ 게다가 그건 완전 까먹고 있었다. ㅠㅠ
유시민도 정치하는 사람 맞군요 ^^;;; 시정잡배들 눈치도 봐야되고..허허
저는 또한 종교기관을 가리켜 정신적 안정을 제공하는 대가로 헌금을 받는 서비스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건 정말 공감하는 부분인데..
정말 실망입니다...결국은 다 그렇고 그런 것인가...
음......그랬었군요....
아쉽군요. 정치인으로서 더 높은 자리를 노려보기 보단 자기 할 말 하면서 사는 유시민의 모습을 더 보고 싶습니다
이정도는 뭐 변절이나 욕심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네요. 정황상 필요하다면 타협도 할 줄 아는 모습이라.. 오히려 유시민 후보의 단점이 없어지는 걸로 봐도 되겠네요. 2004년 글인데, 최근의 개신교에 대한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될 줄 알았다면 굳이 이런 해명글 안 올렸어도 될뻔 했네요 사실.
아~ 이 해명글이 2004년도에 올라온거였어요? 전 또..최근에 쓴 해명글인줄 알고.. 제가 위에 쓴글 지웠습니다..전또..대통령선거때문에.. 사과한듯한 모습을 보인거라고 생각했는데..3년전에 쓴글이네요..변절이나 욕심이라고 보긴 힘들듯.
그렇죠. 변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한 일이 전혀 아니지요.
저도 이정도는 정치인으로써 어찌보면 당연한 대처가 아닐까 생각 합니다. 뭐 예전 이모씨나 김모씨처럼 확 갈아타거나 변절한것도 아니고... 일반인들도 필요에 따라 타협을 하는데 큰 문제가 될 얘기는 아닐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정치인이 종교를 갖는거야 개인 자유지만 하나에 열중하는것도 잘못이라 생각 하기에 오히려 그 2년사이의 공백이 논객으로써의 유시민에서 모두를 바라봐야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유시민으로 변화 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하하...저도 저 심정 잘 알죠.
전 오히려 기쁜데요...유시민이라는 사람이 꽤 좋아지려고 하는 판에...이건 절 '빠'로 만들만한 글이군요...어떠한 변명도 입에 담지 않고 담백하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글을 쓰는 것이 결코 쉽진 않죠... 진실이든 아니든..
진심이 느껴집니다...
유시민은 정말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람.
요즘 기독교는 서비스업이다~~라고 인터뷰했다면 저런 사과말 할 필요도 없었을텐데~~그 점이 아쉽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