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임오경 감독은 “주말외박을 마치고 복귀했더니 (이)미영 언니가 경기장에서 슛 연습을 하고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바르셀로나올림픽 정형균(현 핸드볼협회 상임부회장) 감독에 따르면 이미영은 새벽·오전·오후 운동을 마치고도 따로 야간 훈련을 했다.
당시 핸드볼대표팀의 훈련량을 생각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이미영은 세계최고의 레프트 윙이 됐다.
작은 각도만 있어도 골네트를 흔들던 그녀의 슛은 아직도 핸드볼인들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태릉선수촌에도 도서관이 있었으면….
올림픽이 끝나자, “좋을 때 그만 두라”는 어머니의 조언을 따랐다. 고등학교 시절, 밤늦게 운동장을 돌다 불 켜진 창문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 떠올랐다.
“공부하는 친구들이 그때는 너무 부러웠어요. 나중에 꼭 책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죠.”
실업팀 광주시청 소속기간 중 광주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이미영은 조선대에서 석사 학위도 받았다.
1993년, 일용직으로 도서관 일을 시작한 이미영은 틈틈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금메달리스트가 지도자나 하지, 왜 고생을 사서하느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를 물었다. 결국 1년 만에 공무원시험에 합격했고, 1994년 정식사서 발령을 받았다.
첫 업무는 장애인 방문대출. 남들은 기피하는 일이라 더 보람을 느꼈다.
“저는 건강한 삶을 살았잖아요. 안타깝기도 하고,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이미영은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도 땄다. 은퇴 후의 계획도 사회복지시설을 차리는 것이다.
“퇴직의 시점에서는 인생의 모든 것이 성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식들에게도 재산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부모의 삶을 물려주고 싶어요.”
안산 동산고등학교에 영어교사로 재직 중인 안병현씨와 1993년 결혼한 이미영은 현재 2남1녀의 어머니.
이미영에게는 한 가지 꿈이 더 있다. 태릉선수촌에도 도서관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의 운동선수는 경주마 같아요. 외길이어야만 승부가 나지요. 선수들에게도 기본적인 교양을 쌓아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체육과학도 유행이잖아요. 지도자들만 알아서는 안 되죠. 선수라면 체육과학서적도 열심히 봐야 합니다. 만약 태릉에 도서관이 생긴다면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요.”
꿈을 꾸기에 인간이다. 어렵고, 힘들수록 그 꿈은 더 소중하다. 그래서 그녀는 공과 씨름했고, 책 속에 묻혔다.
이미영은 “한 번의 변신을 했지만 아직도 내 인생에 다양한 가능성들이 열려있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