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선생의 관점은 참 남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노무현대통령을 그 이전의 왕조적 정권과 달리 민주적 정권으로서 인식하는 것은 사실 대통령의 말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가벼운 언론과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에 사람들은 여전히 기존의 관점으로 새로운 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니 짜증이 나고, 불안하며, 겁도 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지금 매우 빈곤하다. 먹고사는 문제로 정신적 여유가 도무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면 지금 한국이 어떻게 , 어떤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지 알아채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지금 대선비자금과 대통령측근비리라는 초유의 사건을 경험하고 있다. 이전에 대선비자금이 밝혀진 적이 한번도 없었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측근비리특검도 추진된 적이 없다.
이 두가지 사건은 대통령이 의도했건, 방관했건 관계없이, 앞으로 한국의 정치부패와 이와 연관된 재계의 불법적 비자금조성이란 고질적 병폐를 도려내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돌멩이 하나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기업총수들을 직접 압박하는 이들 사건들은 자연히 이들의 투자의욕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게 되고, 그래서 내수기반은 그만큼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 돈이 돌지 않는 이유의 상당한 부분이 이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선진국경제가 되살아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는 여전히 침체를 면치 못하고, 이것이 민생에 직접적인 악영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난다. 경제를 모르는 정권이 경제를 죽인다고 한다. 그 위에 대통령의 몇몇 발언들, 그것도 사석에서의 자연스런 대화내용이 정권의 내부에서, 혹은 정치적 상대방을 통해 언론에 알려지면서 국민불만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도 정권을 잘못 뽑았다고 염증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 나는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민족이 광야생활에 지쳐 ‘노예였을때에는 굶지는 않았다’며 모세와 여호와를 비난하고 저주하는 장면을 연상하게 된다.
이런 가정을 한번 해보자. 우리 국민모두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작동하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해가기 위해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고 말이다. 이 컴컴한 터널을 지날 때에는 앞이 보이지 않아 혼란스러우며 우리들 자신이 처한 위치가 어딘지 종잡을 수 없다.
그래서 소리도 지르고 탄식도 하며, 자신의 불안정하고 안절부절한 상황을 심리적으로라도 모면하기 위해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터널의 끝이 어딘지 아는 사람은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고, 불안해 할 것도 없다. 그 터널의 끝은 바로 이전의 패러다임으로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웠던 한국사회가 한단계 더 진전된 사회로 향해가는 패러다임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혼란을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한 대혼란, 즉 카오스라고 한번 가정해 보자. 현실의 경제.사회생활이 다소 빈한할지라도 누구라도 낙관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며 어렵게 번 돈으로 저축한 결과, 목돈마련이 가능한 적금 탈 날이 멀지 않은 것을 아는 사람마냥 말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전혀 새로운 세계로 진입해 들어가고 있다. 한국의 시대정신이 노무현정권을 탄생시켰다는 역사적 사실을 의심하거나 부인할 필요는 없다. 어찌보면 구체적인 정책에서 준비가 다소 미흡할 수 있는 노정권이지만 이제 그 기틀을 잡아나가고 있으며, 적어도 큰 틀에서 노무현정권의 방향성이 그릇된 것은 아니다 란 사실을 인정할 필요는 있다.
조급한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 첨언하자.
노무현정권 8개월에 그의 측근비리로 현 정권이 얼룩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못가 단명으로 끝날 것이라고도 한다. 노대통령 말이 자신의 하야가 남은 4년간의 업적과 비교해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한국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하게 하는 방법이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자세는 되어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나는 클린턴행정부와의 비교를 하게 된다. 클린턴은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중의 하나인 아칸소 주지사를 역임했고, 그 당시의 참모들을 모두 백악관과 내각으로 불러들였다. 이른바 코드인사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코드인사로 엄청난 덩치의 미연방을 원만하게 이끌 수가 없었다. 집권 민주당은 비판적이었고, 반대당인 공화당은 말할 것도 없이 정치공세의 호재로 활용했다. 그 결과 클린턴행정부 1년 8개월간 아칸소주출신의 인사들은 하나둘씩 검증되기 시작했고, 결국 전면적인 물갈이를 통해 보다 폭넓은 인재를 활용하면서 섹스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은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
문제는 오류가 발견되었을 때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자율신경이 그 권력내에 존재하느냐의 여부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지난 연말 3개부처의 장관이 바뀐 것을 보면 노정권은 현명하게도 오명과 같이 과거인물이지만 유능한 인사를 발탁하게 되는데, 이는 노정권이 앞서가는 시대의 방향감각만이 아니라, 현실을 미래로 연결시킬 수 있는 현실감각도 이제 터득했다고, 예쁘게 봐줄만한 대목이라 하겠다.
그렇다. 나는 클린턴이 1년 8개월만에 깨달은 사실을 노정권은 8개월만에 깨닫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것도 자신을 마냥 비워두고 정직했기에 노정권의 단점이 비교적 빨리 발견되었고, 그래서 대책을 새롭게 강구할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대통령의 강점이기도 한 것이다. 정직한 자만이 누리는 복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역사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눈을 감고 그 터널위 상공에서 그 터널 속을 지나고 있는 우리 모두를 상상해보자. 그러면 불안과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비자금과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한국의 부패한 정치권과 기업문화가 전복되어 투명한 사회가 이뤄지면서 정치와 기업의 경쟁력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란 사실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기존의 성장동력이 바닥나 새로운 성장동력, 즉 모두가 동참하는 정의로운 경제질서구현과 정치적 결정에 대한 소수의 독점이란 쳇바퀴를 벗어나 모두가 참여하는 직접민주정치시대의 개막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눈을 다시 부벼 볼 필요가 있다.
엄청난 권력을 가진 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검찰과 국정원과 국세청등의 실질권력을 스스로 놓아버린, 그래서 그들 조직이 임명권자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본연의 봉사를 할수 있도록 시스템화된 구조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말한마디 한마디는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말이 중요하긴 하다. 허나 발언전체의 본의와 관계없이 하나의 사례로 들거나 강조하기 위한 몇가지 표현상의 문제를 가지고 시비거는 언론과 반대자들은 여전히 대통령이 이전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노대통령이 이전의 대통령들과 같이 당근과 채찍으로 이들 언론과 반대자들을 길들이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의아스런 일이다.
바로 이전의 대통령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일부 언론과 국민들의 관점은,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읽어내지 못하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의 소유자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본질의 변화를 보지 않고, 드러난 현상 자체로만 판단해버리는 그 가벼움이 일부 언론과 국민들사이에 있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진정 우려해야할 일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메시아니즘에서 우리 모두 벗어나야 한다. 민주사회의 대통령은 각자의 역할을 다 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지, 왕조국가의 폭군처럼 모든 것을 물리적 힘으로 제압하고 계몽하는 독재자가 아니다.
카리스마! 메시아! 이것은 왕조국가에서 숭앙의 대상이 될 수는 있으나 진정한 민주사회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카리스마와 메시아가 존재하는 사회는 시스템에 의한 사회가 아니라 1인에 의거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구시대의 관점으로 새시대 현상을 재단하려고 했을 때, 거기엔 상당한 인내와 자기성찰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도올은 MBC강의를 통해 가르켜주고자 한다. 튀는 학자로서 정통역사학계의 엄청난 반발을 받고 있지만, 거기에 그의 선각적 노력이 있다는 점을 공감하고자 한다.
그래서 나는 ‘왕정이냐,민주정이냐’라는 관점으로 노무현정권을 직시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선생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와 닿는다는 점을 고백하게 된다.
전적으로 동감이니다. 우리는 큰것을 놓지는 우를 범하고는 있지않은지 살펴야할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친미주의자들을 어떻게 격리시킬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해야할 것이다. 국론이 분열되면 권력은 그 속성상 외부로부터의 권력에 의존하려한다. 그 취약한 고리를 미국은 늘 이용해 왔다.
군부독재는 그것을 반공이데올로기로 위장하고 국민을 위협하였다. 한나라당을 보라. 멀쩡하던 홍사덕이 색깔론을 펼치는 것을 보라. 위급하면 색깔이다. 미국의 노림수는 우리의 분열이다. 신자유주의도 마찬가지다. 외부세격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국론통일이다.
첫댓글 오랜만에 들러 인사드립니다. 모두 새해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올해도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문화읽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안녕하세요. 송년파티때 오셨으면 인사드릴려고 했는데.... 도올 선생 강의 어제 쭈욱 들었는데 앞으로 더 의식을 깨워줄거 같아요
김석수님! 새해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시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많이들 보셨군요^^* 도올 선생님껜 항상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할수 없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그건 큰 맥락을 벗어나지 않은 개인적인 관점의 차이인것 같구요..항상 속시원한 말씀에 오장육부가 다시원해 지지요^^*
전적으로 동감이니다. 우리는 큰것을 놓지는 우를 범하고는 있지않은지 살펴야할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친미주의자들을 어떻게 격리시킬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해야할 것이다. 국론이 분열되면 권력은 그 속성상 외부로부터의 권력에 의존하려한다. 그 취약한 고리를 미국은 늘 이용해 왔다.
군부독재는 그것을 반공이데올로기로 위장하고 국민을 위협하였다. 한나라당을 보라. 멀쩡하던 홍사덕이 색깔론을 펼치는 것을 보라. 위급하면 색깔이다. 미국의 노림수는 우리의 분열이다. 신자유주의도 마찬가지다. 외부세격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국론통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