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1篇 在宥篇 第6章(장자 외편 11편 재유편 제6장)
대인의 가르침은 마치 형체와 그림자, 소리와 메아리의 관계와 같아서, 남이 물으면 대답하되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극진히 하여, 천하의 모든 사람과 짝이 된다.
메아리 없는 곳에 머물며, 일정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움직여서, 그대들을 데리고 어지럽고 혼돈한 카오스[道]의 세계로 〈몇 번이고〉 왕복하면서 〈끝없는 경지에〉 한없이 노닐며, 출입함에 일정한 장소가 없으며, 해와 함께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여, 그 말과 몸이 커다란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세계와 부합된다.
커다란 만물제동萬物齊同의 도를 이루어 자기가 없으니 자기가 없는데 어떻게 있는 것을 있다 할 수 있겠는가. 있는 것만 보는 사람들은 옛날의 군자들이고, 없는 것을 보는 이는 천지의 벗이다.
[원문과 해설]
大人之敎若形之於影聲之於響 有問而應之盡其所懷 爲天下配
(대인지교는 약형지어영하며 성지어향하야 유문이응지호대 진기소회하야 위천하배하나니라)
대인의 가르침은 마치 형체와 그림자, 소리와 메아리의 관계와 같아서 남이 물으면 대답하되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극진히 하여 천하의 모든 사람과 짝이 된다.
- 대인大人 : 본래 유가의 용어. 정약용丁若鏞은 “덕이 훌륭한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 아버지, 몸집이 큰 사람.” 등 네 경우에 쓰인다고 했다. 여기서는 물론 덕이 훌륭한 사람에 해당하는 의미로 쓰였을 것이며 장자莊子에 빈번히 나오는 방식으로 표현하면 신인神人, 지인至人, 성인聖人 등에 가깝다.
- 약형지어영若形之於影 성지어향聲之於響 : 형체와 그림자, 소리와 메아리의 관계와 같음.
- 위천하배爲天下配 : 천하의 모든 사람과 짝이 됨. 대인은 남의 질문에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극진히 하여(다 내보여 주어) 천하의 누구와도 대담 상대가 된다(반려伴侶가 된다)는 뜻.
處乎無響行乎無方 挈汝適復之撓撓 以遊無端 出入無旁
與日無始 頌論形軀合乎大同
(처호무향하며 행호무방하야서 설여하야 적복지요요하야 이유무단하며 출입이 무방하며
여일로 무시하나니 송론형구 합호대동하나니)
메아리 없는 곳에 머물며 일정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움직여서 그대들을 데리고 어지럽고 혼돈한 카오스[道]의 세계로 〈몇 번이고〉 왕복하면서 〈끝없는 경지에〉 한없이 노닐며 출입함에 일정한 장소가 없으며 해와 함께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여 그 말과 몸이 커다란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세계와 부합된다.
大同而無己 無己惡乎得有有 覩有者昔之君子 覩無者天地之友
대동이무기니 무기면 오호득유유리오 도유자는 석지군자오 도무자는 천지지우니라)
커다란 만물제동萬物齊同의 도를 이루어 자기가 없으니 자기가 없는데 어떻게 있는 것을 있다 할 수 있겠는가. 있는 것만 보는 사람들은 옛날의 군자들이고, 없는 것을 보는 이는 천지의 벗이다.
- 처호무향處乎無響 행호무방行乎無方 : 메아리 없는 곳에 머물며 일정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움직임. 곽상郭象은 “고요히 사물을 기다리고 사물에 따라 변화한다.”라고 풀이했다.
- 설여적복지요요挈汝適復之撓撓 : 그대들을 데리고 어지럽고 혼돈한 카오스[도道]의 세계로 〈몇 번이고〉 왕복함. 질문자와 대답하는 자가 따로 등장하지 않으므로 작자가 독자에게 한 말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適과 復은 각각 往과 來로 풀이. 요요撓撓는 어지러운 모습으로 혼돈한 카오스의 도道의 한 측면을 말한 것.
- 이유무단以遊無端 : 〈끝없는 경지에〉 한없이 노닒. 무단無端은 조짐이나 자취의 끝이 없음.
- 출입무방出入無旁 : 출입함에 일정한 장소가 없음. 장소를 한정할 수 없음.
- 여일무시與日無始 : 해와 함께 시작이 없음.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영원한 존재라는 뜻. 때를 한정할 수 없음 등으로 풀이.
- 송론형구頌論形軀 : 말과 몸. 정신精神과 육체肉體 또는 용모容貌와 체구體軀로 풀이하고 있다.
- 합호대동合乎大同 : 커다란 만물제동의 세계와 부합됨.
- 大同而無己 無己 惡乎得有有 : 커다란 만물제동의 도를 이루어 자기가 없으니, 자기가 없는데 어떻게 있는 것을 있다 할 수 있겠는가. 郭象은 “내가 있게 되면 만물제동의 세계를 이룰 수 없다.”라고 풀이했고, 林希逸은 “내 몸이 이미 만물과 같아지면 스스로 사심을 부릴 수 없어서 자기가 없게 될 것이다. 이미 자기가 없으니 무엇을 있는 것으로 여기겠는가.”라고 풀이했다. ‘오호득유유惡乎得有有’에서 위의 유有는 ‘있는 것으로 간주하다’, ‘존재한다고 인정하다’는 뜻이고 아래의 유有는 만물萬物‧세계世界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 도유자覩有者 : 있는 것만 보는 사람들. 잡다한 유有의 세계에 눈을 빼앗기는 사람들을 말함.
- 석지군자昔之君子 : 옛날의 군자들. 요堯‧순舜 등 유가儒家의 성인聖人을 지칭하는 것. 천지지우天地之友에 비해 폄하貶下한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