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인 카렘 (Ein Karem)
올리브나무들과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언덕 사이에 자리한 아인 카렘은 예루살렘 서남쪽으로 7~8km 쯤 떨어진, 예수 탄생 이전 성지로 나자렛의 성모영보 대성당과 함께 가장 중요한 성지 가운데 하나이다.
천사로부터 “성령으로 잉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성 처녀 마리아는 유다 산골 즉 아인 카렘에 사는 즈카리아의 집을 방문, 사촌 언니 엘리사벳을 만난다. 전승에 따르면 동정 마리아가 방문하고 머물렀던 아인 카렘은 요르단 강에서 예수에게 물로 세례를 베푼 세례자 요한의 부모(엘리사벳과 즈카리아)의 집이 있었고, 세례자 요한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성모 영보 대성당이 있는 나자렛에서는 무려 100km(버스로 2시간)나 떨어진 아인 카렘의 대표적인 성지는 "성모님 방문 성당"과 "세례자 요한 탄생 성당'이다.
▼ 아래 사진 : 성모님의 엘리사벳 방문 기념성당에서 바라본 모습
외쪽으로 멀리 보이는 곳은 예루살렘이고, 가까이 보이는 중턱에 세례자 요한 탄생 기념 성당이 보인다.
● 세례자 요한 탄생 성당 ('주님의 선구자' 나신 자연 동굴)
예루살렘 남서쪽 유대 도시 아인 카렘은 동정 마리아가 석녀로 알려졌던 엘리사벳(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이 늘그막에 은총으로 잉태한 사실을 알고 찾아갔던 성모님 방문 기념 성당과 세례자 요한 탄생 성당으로 유명한 성지이다. 즈카르야(세례자 요한의 아버지)와 엘리사벳의 여름 집이 있던 곳에 세워진 교회로 여기에서 엘리사벳과 요한 모자가 헤로데의 박해를 피한 기적의 바위를 볼 수 있다.
매년 로마가톨릭에서는 성탄절 전 4주간 동안 그리스도에 앞서 태어나 그분의 길을 닦다가 순교한 세례자 요한의 소리를 듣는 대림절을 지내고 있으며, 동방교회에서는 세례자 요한 탄생일 (6월 24일), 수단(8월 29일), 양태일(월24일) 등을 축일로 지내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 세례자 요한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예수 친히 "여자의 몸에서 난 사람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위대한인물은 없다"고 했던 세례자 요한의 태생지를 찾는 순례객은 오늘도 줄을 잇는다.
세례자 요한은 생후 6개월 만에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당시 별을 보고 찾아온 동방 박사를 통해 구세주가 태어났음을 알게 된 헤로데가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사내아이들을 다 죽이는 대박해를 가할 때, 또래인 요한도 죽을 위기에 처했다. 엘리사벳의 품에 안긴 요한은 더 이상 도망길을 찾지 못한 채 큰 바위에 가로막히는 신세가 되었다. 이때 엘리사벳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바위가 갈라지면서 그 안에 피신한 요한 모자는 화를 면했다. 이 이야기가 바로 성모님 방문 성당에 있는 기적의 바위에 얽힌 전승이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세례자 요한은 청년 시절 사막에서 은수자로 살았다. 정확하게 어느 광야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시나이 사본 등 중요한 성서 사본이 대량 발견된 쿰란 공동체에서는 세례자 요한이 이곳에서 생활했으리라고 여기고 있다. 그리스도에 앞서 태어나 물로 세례를 베풀며, 정의와 진리를 위하여 수난 끝에 참수당한 요한의 삶은 인간의 죄를 씻기 위해 희생당할 예수의 미래 수난을 예시하는 것이다. 악인들에 의해 묶이고, 죽임을 당한 세례자 요한을 로마 가톨릭에서도, 동방교회에서도 똑같이 귀중하게 받아들인다.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가장 위대한 인물로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침으로써 주님의 제자다운 죽음을 택한 세례자 요한을 기리는 요한 탄생 기념 성당은 5세기경에 세워졌지만 파괴되었다가 십자군 시대에 재건되었고, 그 후 이슬람의 침입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17세기에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성당 복구를 시작하여 1885년에 보수 및 개축한 것이 현 성당이다. 성당 입구를 들어서면 왼쪽 벽에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기뻐하며 아버지 즈가르야가 읊은 ‘즈카르야의 노래'가 여러 나라 말로 적혀 있다. 물론 한글로 된 즈카르야의 노래도 아름답게 걸려 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제대 왼쪽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내려가면 자연 동굴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세례자 요한의 탄생지이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지는 즈카리아의 집 일부분인데, 이 지하 경당 제대 앞에는 베들레헴의 예수님 탄생동굴에 있는 은별자리와 흡사한 모양의 별자리가 있는데 라틴어로 여기에 주님의 선구자가 나셨다(‘Hic Praecusor Domini Natus est')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