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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16
#1. 병원복도
세진, 스트레치카에 실려서 가고 있다.
창백한 안색으로 세진을 보며 스트레치카에 꼭 붙어서 따라가고 있는 찬석.
#2. 세진 병실
선배, 세진을 진찰하고, 찬석, 옆에 서서 안타깝게 지켜 보고 있다.
선 배 : (찬석을 흘끗 보고) 어떻게 된거야, 너?
찬 석 : 잠깐 양핼 구하구 왔어요....곧 가봐야 돼요.
선 배 : (갑갑한 듯 한숨을 쉬고 세진을 다시 보며) 쇼클 좀 받은 거 같다. 금방 깨날거야, 걱정마.
찬 석 : (멍해져서 천천히 고개 끄덕이고, 다시 세진을 안스럽게 보는) 걱정말라구...난 괜찮으니까 아무 걱정말라구
깨나면 좀 전해주세요.
선 배 : (고개 끄덕이는)
찬 석 : (문득 정신 차리며) 그만 가봐야겠어요...세진씨 잘 부탁해요, 선배.
선 배 :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찬 석 : (보는)
선 배 : 세상엔 행복하고 즐겁고 기쁜 사랑도 얼마든지 많은데 굳이 이렇게 힘들고 아프고 고통밖에 없는 사랑을 왜 하냐?
찬 석 : .....(쓰게 웃는)
선 배 : 우문인가?...(피식) 사랑이 뭔지 모르는 사람의 우문이지?
찬 석 : ....가보께요.
찬석, 돌아서서 가려다 다시 애틋하게 세진을 돌아본다. 울컥하는 기분 누르며 병실을 나가는 찬석.
세진, 그대로 의식을 잃고 있다.
#3. 병원앞
털레털레 걸어 나오는 찬석...그 자리에 굳은 듯 멍하니 서 있다. 저 앞으로 수사관이 탄 검찰청 소속 승용차 서 있다.
수사관, 차에서 내려 찬석을 본다. 찬석, 그제야 발걸음 돌려 수사관앞으로 간다.
찬 석 : (깍둣하게 목례하며) 고맙습니다. 기다려 주셔서.
찬석, 차에 타려다가 다시 아쉽게 병실쪽을 보다가 차에 오른다.
#4. 세진 병실
의식 잃고 누워 있던 세진, 천천히 눈을 뜬다.
선 배 : 정신이 들어요?
세 진 : (내가 왜 여기 누워 있나 눈길로 주변을 둘러보는)
선 배 : 세진씨 여기 데려다 놓구 좀 전에 갔어요.
세 진 : .....(눈빛이 얼핏 흔들리고)
선 배 : ...찬석이요.
세 진 : (그 말에 벌떡 일어나더니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가려는데)
선 배 : (세진의 팔목을 잡는다) 어딜 가요?
세 진 : (선배의 손을 떼내며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5. 병원앞
세진, 급한 걸음으로 뛰다시피 걸어나온다. 찬석을 찾으며 먹먹한 눈길로 두리번 거리는.
#6. 검찰청 앞
찬석을 태운 차, 검찰청안으로 들어간다. 찬석, 착잡한 표정으로 검찰청 건물을 본다.
#7. 공원
현기,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호숙, 현기옆에 나란히 앉아 있다.
그들앞으로 아이를 목마태운 젊은 남자, 아내인 듯 싶은 여자와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현기와 호숙, 그들에게 시선 둔 채 한동안 바라보다가.
호 숙 : 자고 일나서 눈 뜨는 일이 요새맨치로 무섭은 적이 없어예.
현 기 : (호숙을 보는)
호 숙 : (쓰게 웃으며) 자고 일어나몬 모든 기 다 꿈일것만 같애서예...아저씨라는 사람을 알았던 것도,
아저씨겉은 사람이 내 겉은 걸 위해주고 좋아해 준것도 일어나모 없어지는 꿈 겉애서...눈을 몬뜨겠어예.
현 기 : ......(따뜻하게 호숙을 보는)
호 숙 : (현기를 향해 웃으며) 내는예...내 인생에서 이런 일은 절대로 없을 줄 알았심니더.
옛날에는 퍼뜩퍼뜩 시간이 가서 퍼뜩퍼뜩 죽어삐릿 으모 죽겠다. 그 마음 뿐이었거든예..은자는 시간가는 기 아깝아예.
붙들어 놓을수만 있으모 붙들고 싶을 만큼 시간 가는 기 아깝아예.
현 기 : .....(호숙의 손을 가만히 잡는다)
호 숙 : (눈물이 그렁해지며) ....이틀만예, 더도 욕심 안네예. 딱 이틀만예... 아저씨랑 맛있는 것도 사묵고 싶고,
시장에도 같이 가고 싶고, 영화도 같이 보고 싶고, 멋있는데 가서 커피도 같이 마시고 싶고...여행도 같이 가고 싶고...
(하다가 목이 메어 말을 못한다)
현 기 : 그렇게 합시다.
호 숙 : (보는)
현 기 : 그렇게 해요...맛있는 것도 사먹구, 영화도 보고, 시장에도 가고....우리 그렇게 합시다.
호 숙 : (눈물이 툭 흐른다)
현 기 : (애써 밝은 표정으로) 뭐부터 할까요, 우리? 오늘은 영화를 보고 맛있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내일은 여행을 다녀옵시다. 어때요?
호 숙 : (울컥해서 눈물을 참으려고 손바닥으로 입을 막는다)
현 기 : (시계를 보며) 지금이 열두시니까 세시에 미자랑 호구 데리고 다시 만납시다....그동안 난 잠깐 만나뵐 분이 있어요.
#8. 찬석 빌라앞
명섭의 택시, 와서 멎는다. 명섭, 택시에서 내린다. 축 쳐져서 기운이 하나도 없다.
명섭, 어지럼증을 느끼며 휘청하는데 그런 명섭을 잡아주는 손...현기다.
명섭, 당혹스럽게 보는데.
현 기 : (걱정스러워서) 어디 아프세요?
명 섭 : (얼른 미소 머금고) ...밥은 먹었냐?
#9. 설렁탕집
명섭, 설렁탕의 고기를 건져내서 현기의 그릇에 담아 준다.
현 기 : 아닙니다. 됐습니다.
명 섭 : ...가만 있어. 어른이 주면 받는거야. 늙은이한텐 고기가 별로 안 좋대.
현 기 : .....
명 섭 : 얼굴이 더 안 좋아졌구나.
현 기 :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세요.
명 섭 : 밥을 안 먹었더니 그래...계절을 타는지 통 밥맛이 없네.
현 기 : .....아버지.
명 섭 : (흠칫 보는)
현 기 : 예전엔 제가 그렇게 불렀었지요?
명 섭 : 그래. 그랬지...(활짝 웃으며) 니가 그렇게 부르니까 무지 반갑구나..집 나갔던 아들이 돌아온 거 같다.
현 기 : (어쩔 수 없이 같이 환하게 웃다가 문득)...이 형산 잘 지냅니까?... 저 때문에 많이 곤란했을텐데...
명 섭 : 아니다. 곤란한 일 없어. 그 놈은 잘 지낸다. 아주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 말어. (고개를 돌리는데 내심 괴롭다)
식기전에 들어.
현 기 : .....곧 자수하겠습니다.
명 섭 : (흠칫 보는)
현 기 : (편안한 표정으로 웃는) 잘 먹겠습니다, 아버지.
명 섭 : ......
#10. 검찰청앞
털레털레 검찰청앞을 나오는 찬석. 지치고 피곤한 표정으로 얼굴을 부비며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이때, 빵빵하고 울리는 크락션 소리. 찬석, 돌아보면. 다혜, 저편에 차를 세우고 찬석을 본다.
다혜, 차에서 내리며 찬석을 착잡한 표정으로 본다. 찬석, 담담하게 보는.
#11. 세진 병실
세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있다.
찬석을 위해 뜨고 있던 스웨터를 꺼내서 본다. 찬석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암담한 표정이다.
#12. 놀이공원 입구
호숙, 호구(카메라 장비도 들고), 미자, 현기를 기다리고 있다.
미 자 : 현기 오빠 왜 이렇게 안와? (호구 손목을 잡고 손목 시계를 보며) 벌써 세시 넘었어.
호 구 : 겨우 삼분 지났다....이미자! 너 이런 데 처음 와 보지?
미 자 : (좋아서 고개 끄덕이는) 외삼촌 정말 고마워! 현기오빠 같은 좋은 오빨 알게 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호 구 : 외삼촌 은혜를 인제 알겠냐, 기집애야!
호 숙 : (피식 웃는)
이때, 저편에서 현기, 숨을 헐떡이며 뛰어온다. 호구와 미자, 현기를 반갑게 부르고.
현 기 : (환하게 웃으며) 늦어서 미안해. 어서 들어가자....(호숙을 보고) 들어가요.
호 숙 : (웃는)
#13. 놀이공원안
몽타쥬의 느낌으로. 바이킹, 범퍼카등을 타며 즐거워하는 네 사람.
미자와 호구, 회전 목마를 타고밖에 서서 손을 흔들어 주는 현기와 호숙.
야외광장에서 햄버그와 치킨, 패스트푸드등을 먹는...
현기, 자상하게 미자에 게 맛있는 것을 먹여주는...그런 현기의 모습을 애틋하게 보는 호숙.
볼록거울에 모습을 비춰보고 서로의 모습에 우스워서 웃는.
현기, 호숙, 미자, 꽃탑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보고 있다.
호 구(E) : 자, 치즈하고 웃으세요. 누나! 누나가 현기형 옆으로 바짝 좀 붙어 봐. 다정하게 좀!
호숙, 머쓱해하며 현기옆으로 붙는다.
호구, 카메라를 다리에 고정시켜 놓고 현기들 있는쪽으로 와서 선다.
호 구 : 자! 모두 카메라를 향해 치즈하세요. (밝으려 애쓰지만 어느새 목이 메어있는)
현기, 호숙, 호구, 미자, 카메라를 향해 웃는다.
현기, 담담하게 웃고 있고. 호숙과 호구, 웃고 있지만 눈에는 눈물이 그렁해 있다.
네사람의 모습 찰칵! 한 장의 사진으로 찍힌다.
#14. 세진병원 외경 (밤)
#15. 세진 병실
세진, 환자복 벗고 사복으로 갈아 입고 있다. 이때, 수미, 쟁반에 물병 받쳐 들고 들어오다가 놀라서 보며.
수 미 : 한세진!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세 진 : 나 좀 나갔다 올게.
수 미 : (기가 막혀서) 이 기집애가 미쳤어...의사 선생님이 너 자꾸 밖으로 쏘다니면 병원에서 내쫓는다구 한 거
들었어? 못 들었어?
세 진 : 잠깐만...잠깐만 다녀올께요.
수 미 : (세진을 잡으며) 안돼, 절대루 안돼....너 지금 또 몸이 안 좋아져서 무균실에두 못 들어간댔단 말야...
그 몸으루 어딜가? 안돼!!
세 진 : 그 사람 나 때문에 그렇게 됐어...나 때문에 그 사람 감옥가구 직장까지 그만 두게 될지도 모른단 말야.
수 미 : ....그래서, 니가 가서 뭘 어쩌겠다구? 니가 뭘 어떻게 해줄 수 있는데?
세 진 : 뭐든 뭐든 해야지...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지.
수 미 : 세진아....안돼. 안돼. 너 그러다 죽어, 이 기집애야.
세 진 : 걱정 마, 엄마...나 안 죽어. 죽을려고 이러는 거 아냐...살려구, 살고 싶어 이러는 거야....
마음 편하게, 떳떳하게 살구 싶어 이러는 거야.
수 미 : 세진아.
세 진 : 그 사람 잘못되면...나 살 수 없을 거 같애...그럴 수 없을 거 같애....부탁이예요.
#16. 바
찬석과 다혜, 위스키 놓고 앉아 있다. 다혜, 제법 취했다.
찬 석 :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니냐?
다 혜 :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네, 그럼?...일단 불구속으로 나왔지만, 재판 해봐서 감옥에도 갈 수 있는 거네, 오빠?
찬 석 : (씁쓸하게 웃는)
다 혜 : 보기 좋더라, 오빠. 아까 오빠 검찰청에서 나오는 모습말야. 지금껏 내가 본 오빠 모습 중에 제일 근사하더라.
찬 석 : (피식)
다 혜 : ....(울컥하는 것 삼키며) 이런다구 내가 오빠 놔 줄줄 알어? 정말 대단한 사랑이십니다. 제가 졌습니다.
항복하구 보내줄 줄 알았어?
찬 석 : (쓰게 웃는)
다 혜 : 오빠 아직도 날 그렇게 몰라? 오빠가 이러면 이럴수록 나 오빠한테 더 집착해...
자존심이 상해서, 비참해서, 더럽고 치사해서 오빠한테 더 집착해. 알아?
찬 석 : ......
다 혜 : 세진씨 나으면 그날루 나 오빠 다시 뺏어올거야...분명히 약속했지? 세진씨 나으면 나한테 다시 돌아온다구 약속했지?
찬 석 : (서글프게 보는)
다 혜 : (원망스럽게 보는)
찬 석 : ......(술잔에 술을 따라 마신다)
#17. 경찰서 외경
#18. 강력반 사무실
차반장, 전화하고 있다.
차반장 : 그래, 민반장...반원들한테 돌려서 서명 좀 해줘....(사이) 자네도 잘 알잖아. 우리 이 형사 평소에 얼마나 모범적이고
유능한 형사였는지 자네가 더 알잖아.
문형사 : (인상 찌푸리고 잔뜩 못마땅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차반장 : 우리 경찰서에서 단기간에 이형사만한 실적을 쌓은 인물도 드물어. 그럼 표창도 많이 받았지...어, 그래. 부탁하네.
(하며 전화를 끊는데)
이때, 백형사, 들어선다.
백형사 : (서명 용지를 반장에게 내밀며) 조사계 형사들 서명 받은 겁니다.
차반장 : 그래...(보며) 수고 많았다.
백형사 : (이를 앙물고 있는 문형사에게) 동수 너도 애지간하면 탄원서에 서명 좀 해줘라...
암만 이가 갈려도 찬석이 실형 받는 거까진 막아야지 않겠냐?
문형사 : 싫습니다.
차반장 : (못마땅하게 보는)
문형사 : 이 형사한테 몇번이나 경고했습니다. 재판정에 세우고 콩밥까지 먹 게 할수도 있다고 몇번이나 제가 경고했는데...
그걸 무시한 건 이형삽니다.
백형사 : 동수야.
문형사 : 반장님도 정신 똑바로 차리십시오. 여기는 조직사회고 우리는 사람을 죽이고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 말종 범죄자와
싸우고 있는 사람 들입니다. 이런식으로 정에 이끌려 오냐오냐 면죄불 주다보면 이 조직은 하루 아침에 박살납니다.
국민들이 이런 물러빠지고 썩은 경찰을 신뢰할수 있을 거 같습니까? 뭘 믿고 그들의 신변과 안전 을 맡기겠습니까?
차반장 : 면죄불 주자는 게 아니야...찬석인 강현길 도주시키고자 했던 게 아니고 자수시키려고 했던 거잖냐...
난 그렇다. 경찰의 진짜 임무는 범인 검거가 아니가 범죄 예방과 계도라고 생각한다...
법이란 건 사람을 위해서 사람 밑에 있어야 하는거지, 사람 위에서 군림하는 게 아니야.
문형사 : (답답한데)
이때, 하형사, 들어오며.
하형사 : 반장님. 한 세진이가 찾아왔습니다.
차반장 : 뭐?
#19. 경찰서 휴게실
세진, 휴게실 의자에 앉아 있다. 병색이 짙은 표정.
차반장, 세진을 보고 심난한 표정 짓다가 다가오며.
차반장 : 여긴 어쩐 일이예요? (농담처럼) 괜찮습니까?
세 진 : (일어나며 정중하게 인사한다)
차반장 : 이렇게 나다녀두 괜찮아요?
세 진 :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차반장 : (씁쓸하게 웃는)
세 진 : 다 저 때문이예요. 제가 협박했어요...자수할 수 있게 기다려 달라구 내 말 안들어주면 죽어버릴거라구 제가 협박했어요.
차반장 : ......
세 진 :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무슨 짓이든 하겠어요. 서장님께 가서 무릎 이라도 꿇고 빌라면 그렇게 하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차반장 : 없어요.
세 진 : ......
차반장 : 맘은 잘 알겠는데 없어요. 세진씨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어요.
세 진 : ......
차반장 : 찬석이두 세진씨가 이러는 거 원치 않을거예요. 그만 병원으로 가세요.
세 진 : (고개 젓는)
차반장 : 세진씨도 법을 공부한 사람이라 잘 알겠지만....이형사 문젠 이젠 우리 권한이 아니예요.
세 진 : (허탈해지는)
차반장 : .....(문득) 혹시 강현기와 연락이 닿을 방법이 있나요?
세 진 : (흠칫 보는)
차반장 : 정 그렇게 이 형사를, 찬석이를 돕고 싶다면...강현기에게 자수하라구....찬석이가 더 이상 곤란해지지 않게 자수하라고
좀 설득해 주겠어요?
세 진 : (멍한)
#20. 경찰서 앞길
세진, 털레털레 걸어나온다. 멍해져서 생각하는...
찬석이를 위해선 현기의 희생이 있어야 하고...현기를 위해선 찬석의 희생이 있어야 하고...
그들의 기막힌 악연에 다시 허탈해진다.
#21. 현기 여관방
생각에 잠겨 씁쓸한 표정으로 담배 피워 무는 현기.
#22. 바앞 거리
다혜, 취기가 돌아 보도블럭에 쪼그리고 앉아 있고, 찬석, 택시를 잡고 있다. 모범택시, 와서 멎는다.
찬 석 : 잠깐만요, 아저씨..(하며 다혜를 부축한다) 자, 일어나 다혜야.
다 혜 : (휘청거리며 일어난다)
찬석, 다혜를 뒷자리에 태우고 자기도 따라 타려는데.
다 혜 : 됐어. 오빤 타지 마.
찬 석 : 술 많이 취했어. 너 혼자 어떻게 가? (타려는데)
다 혜 : (찬석을 밀어내며) 타지 마. 나 혼자 갈거야. 나 혼자 갈수 있어.
찬 석 : (난감하게 보는데)
다 혜 : 그래, 내가 졌다, 이 찬석! (두 손 들어 보이며) 항복이야! 항복! 내가 포기할께. 내가 포기하면 되잖어.
찬 석 : .....
다 혜 : (눈물이 글썽해) 오빤 정말 잔인해...세상에서 제일 멋진 형사 이 찬석이 어떻게 나한테 이런 꼴을 보여줄 수가 있니?
정말 오빠 너무 잔인해. 잔인해!!
찬 석 : ......
다 혜 : (택시에서 내리더니 찬석을 탁 걷어차 버린다)
찬 석 : .....(표정)
다 혜 : 내가 오빠 찬거다? 오빠가 날 찬 게 아니구 내가 오빨 찬거야! 알았어?!!
찬 석 : (씁쓸하게 웃는)
다 혜 : (다시 택시에 오르더니 원망스럽게 보고 차문을 닫아 버린다)
택시, 출발해서 가고. 찬석, 착잡한 표정으로 다혜가 간곳을 응시하다가 하늘을 올려다 본다.
#23. 현기 여관앞 (아침)
호구의 차 서 있고, 호숙, 열심히 걸레로 차를 닦고 있다.
이때, 저편에서 호구, 심난한 표정으로 걸어온다.
호 구 : 누나!
호 숙 : (돌아보는) 호구야!
호 구 : (심난한 표정 짓는)
호 숙 : 차 빌리줘서 고맙다. 잘 쓰고 내일 갖다 주께.
호 구 : 지금 바로 떠날거야?
호 숙 : 우리 미자 잘 좀 돌봐주라. 숙제도 좀 봐주고.
호 구 : ...그렇게 좋아? 여행 다녀오면 현기형은 바로 경찰서로 갈건데?
호 숙 : 나중 생각은 안하고 싶다....(쓰게 웃으며) 내는 지금만, 지금 생각만 할란다, 호구야...아저씨가 와 이래 안 내려오노?
호 구 : (잠깐 망설이다가) 저기 누나...이 말을 해야 될지 안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매형 있지? 미자 아빠.
호 숙 : (흠칫 보는)
호 구 : 지금 파출소에 잡혀 있대...혼인빙자 사기래나 간통이래나...참 능력도 좋아, 그 인간.
호 숙 : (기가 막히는)
#24. 파출소앞
정태, 파출소에서 나온다. 선글라스를 끼고 원색 셔츠를 입고 여전히 거들먹거리며 겉멋이 들어있다.
정태, 고개 돌리다 문득 한쪽에 서 있는 호숙을 본다.
정 태 : (빙글거리고 반갑게 웃으며) 호숙아.
호 숙 : (담담한 표정으로 보는)
정 태 : 니가 처남 보내서 합의 해줬냐? 역시 너밖에 없다. 그 여자가 그게 꽃뱀이더라구, 꽃뱀...
사람이 워낙 착하고 순진하다보니까 그런 것들한테 다 물리네, 내가.
호 숙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는)
정 태 : 그런 눈으로 볼 거 없어. 이거 알구 보면 원인 제공 다 니가 한거다?
니가 날 버리구 가니까 내가 배신감과 외로움을 풀 길이 없어서...
호 숙 : (몸을 휙 돌려 어디론가 저벅 저벅 걸어간다)
정 태 : 야! 어디 가, 장호숙! 같이 가자!!
#25. 건물 옥상
호숙, 옥상 문을 열고 나와서 난간 있는쪽으로 걸어간다. 정태, 당혹스런 표정으로 따라오며.
정 태 : 여긴 왜 올라와? 차라리 스카이 라운지 커피숍에나 가지.
호 숙 : (휙 돌아서서 정태를 보며) 마지막으로 부탁합니더. 내 좀 놔주이소.
정 태 : 미쳤냐? 너 같은 봉을 왜 놓쳐? 죽을때까지 안 놔줄거다, 내가.
호 숙 : (기가 막히는 듯 본다...분노에 찬 눈물이 핑 돈다)
정 태 : 솔직히 강현긴가 하는 놈보단 내가 낫지 뭘 그러냐?...그 자식은 사람을 칼로 찌른 흉악 무도한 범죄자 놈이야.
그 자식하고 살면 너 도 평생 손가락질 당하고 죄인처럼 살아야 돼. 알어?
호 숙 : (난간쪽으로 발걸음 옮긴다)
정 태 : 야, 뭐해? 떨어지면 어떡할라 그래? 이리 와.
호 숙 : 당신 마음이 정 그렇다카모...죽을때까지 낼로 놔 줄수 없다카모... 이 구차한 목숨 요게서 고마 끝낼랍니더.
정 태 : (기함하는) 호숙아.
호 숙 : (눈물이 흐른다) 사는 기 죽는 거 보단 백배는 고통스럽은데...그런 인생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예...
이 세상에서 안 된다카모 다음 세상에 나서...다음 세상에는 절대로 실수 안하고 제대로 살아 볼랍니더.
정 태 : (할 말을 잃는)
호 숙 : 호구한테 미자 좀 잘 키아달라꼬 전해 주이소. 미자한테는...이 못난 엄마는 깨끗이 이자뿌고,
절대로 옴마맨치로 살지 말라꼬 그 말도 좀 전해 주이소.
정 태 : .....(긴장해서 떠는) 너 지금...나 협박하냐?
호 숙 : (쓰게 웃으며) 나는 한다카모 합니더. 당신 내 몰라예? (난간으로 올라서려는데)
정 태 : 잠깐만! 호숙아!!
호 숙 : (멈칫 서는데)
정 태 : .....그 놈이 그렇게 좋냐? 그 놈이 그렇게 좋아?!!
호 숙 : ......(잠깐 멈칫하다가 기어이 올라선다)
정 태 : (하얗게 질리며) 알았다...알았어...내가 잘못했다...(말까지 더듬는) 헤..헤어져 주께. 헤어져 준다. 너 놔 주께...
내려와, 제발 내려와, 미자야.
호 숙 : (허탈한 눈물)
#26. 옥상 아래길
호숙, 털레털레 눈물을 훔치며 걸어간다. 정태, 그런 호숙의 뒷모습을 기가 막혀서 보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의 숨어서 보고 있는 어떤 시선. 문형사 정보원(15회에 나왔던), 호숙의 뒤를 미행해 간다.
#27. 현기 여관앞
현기, 차앞에 기대 서서 호숙을 기다리고 있다.
호숙, 저편에서 오다가 현기가 기다리는 것을 발견하고 급한 걸음으로 뛰어온다.
호 숙 : 아저씨!
현 기 : 어디 갔었어요?
호 숙 : 미안해예....많이 기다릿지예?
현 기 : 어디 갔었는데요?
호 숙 : ....어서 가입시더. (조수석으로 오른다)
현 기 : (보다가 차에 오른다)
#28. 현기 차안
호숙, 안전벨트를 하다가 현기를 향해 환하게 웃는다. 현기도 호숙을 향해 따뜻하게 웃는다.
#29. 현기 여관앞
현기의 차, 여관앞을 출발해서 떠난다.
현기의 차, 떠나자 마자 반대편에서 급하게 달려와 멎는 차...문형사의 차다.
문형사, 차에서 내려 여관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잠시후, 여관에서 나오는 문형사...짜증난 표정으로 타이어를 걷어차다가 핸드폰을 한다.
문형사 : 좀 전에 떠난 모양이야...은색 자가용이라는데...(문득) 장호구 차가 은색이었지? 하형사! 장호구 차 차량 조회 좀 해봐.
#30. 강력반 사무실
찬석, 박스에다가 자신의 짐을 정리해 챙기고 있다. 수염도 나고 꺼칠해진 모습.
책상안에 넣어 두었던 신분증을 들어서 보다가 씁쓸한 표정짓는데.
이때, 차반장과 백형사, 하형사, 들어선다. (하형사, 강현기가 장호숙일 데리고 도망을 쳤나봐요 하며 애드립 하는)
하형사 : (그러다가 찬석을 발견하고) 아니, 이게 누구야? 야, 이 찬석!!
찬 석 : (돌아본다. 차반장과 시선 마주치고 꾸벅 인사한다) 못 뵙고 가나 싶었는데.
차반장 : (씁쓸한 표정으로 본다)
하형사 : (좀 안됐다) 짐 가질러 왔어?
찬 석 : (짐 챙기며) 어....거의 다 챙겼어.
백형사 : 반장님이 어떻게든 너 형사 처벌은 막아볼라구 백방으로 애쓰구 계셔. 공판이 언제야?
찬 석 : (차반장을 고맙게 보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며 다시 짐을 챙긴다)
차반장 : (착잡하게 본다)
이때, 문형사, 들어온다. 문형사, 찬석을 보고 얼핏 표정이 굳는다.
찬석, 짐 박스를 닫으며 돌아서다가 문형사와 시선 담담하게 마주치고 차 반장앞으로 가며.
찬 석 : 죄송합니다....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차반장 : (악수 청하며 손을 내민다) 빨리 가. 보기 싫다.
찬 석 : (웃으며 그 손을 잡고...다시 백형사에게 내민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선배님.
백형사 : (악수하며, 눈물이 그렁해서) 자주 놀러와라. 나도 자주 연락 할테니까 떠난다고 소식 뚝 끊지 말고 자주 놀러와.
찬 석 : (고개 끄덕이고 하형사에게 손을 내민다) 잘 있어라. 낙하산.
하형사 : (시무룩한 표정으로 찬석의 손을 잡으며)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만난 인간중에
죽어도 이해가 안되는 놈이 바로 너야. 이 찬석!
찬 석 : (피식 웃으며 문형사에게 말없이 악수를 청한다)
문형사 : (보다가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린다)
백형사 : 저 자식 참, 성깔 머리하군.
찬 석 : (피식 웃는)
차반장 : (마음이 아프다)
#31. 경찰서 마당
찬석, 박스를 차 뒤에 싣고, 경찰서를 휘 한번 둘러보고, 운전석에 오른다. 백형사, 하형사, 환송하기 위해 나와 있다.
찬석, 백형사와 하형사에게 목례해 보이고 차를 출발시켜 가려는데.
백형사, 뛰어와 운전석 있는 쪽으로 가며.
백형사 : 한세진이가 니 걱정 많이 하더라...널 도울 방법이 없겠냐구 어제도 병원에서 나와 여기 한참 있다 갔었어.
찬 석 : (표정)
#32. 세진 병원 정원
세진, 호구와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다.
호 구 : (걱정스럽게 세진을 살피며) 정말 괜찮은 거예요? 이렇게 나와 있어도 되는 거예요?
세 진 : (웃어주며) 괜찮다니까요....나 많이 좋아졌는데 모르겠어요?
호 구 : (보다가) ....우리 누나가 세진씨한테 좀 가보랬어요. 만약에 건강이 괜찮으면...현기형 들어가기 전에 하루라도 같이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 싶다구....세진씨한테 물어보랬어요.
세 진 : (흠칫해서 본다)
호 구 : 현기형 여행 다녀와서 바로 자수할 거예요.
세 진 : ......
호 구 :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나라 땅 떠나구 싶지 않대요. 아마 세진씨가 여기 이 땅에 있기 때문일거예요.
세 진 : (멍해지는)
이때, 저편에서 “세진씨!” 하고 부르며 찬석이 오고 있다.
세진, 고개 돌려 본다. 반가움과 당혹스러움.
호 구 : (일어나며 찬석에게 담담하게 인사하고 세진 보며) 전 그만 가보께요. (찬석에게 다시 인사하고 간다)
찬 석 : (호구 인사 받고 세진옆으로 온다. 미소 짓는)
세 진 : (미소 짓는)
찬 석 : 오늘 날씨가 참 좋죠? (하며 세진옆으로 앉는다)
세 진 : (마음이 아프다)
찬 석 : 걱정 많이 했었죠?
세 진 : ......
찬 석 : (세진의 머리를 만져 보고) 열이 많이 나네. 안으로 들어갑시다.
세 진 : 오빠한테 갈거예요.
찬 석 : (보는)
세 진 : 잠깐 여행을 떠났다는데 지금 만나러 가보려구요.
찬 석 : 안돼요. 그 몸을 해 갖구 또 어딜까요? 안되겠네, 의사 선생한테 일러바쳐야겠어.
이 꼴통환자 아무데두 못가게 꽁꽁 묶어두라구 해야겠다. (벌떡 일어서는데)
세 진 : ...같이...가겠어요?
찬 석 : .....(보는)
#33. 강력반 사무실
문형사 전화하고 있다.
문형사 : 네, 맞습니다...은색 엑셀 서울 **** 차량 수배 좀 해주십시오.
백형사 : (옆에서 유심히 듣는)
문형사 : 고맙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전화 끊고 밖으로 나간다)
백형사 : (앞에 앉은 하형사에게 넌즈시 묻는) 무슨 소리냐?
하형사 : 강현기가 그 차를 몰고 다니고 있대요, 지금.
백형사 : (흠칫)
#34. 춘천 호수변
현기의 차, 와서 멎는다.
#35. 현기 차안
현기, 안전벨트를 풀며 호숙을 본다.
현 기 : 내려요.
호 숙 : (그대로 꿈쩍도 않고 있다)
현 기 : 호숙씨!
호 숙 : (시간 가는 게 안타까워서) 벌써로 다 왔어예? (손목 시계를 보며) 벌써 두 시간 반이 가뿟네.
현 기 : .....(표정)
#36. 근처 낙엽길
현기과 호숙, 걷고 있다. 호숙의 표정 벌개져서 굳어 있다. (호흡을 멈추고 있는)
현 기 : (호숙의 표정 보며) 어디 아파요?
호 숙 : (푸 숨울 내뱉고) 아니예...숨쉬는 것도 아깝아서예.
현 기 : (안스럽게 웃는)
호 숙 : 아저씨 얼굴이 잘 기억이 안 날거 겉애예. 얼굴 가린다꼬 맨날 모자만 푹 눌러쓰고 있어서
아저씨로 생각하모 그 모자뿌끼 생각이 안 날거 같애예.
현 기 : (그 말을 듣고 모자를 벗는다)
호 숙 : (기함하며) 뭐합니꺼? 퍼뜩 쓰이소...사람들 알아보모 우짤라꼬. (하며 모자를 다시 씌워 주려는데)
현 기 : (호숙의 손을 잡으며) 괜찮아요. 나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호 숙 : (울컥해서 보는)
현 기 : 모자만 기억하지 말구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지금부터라도 자세히 봐둬요.
호 숙 : (눈시울 그렁해지는)
현 기 : (빙긋 웃으며 시선 돌리는데)
저 앞으로 팔짱을 다정하게 끼고 가는 다정한 남녀의 모습 보인다.
현기, 호숙에게 빙긋 웃으며 팔짱을 내준다. 호숙, 현기의 팔짱을 낀다.
다정하게 낙엽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
#37. 찬석 차안
국도를 달리고 있는 찬석의 차. 찬석, 운전하고 있고, 세진, 옆자리에 타고 있다.
안색이 창백한 세진, 구역질이 나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어쩔줄 몰라한다.
찬석, 흘끗 세진을 보고 깜박이를 넣으며 차를 한쪽으로 세운다.
#38. 길가
찬석의 차, 깜박이를 켜고 서 있다.
세진, 한쪽으로 가 토하려고 하고 있고, 찬석, 옆에 붙어 앉아 등을 두드려 준다.
세진, 손을 내저으며.
세 진 : 저리 가세요. 저리 가요.
찬 석 : 괜찮아요...힘들어 하지 말고, 토해요. 시원하게 토해 버려요.
세 진 : (구역질은 나지만 토하지는 못하고 힘겨운 표정으로 털석 주저 앉으며 찬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데)
찬 석 : (세진을 안아주며 타독여준다)....그냥 돌아갑시다. 이런 상태로 거기까지 가는 거 무리예요. 돌아갑시다.
세 진 : (고개 젓는)
찬 석 : 세진씨.
세 진 : .....가서 할 말이 있어 그래요. 앞으로 오랫동안 못 볼텐데 할 말이 있어 그래요.
찬 석 : (답답하다)
세 진 : (떨어지며 미안한 표정으로 웃으며) 전생에 이 형사님이 저한테 빚을 많이 졌나봐요.
찬 석 : (피식 웃는)
#39. 찬석 차안
찬석, 차를 운전해 가고 있다. 세진, 힘겨운 듯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찬석, 세진을 손을 꼭 잡아 준다.
#40. 강력반 사무실
문형사, 전화를 노려 보고 있다. 백형사, 옆에서 심난한 표정으로 보고 있고.
이때, 하형사, 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하형사 :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백형사 : 뭔 큰일? 애지간한 일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하형사 : 반장님도 이번 찬석이 일루 징계를 당한 모양이예요. 오늘 날짜로 좌천 되셨답니다.
문형사 : (미간이 얼핏 흔들리는)
백형사 : (어이가 없어)....어떡하냐, 그 양반? 결혼도 안하구 경찰에 투신해서 밤낮 모르고 일해온 결과가 이거야?
그 끝이 겨우 이거야? (원망스럽게 문형사를 보는) 어이, 문동수! 니가 원하던 게 이거였냐?
문형사 : (입술을 깨문다)
이때, 차반장, 들어선다.
백형사 : (일어서며 안타까워서) 반장님!
차반장 : (애써 웃으며) 다들 오늘 약속 잡지 말어. 술 한잔 하자...오늘 내가 거하게 삼겹살 한턱 쏜다!
백형사 : (비통한) 얘기..들었습니다.
차반장 : 뭔 얘기? (하형사 흘끗 보다가) 아아...그래 나 좀 축하해줘라...그동안 고생 했다고 저기 산 좋고 물 좋은
시골 파출소가서 휴가나 좀 즐기고 오란다. 부러운 놈 있으면 언제든지 따라 와.
문형사 : (일어서며) ....죄송합니다.
차반장 : 죄송하긴...니 말이 맞어. 우린 흉악 무도한 범죄자들과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야. 감정이라든가 인정이라든가
어쩌면 우리한텐 어울리지 않는 말일수도 있어....난 니가 옳다고는 생각 안한다만 너 같은 놈도 한놈쯤은 있어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어.
문형사 : ......
이때, 전화벨 울린다.
문형사 : (전화를 받는다) 네, 방배 경찰서 강력3반 문동숩니다...(하다가 얼핏 표정이 긴장되며) 거기가 어딥니까? 춘천이요?
차반장 :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
문형사 : 차량번호랑 차종, 분명히 제대로 확인하신 겁니까?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며 백형사 보며)
강현기가 타고 있는 차가 발견됐답니다. 지금 춘천에 있답니다.
백형사 : 그 말을 왜 나한테 해? 반장님께 보고 드려.
문형사 : (반장 무시하고 하형사 보며) 하형사! 빨리 따라나와! (겉옷을 들고 뛰어나간다)
하형사 : (얼떨떨한 표정으로 번갈아 보다가 따라 나간다)
백형사 : 저 자식이 반장님 좌천됐다구 지휘 체계두 무시하네.
차반장 : (굳은 표정 짓고 있다가) ....춘천이라 그랬냐?
#41. 춘천 낙엽길 나무 아래
현기, 호숙과 함께 나무등걸에 앉아 자판기 커피 마시고 있다. 그들 위로 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낙엽.
두 사람, 다정하게 마주 보고 웃는다.
현 기 : 이렇게 멋진 곳에서 커피도 마셨고...이제 뭘하죠, 우리?
호 숙 : (문득 한쪽으로 시선을 준다)
현 기 : 어딜 그렇게 자꾸 봐요? 누구 기다리는 사람 있어요?
호 숙 : ....아입니더.
현 기 : 커피 다 마셨으면 그만 일어나요. 시장 가서 국밥 한그릇 먹구, 그 다음엔 영화를 보러 갑시다.
호 숙 : (현기 표정 살피며 조심스럽게) ...저게...아저씨예.
현 기 : (보는)
호 숙 : 사실은예....세진씨가예...이 쪽으로 오기로 했어예. 아마 지금 오고 있는 중일깁니더.
현 기 : (흠칫 표정이 굳는)
호 숙 : 산에서 똑같이 내려온 물이 바다로 강으로 갈라져서 가는 거는..그거는 물 이야기고예.
아저씨하고 세진씨는 핏줄 아입니꺼? 똑같은 부모 피 나눠 받고 자란 혈육 아입니꺼?
현 기 : (멍한 표정)
호 숙 : 피는예 물보다 진한깁니더. 그거를 사람이 억지로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해예, 내는.
현 기 : .....(그대로 멍한 채)
호 숙 : (일어서며) 호구 이 노무 자슥이 잘못 가리키줬나?...요게서 꼼짝 말고 계시이소. 세진씨 찾아가꼬 올테이까네
요게서 꼼짝 말고 계시이소.
호숙, 저편 길이 있는 곳으로 부지런히 걸음 옮겨서 간다.
현기, 멍해서 꼼짝도 않고 앉아 있다.
#42. 일각 (낙엽길 입구 정도)
찬석의 차, 와서 멎는다.
#43. 찬석차안
찬석, 세진을 돌아본다. 세진, 힘겨운 표정으로 멍하게 앉아 있다.
찬 석 : 괜찮아요?
세 진 : (고개 끄덕인다) ...나, 너무 병자 같죠? 아픈 거 너무 많이 표나죠?
찬 석 : (호주머니에서 립스틱 하나를 꺼낸다) 이리 봐요.
세 진 : (보는)
찬 석 : (분홍빛 립스틱을 세진의 입술에 발라준다) 이러면 훨 나아 보일거예요....오빠가 걱정할까봐 그게 걱정됐어요?
세 진 : (찬석이 고맙다)
찬 석 : 형사 생활 몇년 하다 보니까 반 무당이 됐어요... (립스틱을 내밀며) 세진씨 새파란 입술 보기 힘들어서
예전에 사뒀던 거예요.
세 진 : (받으며, 피식 웃는) 고마워요.
찬 석 : (빙긋 웃으며 고개 돌리다가 저 앞으로 오고 있는 호숙을 발견한다)
세 진 : (호숙을 본다)
호숙, 세진을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든다.
#44. 일각
찬석, 세진이 내리는 것을 도와준다. 호숙, 찬석을 갸웃하는 표정으로 본다.
찬 석 :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다녀와요. 혼자 갈 수 있겠죠?
세 진 : (고개 끄덕인다)
찬 석 : 어서 가요. 난 그동안 이 아가씨랑 놀구 있을테니까.
호 숙 : ...요 길 쭉 따라 가다보몬 큰 나무가 있거든예. 거게 가몬 오빠가 기다리고 있을낍니더.
세 진 : (호숙을 보며) 고맙습니다.
호 숙 : 퍼뜩 가이소. 오빠 눈 빠지것다.
세진, 찬석쪽으로 시선 주다가 발걸음 옮겨서 천천히 걸어간다. 찬석, 그런 세진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데.
호 숙 : (계속 갸웃거리며) 오데서 봤더라...낯이 억수로 많이 익은데, 오데서 봤더라?
찬 석 : (피식 웃는)
호 숙 : 아저씨 내 본적 없어예? 전에 오데서 내 만난 적 없어예?
찬 석 : (시침 떼며 고개 젓는) 없는데요.
호 숙 : 하아 참 이상하네...분명이 낯이 익은데.
찬 석 : (빙긋 웃는) 제가 잘 생겨서 그런가 보죠. 영화배우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들어요, 저.
호 숙 : (삐죽...별꼴이야) 화장실에 좀 갔다오께예. (휭하니 가버린다)
찬 석 : (웃는)
#45. 낙엽길 나무아래
세진, 걸어와 보면 나무 등걸에 앉아 있는 현기의 모습 보인다. 현기, 등을 돌린 채 시선을 떨구고 있다.
세 진 : (걸음 멈추고 입을 달짝거리는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현 기 : (그대로 시선 떨구고)
세 진 : ....오빠.
현 기 : (그 말에 눈빛이 흔들린다. 천천히 시선을 들며 세진을 돌아본다)
세 진 : (눈에는 눈물이 그렁하지만 애써 웃으며) 오빠.
현 기 : (천천히 일어서서 세진을 마주 본다)
세 진 : ...초등학교 4학년때였어요. 내 가방안에 가끔씩 누군가 핀이랑 머리띠랑 예쁜 지우개랑
몰래 넣어놓구 가는 사람이 있었어요. 난 같은 반 남자 친구라 생각했었는데....그 사람 오빠 였죠?
현 기 : .....
세 진 : 생각해 보니까 그 전에두 내가 힘들때마다 어려움에 처했을때마다 마치 어디선가 날 지켜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때마다 나타나 날 도와주는 어떤 사내 아이가 있었던 거 같애요...
도움만 받구 그 사내 아이 존재따윈 금방 잊어버렸었는데....그 사람 오빠였죠?
현 기 : .....
세 진 : (눈물이 흐르는) ...나...용서해 줄 수 있어요?
현 기 : ......
세 진 : 뭐 지금 당장은 안되겠지만...나중에 언제라도 나 용서해 줄수 있어요?
현 기 : (세진에게 다가오더니 세진을 따뜻하게 껴안는다)
세 진 : (눈물이 흐르는)
#46. 일각
찬석, 차에 기대어 서서 기다리고 있다.
찬석,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흠칫 표정이 굳는다. 바로 근처에 문형사의 차, 와서 멎는다.
찬석,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본다. 문형사의 차에서 문형사와 하형사, 내린다.
문형사와 하형사, 찬석을 보고 놀라고 당황한다.
문형사 : (싸늘하게 굳어지며) 여기까지 와서 만날 줄 몰랐네.
찬 석 : (침착하려 애쓰며 문형사에게 다가간다) 내일 자수하러 갈 생각이었답니다.
문형사 : (기가 막힌 듯 피식 비웃는)
찬 석 : 정말이예요...그럴 생각이었답니다.
문형사 : (총을 꺼내든다. 주위를 훑으며 하형사에게 눈짓해 보인다. 가려는데)
찬 석 : (막으며) 동생이랑 함께 있어요. 세진씨가 여기 있어요...정 검거해야겠다면 세진씨 없는데서 세진씨 안 보는데서...
문형사 : (O.L.) 미친 자식!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렸냐?
찬 석 : 선배님!
문형사 : 왜 또 총을 겨눠 보시지 그래? 아, 이제 겨눌 총이 없나. (가려는데)
찬 석 : (권총을 쥔 문형사의 팔목을 탁 잡는다)
문형사 : (흠칫 보는)
하형사 : 야! 이 형사!!
찬 석 : 내 잘못입니다. 제 편견 때문에 한번 범죄자는 끝까지 범죄자라는 제 편견 때문에 누명을 썼던 강현길 진짜 범인으로
제가 내몰았습니다. 내 잘못이예요.
문형사 : 너 정말 죽구 싶냐? 이거 놔...이거 못 놔!!
문형사, 찬석을 손을 떼내려고 찬석과 실랑이 한다.
이때, 저편에서 현기와 세진, 나란히 나타난다. 현기와 세진, 찬석과 문형사의 모습에 당황한 표정으로 멈춰서고.
이때, 빵!하고 울리는 총소리. 찬석, 괴로운 듯 복부를 움켜잡고 스르르 무너지며 주저 앉는다.
문형사, 충격받은 표정...두눈이 시뻘겋게 충혈된다.
찬석, 괴롭게 앞으로 꼬꾸라진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마치 현실의 일이 아닌 듯 멍해 있는 세진과 현기.
세진, 찬석에게로 뛰어온다.
세 진 : (찬석을 안으며) 이봐요...이봐요.
찬 석 : (고통으로 이를 앙물며 세진을 애틋하게 보는)
세 진 : 괜찮아요? 괜찮아요?
찬 석 : .....(힘겨운 표정)
현 기 : (멍해져서 찬석쪽으로 걸어온다. 와서 찬석의 손을 잡는다)
세 진 : (눈물이 그렁해서) 무슨 짓이예요!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한거예요?!!
찬 석 : (세진을 안타깝게 보다가 현기를 보며) ....사과하고 싶었어요.
현 기 : (눈빛이 충혈되는)
찬 석 : ......사과하고 싶었어요...당신이 진짜 범죄자가 된거....나 때문이라구...내가 당신을 그렇게 만든거라구......
사과하고 싶었어요.
현 기 : 됐어요...아무 말 말아요....아무 말 말아요. (눈물 그렁해서 표정으로 찬석의 손만 꽉 잡고 있는)
이때, 차반장이 탄 승용차, 도착한다. 차반장과 백형사, 차에서 내리다가 벌어진 상황을 보고 기함을 한다.
차반장 : (다가오며) 어떻게 된건가...동수야!! 이게 어떻게 된거야?!!
문형사 : (고개 저으며 하얗게 질려 털석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앉는다)
하형사 : (울음이라도 터뜨릴듯한 표정)
차반장 : 진주야! 엠브란스 불러, 어서!!
백형사 : (급하게 구급대에 전화를 한다)
차반장 : (울컥해서) 뭐하는 짓이야!!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이 새끼들아!!
찬 석 : (현기를 보며 힘겹게) 자수하려고 했다고...자수하려고 했다고...꼭 말해요.
세 진 : ...힘들어요..암말 말아요, 제발...암말 말아요. 힘들어요.
세진, 찬석을 따뜻하게 안아준다....눈물이 툭 흐른다.
찬석, 세진을 향해 연한 미소 보이는 듯 하다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현기, 찬석의 손을 잡은 채 멍하니 보고 있다.
그들 세 사람의 모습 부감으로 잡히고.
#47. 묘지앞 (1년후)
세진, 묘지앞에 서 있다. (엷게 화장을 해서 건강해지고 머리스타일, 옷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다)
무덤앞에는 꽃다발 놓여 있다. 세진, 무덤을 애틋한 표정으로 보는데.
미 자(E) : 고모! 고모!
세진, 돌아보면 미자, 뛰어 올라오고 있다.
세 진 : (웃어주며) 넘어진다. 천천히 와, 천천히!!
미 자 : (달려오며 세진을 좋아서 안는다)
세 진 : ...시험은 잘 쳤어?
호 숙(E) : 잘 치기는 개뿔이 잘쳐예?
세진, 돌아보면 호숙, 힘겹게 올라오고 있다.
호 숙 : (세진을 향해 웃으며) 즈그반에서 꽁등하던 아가 전학을 가삐서 도로 지가 또 꽁등이랍니더.
미 자 : (그런 말 왜 하냐고 호숙을 흘겨보는)
호 숙 : (미자를 쿡 쥐어박으며) 고모봐라. 고모! 고모는 다 낫지도 않은 몸으로 공부해가꼬 대한 민국에서 제일 어렵다카는
사법고시에 찰싹 합격했는데, 니는 뭐하는 가스나고? 고모 조카라카기 부끄럽지도 않나?
세 진 : (웃으며) 너무 야단치지 마세요.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예요.
미 자 : 것봐. 고모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래잖아. (혀를 쏙 내밀며 세진을 좋아서 보는데)
호 숙 : 하아, 가시나아. (기가 막힌 듯 흘겨 보며)
세 진 : (웃으며) ....오빠는요?
이때, 막걸리병이 든 봉지를 든 현기, 모습을 나타낸다.
세 진 : (환하게 웃으며) 오빠!
현 기 : (웃으며) 언제 왔니?
세 진 : 좀 전에요....여기가 엄마 무덤이 맞아요?
현 기 : (고개 끄덕이는)
세 진 : 그동안 언니가 참 잘 돌봤었나봐요. 잡초 하나 없네.
호 숙 : 오빠 보고 싶을때마다 이 무덤에 찾아왔었어예. 오빠가 자기 없는 동안 잘 돌봐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들어갔거든예.
세 진 : 근데, 왜 저한텐 아무 말씀 안하셨어요?
현 기 : ...느이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서.
세 진 : 우리 엄마 그런 분 아녜요. 이 꽃다발도 우리 엄마가 손수 만들어 주신거예요.
현 기 : (빙긋 웃는) 저녁에 인사 드리러 가겠다고 전해드려라.
세 진 : 그러세요...우리 엄마가 오빠한테 따뜻한 밥 한끼 지어 주고 싶대요. 언니랑 미자랑 함께 오세요.
현 기 : .....
호 숙 : (두 남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다가 다시 무덤 보며) 어무이, 어무이 아들 교도소에서 어제 나왔어예..
여러분들이 도와주시가꼬...생각보다 훨씬 빨리 나왔어예. 그래서 어무이한테 인사 드릴라꼬 왔심니더.
현 기 : .....(애틋하게 무덤을 보다가 빙긋 웃으며) 우리 어머니 막걸리를 참 좋아하셨어. (막걸리병을 따서 세진에게 주며)
니가 따라 드려, 세진아.
세진, 막걸리 병을 받는다. 현기, 봉지안에서 종이잔을 꺼내서 준다.
세진, 종이잔에 막걸리를 따라서 무덤앞에다 놓는다.
호 숙 : 어무이, 이 아가씨가 눈고 압니꺼? 이 이쁜 아가씨는 어무이 딸입니더. 얼마전에예, 판, 검사 되는 시험에서 합격도 했어예.
세 진 : ....(보다가) ...저 세진이...아니, 현주예요, 엄마.
현 기 : (보는)
세 진 : ...엄마 여기 누워 계신 거 며칠전에 처음 알았어요....(울컥하며) 죄송해요. 앞으론 자주 만나뵈러 올께요.
현 기 : (따뜻하게 웃으며 세진의 어깨를 감싸안아 다독여주는)
호 숙 : 참, 아가씨 오늘이 그 날 아입니꺼?
세 진 : (빙긋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현 기 : (그런 세진을 보는)
#48. 교도소앞
다혜, 두부를 들고 교도소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잠시후, 교도소 철창문 열리고, 모자를 푹 눌러쓴 찬석(염색기를 뺀), 나온다.
까칠해진 찬석을 위해 떴던 쉐타(병원에서 떴던)를 입고 있다.
다혜, 찬석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다.
다 혜 : 오빠!
찬 석 : (다혜를 발견하고 편안하게 웃는)
다 혜 : 어때? 몸은 좀 괜찮아? (두부 내민다)
찬 석 : (고개 끄덕이는) 괜찮아.
다 혜 : 다행이다...오빠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건강하게 살아서 이렇게 교도소 생활도 멋지게 하구.
찬 석 : (피식 웃는) 넌 좋아보인다?
다 혜 : 어, 좋아, 되게...(두리번 거린다) 나 말구 나온 사람이 아무도 없네? 아버님도 안 나오셨나?
이때, 다혜의 핸드폰 울린다.
다 혜 : 잠깐만... (핸드폰 발신번호 확인하고 받으며) 어, 민우씨...으응...나 지금 서울 아니야...누구 잠깐 만나러 왔어...
(사이) 내 옛사랑.
찬 석 : (빙긋 웃는)
다 혜 : (계속 핸드폰 대고) 응...지금 올라 갈거야.. 가서 봐. (핸드폰 닫는)
찬 석 : (편안한 미소로 보는)
다 혜 :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삼촌 소개로 만난 남잔데 이제 5개월 됐어.
찬 석 : (계속 미소 띠며)
다 혜 : 착해. 날 되게 사랑해주구....좋은 사람 같애.
찬 석 : 잘됐네.
다 혜 : 잘됐어...이번엔 정말 잘해 볼려구.
찬 석 : (고개 끄덕이는)
다 혜 : 오빠 건강한 모습 봐서 기뻐....가 보께, 그럼.
찬 석 : 그래.
다 혜 : 서울 갈거면 같이 타구 갈까?
찬 석 : 아냐...좀 걸을래, 난.
다 혜 : 그래.
다혜,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오르려다가 다시 찬석을 돌아보고.
다 혜 : 난 오빠 깨끗이 잊어버릴거지만, 오빤 그래도 나 가끔씩 기억해줘.
찬 석 : (빙긋 웃는)
다 혜 : (웃어주고 택시에 오른다)
택시, 교도소앞을 출발해서 떠난다.
찬석, 떠나는 택시 보다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본다...눈이 부시다.
찬석, 고개를 돌리다가 문득 뭔가를 발견한다.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떠 오른다.
세진, 저편에서 숨이 턱에 닿아 뛰어오고 있다.
세 진 : 언제 나왔어요? 오래 기다렸어요?
찬 석 : (고개 젓는)
세 진 : 아버님은 다릴 좀 다치셔서 못 오셨어요.
찬 석 : 많이 다치셨어요?
세 진 : 오빠가 모시구 병원에 갔어요. 크게 걱정 안해두 될거래요.
찬 석 : (고개 끄덕이는)
세 진 : (웃으며 찬석이 입고 있는 쉐타를 본다)
찬 석 : 이거 세진씨가 넣어줬던 건데...잘 어울려요?
세 진 : ...(웃는) 잘 어울려요.
찬 석 : 덕분에 올 겨울은 되게 따뜻하게 지낼거 같애요.
세 진 : (미소짓다가) ...문형사님이 나오면 꼭 연락 하랬어요. 술 한잔 사구 싶다구.
찬 석 : (고개 끄덕이는)
세 진 : (벅찬 마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찬 석 : (짐짓 하늘을 보며) 오늘 날씨가 참 좋죠?
세 진 : (세진도 하늘을 본다) 그러네요, 오늘 날씨 정말 좋네요.
#49. 교도소앞길
찬석과 세진, 나란히 걸어온다. 찬석, 세진에게 손을 내밀면 세진, 웃으며 그 손을 잡는다.
걸어가는 그들...다정하게 얘기하며 가는 멀어지는 뒷모습.... 위로 자막이 뜬다.
서로 가슴을 주어라. 그러나 소유하려고 하지 마라. 소유하고자 하는 그 마음 때문에 고통이 생기나니.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다 못해 자신의 온기만이라도 전해 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도 않을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비록 자신의 온기는 다 줄 수 없었어도 그들은 행복했네. 행복할 수 있었네.
“찬석이 어느 신문에서 읽었던 글귀중에서”
첫댓글 잘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