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배운, 다름과 떠남
베를린을 걷다 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한 도시 안에 나란히 존재한다.
오래된 건물 곁에 현대적인 건축물이 서 있고,
무거운 역사의 흔적 위에는 자유로운 그림이 피어난다.
서로 다른 시대와 생각을 억지로 하나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베를린은 그 모든 것을 자신의 풍경으로 받아들인다.
여행도 사람과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함께 길을 걷는다고 해서
모든 생각과 취향이 같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아침 일찍 움직이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카페에 오래 앉아 쉬고 싶어 한다.
어떤 사람은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지만,
다른 사람은 이름 없는 골목을 더 오래 기억한다.
좋은 동행은 다름을 없애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서로가 원하는 방향이 너무 다르다면
때로는 각자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좋지 않은 조건을 억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떠나야 할 때 조용히 떠날 수 있는 결심도
인생을 살아가는 중요한 지혜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낙엽이 내려앉은 베를린 거리를 걷는다.
한때 굳게 막혀 있던 자리에도 길은 다시 열리고,
상처가 남았던 벽 위에도 새로운 이야기가 그려진다.
인생의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훗날에는 전혀 다른 여행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한다고 해서 상대를 내 생각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소중히 품고,
끝내 같아질 수 없는 것은 억지로 붙잡지 않는 것이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베를린에서
나는 조금 늦게 깨닫는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과 같은 길을 걷는 일이 아니라,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과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고
떠나야 할 길 앞에서는 자신의 발걸음을 믿는 일이라는 것을.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은 관계를 지킬 수 있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여행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길이 갈라졌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며,
하나의 문이 닫혔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베를린의 가을은 조용히 말한다.
지켜야 할 인연은 따뜻하게 지키고,
놓아야 할 관계는 원망 없이 보내며,
다시 열리는 아침을 믿고
자신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