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나의 인생
민문자
내 인생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되기 일 년 전에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어미는 시어머니 안 계신 시집살이에 시누이를 시집보내려고 나를 잉태하고 열 달이 다 되도록 베틀에 앉아 베를 짰다고 한다.
충분한 영양을 섭취 못 한 어미가 중노동에 시달리는데 어찌 태아가 제대로 배 속에서 자랄 수가 있었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성인이 될 때까지 어린 시절 기억은 여름이면 학질에, 겨울이면 홍역 기침에 시달리고 밤이면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다리야!’ 하면서 자란 기억이 대부분이었다.
학생 시절 우리 집보다 잘 살고 건강하고 재주 많던 친구들이 오래전에 저세상 사람이 된 것을 생각해 보면
많이 발전된 살기 좋은 이 세상에 아직도 내가 존재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렇게 허약하던 몸을 이끌고 부부 동반으로 팔봉산을 정복했다는 것이 못내 자랑스럽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고 했다.
어려서 산에 가면 산소가 많은데 어떤 산소는 비석과 망두석이 있고 대부분의 산소는 그저 봉분만 덩그러니 있다.
이산 저산 비석에 씌어 있는 비문碑文을 관심 있게 읽어 보니 세상에 이름을 남긴 인물의 자손들이 ‘무척 자랑스럽겠다’라고 생각했다.
비석이 서 있는 산소는 대부분 벼슬한 분들의 산소였다. ‘혹시 이백 년 삼백 년 후에라도
나의 자손 중에서도 걸출한 인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때 그들의 조상, 즉 우리는 어떠한 존재로 기억될까?
먼 미래의 자랑스러운 조상이 되려면 세상을 잘 살아내야 하겠다’라고 생각하였다.
젊어서는 아이들 낳아 기르며 남편 사업의 동반자로 활동하는 바쁜 세월을 보내다가
삼십 년 전에 사업에 실패하고 우연히 고 김병권 선생님을 만나 수필을 공부하였다.
또 고 정공채 선생님을 만나 시에 입문하게 되었다. 수필과 시를 공부하다 보니
제대로 국문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환갑나이에 방송대 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학하여
열심히 공부도 하고 국내외로 문학기행이며 각종 문학회 활동도 많이 하였다.
가장과 함께 활동하다 보니 2006년에는 스승님들을 모시고 첫 번째 부부시집 『반려자』를 발행하고,
많은 손님을 모시고 서울 중심가 호텔에서 첫 출간기념회도 갖는 영광을 누렸다.
첫 번째 시 스승이신 정공채 시인이 돌아가신 후에는 임보 시인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계속 공부하는 자세를 견지해 오고 있다.
십여 년 전에는 구로의 산마루에 문학의 집이 개관되자
첫 번째 강사로 2년간 102강 ‘스피치와 시낭송’ 강의를 하면서 수많은 문학을 좋아하는 후배들과 조우하였다.
그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님들과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던가?
봄이면 진달래 민들레 냉이꽃 피어나고 여름이면 하얀 찔레꽃 싱그러운 아카시아 밤꽃향기에 젖다가
가을이면 아람 벌고 단풍잎 붉게 물든 언덕에서 어깨동무하고 사진 찍던 젊은 추억들이 이제는 못내 그립다.
그동안 우리 집 근방에서 제일 높은 산인 구로의 산마루, 구마루 언덕에는 잘 조성된 습지공원도 있고
문화예술 공연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시낭송회를 열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오랫동안 쉼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우선해서 찾아다니며 시詩 서書 화畵를 공부하고 그 매력에 빠져 살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90작품 도록을 출간하고 서울생활문화센터・신도림에서
《소정 민문자 서예전 小晶 閔文子 書藝展》을 열고 많은 선후배 동호인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제 십여 년의 세월이 훌쩍 흐르다 보니 젊고 예뻤던 벗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한둘은 요양병원에 누워 있어 마음이 아프다.
오래전부터 《구마루 시낭송회》를 이끄는 대표로서 올해는 꼭 시낭송회를 열어보리라는 결심으로 준비하여 드디어 실행하였다.
핸드폰 전자문화시대에 ‘제1회 구마루 잣절공원 시낭송회 2024년 8월 10일 18:00~20:00’라고
문자文字를 올려놓자마자, 소정 민문자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기꺼이 참여해 주셨다.
사회는 시낭송이면 시낭송, 노래면 노래를 잘 부르는 우리 회 부회장이신 윤수아 시인이 맡아주셔서
성황리에 《제1회 구마루 시낭송회》 이정표를 잘 세웠다.
시낭송회에 오신 손님 전원에게는 행사 열흘 전에 출간된 소정 민문자 제7 시집인 『팔봉산』을 선물하였다.
《구마루 시낭송회》는 내가 흙으로 돌아가더라도 《제1회 구마루 시낭송회》 《제2회 구마루 시낭송회》
《제3회 구마루 시낭송회》…… 이렇게 해마다 열리고 이어질 것이다.
늦은 나이에 문학에 입문하였지만, 그간 수필집 2권 부부시집 2권 칼럼집 2권 시집 7권 시서화도록 1권, 모두 14권을 출간하고
부부해로하면서 팔봉산을 넘어섰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렇게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면서 사는 데는 모두 훌륭한 스승님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좌우명은 ‘學行一致학행일치, 배운 대로 행동하라’이다.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해주신 교장선생님의 당부 말씀이다.
그리고 《한국언어문화원》의 김양호 선생님이 주창하신 ‘계속은 힘이다’라는 말씀이 꿈꾸고 실행하는 생활에 힘이 되어 주었다.
이렇게 꿈꾸며 생활하게 이끌어 주신 수많은 나의 존경하는 스승님들께 감사드린다. ( 월간 한국수필 2024. 10월호)
♣ 소정 민문자 (小晶 閔文子 청주 출생 ) 약력
• 《한국수필》 수필(2003), 《서울문학》 詩(2004) 등단
• 한국문인협회 낭송문화진흥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 동양서예협회 초대작가, 운영위원
• 구마루시낭송회 대표, 시사랑노래사랑 고문
• 한국현대시 제13회 작품상 수상(2020)
• 詩書畵 도록 『소정 민문자 서예展』 (2023) http://dsb.kr/ebooks2/ecatalog5.php?Dir=CFZG324682FM (클릭)
• 제1회 구마루 시낭송회 개최 (2024)
첫댓글 민문자 선생님, 축하합니다.
참 멋진 인생이십니다.
나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늘 봄바다 님이 그립습니다.
민문자선생님
존경합니다.
수필가시인으로
서예가로 좋은작품 남기시고 끈임없이 노력하시는 선생님!~
강령하시길 기도합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졸작이지만
제 인생의 흐름을 묶어 놓고 보니 흐뭇합니다.
선생님의 성원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