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님
퇴직하면 고향(연천)에 돌어와서 노후를 보내며
장날터를 둘러보고 싶다고 하셨지요
하기의 글은
2009년 연천문화15호에 (연천문화원) 게제된 사진과 글입니다.
이 글과 사진을 실기위해 전곡장터에 나가 연천문화원 식구들과
잔치국수에다 사발가득 막걸리잔도 기울였고요
고향의 5일장이니 천천히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 글구 한줄메모장에 쓴 캔디님의 5일장에 대한 댓글은
제가 답글을 달다가 버튼실수로 지워졌으니 노여워는 하지 마십시요)
뻥튀기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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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5일장
2008년 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 초순(12.9)
지역민과 상인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전곡장날을 둘러보았다.
전곡장은 신진버스 터미널있는 곳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었으나
혼잡하고 비좁은 문제와 상권을 가진 주민들의 반발로 현재의 3번국도변 옆으로 옮겨졌다.
그 5일장속으로 문화원의 김성업간사, 송희옥 향토사료관장과 함께 동행취재를 했다.
새벽 여섯시 전곡 장터에 천막이 오르고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천막이 오르면 부부가 천막귀퉁이를 잡고 끈을 댕긴다.
전곡5일장은 햇볕이 동틀무렵 화물차가 바쁘게 오가고 사람들은 부산하다.
12월의 햇살은 천막포장으로 인하여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어쩌다 눈발이라도 날리면 부산하게 대 깡통에 모닥불을 지핀다.
값싼 귀금속 노점상
전곡읍 장날풍경
네온사인이 번쩍거리고 강화유리로 된 윈도우 상가 앞에
초라하지만 반듯하게 열과 오를 맞추어 생선과 과일과 채소를 잡판에 올려 놓는다.
상인들은 서로의 구역이 있어 서두리지 않아도 될성 싶지만
어쩌다 장날판에 나온 뜨내기기들과 자리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장날이면 농촌에서 콩과 깨를 포대에 담아서 상인과 흥정을 한다.
흥정하는 이는 대개 노인이거나 쭈굴한 촌로들이 대부분이다.
그해 가을 수확한 가을걷이를 가지고 오는데
이런것은 흰머리에 깊게 팬 주름이 쭈글한 촌노들의 몪이다.
장이란 파는사람이 있으니 사는사람이 모여들게 마련인데
물건을 사고 파는데 있어서 양념은 흥정이다.
깍는 사람이나 깍이는 사람이나 믿지는 것도 없고
더 남는것도 없는것이 흥정이다.
재래시장에서 흥정이 빠진다면
앙꼬없는 찐방이란 이럴때 쓰는 말일것이다.
뻥튀기 아저씨
상치,버섯, 콩나물장수 아줌마( 사진기를 들이대니 쑥스러워 한다)
장에 나온사람들은 다 물건을 사러 나온것은 아니다 .
그저 장날판에 구경거리로 나온 사람도 있을거고
호기심에 또는 친구들과 술 한잔 걸치기 위해 만난 사람도 있다.
전곡장날 나가면 동네분이나 사회에서 활동했던 몇 사람을 만나는데
이럴땐 3천원짜리 국수이건 빈대떡 부침이건
서로 팔을 등을 밀며 포장마차로 이끌게 마련이다.
장터 구경나온 아줌마
집에서 수확한 잡곡류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
지금은 많이 개화되어 종적을 찾아봀수 없지만
예전에는 써커스단이나 차력사가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고
여러 가지 묘기를 부리고는 일명 만병통치약을 팔고는 했다.
구경꾼은 손에 땀을쥐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함께 맞장구도 첬는데
사회자가 무대를 한바귀 돌면 어른들 손에는 어느새 만병통치약 한 셋트가 주어져 있었다.
차력사가 무대에 나와 온몸에 철사를 칭칭감고
더러는 벽돌을 포개기도 하고 또 한사람이 각목으로 몸을 후려 칠때면
두눈을 감았는데 이러한 아련한 추억은 군중들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나는 어느새 신세계의 딴 나라에 가 있고는 했다.
길 귀퉁이 한 모퉁이에는 뻥이요를 외치는 밥풀튀기 아저씨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던 뻥튀기 아저씨였다.
전곡5일장터 전경
시골촌로의 나들이
대깡통에 장작 올려놓고 풍구질을 해대면 시뻘건 불이 일고
옥수수 들어있는 무쇠통을 돌리면 구경꾼은 ”뻥이요“ 를 기다렸다.
둥그런 무쇠덩어리 안에 밥풀을 넣고 장작불을 지펴 돌리면
엄지손가락만 하게 옥수수가 튀어나왔는데
그 구수하고 달콤한 맛은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못할 추억이 되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장작불 대신 가스를 지펴 옥수수를 튀긴다.
요즈음 5일장은 예점만큼 풍성하지 않다 .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가서 인지,
또는 불확실한 농촌의 기약할수 없는 내일때문인지
예전만큼 장날은 흥이나지 않는다.
장날 마당판의 주인공이였던 서커스는 오래전 부터 tv에 밀려 자리를 잃었으며
장날판의 신데렐라였던 뻥튀기장사는
넘처 나는 인스턴트 식품에 밀려 외출한지 오래됬다.
리어커에서는 유행가수 노래 복사본 1천냥짜리 카세트 테잎이 흥을 돋을뿐이다.
겨울날 노루꼬리만하던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지면
전곡읍 장판은 금세 시들해진다.
솜사탕 아저씨 (지금이나 예나 솜사탕 아저씨는 변한게 없다)
얼렁뚱땅 점심한끼를 해결하는 노점상 아줌마
저녁거리를 사러나온 아줌마들과
술 한잔 걸치기위해 나온 아저씨들은 시골 버스시간에 맞추어 황급히 자리를 뜨고
거리의 겨울바람은 사람을 대신하여 장터의 빈 공간을 차지한다.
리어커 한켠에서는 엿장수아저씨의 가위질이 , 손놀림이 심상치 않은데
장터주막에서 걸죽하게 한잔하고 나오는 아저씨가 가위 장단에 맞춰 엉덩이 춤을 춘다.
노루꼬랑지 만큼 조금 남았던 겨울햇살이 서산 넘어로 빠르게 사라지고
전곡시장은 이내 어둑해지면 상인들은 추위에 부르르 떨던 천막을 바삐 걷어낸다.
사람들은 하나, 둘씩 떠나고 마지막 떨이치는 장사꾼의 목소리가 골목에 울려퍼진다.
고단한 하루 이제는 파장이다.
이렇게 전곡의 5일장은 저물어 갔다.
전곡5일장은 “없는게 없다” 가 아니라
“없는것도 다 갖춰있다”
끝
연천에서 출수된 잡곡류
첫댓글 사진과 함께 올려주신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왜이리 가슴이 뭉클뭉쿨.....조퇴라도 하고 당장 연천으로 달려가고 싶네요~~
답답한 서울 광화문에서 이렇게 숨쉴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
오늘같이 눈내린 날 고대산 오르면 멋진 풍경 볼수 있으련만...ㅠㅠ
조만간 5일장이 토요일과 일요일중 겹치는 날 꼭 구경가보렵니다~!
혹 오시는 길 되면 쪽지 주세요. 전곡장날에 파전에다 연천율무막걸리 한잔씩 하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