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 성탄절 시즌이 되면 먹을 것과 여러가지 선물 때문에 기독교인이 되었고...
석가탄신일이 되면 잠시나마 부처님을 따르는 중생이 되어 절에 가서 절밥을 얻어 먹었다.
어린 시절 나에게는 종교라는 개념자체가 아예 없었고...진정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자유~
그 덕분에 깊이는 없지만 기독교와 불교에 대해 그 향기가 나도 모르게 묻어 버렸었나 보다.
염불보다 잿밥이라고는 하지만 잿밥이라도 얻어 먹으려면 염불은 들어야한다.
그 바람에 교회가면 어린이 대상으로 보여주는 성경관련 만화영화를 봐야 했고...
불교 관련해서는 서유기 같은 얘기를 듣고는 했었다.
그런데 그때 심어졌던 씨앗이 자라서일까?
요즘은 가끔 어릴 적 봤던 서유기 같은 만화가 자꾸 떠오른다.
그 당시에는 잘 모르고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는데...
요즘 다시 새겨 보면 정말 깊은 의미가 느껴진다.
현장법사를 왜 삼장법사라고 하는지...
손오공은 왜 오공이라는 이름인지...
저팔계는 왜 팔계라는 이름인지...
사오정은 왜 오정이라는 이름인지...
나는 나중에 커서도 오공 팔계 오정이 그냥 가운데 공통으로 숫자가 들어가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5 8 5)
그런데 그 가운데 글자가 숫자가 아닌 한자의 오(悟) 였다...깨달을 오~ ^^;
손오공은 공을 깨닫고...저팔계는 본명이 저오능이니까 여덟가지 계율을 잘 지켜 능히 깨닫고...
사오정은 마음이 본래청정함을 깨닫는 거라고 인터넷을 보고 알게되었다.
그래서 세 제자가 계정혜를 상징한다고 하기도 하고...
내가 어려서 본 서유기 하면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만화영화였는데...
참고로 말하자면 '날아라 슈퍼보드'는 아니고 그 보다 훨씬 전 만화영화...
요괴가 삼장법사 가는 길을 방해하면 손오공이 나서서 맞서 싸우는데...
손오공이 힘들여 제압하고 마지막에 끝장을 내려고 할때...
이 때는 손오공이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
그러면 삼장법사가 도리어 주문을 외워서 손오공 금속머리띠가 조여지게 만들어서...
손오공이 고통스러워 꼼짝할 수가 없게 되는데...
손오공이 삼장법사한테 왜 그러냐고 따지면...
결론은 이런 얘기였다.
요괴는 제압하여 바른 길로 인도해야지...그렇게 화를 내는 마음으로 죽여 없애서는 안된다고...
어려서는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삼장법사가 자꾸 그러니까...
보는 내가 다 짜증이 나고...손오공 머리 조여질 때 내 머리가 다 지끈거리는 것 처럼 느껴지면서 화가 났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나는 어려서 워낙 독립적이고 자유분방한 탓에 학교 친구들 하고도 잘 부딪히곤 했다.
그러다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갑자기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안경을 쓰다보니...한번은 싸움이 일어났는데 초반에 안경이 벗겨져서...더 이상 싸움을 할 수가
없게 된 적이 있었고...그 날은 그냥 말 그대로 맞기만 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자의적으로 타인과 몸싸움을 벌인 일이 없다.
왜냐하면 그러다가 도중에 안경 벗겨지면 아무 소용없는 걸 아니까...
참고로 나는 지금도 안경이 없으면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려울 정도다. ^^;
그러면서 한참을 지나 성인이 되어서 생각했다.
아~ 내가 성품이 원래 그렇게 사람들하고 잘 부딪히니까...손오공한테 머리띠 감아 놓은 것 처럼...
나한테 그만 좀 사람들하고 다투라고 안경을 씌웠나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누군가와 대치 상황에서 싸우고 싶을때...마음이 분하고 괴로울 때...
마치 손오공이 주문으로 인한 머리띠 때문에 괴로웠던 것처럼...순간의 심적인 괴로움은 있었어도...겉으로는...
그냥 조용하고 얌전한...심지어는 다른 사람들한테 순하다는 소리까지 가끔 들을 정도로 까지 살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럼 그 분께서 시력을 조금 덜어내시고 안경을 씌워 마음을 다스리게 하신건가?
아무튼 가끔 잠 안오는 밤이면 이런 생각도 들곤 한다.
육안의 시력은 많이 떨어졌지만...그렇다면 다른 시력을 키워야겠다는...
그래서 또 다른 눈을 떠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쪼록 나도 손오공처럼 머리띠 하나는 두르고 있는 셈이다. ㅎㅎㅎ
그러면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떤 머리띠를 하나씩 받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얼마전에 우연히(?) 서유기의 한부분을 패러디한 것을 본적이 있는데...성인만화영화였는데...
거기서 보면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날아가는데...야한 생각을 하면 근두운에서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요괴들이 야한여자로 변신해 손오공을 근두운에서 떨어뜨리는 것이었는데...
웃어 넘겨도 그만이지만...정말 그럴 것 같다. 마음에 어떤 상을 짓고 있으면 근두운은 못 타게 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머리띠는 받았는데...근두운은 아직 못 받았나보다...^^;
그럼 삼매가 근두운 운전면허 실기시험 합격 기준인가? ㅎㅎㅎ
첫댓글 금고리, 긴고주, 근두운.. 새삼 깊은 의미로.. ^^
긴고주는 혹시 여의봉인가요...?
긴고주는, 삼장법사가 외우는 주문.. 그걸 외우면
손오공 머리 금고리가 조여들어서 극심한 고통을 준다는 주문..
아~ 그렇군요...하나 더 알게 됐네요. 배우는 재미 ^^
그렇다면 저는 지금도 그 분의 긴고주를 계속 듣고 있는 셈...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그게 그 분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니 왠지 혼자가 아닌 것 같은 이 느낌은~
오늘 긴고주 검색하다가 알게 된 내용인데요...
가짜 삼장법사가 나타났을 때 손오공이 양측에 긴고주를 외워보라고 했다는 스토리도 있네요...
그래서 고통스럽게 하는 쪽이 진짜 삼장법사가 되는셈이고...
진짜 서유기 재미도 있지만 여러가지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
제가 써 놓은 이야기를 제가 다시 보면서 느낀 점은 예전에 지인과의 대화중에 "뿌려진 씨앗은 언젠가는 자라게 되어있다"라는 말씀이 정말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우리 어린이들이나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보게 됩니다. 콩 심으면 콩나고 팥 심으면 팥이 나게 되어 있으니까요...^^
후후.. 대단한 내공을 갖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 푸른하늘님의 머리띠가 나빠진 시력이라면.. 저는 청력이랍니다.. ^^ 청각장애3급 장애인증을 가지고 있지요.. 푸른하늘님의 말씀처럼.. 저도.. 육신의 귀 대신, 또 다른 귀를 틔우려고.. 노력한답니다.. ^^ 뜻 깊으면서도, 미소짓게 하는 이야기.. 즐겁게 잘 보았습니다.. ^^* 홍익~!!
그러시군요...불편함을 발판으로 삼아서 크게 승화하실 것을 믿습니다...홍익~!! *^^*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했는데...
두가지 전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것 같은데
내 몸과 내 마음으론 얻을 수 없나 봅니다.
누군가 알려 줄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냥 주절 거립니다.
방법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거듭되는 실패와 시도...
진지한 탐구와 노력...이런 부분이 핵심이라고 어떤 분께서 말씀하시더라구요 ^_^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전 햇빛엽서님께서 올리신 글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如是則居碍反通. 求通反碍.]
이와 같이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니라.
(길을 가다가 돌을 만나 걸려 넘어지면 걸림돌이지만, 딛고 올라서면 디딤돌인 것이다.
돌은 그저 돌일 뿐, 걸림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 하나 듣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쉽지는 않지만 늘 생활 속에서 실천해보려 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행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