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살아 있다
김 성 문
오랜만에 내가 있는 사무실로 반가운 친구가 찾아왔다.그동안 서로가 생활한 세상사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가 책상 위에 놓인 『가락국 역사』 책이 친구 눈에 띄게 되었다. 친구는 가락국 김수로왕이 알에서 태어 났다는데 사람이 어떻게 알에서 나오느냐고 묻는다. 그 이야기를 해 줄게 잠시 들어 줄래.
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나라를 건국한 사람을 신성시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이다.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낸 허황한 이야기이지만 살아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신화는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김수로왕의 가락국 건국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삼국유사』에 우리나라 김해 지역은 천지가 열린 후로 아직 나라 이름도 없고, 임금과 신하들의 칭호도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산과 들에서 모여 살고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 밭에서 생산된 곡식으로 생활한다는 기록이 있다. 김해 지역은 1세기경에 고을을 통솔하는 추장 아홉 사람이 있었다. 추장과 백성들은 서기 42년 3월 나쁜 운수를 떨어버리기 위해 시냇가에서 몸을 깨끗이 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사는 북쪽 구지봉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백성 2~3백 명이 모이자 사람 소리 같기도 한 음성이 들려왔다.
“여기에 사람이 있느냐?” 아홉 추장은
“우리가 있습니다.” 또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냐.”
“구지봉입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명하기를 이곳에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라고 하였으므로 여기에 내려온 것이다. 너희들은 구지봉 꼭대기 흙을 파면서 노래를 불러라.”
‘신이시여, 신이시여 쉬이 나타나소서.
아니 나타나시면 번적여 주소서.’
라고 외치며 기쁘게 춤을 춘다. 노래하고 춤을 추다가 하늘을 우러러 쳐다보니 자줏빛 줄이 하늘에서 드리워져 땅에 닿아 있다.
추장들은 줄 끝을 찾으니 붉은 보자기 속에 금상자가 있었다. 금상자 속에는 해처럼 둥근 황금알 여섯 개가 들어 있다.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서 함께 기뻐하고 백번 절한 후 다시 보자기에 싼 후 ‘아도’ 추장의 집으로 가져가서 책상 위에 두고 헤어졌다.
12시간이 지난 후 아침에 여러 사람이 다시 모여 금상자를 여니 여섯 알은 용모가 훤칠한 남자아이로 변해 있었다. 이들을 열심히 모시고 열흘이 지나니 키는 9척으로 얼굴은 용과 같았다.
3월 15일 제일 먼저 나온 남자아이를 수로(首露)라 하고 왕으로 추대했다. 나라 이름을 대가락 또는 가야국이라 하였다. 나머지 다섯 남자는 함창에 고녕가야를, 성주에 성산가야를, 고령에 대가야를, 함안에 아라가야를, 고성에 소가야를 열었다. 창녕에 있었던 비화가야는 고녕가야가 약 254년경 신라에 패하면서 왕족들이 이주해 온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이렇게 가야국 여러 국가가 건국되어 520년 동안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다가 신라에 망했다.
나라를 세운 시조나 첫 임금인 태조는 탄생 신화가 있는데 시조는 주로 알에서 태어난 난생신화이다. 김수로왕, 박혁거세왕, 동명성왕, 탈해왕 등의 신화가 난생신화이다.
계속 들어보길,
박혁거세왕도 하늘에서 내려온 알 속에서 영아로 태어났다. 서기전 69년 3월 초하루에 경주 지역 여섯 부의 촌장들이 경주 시내를 흐르는 알천 언덕에 모여 군왕을 정하고자 높은 곳에서 멀리 남쪽을 보았다. 하늘에서 이상한 기운이 뻗친 양산(楊山) 옆 나정(蘿井)에 백마 한 마리가 절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상하여 그곳에 가보니 자줏빛 알 하나가 있고, 그 알에서 남자아이가 나왔다. 이 아이가 박혁거세왕이 되었다.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 아니고 하늘 신의 아들 또는 태양의 아들임을 의미한다. 인간 생명의 근원을 하늘에 두고 있으므로 탄생부터 신성시하고 있다.
동명성왕이나 탈해왕은 인간의 몸에서 알로 태어났다. 이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투쟁과 고난을 겪으면서 극복하고 승리하여 영웅의 면모를 나타낸다.
부여 금와왕은 강물의 신인 하백의 딸 유화를 만나 혼인한다. 유화는 임신 후 큰 알을 낳게 되자 금와왕은 알을 버리게 하였다. 짐승과 새들이 보살펴서 알 속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이 아이가 자라서 고구려를 건국한 동명성왕이다.
탈해왕도 알로 태어났다. 일본 규슈에 있는 다파나국의 왕이 여인국의 왕녀를 아내로 맞이한다. 임신한 지 일곱 달 만에 큰 알을 낳는다. 왕비는 알을 버리지 못하고 비단에 보물과 함께 싸서 궤 속에 넣어 바다에 띄운다. 궤가 금관가야를 거쳐 신라 아진포 어귀까지 도착한 것을 한 노파에 의해 발견되어 열어보니 사내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가 나중에 신라 제4대 임금이 된 석탈해왕이다.
친구는 그리스∙로마 신화가 유명하다고 하면서 도시 국가를 건국한 아테네 이야기를 한다.
아테네는 사람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과 지혜와 전쟁의 신인 아테나가 이 마을을 서로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린다. 두 신은 인간에게 더 유용한 선물을 주는 쪽이 마을을 차지하기로 한다. 포세이돈은 인간에게 호두와 말을, 아테나는 올리브 나무를 준다. 마을 사람은 올리브 나무에 더 많은 투표를 하여 마을 수호신을 아테나로 정하고 마을 이름을 아테네로 하였다고 한다.
신화는 설화의 한 가지로 초자연적 존재로 세계 곳곳에 살아 있는 이야기로 구전되고 있다. 시조는 하늘 신의 아들로 태어나기도 한다. 인간의 몸에서 알로 태어나는 것은 인간 생명의 근원을 남녀 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스∙로마에는 그들의 신에 의해 도시 국가가 건국되었다.
신화는 한 나라나 도시 국가를 건국한 시조 또는 태조를 신성시하고 받드는 방법이다. 나와 국가를 있게 한 시조나 태조를 높이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친구와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식당에 갔다.
첫댓글 친구에게 이야기 하는 형식이네요. 새로운 기법도 사용하시고 홧팅
조 선생님! 좋은 평가에 댕큐!
신화는 역사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