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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2010년 창단한 군립극단 마을은 어느새 세 번째 정기공연을 멋지게 선보였다. 유명 연극배우가 농사지으러 왔다는 소문이 돌자 공연 문화에 목말라 하던 지역민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극단 설립을 위한 모임이 꾸려졌고, 이후 단원들이 속속 합류하며 마침내 극단의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15명 정도의 배우들은 대부분 주부·농부 등 지역민이다. 배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상직씨밖에 없었다. 스태프들도 지역의 사진가·화가·밴드들이 합류했다.
그는 “연극이 꼭 고상할 필요는 없지요. 남사당패가 장터에서 판을 벌이듯 관객들과 흥과 끼를 나눌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극단 운영도 당연히 민주적이다.
“극단 이름도 모든 단원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뒤 의견 조율을 거쳤지요. 창립 공연작을 선정하고 배역을 나누는 것도 단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회의를 거쳐 결정했습니다.”
그리하여 연습실을 전전하며 마침내 2012년 2월 18~19일, 구례 섬진아트홀에서 첫 선을 보인 창단공연 ‘인생콘서트 39°5"’은 성황 그 자체였다. 모두 티켓을 발행한 후원 유료공연이었다. 대학로에서도 보기 힘든 현상이었다. 두 차례의 공연은 300석의 객석뿐 아니라 홀 내부 통로까지 인파로 가득 찰 정도였다. 그 뒤에도 연극과 함께 음악·시·사진이 어우러진 ‘마실가세’ 기획공연을 했으며, 지난 3월에도 이틀간 ‘슈퍼마켓 습격사건’을 무대에 올려 큰 호응을 얻었다.
이상직 단장은 어느 인터뷰에서 “서울에서만 연극하란 법 있습니까? 주민들의 지지만 뒷받침된다면 지역 극단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삶과 연극이 분리되지 않은 공간이기에 오히려 더 피부에 와 닿는 생활밀착형 연극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라고 공언했다.
사실이 그랬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그는 “그동안 내색 하지 않고 열심히 공연을 준비해 온 배우들이 정말 멋지고 사랑스럽습니다. 뒤풀이 때면 술 한 잔 나누며 힘들었던 연습 얘기를 나누며 서로 다독였지요. 역시 연극의 기원은 마을의 대동놀이이자 굿이었다는 믿음이 확실해졌습니다. 농번기 때면 우리 단원들도 짬을 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농사와 연극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뜨거운 열정으로 모든 군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극단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극하는 농부, 농사짓는 연극인 이상직씨는 지금 군립극단 마을뿐만 아니라 ‘생태마을 누룩실’이라는 거대하지만 소박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 품에 안겨 있는 구례에서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작은 마을을 꿈꾸고 있습니다. 섬진강가 유곡마을에 2만6,000평 정도의 숲(농장)을 마련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그 꿈을 실현해 나가려고 합니다.”
자연농법 통한 자급자족 프로젝트
그의 장단기 계획은 이미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밑그림을 그려놓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자연농법을 통한 자급자족(식), 대안에너지 그리고 적정기술을 활용한 생태건축(주), 천연 염색, 재봉틀과 바느질로 만들어 입는 자연의복(의) 등이다.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는 숲속의 인형극장, 발효식품 만들기(천연식초·효소·된장·술 등), 생활공예(가구 만들기, 옷 만들기, 그릇 만들기 등), 체험학습 및 휴양(숲에서 놀기, 연날리기, 섬진강 카약, 자연밥상), 학교(예술과 생활기술) 등이다.
생태마을 누룩실과 함께할 협동조합원들을 기다리며, 소비자협동조합으로 지리산회원, 섬진강회원, 누룩실회원 등을 모집하고 있다.
“일반 전원마을이 대체적으로 주거에만 목적이 맞추어져 있다면 누룩실마을은 거기에 일과 놀이, 그리고 교육까지 함께 아우르는 완성형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농·임업을 통해 자급자족하는 삶, 되도록이면 자연농법을 통해 땅과 물, 공기를 살리고 천지만물과 인간을 살리는 농업을 해나가려 합니다. 문화가 일상이 되는 삶이 될 수 있을 때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입시나 취업이 아니라 오로지 행복한 삶을 위해 예술과 기술 그리고 철학(삶의 지혜)을 즐겁게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마침 유곡마을 입구에 폐교된 학교가 예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을 분들과 마음과 생각을 나누어 학교를 멋지게 살리고 싶습니다. 학교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개념의 생태주택을 지어야 하는 등 아직은 시작이지만 그 멀고도 가까운 길을 천천히 가보려 합니다.”
지난 6월 2일 결혼식을 마치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그를 ‘생태마을 누룩실’ 농장에서 만났다. 스쿠터를 타고 온 그는 활짝 웃으며 “몇 년간 방치됐던 감밭에 장마가 오기 전에 젊은 친구들과 방제를 해야 한다”며 서둘렀다. 무더운 시간을 피해 오후 5시부터 경운기 시동을 걸고 젊은 귀농인들과 호스를 이리저리 끌며 감밭을 뛰어다녔다.
마스크를 쓴 그의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배우의 모습은 사라지고 영락없는 농사꾼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상직씨와 뜻을 모은 젊은 귀농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저물녘에 일을 마친 이들은 구례읍내의 신혼집에 모였다. 아내 문수화씨가 젊은 귀농자들의 가족에게 연잎밥상을 차렸다.
‘생태마을 누룩실’을 꿈꾸는 이들은 구례 곳곳에 정착해 살고 있다. 조합원들의 면면도 만만찮다.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지낸 정동묵씨와 아내 강은경씨 가족, 월간 ‘사람과 산’ 사진작가인 전재완·윤영숙씨 부부, 유통 사이트 ‘지리산 푸드’를 운영하는 정민호·최선미씨 가족, 공동체마을을 꿈꾸며 구례로 무작정 귀촌한 윤정상·신자람씨 가족, 미얀마에서 공동체 건설을 위한 수행 및 공부 중인 이지민씨 등이다. 그리고 조합원은 아니지만 구례구역 맞은편에 사는 정신화·유아영씨 부부도 거들고 있다.
연극과 농업의 새로운 만남, 귀농의 새로운 문화·생태적 초록바람이 구례의 지리산과 섬진강에 불고 있다.
첫댓글 처음으로 지리산행복학교에 갔을 때 뵌 분 같은데.
재작년 일자르디노에서 김장 수업을 하고
올리비아 구례 집에 데려다 주고
버스 기다리면서 들른 구례 카페에서
머리 긴 카페 주인이 치킨도 줬는데
네, 맞습니다.
그 분이에요.
멋지게 생기셨는데 농사 짓느라 얼굴이 상해보이네요.
거기 귀농인들중에는 저와 마당극을 같이 한 동생도 있고 무지 친한 후배도 있는데...
다들 너무 잘 지내서 참 좋네요.^^
지리산 사람들 멋집니다.
한국 문화의 요람이 될거 같네요.
섬진강 줄물따라 걸어봤으면~~
잘 보고 갑니다.
더운날씨 건강 조심들 하세요.‥
어떤 굉장한 바람이 지리산에서 시작되는것 같네요 늘 꿈 꾸며 열망했던 생각이 그 곳에서 시작되다니 .. 힘찬 박수와 함께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지리산, 섬진강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두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라고 울산에서 박수를 쳐 드림니다......
시원시원 읽히는,사람에 대한 긍정을 기본으로 깔고 잘 버무리고 묘사하는 이시인님의 글
잘 읽고 가며 토박이로서 바라보는 저의 이모저모의 생각들도 잘 정검해봅니다
접촉과 자극 충돌 화합속에서 한 세상 멋지게 펼쳐지겠군요~~
두분 미소가 참 아름다우시네요. 웨딩드레스에 턱시도로 치장한 젊은 커플들보다 더 눈부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