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삿일의 하루
오늘도 시외곽 멀리 떠나는 시내버스를 탔다.
흔히들 말하는 주말 농장 가는길~.
그러나 그 것은 나에게는 사치스런 표현이다. 전업농은 아니라도 부업이라 하기엔 너무 벅찬 산비탈 밭-, 거기에 나의 삶의 일부가 베어 있기 때문이다.
때론 고단한 삶-, 그러나 마음편한 곳-, 나를 기다리는 사랑하는 작은 녀석들이 있기 때문이다. 문전 옥답 벼포기도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는데, 하물며 비탈 밭 이놈들이야?
그래서 시간만 나면 그 곳으로 발길을 향하는 것이다.
버스에 오르니 두 노인분이 대화가 오간다. 세동리를 가신다 했다. 얼마전 KBS 한국인의 밥상에 우리밀 음식으로 소개된 부락이다. 유명 탈렌트 최불암 씨가 너레이션을 맡았었다.
그 유명세인가? 얘기를 들어보니 오늘은 SBS에서 “내고향 맛자랑 프로”를 촬영 나온단다. 그 덕에 요지음에는 동네에 음식 잔치가 자주 벌어 진다고...,
두메 산골에 경사가 났구나~! 우리 대전고등학교 46회 동문 중 황인기(전 대전여고 교장)와 송재의(전 정형외과 원장) 두 친구는 좋기도 하겠다. 그 들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다리를 건너며 버스 창가로 아름다운 방동 호수가 스쳐 간다. 멀리 계룡산 능선이 눈에 들어오고 푸른 하늘 아래 잔잔 한 풍경-, 재 빨리 스마트 폰으로 한 컷 잡았다.
스쳐가는 그림 같은 집-, 저 집에는 누가 살까? 운전사 아저씨도 승객이 한산, 마음이 여유로운지 느긋 하다.
한적한 도로가 시내버스 승강장- 앉을 자리 없고 오가는 사람은 없어도 자주 나를 맞아주는 정겨운 푯말이다.
발아래 들판, 엊그제 모내기를 하더니 벌써 뿌리를 잡아 가는가? 그래도 꼿꼿하게 일어 섰구나.
이장님은 어디 다녀 오실까? 벌써 길건너 도마도 밭 한참을 끝냈는 가?
나의 농장(?)에 이르렀다. 더운 햇볕 탓인지 주변 모두 풀죽어 있다.
고구마-, 아하~! 죽을 맛이구나. 가믐에 아내와 함께 물길어다 심고 풀잎까지 덮어 주었는 데 정성이 부족하더냐? 그래도 믿는다. 너의 강한 생명력을!
고추와 가지, 대파-, 가믐과 뜨거운 했빛탓에 너희들도 죽을 맛이구나!
오이~, 너도 그러냐? 부추~, 조금만 참아 보거라. 2~3일 뒤에 비가 온다 했다.
강낭콩_, 너는 잎을 닫으려 하는구나. 힘껏 오무려 생명을 유지하거라.
감자~! 그래도 너는 덜 하는 구나. 옥수수와 도마도-, 너희들은 희망이다. 고맙구나. 척박함을 잘 이겨내 주어서. 손녀 딸들에게 한 여름밤 웃음의 하모니카와 달차근 한 추억을 만들어 주겠지.
매실~! 너는 진짜 희망이다. 고맙구나. 이렇게 열매를 달아 주어서~.(5년전 심었는 데 작년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했음).
한참을 일했다.
등뒤와 앞가슴에 땀이 많이 흐른 탓인지 두다리 사이가 끈적 끈적해 온다.
허기도 지고 힘이 빠져오니 벌써 점심 때가 지났는가?
날씨는 더워도 산 넘어 파란 하늘-,
밭머리 나무 그늘을 찿아 뻐꾸기 울음소리에 잠깐의 휴식을 가져 본다.
고닲음의 휴식-,
하늘을 보고 누우니 진한 녹색의 나뭇잎사이로 하얀 뭉게구름이 파아란 하늘을 흘러간다.
人生到處 有靑山,
나를 잊은 듯 잊었 던 옛 추억의 그리움-.
세월의 흐름속에 오늘이 너무 고맙다.
새소리도 잦아들고, 벌써 하루해-,
지친 몸 고달퍼도 오늘 하루 농삿일의 삶, 싫음을 잊었구나.
이리 건강하게 보냈으니 오늘 하루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끝.
PS : 이 글과 사진은 우리 동문들중 여러동문이 퇴직후 귀향,또는 귀촌, 귀농하여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기에 농사정보로 , 또 서로의 소식으로 이 곳에 올렸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멋쟁이 농장주가 되셨군요~~
가지가지 먹거리가 풍성하고 들녘을 내려다 보는 풍광도 좋을시구~~
멋쟁이 농장주~? 그게 아니고, 농기계도 못 들어 가는 비탈 밭인데.... 잘 보아 주어서 감사~^. 카폐운영 수고로 이런 글과 사진도 올려보고~^ 거듭 감사합니다~^
이 동네에서 보람챙기는 친구는
"어쩌면 이계영 친구가 아닐까 ?"
다음은 종남일테고....
거리상 좀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계룡시에선 혁각농장 아닐런지?
ㅋㅋㅋ
아~ 그런가~? 글과 사진으로 보며는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이계영 동문도 그렇구만.... 혁각 농장! 진짜 그 곳은 즐거움 있는 아름다운 농장일 것 같고....
사진 올리고 글쓰면서 아마도 친구는 아름답게 보아 주리라 생각했오. 농장주 혁각주의 " 씨앗 뿌리기"( 밀레 작) 작품도 기대하고~ 좋은 하루 ~~^
사진을보니 멋진 농장이네
6평미만의 농막이라도 지어 가끔기거하면 더 아기자기하고 풍성한 야그가 생길것같은디.
감사하이~^ 농막까지 생각하는 그런 밭은 못 되고 때론 애물단지(?) 삶의 현장이오. 사진으로 보면 다 아름다운 것, 힘든 삶의 현장이라도 욕심부리지 않으면 저날 같이 감상이 좋은 날이 있다오.
농사 짖기 하두 힘들어 수년 전 매실을 심었고, 대봉 감나무도 심었더니 도토리 등산객였는지 홀딱 캐가 버리고.. 지금도 간혹 속이 상하오.
좋게 보아 주어서 감사~^.
에고 종남이 멀리도 가서 작은 농사 갖가지 심어 고생하는ㄴ구나
그것도 요즘같이 가물은때 얼마나 뜨겁고 힘들것냐?
엊그제 비가 와서 다행이겄네
농사는 잡초와 물의 싸움인데 그싸움에서 지면 말짱 헛것인걸
나 2년동안 20평에 별별것 다 심어 보고 알았지
이제 내팽겨 놓았다
열심히 해라
농사군의 비밀을 잘 터득해야지
감사~^ 역시 경험있어 농부의 마음 알아줘 감사~^. 시골태생이라 농삿일은 좀 아는데 비탈진 밭은 열배가 어려워. 그래도 도시 살면서 시내 버스를 타고 다니며 심는 다는 뿌뜻함(?) 같은거 뭐랄까 그런 기분~.
일하면 잡다한 시름 잊혀지고, 주변 새소리 바람소리에 마음도 편안 해지고 저런 삶의 여유도 부려볼 수 있으니 좋아서 짖는 거지. 그러나 20평 농사, 그건 즐거운 주말 농사로 게속 해야 되는데....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