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센쥬드(성유다아동병원의 약칭) 연구소는 미국에서는 그다지 크지 않은 연구소입니다. 어린이의 질병에 관해서만 연구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한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이 작은 연구소의 2002년 연구비가 미국에서 10번째에 들 정도로 많았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연구비를 주는 곳이 매우 다양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주로 연구비를 주지만, 미국에서는 정부, 기업, 재단, 심지어는 개인들도 연구비를 준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연구비를 쉽게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나름대로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지요. 연구비를 주는 곳이 많다고 해도, 조그마한 연구 기관의 연구비가 그렇게 많은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1962년 문을 처음 열었을 때, 센쥬드의 연간 관리비는 15만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하루에 1백만달러 정도를 쓴다고 하니 규모가 어마어마하죠. 센쥬드는 펀드 레이징(fund raising)이라는 방법으로 연구비를 모읍니다. 펀드 레이징은 미국에서 연구비를 모으기 위해 벌이는 이벤트를 보통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 낯설지요. 병원 측에서는 전 세계에서 연간 3만건 이상의 이벤트를 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모은 기금은 연구비와 치료비로 씁니다. 2002년도에는 연구비로 40%($142,471,000, 약 1,710억원)를, 치료비로 40%($146,888,000, 약 1,763억원)를 썼습니다. 참고로 2002년도에 병원측에서 지출한 총 금액은 $387,159,000(약 4,646억원)입니다.
한 가지 예를 소개하자면, 병원에 편지로 연간 4만건 정도의 기부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평균 22달러 정도이지만 이를 통해 모금되는 연구비는 8천 3백만달러(약 996억원)나 됩니다. 사람들이 돈을 보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연구소에서 제시한 어린이들의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하자는 비전에 공감했기 때문이지요. 병원 측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암에 걸린 어린이들의 치료율도 1962년과 비교할 때, 70%이상 증가했습니다.(그림)
미국의 기부 문화는 우리나라가 잘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법 정치자금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멋지게 사람을 살리는 일에 돈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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