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알아?'
설겆이를 하는 아내한테 책 속의 작은 사진 하나를 보여주었다.
나이 들어보이는 남자 사진이다.
'모르는 사람인데요.'
'당신, 광양에서 농협 다녔잖여?'
'그래도 몰라요. 농협중앙회 광양 여수 순천지부장이면 더욱 몰라요.'
어제 국보문학 사무실에 들러서 손에 안고 온 책, '한국 국보문학' 2017년 12월호에는 '아내 생각'이라는 수필이 올랐다.
뇌경색 후유증을 앓고 있는 아내가 남편의 손을 잡고 걷기 연습하면서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쉬운 글로 그려냈다. 이천 원에 풀빵 세 개와 어묵꼬치 두 개를 사서 함께 나누어 먹자고 남편 손을 잡아끄는 늙은 아내의 심성을 잘도 그려냈다. 맛있는 풀빵 냄새가 나는 것처럼 노부부의 인간적인 냄새가 폴폴 난다.
내 아내는 결혼 전에는 전남 광양군 농협조합 골약지점에서 몇 년간 근무했다.
벌써 40여 년 전의 일이기에 아내의 젊은 날에 위 이종대 수필가를 만났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한데도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한국 국보문학' 카페에는 이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는 글을 쓰는 분이 또 있다.
늙고 병든 아내한테 먹이려고 밥 짓고, 반찬 만드는 노수필가 무봉 김도성 선생님이다.
나는 이 분이 쓴 글을 읽으면 늘 빙그레 웃는다.
병에서 회복 중인 아내 대신에 주부가 되어 밥 짓고, 반찬 만드는 게 오죽이나 힘이 드랴. 그런데도 글 속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기에 제3자인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착한 이야기이기에, 잘 쓴 글이기에.
인간 수필학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두 분을 존경한다.
월간문학지와 문학카페에서 수필을 읽으면서 인간의 따뜻함,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나도 간접적으로 배운다.
2017. 12. 6. 수요일.
오늘은 이발해야겠다. 한 달에 한 번씩. 아내가 때맞춰 재촉한다.
이번 토요일에 사촌동생의 아들인 당질의 결혼식에 참가하려면 머리를 깔끔히 다듬어야겠다.
늙은이의 추레하고 못난 모습을 살짝 감춰야겠다.
날씨는 춥다는데도 대전까지 가서...
간밤에 서울 송파구 잠실에도 눈이 허옇게 내렸다.
첫댓글 추레하다 - (옷차림이나 겉모양이)허술하여 보잘것없고 궁상스럽다.
순 우리말입니다.
예, 충남 보령지방의 방언이지요. 전라북도 군산 쪽에 가깝고요.
충남 보령지방, 대천해수욕장 부근에서 이문구 소설가... 그분은 서해안 충청도 토착언어를 많이 구사하셨는데... 지금은 이름과 책만 남았네요. 제 입말에도 서해안 갯바다 부근의 언어가 배었겠지요. 어쩌면 옛 백제언어일 수도 있고요.
아쉽게도 학교에서 표준어로만 공부했기에... 한 세대 전인 엄니, 두 세대 전인 할머니가 썼던 옛말은 거의 다 사라졌더라고요. 문학인들의 글에서나 볼 수 있고요...
@최윤환 요즘 사람들의 글을 보면 옛말, 옛물건의 이름은 거의 다 사라지고, 학교에서 배운 한자어, 국적을 알 수 없는 외래어, 신조어로 쓰대요. 뻔한 내용으로 수다 떠는 정도로만... 아무래도 문화차이이겠지요. 저도 아쉽게는 국어대백과사전 없이도 잡글 긁적거리려니 고작 현대말이나 쓰대요. 도시생활에서나 적절한 언어로만...
한 세대 전인 어미아비의 촌사람 언어는 이제는 다 사라졌대요. 사전에서나 볼 수 있으련지.
문학이 내용/스토리만 간직하는 것보다는 당대의 언어도 함께 보존했으면 싶네요.